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2

    결국 1등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한 루크는 결승선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는 시루드를 부축해 안정을 취할 수 있을만한 곳에 앉혀주었다.

    루크는 여전히도 가쁜 숨을 내쉬는 시루드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내 억지에 어울려주어서 참으로 고맙구나. 내게 온전히 몸을 맡긴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테지.”

    ‘온전히 몸을 맡긴다니, 말이 좀 이상한데.’

    그냥 루크가 자신을 들고 뛰었을 뿐인 이야기다.

    루크가 안아들면서 조였던 옆구리도 살짝 아프다.

    “허억, 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시루드의 등을 쓸어주며, 루크가 물었다.

    “시루드, 괜찮은가?”

    그리 말하면서 등으로 시루드의 심장에 마나를 돌리며 심장박동과 서클의 어긋남을 잡아준다.

    꽤 놀란 모양이다. 이렇게나 심장이 뛰고 있다니.

    게다가, 멀미도 심한 것 같고.

    “괜, 괜찮……. 웩…….”

    시루드는 생각했다.

    들고 뛴것은 루크인데 어째서 지치는건 자신이 다 지쳐버린걸까, 사람은 역시 들고 나르라고 만들어진게 아닌 것이다.

    ‘이게 반칙이 아니라는게 이상해…….’

    파트너를 들고 달리는게 어떻게 2인 3각이란 말인가. 물론 빠르긴 했지만, 그렇게 달리는데 도대체 왜 빠른건지 도저히 이해도 안가고.

    ‘원래 힘이 센건 알았지만…….’

    아무래도 점점 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루드는 몸의 힘을 쭉 빼고 쓰러지듯 고개를 숙였다.

    “완전히 지쳤어…….”

    그렇게 된 시루드는 무슨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축 늘어진 빨랫감이 연상되었다.

    루크는 그런 시루드의 모습을 보니 역시 조금 너무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승리를 해야했다지만, 너무 주책도 없이 움직여버린게 아닌가.

    ‘나잇값을 못했군. 너무 들떴나.’

    즐거운 분위기를 탄것일까.

    승리를 핑계로 살짝 진심으로 즐겨버린 느낌이다.

    그리 생각하니 괜히 또 부끄러워지는 느낌.

    “자, 잠시만 기다려보거라. 내 마실것을 가져오지.”

    “그래, 부탁해…….”

    어쩐지 부끄러워하는 느낌의 루크를 뒤로하고, 시루드는 생각했다.

    ‘마법을 쓴 것 같지는 않았어…….’

    마법을 썼다면 어렴풋이 알았을텐데, 그렇다면 그건 ‘순수한’ 신체능력이라는 말인가?

    10살짜리가 벌써 그런 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수인의 형태중 가장 힘이 세다는 곰 수인이랑 비슷한 완력.

    뭐, 백번 양보해서 들어올리는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비록 2인3각이라 제 속도를 못 낸다지만 치타를 추월하는 루크의 속도는 대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지?

    ‘루크는 대체 뭐지.’

    그녀의 종족은 그냥 고양이수인이 아닌가?

    “시루드!”

    시루드의 생각은 곧 누군가의 부름에 끊어졌다.

    “누구야…….”

    회갈빛이 인상적인, 풍성한 곱슬머리를 큼직한 리본장식의 머리끈을 사용해 뒤로 묶어놓은 여자아이, 

    메리 아이델이었다.

    “경기 봤어. 엄청나더라!”

    메리는 대단한 경기를 봤다는 듯 외쳤다.

    “그래, 엄청났지.”

    주로 루크의 기행이.

    메리는 단지 그뿐만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고, 그렇게 달리면서 균형까지 흐트러지지 않았잖아.”

    “그랬나.”

    “그런데도 치타애들을 이겼어! 걔들 얼굴 봤어? 완전 놀랐던데! 꺄핫! 쌤통이더라. 재능만 믿고 연습하러 잘 나오지도 않는 녀석들이었거든.”

    “그래?”

    시루드는 들어올려져서 날라지는 입장이었기에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였는가는 알바가 아니었다.

