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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슬라임 나이트>가 ‘유동하는 참격’을 시전합니다.]

       [‘분열’, ‘인화성 폭발’, ‘미약한 추적’이 부여됩니다.]

         

       콰콰콰-!

       슈슉-!

         

       전방 살벌한 소리를 내며, 성인 몸통만 한 크기의 참격이 날아온다.

         

       <슬라임 나이트>도 남아있던 마력을 쥐어짠 듯 하나하나 크기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에 3개가 서로 곡예를 하듯 다가온다.

         

       [미약한 추적]까지 있어서 작은 움직임에도 방향을 꺾는다.

         

       ‘……’

         

       즉, 위기에 닥친 순간이었다.

         

       대다수 이들은 당황하겠지만, 이럴수록 나의 뇌는 역으로 평온해졌다.

         

       아버지에게, 동료들에게 배웠던 마음가짐이 폭포수에 머리를 내미는 것처럼 차갑게 식혀줬으니까.

         

       ‘…침착해.’

         

       그리고 생각해라.

         

       우선 <슬라임 나이트>의 상태부터 빠르게 살펴본다.

         

       [성스러운 참격]으로 재생력을 감소하였다고 하여도, 그게 재생을 완벽히 차단해 주는 건 아니다.

         

       [순례자의 단검]은 100% 무효화이지만.

       [성자의 검]은 [내재스킬]이기에 차단에 있어서는 한 수 아래였다.

         

       그 증거로 <슬라임 나이트>는 지금도 조금씩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장기전으로 가면 이길 수는 있겠지만.’

         

       나 또한 많은 힘을 소모한 상태.

         

       괜한 변수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무리해서라도 들어가야 결정타를 낼 수 있을 거다.

         

       ‘쓰읍…’

         

       이럴수록 아까 어이없게 빠진 [바위 굳히기]가 더더욱 아쉬워졌다.

         

       그것만 있었어도 승부를 볼 수 있을 텐데…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돌진하는 건 하책.

         

       나는 아쉬움을 달래며 [류참]을 사용해 위기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였다.

         

       그때였다.

         

       “세하 씨. 움직이지 말아요!”

       “…!”

         

       문보라의 외침 직후, 빠른 속도로 날아간 투사체 3개가 [유동하는 참격]에 정확하게 명중한다.

         

       투사체의 정체는 바로 ‘화살’.

       영웅(Hero) 등급 [얼어붙은 동토]의 파생스킬 [아이스 에로우]였다.

         

       가장 기초적인 스킬이지만, 적중 시 즉발로 ‘빙결 부여’ 효과가 있는 스킬이었다.

         

       그 사실이 머릿속에 스치자, 문보라의 의도를 알아챘다.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역시 문보라…’

         

       호구처럼 보여도 머리가 좋긴 하다니까?

         

       쩍-!

         

       적중한 참격이 삽시간에 얼어붙으며, 그 힘을 잃어갔다.

         

       오래가지는 못하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보라보라 잘했어!”

       “보라보라 아니라니까요!”

         

       나는 [성자의 검]을 검면으로 들어 올리며, [검술]이 아닌 [둔기]를 펼쳤다.

         

       깡깡-!

         

       야구 배트로 공을 치듯 특유의 곡선을 그리며 얼어붙은 참격이 튕겨 나간다.

         

       참격은 벽에 부딪혀, 애꿎은 폭발을 일으킨다.

         

       나는 망설임 없이 [질주], [민첩성]을 발동하며 <슬라임 나이트>를 향해 거리를 좁혔다.

         

       재빠르게 납도 한다.

         

       남아있는 모든 마력을 박박 긁어 당황하는 <슬라임 나이트>를 향해 일직선의 검극을 선사하였다.

         

       [‘타오르는 화염’이 발동됩니다.]

       [‘검의 노래’가 발동됩니다. 발도류 스킬의 최종 위력이 100% 증가합니다.]

       [‘류참(流斬)’이 발동됩니다.]

       [‘저돌맹진(P)’ 효과가 추가됩니다. <돌진>이 부여되며 물리 데미지 20%, 속도가 20% 증가합니다.]

         

       슈컥-!

         

       날카로운 소음과 동시에 녀석이 입고 있는 양철 갑주가 반으로 갈라진다.

