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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다크 존의 미션 시스템은 여타 게임들에 비하면 말 그대로 극강의 자유도를 자랑하였다.

        

        특히나 이는 지난 번 유진의 웨스트포인트 침투 미션 – 매우 어려움을 통해 구체화되었는데, 요컨대 미션들은 자신들이 직접 침투 지점과 동선, 기본적인 작전 수립을 포함한 여러가지가 가능했다.

        

        물론 실제로는 이러한 점이 유저들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기에, 모든 미션은 기본적인 스토리적 틀이 잡혀있었다. 가령 구해야 하는 인물은 반드시 구해야만 했고, 폭파해야만 하는 목표물은 폭파하는 등.

        

        이는 유진과 하모니가 현재 플레이 중이었던 아르테미스 침입 작전 역시도 그러했다 –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현 미션과 같은 경우에는 정보 누출을 막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실패하고, EMP의 발동이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말하면, 그러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미션의 흐름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선택 : 추가적인 아르테미스 데이터 추출.]

        

        

        

        본래라면 EMP가 발동된 직후 도망쳐야만 할 두 플레이어들에게 떠오르는 그것 – 이렇게 돌발적으로 팝업되는 작은 미션들은 숨겨진 트리거이자 미션 클리어 랭크를 올리는 주요한 방법이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언제나 그렇듯 유진의 택티컬-핸디드 스파이크 해머 때문이었다.

        

        

        

       <gqgjwgaaa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여기서 탈출하란 목표 말고 다른 게 뜨는 건 또 첨보네 ㅋㅋㅋㅋㅋㅋ

        

       “천 원 후원 감사합니, 어으.”

        

        

        

       ───콰직!

        

        

        

       -ㅗㅜ 여기 도네리액션 좀 혜자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원 후원하면 1킬임?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제발 앵간히 하십쇼!!!!!

       -이러니까 챗창에 분탕이 없지ㅋㅋ

       -저저 총으로 해도 되는데 일부러 돈까쓰망치쓰는거봐 악질이야아줔ㅋㅋ

        

        

        

        소규모 침투 및 수많은 서버들로 대표되는 데이터 서버가 특징인 아르테미스 미션들은 대부분 기존에는 겪을 수 없었던 극심한 근접전을 요구하였고, 이는 목표 달성 전에 서버에 총질을 하면 손상 누적을 통해 미션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단 점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그리하여 해당 미션에 매우 어려움이 걸린 날이면, 많은 유저들은 기본적으로 데저트 이글을 위시한 고위력, 대구경 권총들을 통해 최소한의 탄으로 적을 한 방에 사살하는 보조무기를 들고 다니곤 했다.

        

        물론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한다면, 더 많은 힘이 없는지를 의심해보라는 농담에 가까운 말은 가끔 진짜로 통용될 때가 있었다.

        

        확실한 건, 하모니가 그 목격자이자 증인이었다.

        

        

        

       “…선생님이 자꾸 그럴 때마다 저 엄청 무서운 거 알아요?”

        

       “흐흥.”

        

        

        

        폴리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설명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형태로 함몰된 적의 시체를 한 번 보고, 그 다음 눈을 도로록 굴려 유진을 쳐다본다.

        

        하모니를 제외하면 그 아무도 모르는 사실 – 저 아바타는 사실 기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실제 신체를 그대로 아바타로 꼬라박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유진은 현재 ‘난 현실에서도 이런 짓을 할 수 있다’고 모두에게 대놓고 광고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러니 어떻게 무섭지 않을 수가 있을까.

        

        

        서버룸을 종횡무진 누비며 가까이 있는 적들은 깨부수고, 좀 멀리 있다 싶은 이들은 MK18을 통해 납탄에 꿰어버리는 유진. 그녀는 훌륭한 어그로꾼이었고, 그럼으로서 하모니가 운신할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정면의 십자 교차로. 그곳을 빠르게 전진 중이었던 UGV 한 대가 엄폐 중인 하모니의 시야에 걸린다. 기이한 부유감과 함께 펄스가 사방을 훑었다. 표시된 약점을 도트사이트의 레티클이 덮는다.

        

        몇 그램밖에 되지 않는 방아쇠 위, 하모니의 얇고 긴 손가락이 올라갔다.

        

        

        

       ───드르르르륵!

        

        

        

        불꽃과 파편이 공중으로 튀어오른다.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 노리쇠가 몇 번이고 후퇴하며 십수 발의 5.56mm 탄환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내부에 심어진 텅스텐 탄심은 적중한 지점이 얼마나 단단하든 간에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UGV의 동체 부분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격. 고작해야 1초가 조금 넘었을까, 31발의 탄환이 위치를 까다롭게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에 명중하였다.