    그저 정신을 차려보니 1등으로 도착해있었고, 속이 엄청나게 울렁거리는 중이라는 정도만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루크는 평소에 뭘 하길래 그렇게 힘이 셀까? 나도 알고싶은데.”

    그리 고민을 하고 있으니 루크가 돌아왔다. 한 손에는 보온병을 들고서.

    루크는 시루드의 곁에 앉은 메리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을 건넸다.

    “메리, 내가 없는동안 시루드를 돌봐주고 있던겐가? 참으로 고맙구나.”

    “아니, 그냥 이야기만 좀 나눴어!”

    “그런가, 그래도 고맙다.”

    루크는 시루드에게 보온병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라도 마시거라. 피로회복에 좋은 재료로 우려낸차다.”

    “고, 고마워…….”

    “너무 빨리 마시면 소화기관에 좋지 않을테고, 과도하게 섭취할 수 있으니 천천히, 한모금씩 삼키거라.”

    “알겠다고……. 켈록, 켁.”

    “하하. 거 보거라. 천천히 마시래도.”

    일련의 광경을 지켜본 메리는 뭔가가 두근두근하는 감정을 숨길수가 없었다.

    역시 루크는 시루드를 좋아하는게 분명해!

    지금까지 본 바로는 한 80%정도랄까.

    메리는 시루드의 등을 두드려주는 루크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루크, 그거 혹시 직접 우린 차야?”

    “뭐, 그렇다만…….”

    ‘100%야!’

    메리는 이번에야말로 확신했다.

    루크는 시루드를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한편, 시루드의 등을 두드려주던 루크는 문득 깨달았다.

    “크으으…….”

    “시루드?”

    몸 너머로 흘라나오는 마력……. 이것은.

    ‘이런, 시루드. 영약의 효과가 너무 잘 받는 모양이로군……?’

    분명 어린이의 몸에 맞춰 상당히 희석한 영약이거늘, 효과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시루드의 체질이 포션의 성능을 상승시키는 것인가?

    ‘뭐, 마나 감응력이 뛰어난 알비노 하이엘프에게 포션을 줘본적은 전생에도 없었으니…….’

    정확히는 그런 체질을 가진 엘프가 루크의 시대에 없었다.

    그래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

    “시루드? 지금 몸 상태는 괜찮은가?”

    “……좋아, 아주 좋아.”

    시루드는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정체불명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의 상태라면, 다음 종목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으리라고, 그리 확신했다.

    이 전능감과 고양감……!

    “흐흐흐흐…….”

    마력시와 서클을 통해 시루드의 상태를 짐작한 루크는 시루드의 등을 쓰다듬던 손길을 거두며 생각했다.

    ‘……일났군, 지속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겠지만…….’

    반면, 메리는 여전히 눈을 빛내며 생각했다.

    ‘시루드도 루크가 준 차가 되게 좋은가봐.’

    ——–

    시루드가 다음으로 출전한 종목은 축구였다.

    그리고, 시루드의 폭주마력차같은 쇄도를 막을만한 인원이 초등부에는 없었다.

    모든 또래아이들을 재빠르고 정확하고 영리한 볼 컨트롤로 모두 제치고 골키퍼를 가만히 서있기만 할 뿐인 동상쯤으로 만들어버리는 시루드의 플레이는, 당장에 고등부쪽에서 놀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경로가 보여.’

    그리고 공을 다루는 시루드의 시야는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공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가 너무나도 명확하다.

    순간과 순간에서 최적을 떠올리는것이 너무나도 손쉽게 이뤄진다.

    그것이 피로 회복의 영약의 효과.

    전능감과 고양감. 사고가속으로 인한 시간감속효과다.

    그리하여 초등부 축구에서 시루드가 보여준 활약은 초등부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무려 혼자서 5골이나 넣는 기염을 토했으니까.

    한편, 시루드가 헹가레를 받는 모습을 보며 루크는 생각했다.

    ‘이건 확실히 반칙이 아닌가……?’

    조금 심란한 마음이 든다고 할까, 어쩐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평소의 실력이 아닌, 약물로 얻어낸 기량으로 얻어낸 승리가 아닌가.

    물론 약 자체엔 별다른 문제가 없기는 하다.