         

       그대로 천천히…

       놈의 몸체가 불타오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슬라임 나이트’를 처치합니다.]

       [던전의 클리어가 인정됩니다.]

         

       “…후.”

         

       깊게 숨을 내쉰다.

       안도의 의미가 담긴 숨결.

         

       떠오르는 정보창을 바라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대짜로 뻗어 쓰러졌다.

         

       “하이고…”

         

       정말이지.

       힘들어 죽겠다.

         

         

       * * *

         

         

       잠시 뒤, 다가온 문보라는 [아공간] 마법이 걸린 마법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러곤 포션 몇 개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땡큐~”

       “같은 파티원으로서 당연한 겁니다.”

         

       [치유] 효과가 담겨있는 포션.

       여기에 스태미나를 보충해 주는 포션을 원샷한다.

         

       음…

       씨발.

         

       “…더럽게 맛없네.”

       “…참아요. 어쩔 수 없잖아요.”

         

       내 어깨를 두들기던 문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바로 벽면.

         

       정확하게는 벽에 새겨진 투박한 문양의 ‘고대어’였다.

         

       “…와. 세상이 히폰그리어잖아 이거…?”

         

       뭔지도 모를 고대어의 출처를 말하며 문보라는 여기저기 탐색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야 기억난 건데, 문보라는 이런 학문적인 것에 열광하는 면이 컸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모든 전통 ‘마법사’는 전투원이기 이전에, 진리를 탐구하는 한 명의 학자이니까.

         

       단순히 속성을 일으켜서 대미지를 욱여넣는 나 같은 사이비랑은 다르다.

       진정한 의미의 탐구자인 거다.

       따라서 저런 지식에 관심을 보이는 건 정상이었다.

         

       “문보라. 마음껏 보고와.”

       “그, 그래도 돼요? 어서 돌아가야…-”

       “-어차피 새벽이라서 지금 나가봤자 의미도 없어.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다 하고 가자고.”

       “…고마워요.”

         

       꾸벅 인사한 문보라는 작은 공책을 꺼내 여기저기 필기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함박웃음이 감돈다.

         

       여간 기쁜 게 아닌 모양이다.

         

       ‘귀엽네.’

         

       아무튼, 필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일 터.

         

       잘됐다고 생각한 나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아까부터 깜박거리는 정보창이나 불러왔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발견 던전을 최초로 공략했습니다!]

       [파티원 문보라의 근력, 속도, 내구, 마력, 정신이 1씩 상승합니다.]

       [파티원 유세하의 근력, 속도, 내구, 마력, 정신, 신성이 1씩 상승합니다.]

         

       “오…”

         

       [능력치] 보상은 예상했었기에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신성]이 오른 것은 예상외였다.

         

       현재 내 [신성]은 [성자의 검]의 특수 능력.

       10일 동안 매일 신성이 1 오른다는 부가 효과 덕분에 [12]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에 보상으로 1이 올라서 총 [13].

       아직, 신성이 오르는 기간도 남아있었다.

       이 정도면 연만 닿으면 성법도 배울 수 있을 거다.

         

       [<끈적이는 하수구>의 귀속권이 주어집니다.]

         

       손등을 타고 작은 링 같은 게 생겨났다.

       <토주원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클리어하였다는 의미의 증표.

         

       뭐 어차피 크게 의미는 없다.

       이곳은 폐쇄할 거니까.

         

       ‘…다른 곳이라면 콩고물이라도 받아먹겠지만.’

         

       아카데미 한복판인데, 계속 유지하는 것 자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여기를 나가면 팽진아 교수에게 귀속권을 양도.

       추후, 수색팀이 이곳에서 폐쇄를 진행할 거다.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당신의 다리에 무시무시한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질주’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속도가 1 상승합니다.]

         

       [오랫동안 대지에서 꿈틀거리던 지면의 힘이 당신의 몸을 타고 흐릅니다.]

       [‘거친 바위의 틈새’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마력이 1 상승합니다.]

         

       [당신의 손에 들린 무기는 검이지만, 곧 날이 없는 금속 덩어리입니다. 신묘한 손놀림에 따라 진가가 드러나는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둔기’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근력이 1 상승합니다.]

