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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이를 악물어야 결실을 얻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떡고물이 입으로 쏙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얘는 그냥 운이 좋음.

       운이 좋은 사람을 보고 있으면 시기질투뱀심을 느끼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에리스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뭐요?!”

         

       집무실에서 갤질을 하던 그녀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왜… 왜 일이 그렇게 되는 건데요오옷!”

         

       주딱과 처음부터 옆에 있었던 파딱?

       에리스.

         

       마법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

       에리스.

         

       주딱과 친해지기 위해 빌드업을 천천히 쌓아올려 결실을 맺으려 한 사람?

       에리스.

         

       주딱이 이번에 갤러리와 관련된 마법을 실험하는 곳?

       아르델.

         

       그 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세렌디아.

         

       “왜… 일이 이렇게 꼬이는 건데요!”

         

       그녀가 머리를 헝클었다.

       여태까지 쌓아온 빌드업의 결실이 이제 보이려고 했는데.

       여기에서 넌지시 엘란은 어떠냐. 뭐든 최대한 해줄 수 있다. 고 얘기한 뒤에.

       조용히 엘란에 오면 주딱과 얘기를 해서 상부상조 한 뒤, 작은 파벌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 모든 계획은 먼저 채간 숭냥이 하나에게 무너졌다.

         

       “심지어 뭐라 할 수도 없잖아요…!”

         

       아르델 같은 곳에서 할 바엔 엘란으로 와서 해요~

       라고 얘기하면 남의 일에 훼방이나 놓는 나쁜 사람처럼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설령 엘란에서 일을 하자고 얘기한다 해도 주딱을 설득할 힘이 없었다.

       세렌디아가 말한 조건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내세워야 하지만.

       에리스는 갤러리에서 식물이나 좋아하는 틀딱 엘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그에 반해 세렌디아는 아르델의 여왕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활동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에서 이미 세렌디아가 더욱 우수한 힘을 가졌다.

         

       “그렇다고… 제가 여왕이라고 하면….”

         

       미쳤냐고 하겠지.

       믿어준다 하더라도 제안을 받아들일 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바뀌면 갤질도 예전 같지 않을 건 뻔했다.

       처음부터 여왕임을 밝히는 것과.

       숨기고 있다가 밝히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

         

       여왕임을 밝히면 많은 걸 잃고 얻는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주딱과 접근할 기회를 아르델에 빼앗긴다.

         

       외통수.

       지독할 정도로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 에리스가 지쳐서 책상에 엎드렸다.

         

       “왜… 냐고요….”

         

       왜 그렇게 쉽게 아르델을 고른건가요.

       조금이라도 고민해볼 수 있잖아요.

       중얼거리던 에리스가 죽은 눈으로 채팅창을 응시했다.

         

       가슴 크고 예쁘고 말도 잘 통하고… 어려서…?

       하지만 저도 가슴 크고… 몸매 괜찮고 엘프답게 예쁘고. 아직 늙지 않았다고요….

       지금 인증해서 주딱에게 보여준다면…!

         

       그런다고 달라질까? 달라지지 않는다.

       엘란도 좋은 곳이지만, 아르델이 선택된 건 바뀌지 않는다.

       여태까지 쌓아온 계획을 홀랑 먹어버린 사람은 세렌디아다.

       세렌디아에게 남자(주딱)를 빼앗겼다.

       자연적으로 검은색 피부를 타고난 세렌디아. 태닝 양아치에게 남자(주딱)를 빼앗겼다.

         

       에리스!

       모태솔로지만, 실연의 슬픔과 남자가 빼앗길 때의 고통을 알게 되다!

       그녀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역시… 다크엘프네요.”

         

       작게 중얼거린 에리스의 눈빛은 흉흉했다.

         

         

       ***

         

         

       베타테스트 지역으로 아르델을 선택한 주딱이었지만,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용사님.”

       “네. 주딱님.”

       “이번에 잘하면? 뭔가 말이 이상하긴 한데. 어쨌든 아르델에 갈 일이 생길수도 있거든요?”

         

       잘하면 아르델에 가다니.

       잘하면 교류가 거의 없는 지하도시에 끌려간다?

       뭔가 말하고도 섬뜩한 이야기였다.

         

       “아르델… 네.”

       “어떻게 할까요? 아르델에 가는 거 괜찮을까요?”

       “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그. 아르델의 여왕. 세렌디아가 내 목을 서걱 해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요.”

       “….”

       “아니. 리얼루다가. 무섭다니까요? 얘네 좀 이상한 애들이잖아.”

         

       아르델은 말 대신 칼이 먼저라는 말이 유명하기도 하고.

       세렌디아는 한 번 검을 내밀었다가 추잡하게 용서를 빌고 꼬리를 내리지 않았던가.

       그 앙심을 아직까지 품고 있다면 그런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거 위험하지 않나?

       걱정하는 주딱을 올려다보며, 용사가 확고한 대답을 내놓았다.

         

       “세렌디아 여왕이 공격하더라도 제가 무조건 지켜드리겠습니다.”

