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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레온 님? 괜찮으십니까?”

       “아, 네. 괜찮습니다. 잠시 저 녀석이 말한 명령의 내용이 뭐였을까 생각을 해 보느라.”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뭔가 충격을 받으신 표정을 하시길래, 무슨 문제라도 생긴 줄 알고….”

       

       나는 일단 얼버무린 뒤, 이제는 완전히 숨을 거둔 우두머리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포로로 잡은 시프 길드원들 중에 살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용병 길드 간부였던 게콘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히려 전 길드장님이 충격 받으신 건 아닐지 걱정되는데요. 믿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시프 길드의 첩자였던 거잖아요.”

       

       길드장은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게콘을 바라보았다. 

       

       “전 괜찮습니다. 오히려 다른 간부들에게 미안할 따름이지요. 제가 무작정 모두를 신뢰한다고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첩자를 잡아내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몇 년 동안이나 다른 길드원들도 전부 속여 온 치밀한 놈이니 어쩔 수 없었던 거죠. 너무 자책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허허, 제가 도리어 레온 님에게 위로를 받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길드장은 나와 실비아, 그리고 아르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다시 한번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도난 당한 돈과 성유물 조각을 전부 되찾고 내부의 첩자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뭘요. 저야 계약서에 적힌 대로 이행한 것뿐인데요.”

       “맞아요. 자꾸 그렇게 인사 하시면 부담스러워요.”

       “쀼우.”

       

       실비아와 아르도 쑥스러운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길드장은 몸을 일으킨 뒤 미소를 지었다. 

       

       “허허. 계약서대로라…. 그렇다면 저희도 계약서에 적힌 대로 보수를 지급해 드려야겠지요. 길드장실로 안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했던 길드장실로 다시 들어가 의자에 앉아 기다렸고.

       

       길드장은 금고에서 돈을 꺼내 우리 앞의 테이블에 놓았다. 

       

       형식적으로라도 액수를 확인해 보려고 돈주머니를 집어 든 나는, 주머니를 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게 뭐예요?”

       

       들어 있는 돈의 액수 자체는 계약서에 써 있던 그대로였다. 

       

       훔쳐 간 범인을 잡았을 경우 5골드.

       도둑 맞은 돈을 되찾았을 경우 액수에 따라 5골드까지(전액 회수 시 5골드).

       성유물 조각을 되찾았을 경우 20골드.

       

       총합 30골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전 재산에 거의 맞먹는 금액을 이번 사건을 해결한 것 하나로 벌게 된 것이었다. 

       

       ‘성유물 조각이라는 게 그만큼 단순히 돈으로는 계산하기 힘들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

       

       성속성의 아티팩트 제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국의 황실에서 공인한 아티팩트 제작자만이 성유물 조각의 힘을 가지고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황실에서는 그런 공인 아티팩트 제작자에게 아티팩트를 만들게 하기 위해서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성유물 조각을 공개적으로 매입한다. 

       

       ‘물론, 값을 대폭 후려쳐서 말이지.’

       

       만약 공인되지 않은 제작자가 임의로 성속성 아티팩트를 만들었다가 발각될 경우, 제작자는 엄벌에 처해진다. 

       

       성유물 조각을 만약 누군가 발견해서 합법적인 루트로 팔고 싶다면 황실에다 파는 방법밖에는 없는 셈이기 때문에 황실 측에서 가격을 후려치더라도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걸 알고서도 황실에 넙죽넙죽 갖다 바치기만 할 리가 없지.’

       

       사실 후려친다고 해도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꽤 큰돈이기 때문에 실제로 우연히 성유물 조각을 발견한 일반인들은 황실에 파는 경우가 꽤 됐다.

       

       그러나 성유물 조각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고, 그 가치만큼 가격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

       

       성유물 조각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는 불법이라고 할 수 없었으므로, 잘 가지고 있다가 불법으로 활동하는 아티팩트 제작자를 수소문해 그에게 팔거나, 혹은 수수료를 좀 떼이더라도 황실에 파는 것보단 낫다는 마인드로 브로커에게 팔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성유물 조각을 아티팩트 만드는 데 쓰는 게 아니라 무기에 성속성 인챈트를 부여하는 데에 써 버리는 거지. 성속성 인챈트가 부여된 무기는 마물을 잡는 데에 탁월한 성능을 보여 주니까.’

       

       인챈트는 성유물 조각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걸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황실의 감시 대상이 아니다. 

       

       물론 성유물 조각을 사용한 인챈트는 반영구적이고, 다른 방법들은 그렇지 않지만 누구도 24시간 감시하면서 인챈트를 갱신하는지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잡지 않는다고 봐야 했다.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성유물 조각은 현재 수요 및 공급 현황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일 때도 있어.’

       

       그렇기에, 도난 당한 성유물 조각을 찾아 주고 30골드를 받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돈주머니 안에 30골드뿐 아니라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보석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블루 사파이어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보석이냐고 물어 본 게 아니라….”