        

        행동 보정에 몸을 맡긴 하모니가 자연스럽게 파우치에서 탄창을 꺼내 삽입하고 장전손잡이를 당기는 사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망에 노출된 무인기는 고철덩어리로 되돌아갔다.

        

        

        

       -[알림 : 아르테미스 데이터센터 접속 노드 확인. 네트워크 동기화 중. 데이터 송출 완료까지 7분 32초.]

       

        

        

       -오우 나이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 장전하다가 탄창 떨구던 양반이 드디어 사람이 됐어…압도적 감격…!

       -무인기에 연발갈기는건 국룰이지 ㅋㅋ

       -어우 시원해ㅋㅋ이게닼존이지

       -군필여고생 하모니슨배임 따발갈기지않슴다!!!!!!!!!!!!

        

        

        

        일종의 무아지경.

        

        교전은 무지막지한 집중력을 요구하였고, 그것이 느슨하거나 타이트해질 때마다 체감 시간 역시도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줄어들길 반복하였다.

        

        적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서버실의 구조적 복잡성으로 인해 많은 지원군들이 한 번에 돌입할 수 없었단 건 호재였으나 이는 반대로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소리였다.

        

        돌발 미션의 난이도가 어려운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그러나.

        

        

        

       ───콰아앙!

        

        

        

       “우와아악!”

        

        

        

        펑.

        

        그리고 촤아악.

        

        막 다시 펄스를 사용한 하모니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무인기 한 대를 간신히 해킹한 순간, 투투퉁 하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궤도가 위로 비틀린 유탄 세 발이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

        

        몸을 뒤흔드는 폭발에 이어,

        

        

        

       “선생니임! 천장에서 물이 새요───!!!!”

        

       “도대체 뭘 하신 거예요?”

        

       “저도 억울하거든요!”

        

        

        

        콘크리트 깊숙한 곳에 묻혀져있었으나, 세 발에 달하는 이중목적고폭탄이 연달아 벽으로 날아감에 따라 천장의 냉각수 파이프가 균열이 생겨 –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서버실 안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현대의 방위산업과 재료공학, 건축공학이 동시에 맞붙은 결과는 참담한 형태로 이어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몇 단계나 진보되어 단 한 발로 십수 센티미터 이상의 철갑을 관통 가능한 유탄은 콘크리트를 박살내기에 충분했다.

        

        천장의 사이렌이 깜빡이며 모든 제반 상황이 어긋남을 알리고 있었다.

        

        

        

       -[경고. 누수 발생. 경고. 누수 발생. 예비 동력 차단으로 급수 방지 시스템의 차단 불가능. 서버 동작 불능까지 3분 22초. 완전 침수까지 10분 52초.]

        

       -[알림 : 데이터 송출 완료까지 56초.]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장하다! 하모니! 또일냈다!

       -서버실침수는 ㅆㅂ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감히 미래를 예측하려 했던 제가 모자란 놈이었습니다!!

       -이딴상황은 왜구현해놨는데 이카루스 또라이새기들아 ㅋㅋㅋㅋㅋㅋ

        

        

        

       “우와악! 바닥에 물 고이고 있어요! 여기 계속 남아있어야해요, 저희!?”

        

       “네트워크 동기화가 된 상태이니 서버가 망가지기 전까지 데이터는 저절로 빠질 거예요. 퇴각 루트랑 천장에 매설된 파이프 위치만 확보해봐요.”

        

       “아, 네! 어디 보자, 나가는 최단 루트, 최단 루트…등강기 타고…됐어요!”

        

        

        

        바닥에 얕게 고이기 시작한 물을 밟고 빠르게 달려온 유진이 덧붙였다.

        

        데이터를 넘겨받은 그녀는 무시무시한 집중력으로 이카루스 기어를 만지작대더니, 이어 하모니가 컨트롤을 탈취한 아르테미스 UGV 한 대를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투퉁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덧문으로 발사된 유탄. 나가는 길을 봉쇄하는 게이트가 그 어느 것이라고 할 것 없이 전부 망가지자, 유진은 주변 CCTV에 접속하여 근처 적의 위치와 분포를 확인했다.

        

        

        

       “…지하는 일종의, 자유롭게 변형된 도넛 형태라고 보면 돼요. 가운데에는 주 승강기가 있지만 거긴 써먹기 어려울 거고…왔던 길을 되돌아간 다음, 급수 컨트롤 룸 방향의 샛길을 통해 건물 정문으로 빠져나가죠.”