       “하긴 아르델에 가더라도 용사님이 항상 제 곁에서 지켜줄 거니까. 걱정 안 하고 있어요.”

       “…네.”

       “용사님이 계속 쭉 함께 있어주면 무서울 거 없죠.”

         

       주딱이 당연하다는 듯이 웃음을 보이자, 용사는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계속. 쭉. 함께. 그런 단어들을 사용하고 나서, 웃어주는 건 반칙 아닌가.

       카이라가 동요하는 심장을 가라앉히는 동안, 주딱이 중얼거렸다.

         

       “뭐… 일단 일이 잘 되어야 하는 건데.”

         

       일이 잘되기가 쉬워보이진 않았다.

       마법 공학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마법과 공학이 합쳐진 기술이니, 두 배 이상으로 어렵다.

       거기에 여태까지 없던 물건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쉬울 리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첫 술에 배부르긴 어렵지.

       첫 술에 배부르게 먹다간 배가 터지는 거 아냐?

         

       ‘실제로 터지기 직전이긴 한데….’

         

       주딱은 연구소에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던 돌프의 안색.

       점점 푸석푸석해지고. 씻지 않은 티가 심해지며, 나중가면 어디 구석에 기절해있었다.

       그러다가 야광 고양이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는 얘기를 했을 땐, 허공을 보며 웃고있더라.

         

       “음. 완성했으려나. 용사님 생각은 어때요?’

       “…현실적으로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죠?”

         

       하긴, 누가 보더라도 쉽지 않을 거라 말하지 않을까.

       마법 공학 기술자를 더 채용하고 싶어도 대륙에서 드문 존재라, 협업할 사람도 없고.

       돌프 아저씨는 점점 폐인이 되어가는 아주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지.

       돌프 아저씨의 상태가 어떻던, 오늘 연구소에 가서 갈구고, 멋진 미래를 속삭이고, 여왕님에겐 흠… 잘 안됐네요. 라고 변명해야 하는 걸.

         

       주딱이 마법 공학 연구소에 다다랐을 때, 입구 근처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가득이었다.

         

       “뭐임?”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밀자, 인파에 둘러싸인 돌프가 보였다.

         

       “마법 공학 로봇이란다!”

       “와아아아아아아앙!”

       “저도 만들어주세요!!!!!”

       “끼야아아앗호우우 내 발차기를 받아라!”

       “크아아악….”

       “로봇 발차기 너무 강해에엣….”

       “크흐윽… 내게도 마법 공학 로봇이 있었더라면….”

       “돌프 아저씨! 저는 주먹 발사되게 해주세요!”

       “그럼 그럼. 기다리거라.”

         

       뭐야.

       아주 열심히 마법 공학 로봇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동네 어린애들한테 근사한 마법 공학 로봇을 뚝딱 뚝딱 만들면서 선물했다.

         

       돌프의 행동은 깔끔했다.

       마법으로 부품의 모양을 잡고 간단한 마나 회로를 깔아 명령을 수행한다.

       그야말로 마법 공학의 정수가 이 자그마한 로봇에 담겨 있었다.

       이렇게 마법 공학 로봇을 만들어서 군대를 만들면 대륙 정복을….

       하려는 건 아닐 테고. 도대체 뭐야.

         

       “아니, 돌프 아저씨. 뭐 해요?”

       “아아. 모르는 건가. 이건 애들과 놀아주기라는 것이다.”

       “시발 그걸 내가 모르겠냐고. 그러니까 선생님. 왜 여기서 이러고 계시는데요.”

         

       그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돌프는 묵묵히 로봇을 만들었다.

         

       “할 일이 없으면 도와주게.”

       “이걸 부려먹네.”

       “간간히 시간이 남을 때. 혹은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애들에게 만들어줬더니 소문이 나더군.”

       “그런 거군요. 여왕님께 보고를.”

       “아. 이건 여왕님도 아신다네. 아이들과 놀아준다며 좋아하시더군.”

       “엣.”

         

       여왕님도 알고 있다니. 맙소사.

       이런 연구소의 부품 횡령을 허락했단 말인가.

       근데 이거 소문 너무 많이 퍼진 거 아냐?

       얼마나 만들어댔는지. 온 동네가 다 아는 것 같다.

       온 동네 꼬마들이 다 모여서 기다란 줄을 만들었다.

       아니, 돌프 아저씨 감시 임무 맡은 아티프 기사님도 줄에 섰네.

         

       “허허… 우리 애가 이걸 좋아해서 말일세.”

       “직무유기로 여왕님께 보고합니다.”

       “그러지 말아주시오. 여왕님에게 찍히면… 큭… 나는 직장을 잃고 가족들과 길거리에 나앉겠지….”

       “…에효.”

         

       돌프 아저씨랑 놀다보니 기사님들도 옮았나.

       되게 뻔뻔한 자세로 기어코 마법 공학 로봇을 얻어내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만히 호위하던 용사님도 쪼그려 앉아, 부품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용사님은 왜….”

       “조립 과정이 재밌어 보입니다.”

