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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하아…”

        ​

        팔자가 순탄치 않을거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꼬여 있을 줄이야.

        ​

        공수나 점지로 얽힌 인연들은 죄다 고생길이 훤한듯했다.

        ​

        제일 처음 인연을 맺은 오크새끼마저 이럴 정도니….

        ​

        이 정도면 하나하나 다 의심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

        “파라몬 영감님은 대충 알겠고…”

        ​

        휙 –

        ​

        고개를 돌려 째려보니 움찔하는 클로셀 영감님.

        ​

        이 영감이 제법 수상하다.

        ​

        잘 보면, 다들 사연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

        ​

        그런데 이 영감 만큼은 그런게 없다는 것.

        ​

        “영감님, 사실대로 말하세요.”

        ​

        “뭘 말인가?”

        ​

        “인생에 큰 걸림돌이나, 아픈 사연같은 거 없어요?”

        ​

        “허허, 그런 거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

        사연없는 사람 없고, 힘들지 않은 사람 없으니.

        ​

        그렇다면 다음으로 의심이 가는 대상은 이놈이다.

        ​

        “야, 대가리.”

        ​

        – ….?

        ​

        “아주 살판이 났다?”

        ​

        – …..

        ​

        대가리 이놈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

        대가리는 신당의 머슴 같은 존재다.

        ​

        손님이 오면 알려주고, 촛불을 살피다가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달려오는 역할.

        ​

        무려 신당에 출입이 가능한 잡귀라는 것이다.

        ​

        “요즘 장승도 우습지?”

        ​

        – ….

        ​

        당장 다른 잡귀들만 봐도 장승들의 눈치를 보느라 조금 떨어져 있는 신세.

        ​

        하지만 이놈은 무슨 상관이냐는 듯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

        심지어 이곳에 음기가 충만해지면서 제법 강한 잡귀가 된 상태였다.

        ​

        이곳의 레이스 같은 형태가 아니라 동양식 잡신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

        ​

        “슬슬 갈길 가야 할 때 되지 않았어?”

        ​

        움찔.

        ​

        “준비를 시작해도 될 거 같은데?”

        ​

        움찔.

        ​

        한마디를 할때마다 몸을 떠는 대가리.

        ​

        “이승에 미련이 많이 남았나 봐?”

        ​

        – ….

        ​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겁이 없던 잡귀였다.

        ​

        무려 나에게 와서 장난질을 치던 잡귀니까.

        ​

        클로셀 영감님이 흥미로운 듯 허공을 주시했다.

        ​

        “지금 대화하는 영혼이 분신사바를 도와 준다는 대가리 경인가 보군.”

        ​

        “경이라고 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잡귀예요.”

        ​

        “신비로운 힘이더군. 물리적인 현상이라니. 그러고 보니 자네도 비슷한 걸 할 줄 알지 않는가?”

        ​

        확실히 나도 비슷한 걸 할 수 있기는 했다.

        ​

        다만.

        ​

        “그렇긴 한데, 굉장히 효율이 안 좋아요.”

        ​

        “음?”

        ​

        “골드주고 장작하나 사는 겪이랄까…”

        ​

        “소비가 심한 모양이로군.”

        ​

        차라리 그 힘을 다른 데다 쓰면 훨씬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있다.

        ​

        원래의 용도가 아닌 곁가지로 따라온 힘이라는 것이다.

        ​

        개발해 볼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도하고.

        ​

        “어쨌든, 이번에도 워프마법진으로 가나요?”

        ​

        내가 물음을 건네는 순간 영감님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

        그리고 나온 대답은.

        ​

        “자네 원하는 대로 하게.”

        ​

        “….?”

        ​

        “그게 맞네.”

        ​

        “그래도 되는 건가요? 급한일 아닌가요?”

        ​

        무려 네크로맨서와 연관된 일이다.

        ​

        스케일이 굉장히 큰일이라는 것.

        ​

        내 마음대로 하기에는 굉장히 찝찝했다.

        ​

        파라몬 영감이 억울한 듯 말했다.

        ​

        “솔직히 말일세, 머리쥐어 짜서 전략을 세우면 뭣하겠나?”

        ​

        “….?”

        ​

        “자네가 방울 몇 번 흔들면 다 풀리는데.”

        ​

        “……?”

        ​

        영감님이 저렇게 억울해 하는 건 처음 본다.

        ​

        지난 전투때 고생을 많이 하기는 한 것 같았다.