        

       “저 적들은 다 어떻게 하구요?”

        

       “시원하게 어그로를 끌어봅시다.”

        

        

        

        기이잉.

        

        UGV에 달린, 아직도 스무 발이 넘게 남은 3연발 유탄발사기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유롭게 회전하였다.

        

        그것이 겨누는 것은 천장 – 그 너머에 매관된 수 미터 두께의 냉각수 파이프.

        

        유진은 드물게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는 입을 열었다.

        

        

        

       “물놀이할 준비는 되셨나요?”

        

        

        

       <크리스트마스알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진짜 미친련….

        

        

        

        투투퉁.

        

        섬광과 폭발이 명멸한 후, 물이 폭포와도 같은 기세로 몰아닥쳤다.

        

        온 세상을 전부 물바다로 만들 기세로 쏟아지는 물벼락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서버실을 뛰쳐나가는 사이에 보았던 그 도네이션을, 하모니는 앞으로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었다.

        

        

        

        

        

        

        

        

        

        

        

        

        

        

        

       “흐.”

        

        

        

        어느 프로게이머들의 스케줄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AP 솔로잉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강행군이었다. 시간이 정해지면 해당 방에 들어간 후, 보이는 모든 것을 쏴죽이고 나온다. 그 과정에서 내가 죽거나, 아니면 유일한 승리자가 되거나.

        

        AP 솔로잉만 하는 자신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SSM의 다른 이들은 솔로잉과 듀오, 스쿼드를 병행하는 이들이 대다수였고, 그들은 진정한 의미로의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다이스 – 그녀는 현재 SSM의 강의실에 같은 구단 소속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모여있었다.

        

        일종의 디브리핑 룸이었다. 자신의 플레이가 어떠했고, 잘한 점은 무엇이었으며, 못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동선은 어땠는지 등…그런 걸 총체적으로 논의하는 곳이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요즘 유진은 그야말로 입가에 오르내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이유는 많았다. 그녀가 SSM의 임시 코치로 들어왔기에. 또는 무지막지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기에.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건 다이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스크림 초반에 와일드카드를 대놓고 선언한 게 그녀였고, 더 나아가 유진을 SSM으로 임시로나마 데리고 온 것도 바로 그녀였으니.

        

        그래도 지금은 초반에 비해서는 그런 이야기가 적은───

        

        

        

       “유진 방송은 잘 안 보나보네? 지금 애들 다 난리인데.”

        

       “아, 피에레 코치님….”

        

        

        

        아니구나.

        

        아무튼 또 유진이었다. 또 기행각이라도 벌이고 있으려나. 생각해보니 지금은 딱 그녀가 방송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오늘 했던 경기들의 밀도가 높아 유달리 피곤했기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은근슬쩍 짤막한 화두를 던진 후 사라지는 코치를 뒤로 하고, 퐁퐁 샘솟기 시작하는 궁금증과 함께 트리키로 들어갔다. [하모니와다크존합방]이라는 단어…인데, 문제는 그 옆에 띄워진 인원이 무려 27000명 가량.

        

        심지어는 실시간 HOT 방송 목록에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참을 수 없는 궁금증과 함께 그것을 클릭해보았다.

        

        그러자,

        

        

        

       -[으아아아아아, 선생님! 내려줘요! 내려줘어─!]

        

       -[들고 뛰는 게 더 빨라요!]

        

       -[우와악, 뒤에서 해일이! 급수관이 몽땅 터졌대요!]

        

        

        

        분명히 아르테미스 사 지하로 보이는 건물…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지하에 물벼락이 내린 거지?

        

        UI 옆쪽의 블루프린트에는 EMP로 인해 급수 시스템이 손상되어 차단 기능이 망가지고, 그 상태에서 냉각수 파이프들을 몽땅 박살냈기에 지하시설이 통째로 침수되고 있다는 간략한 설명이 띄워져있긴 했었지만….

        

        

        

       “이게 뭔 미친 소리야, 이 양반들아….”

        

        

        

        아무래도, 내일 물어봐야만 할 게 더욱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진짜 정신나간 사람들 같으니라고.

        

        

        

       

        

        

        

        

        

        

        

        

        

        

       

       

       

       느닷없이 벌어진 후원경쟁에 보답하기 위한 뚠뚠이 유진을 드리겠습니당ㅎㅎ

       

       기엽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매번 이들은 레전드를 갱신해나가는 편입니다

    그나저나 시상에 갑자기 왜 후원경쟁이 들어오는 것이지….????

    보닌 지금 비축분도 없어서 연참도 못해!!!!

    자꾸 그렇게 부담주면 안대!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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