    다른 이에겐 그저 피로회복제 정도지만, 시루드에게만은 그것이 아닐 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루드를 바라보고 있는 순간, 간식거리를 주워먹던 디아나가 물었다.

    “루크언니.”

    “음, 디아나. 왜 부르느냐?”

    “저 오빠 좋아해? 엄청 뚫어져라 보고있어.”

    “하하, 그냥 봤을 뿐이란다.”

    “음……. 그래?”

    아이들은 정말로 별 소릴 다 하는구나.

    순수하다는 증거일까.

    ———

    하늘이 짙푸르게 변해갈 무렵, 슬슬 운동회도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승리한 팀은 루크와 시루드의 활약 덕분에 청팀이었다.

    이번 운동회로 시루드는 일약 아카데미의 스타가 되었다.

    뭐, 확실히. 시루드가 아무리 영약의 효과를 받고 있었다지만, 그가 그토록이나 훌륭한 활약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그 뿐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공을 조작하고, 길을 뚫고, 공을 차서 골대에 넣는것은 그의 기량이었으니까.

    영약은 그의 노력을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 

    물론, 보통이상의 인지능력과 체력을 부여하기는 했지만……. 평소의 경험과 생각이 없었다면 주어진 정보조차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왁자지껄했던 운동회가 끝났다.

    팡-. 머리 위를 수놓는 수많은 라이트마법, 그것들은 마치 푸른 하늘위 빛으로 피어나는 꽃같았다.

    “루크, 하늘좀 봐, 되게 예쁘다.”

    “그렇군. 댄싱라이트의 응용이고, 발현마력식과 배열은 기초적인 투사체 슈팅방식이야. 빛의 색을 변형하는데엔 라이트를 병렬로 이어서 간섭시키는 방식을 채택했고.”

    루크는 기계적으로 중얼거렸다.

    불꽃놀이엔 별로 관심이 없는걸까……?

    “하하. 그, 그래? 루크는 불꽃놀이를 되게 잘 아는구나?”

    확실히, 잘 알수밖에 없다. 하늘의 별을 직접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했던 10서클의 마법사가 고작 하늘로 쏘아올린 댄싱라이트에 시선을 빼앗긴다는게 어불성설이 아닌가?

    그래도 평소의 루크라면 많이 흥미로워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닌탓이 컸다.

    “하아.”

    루크는 시선을 내려 손에 든 상장과 상패를 보았지만, 그다지 행복한 표정이 아니었다.

    “루크, 인상 풀어. 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어때? 재밌게 즐겼으면 된거지.”

    “…….”

    아무래도 운동회의 우수활동상은 ‘수상실적’에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다.

    루크는 잠시 시상식을 떠올렸다.

    —–

    “우수활동상, 루크 이루시!”

    당시 그 말은 상당히 달콤했다. 조기졸업으로 한걸음 더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즉석에서 수정에 마력으로 새겨지는 자신의 이름을 보면서, 상당한 성취감을 느꼈다.

    그렇게 상장과 상패를 받아들고 돌아가려는 순간, 루크는 발길을 멈췄다.

    루크가 받은 수정패와 똑같은 모양의 이름 부분이 빈 수정들이……. 몇개나 되는 박스 안에 가득히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제보니 상장도 한두개가 아니었다.

    마치, 전교생을 위해 준비되어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았다.

    루크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상장과 상패를 건네준 남자, 교장 젠페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젠페이. 이게 다 뭐지?”

    “물론, 전교생에게 줄 상장과 상패란다. 모두 고생했는데 누군 주고, 누군 안줄수 없지.”

    이해는 간다만, 루크는 그 말에 자신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가는것을 느꼈다.

    “그럼……. 수상실적은?”

    “안타깝지만, 조기졸업에 인정은 안되지. 모두가 받는 상에 그런 가치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교내행사참여로는 인정이 되니까 걱정 말거라.”

    “……날 속였군.”

    “프하하! 재밌게 즐겼으면 됐지, 뭘!”

    “그대는 드워프가 아니라 살찐 노움이었던겐가.”

    “그건 좀 심하잖냐!”

    아무래도 5000년의 긴 세월은, 드워프를 사기꾼으로 바꿔버리는데엔 충분한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