         

       “우효~~~”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열심히 악을 쓰며 스킬을 사용했던 보람이 있었다.

         

       ‘질주, 거친 바위의 틈새, 둔기의 레벨업이라…’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거 하나하나가 쌓였을 때의 굳건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법.

         

       근력, 속도, 마력이 1씩 상승한 것도 고무적이었다.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내렸다.

         

       그러자 보이는 추가적인 정보창.

         

       ‘……응?’

         

       다르다.

       지금까지랑은 달랐다.

         

       고봉밥처럼 뭉쳐진 정보창 덩어리.

       동시에 색상도 강렬하였다.

         

       ‘……황금색?’

         

       잠깐만.

       황금색 정보창이라고!?

         

       찰나, 나의 머릿속은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참 방송하던 시절.

         

       자주 대화하였던 <랭킹 1위>의 말이 떠오른다.

         

       ―<랭킹 1위. 지한성>님이 100,000원을 후원 해주셨습니다.

       ―[님, 그거 아심? ‘유세하’ 이 새끼 [각성]이 없음.]

       ―와, 형님! 10만 원 후원 감사…아, 아니 잠시만요. 뭐라고요? 각성이 없으면 어떻게 강해져요?

       ―[대신, 고유능력. 그거 개사기라 넥스트 레벨이 있음.]

       ―넥스트 레벨요…? 뭐 표시라도 떠요?

       ―[황금색으로 창이 나옴 ㅇㅇ.]

         

       아, 설마…

       지금 이게 그건가?

         

       [당신의 식견은 이제 더욱 높은 단계를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역천의 눈동자’가 더욱 깊은 별빛을 두 눈에 담습니다. 전설(Legendary) 등급 스킬입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드디어 왔구나!’

         

       예전에 말한 적이 있었다.

         

       유세하, 모든 캐릭터 중 유일하게 <이능력 복사>라는 개사기 고유능력을 보유한 캐릭터.

         

       어, 유일은 아니다.

         

       우리 므냥이도 [네코마타의 행운]으로 가능하니까.

         

       아무튼, 그 대가인지 이 녀석은 모든 캐릭터마다 있는 <각성> 이벤트가 없다고.

         

       따라서 사기적인 고점을 가졌지만, 그만큼 육성이 힘들고 까다로운 캐릭터였다.

         

       제대로 된 경험과 가이드라인.

         

       여기에 꾸준한 노력을 더 해주지 않으면, <각성>한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모든 면이 어중간해진다.

         

       GM도 그걸 알기에 유세하가 가진 [역천의 눈동자]에 여러 기연과 성장 방식을 넣어두었다.

         

       내가 이걸 세세히 아는 이유는, 방금 머릿속을 스친 시청자.

         

       PVP에서 항상 밥 먹듯 1위를 유지하는 괴물 랭커가 내 방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님, 유세하 한번 찍먹 ㄱ?]

       ―아 남캐 안 키워요. 꼬추달린놈을 왜 키움?

       ―[아, 님. 꼬추 달렸어도 성능이 좋으면 키워야죠. 그래야 이길 거 아님.]

       ―에헤이~ 형님! 애초에 이런 분재게임에 무슨 성능을 논해요.

         

       제발 유세하좀 키워보라고 온갖 후원을 하면서, ‘육성법’이나 여러 ‘정보’를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읽기만 하고, 절대 키울 일 없다고 다짐했었는데…

         

       ‘…설마 이리 도움이 될 줄이야.’

         

       고개를 턴 나는 떠오른 황금색 정보창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클릭하였다.

         

       [‘진화의 길’이 열립니다.]

       [‘진화의 길’ 열림으로 일부 특성에 레벨업 보상이 주어집니다.]

       [‘민첩성’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상승 보상으로 속도가 1 상승합니다.]

       [‘지구력’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상승 보상으로 내구가 1 상승합니다.]

         

       [목록이 갱신됩니다.]

         

       [‘민첩성’ → ‘힘 있는 민첩성’ or ‘돌파하는 민첩성’ or ‘눈에 뵈는 게 없는 민첩성’]

         

       [‘지구력’ → ‘끈기의 지구력’ or ‘강인한 지구력’]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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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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