       “재미가 없진 않죠.”

         

       재미있다. 즐겁다. 근데 이거 뭐하는 거지.

       연구소 앞에서 마법 공학 로봇을 만들다니.

       이건 한 마디 해야 하지 않을까.

       연구소를 관리하는 담당으로서 밥값은 해야 되지 않나.

       근데 마법 로봇 이거 멋있긴 한데….

       주딱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돌프 아저씨. 저는 손에서 화염 나오게 해줘요.”

       “크으. 뭔가 아는 군.”

       “남자의 로망이죠.”

         

       손에서 불 나오는 로봇은 못 참지.

       마법 공학 복지. 로봇 조립은 긴 줄이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온 동네의 꼬마 애들이 손에 마법 공학 로봇을 쥐고 패싸움 하는 걸 보아하니, 꽤나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애들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노동은 힘들었다.

         

       “와 진짜 중노동이네.”

       “그래서 마법 공학과가 인기가 없었지.”

       “아.”

       “어떻게 이런 학문이 있지?”

       “그래서 이젠 없다네.”

       “아….”

         

       힘들고. 어렵고. 결과물은 안 좋고.

       이렇게 거지같은 학문이 있다니.

       당연히 사라질만하네.

         

       시끌벅적하던 인파들이 사라지고 뒷정리를 끝낸 뒤, 주딱 일행은 연구소 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참아왔던 물음을 던졌다.

         

       “돌프 아저씨 근데 할 일은 다 했어요?”

       “드디어 끝냈다네. 시제품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

       “두 개는요?”

       “그건 차라리 나를 죽여줬으면 하네.”

       “아직 본전도 못 뽑았는데 죽이는 건 안 되지.”

       “….”

         

       어딜 혼자 도망치려고.

       주딱이 돌프의 안내를 따라 이동한 곳엔 마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유리 진열장이 있었다.

       그 안엔 주딱이 잘 아는 형태의 물건이보관된 상태였다.

         

       “이건….”

         

       완벽한 스마트폰의 형태 아닌가?

       주딱은 진열장의 문고리를 붙잡았다.

         

       “꺼내 봐도 되죠?”

       “꺼내보게.”

         

       천천히 진열장을 열고, 스마트폰을 집었다.

       원래 이름은 갤러리 접속기라 지었지만, 알 바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스마트폰인 것을.

       손에서 익숙한 느낌이 완벽한 스마트폰이었다.

       원래 있어야 할 것이 손에 들어온 것처럼. 안정적인 맛이다.

       무게와 그립감. 그리고 한 손으로 들면 새끼손가락을 혹사하는 느낌까지.

       완벽하게 구현됐음을 확인하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캬. 이거지. 제가 생각한 대로 됐네요.”

       “그래도 아직 불완전하다네.”

       “하긴 지어야할 게 많다고 했었죠.”

       “이 물건 하나를 사용하려면 많은 게 필요하니 말일세.”

         

       돌프 아저씨가 내민 리스트를 확인했다.

       마나 배터리, 마법 공학 갤러리 접속기(스마트폰) 생산 공장

       마나 생산 공장, 마나 공급 회로.

       베타테스터 모집.

       간단해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리스트였다.

         

       “마나 배터리랑 스마트폰 생산 공장. 이거… 돈이 충분하려나 모르겠네요.”

       “더 투자를 받아야 한다네.”

       “여왕님한테 졸라보려고요. 마나 생산 공장하고 마나 공급회로… 이건 애매한데.”

       “마나석을 공급해서 태우는 형식으로 하면 된다네.”

       “와 이것도 돈이 깨지겠네.”

       “그렇지 지출이 많다네.”

       “음….”

         

       그래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주딱은 일단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챙겼다.

         

       “여왕님께 보고할게요. 아. 혹시나 이거 잃어버리면 문제돼요?”

       “이미 설계도는 따로 보관해뒀다네.”

       “아 그럼 오케이.”

         

       혹시 부서질까봐 걱정하진 않아도 되겠네.

       주딱은 가벼운 마음으로 여왕의 집무실로 향했다.

         

       “여왕님.”

         

       노크 따위는 없다.

       평소처럼 열었지만 어째선지 오늘의 집무실은 아무도 없어 조용했다.

         

       “어디 가셨지.”

         

       어디 잠시 외출하셨나.

       그럼 여기에 두고… 메모를 남기면 되겠네.

       주딱은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남는 종이에 글을 적었다.

         

       「마법 공학 연구소의 결과물」

       「여왕님에게 가장 어울리는 물건이라 생각해서 제일 처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갤러리에 접속하지 못하는 여왕님에게. 가장 어울리는 물건이니까.

       그렇게 책상 위에 올려두고 집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여왕…님?”

       “아. 주딱. 좋은 아침이에요.”

       “…?”

         

       처음으로 다크서클이 심한 얼굴의 베아트리스를 맞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비군 가기전에 90% 완성하고
    예비군 다녀와서 퇴고하고 올려야지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깐 눈붙이니 지금이네요
    예비군이 밉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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