       

       길드장은 미소를 짓더니 길드장실 한쪽에 놓여 있는 석상을 가리켰다. 

       그 석상의 손바닥 위, 뭔가 있어야 될 것 같은 자리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약서를 쓸 때, 레온 님의 사역마가 석상을 계속 힐끔힐끔 보더군요. 아무래도 예쁜 보석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는데, 이번 일이 너무나도 좋게 잘 마무리되고 나니 그 생각이 나서 드리려고 함께 챙겨 두었습니다.”

       “아르가 이걸…?”

       

       나는 무릎에 앉아 있는 아르를 내려다보았다. 

       

       “쀼, 쀼우.”

       

       아르는 나를 마주 올려다보더니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대략 ‘아르는 그냥 구경만 해써! 달라는 뜻은 아니어써!’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길드장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이걸 그냥 주시면…. 이렇게 잘 세공된 블루 사파이어면 이것만 해도 이삼십 골드는 나갈 텐데….”

       

       이 정도면 거의 의뢰비를 두 배 가까이 쳐 주는 셈이 아닌가. 

       

       하지만 길드장은 이미 생각을 굳힌 모양이었다. 

       

       “단순히 일이 잘 풀려서 드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레온 님, 실비아 님, 그리고 아르가 저희 길드에 온 이후로,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열심히 수련장에서 수련을 하는 레온 님을 보면서 본받아야겠다며 수련장 이용률이 늘었고, 이용 시간은 길지 않아도 꾸준히 아침에 수련을 하러 오시는 실비아 님을 보기 위해 게으르던 용병들이 일찍 일어나 길드의 자리를 채우기도 했지요.”

       

       길드장은 마지막으로 아르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레온 님이 데려오신 아르는 이미 용병들 사이에서 최고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허구한 날 시비를 걸고 다니던 용병들도 아르 앞에서 험한 모습 보이면 안 된다고 자제를 하고, 어쩌다 딸이 아르를 보고 아르랑 똑같이 생긴 인형 하나만 사 달라고 졸라서 갑자기 길드 탁상에서 바느질을 하기도 하더군요. 물론 직접 만든 게 하나도 안 비슷해서 결국 인형 만드는 가게에 의뢰했다고 하덥니다만….”

       

       길드장이 그런 얘기를 하는 동안, 아르는 내가 손에 들고 있는 블루 사파이어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보석은 원래 약속된 보수가 아니었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괜히 눈치를 보며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어쨌든, 세 분 모두 그간 저희 길드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주셨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진 건 물론이거니와, 용병들도 성실해졌고, 상주 용병 계약 건도 많아졌지요. 더불어 의뢰 완수율, 회전율이 높아지고 미수주 만료 의뢰는 훨씬 적어졌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 길드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고요. 정말 감사해서 뭐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명분도 없이 돈이나 귀중품을 드리기에는 또 문제가 있어서…. 지금이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부디 받아 주십시오.”

       “허허….”

       

       길드장의 받아 달라는 말에 아르의 귀가 쫑긋했다. 

       

       일부러 티는 내지 않고 있지만, 내가 블루 사파이어를 거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애 타는 속마음을 대변하듯 꼬리 끝이 좌우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덥썩 받고 싶지만….’

       

       나는 길드장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희는 곧 캐머해릴을 떠나야 합니다. 여기서 계속 활동할 것도 아닌데 그런 걸 받기는 조금….”

       “그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만약 떠날 계획이 없으셨다면 애초에 저희의 상주 용병 계약을 받아들이셨겠지요. 조건이 워낙 좋았으니까요.”

       “…그건 그렇죠.”

       

       길드 측에서 제안했던 계약 조건은 밖으로 새어나가기만 해도 큰 화젯거리가 될 만큼 좋았으니….

       

       “이건 앞으로의 일을 기대하고 드리는 게 아닙니다. 당장 내일 캐머해릴을 떠나신다고 해도 제 결정은 바뀌지 않을 테니 마음 쓰지 마시고 받아 주십시오.”

       “후우….”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들고 있던 사파이어를 아르에게 주었다. 

       

       “쀼우…!”

       

       아르의 표정이 확 밝아지며, 내가 준 보석을 두 손으로 꼬옥 잡았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받겠습니다. 그럼….”

       “정말 감사했습니다. 레온 님, 실비아 님. 그리고 아르 님.”

       “쀼우!”

       

       우리는 길드장의 배웅을 받으며 길드를 나왔다. 

       

       실비아는 보석을 받고 좋아하는 아르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그런데 아까 캐머해릴을 곧 떠날 거라고 하신 건 뭐예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좀 더 머무를 거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그건.”

       

       내가 잠시 말을 멈추자 실비아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듯 내 눈을 바라보았다.

       

       “레온 씨. 무슨 일이 있군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실비아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저, 쫓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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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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