        ​

        영감님에게서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

        “교단에 간 자네가 걱정되어 힘을 썼더니 도착하기도 전에 상황이 끝났네. 심지어는 성녀를 업고 나타났지.”

        ​

       생각 해보니, 뭔가를 보냈던 것 같기도 했다.

        ​

        내가 이단으로 몰리고 있을 때의 일이었으려나?

        ​

        “이번 전투때도 말일세. 밤을 새며 준비한 전략들이 어떻게 되었는가?”

        ​

        전략은 잘 먹히지 않았던가?

        ​

        영감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피해가 더 커졌을 것이다.

        ​

        “피하래서 피했더니 마법진이 있었고, 불이 난다 하더니 엘프를 부르지 않나, 심지어는 비도 내리게 하더군. 교황과 성녀를 통째로 데리고 올 것도 예상못했네.”

        ​

        “그….저기….”

        ​

        영감님이 알게 모르게 불만이 많았었던 것 같다.

        ​

        “그뿐인가? 자네 말대로 했더니 온 세상이 우리를 도우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더군.”

        ​

        가끔 집안에 무속인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말을 하고는 한다.

        ​

        하라는 대로 했더니 순풍에 돛을 편 배 처럼 순항한다고.

        ​

        그런데 이 영감….

        ​

        살짝 삐진 것 같았다.

       

       이런걸로 불만을 표시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

        “정성 들여 준비한 연설보다 자네의 방울 소리가 더 사기를 높였네.”

        ​

        이거 때문이었네.

        ​

        “오랜만에 한 출정식이었거늘…”

        ​

        맞네.

        ​

        옆에서 클로셀 영감이 피식거리며 웃고 있었다.

        ​

        파라몬 영감님을 살짝 변호해주며.

        ​

        “라몬이 이리말해도, 자네의 도움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네.”

        ​

        테이블위의 샐러드를 한 조각 입에 넣은 영감이 말을 이었다.

        ​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네. 자네가 하는 선택이 가장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지.”

        ​

        “아니, 그래도 크게보면 대륙의 운명이 걸린 일 아닌가요?”

       

       “자네가 그 운명을 보는 사람 아닌가?”

        ​

       그렇기도 했다.

       

       사실 틀린 말이 없었다.

       

       길흉화복을 점치는게 내 일 중에 하나였으니까.

        ​

        “말 나온 김에 한번 보는 게 어떤가?”

        ​

        테이블에 있는 방울을 들어 올리니 드잔트의 눈이 내 손을 따라왔다.

        ​

        딸랑 –

        ​

        “….?”

        ​

        딸랑 –

        ​

        “어라?”

        ​

        반안살.

        ​

        말위에 앉아 있는 장군을 뜻하는 살이다.

        ​

        보통은 출세의 의미를 가지고 높은 관직에 앉는 다는 것을 뜻하기도한다.

        ​

        그런데 이것이 주변에서 가득 느껴졌다.

        ​

        “영감님들 혹시 출세 하셨어요? 뭐 한 자리 받는다거나…”

        ​

        “우리는 이미 한 자리 하고 내려온 사람들이네. 또 받기는 싫군.”

        ​

        “나한테도 끼어 있는데…”

        ​

        나야 뭐 얼마 전에 작위를 수여 받을뻔했으니 그게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했다.

        ​

        딸랑 –

        ​

        이번에는 희미하게 무언가가 보였다.

        ​

        그런데 그것이 드잔트의 옆으로 보였다.

        ​

        “물건 같은데…”

        ​

        “나 말이냐?”

        ​

        “칼이 됐다가, 부채도 됐다가…부정칼 같기도 하고, 입칼 같기도하고…”

        ​

        형태가 모호했다.

        ​

        정확하게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었다.

        ​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말.

        ​

        그리고 이것은.

        ​

        “내꺼네.”

        ​

        “음?”

        ​

        딸랑 –

        ​

        정신이 흐르고 흘러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

        동시에 느껴지는 물 비린내.

        ​

        쏴아아 –

        ​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

        딸랑 –

        ​

        “집안에 뱀이 들어 버렸네.”

        ​

        작은 뱀도 아니었다.

        ​

        굵고 긴 뱀이 또아리를 틀고 바다를 보고 있었다.

        ​

        구렁이었다.

        ​

        “업구렁이 같기도하고…”

        ​

        창고의 쥐를 잡아먹는 구렁이.

        ​

        업구렁이는 집안에 부귀영화를 가져다준다고 알려져 있다.

        ​

        구렁이가 바다를 향해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

        딸랑 –

        ​

        머릿속으로 깃발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

        흰천과 나무로 만든 깃발.

        ​

        용왕의 몸을 상징하는 용왕기였다.

        ​

        그런데 이 깃발의 군데군데가 갉아 먹혀 있었다.

        ​

        쥐가 파먹은 듯이.

        ​

        “끄응…”

        ​

        그리고 바닷가 근처에서 보이는 파란 불.

        ​

        나는 한 번 더 방울을 흔드려다 그만두고 팔을 내렸다.

        ​

        “왜 그러는가?”

        ​

        “일단, 별일은 없을 것 같은데…”

        ​

        “그런데?”

        ​

        “이런 말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요즘 신령님이 좀 바쁘세요.”

        ​

        이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

        알루어드까지 말이다.

        ​

        “내년 쯤에 아이들이 많이 태어날 거예요.”

        ​

        “혹시…?”

        ​

        “제가 모시는 신령님이 그쪽 계통의 신이신데, 이것 때문에 요즘 좀 바쁘신 모양이라…”

        ​

        알루어드는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

        ​

        “도대체 크리스님께서 모시는 신이 어떤 분이시길래…?”

        ​

        “다음에 알려줄게.”

        ​

        “하무!”

        ​

        “할머니의 형상을 하고 계신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

        루나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

        마치, 알루어드에게 설명하듯이.

        ​

        “하무, 루나. 아우으…!”

        ​

        “맞아, 맞아. 루나도 할머니가 점지해 주셨지?”

        ​

        “꺄륵.”

        ​

        알루어드가 입을 떠억 벌리고 나와 루나를 번갈아 보았다.

        ​

        “루나님께선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는 겁니까?”

        ​

        “원래 아기들은 처음엔 이런 것도 기억해.”

        ​

        클로셀 영감의 흥미로운 감탄사와 알루어드의 경악.

        ​

        “호오…”

        ​

        “저희는 왜 그걸 몰랐던 거죠?”

        ​

        “물어보지를 않으니까 말을 안 하는 거지.”

        ​

        아기들에게는 신비한구석이 있다.

        ​

        민간에 전해지는 것은 엄마 배에서 나올 때 문을 열고 나왔냐, 닫고 나왔냐 하는 것.

        ​

        열고 나왔다고 하면 다음 아이가 생긴다는 속설도 있다.

        ​

        성녀로 태어난 루나가 다른 아이들보다 영특한 것도 당연한 일.

       

       유난히 잘 기억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

        “어쨌든 신령님이 조금 바쁘셔서 공수가 희미하네요.”

        ​

        “그,그렇군.”

        ​

        “자네는 알 수록 신비한 사람일세.”

        ​

        말이 끊긴 루나가 불만이 있는 듯 옹알이를 시작했다.

        ​

        “아우으! 아우!”

        ​

        “루,루나님! 죄송합니다!”

        ​

        “조!”

        ​

        “말씀하십시오.”

        ​

        “까!”

        ​

        “….??”

        ​

        알루어드를 향해 손을 내미는 루나.

        ​

        그런데 어째 억양이 오묘했다.

        ​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루나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

        “조! 까!”

        ​

        “루나니이이임!”

        ​

        루나를 키우다 싶이 하는 나는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

        이게 이렇게 이어질지 몰랐으니까.

        ​

        “과, 과자 달라는 거야.”

        ​

        피식 –

        ​

        순간, 입에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

        “하무?”

        ​

        루나의 말대로 이건 내 웃음이 아니었다.

        ​

        기분 좋은 할머니의 웃음이었지.

        ​

        이윽고, 내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

        “금방 클것이다. 보듬고 다니거라.”

        ​

        “….크리스님?”

        ​

        “시작되었군.”

        ​

        손이 부드럽게 루나의 등을 쓰다듬었다.

        ​

        아주 노련한 동작으로.

        ​

        이번에는 입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촉이 왔다.

        ​

        지금바로 출발하면 될 것이라는 촉이.

        ​

        “지금가야 편하겠네.”

        ​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 않았는가?”

        ​

        그런 줄 알았다.

        ​

        음기가 너무 강했으니까.

        ​

        하지만 나에게 해가 될 일이 아니었다.

        ​

        “짐만 챙겨서 바로 떠나시죠. 지금가야 편하게 가요.”

       

       이렇게 바로 떠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쩌겠는가.

       

       바로 안가면 또 손님들이 들이닥칠텐데.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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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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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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