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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 ***

         

       “저…나으리. 낭인들이 찾아왔습니만?”

         

       “아, 감사합니다. 곧 나가보겠습니다.”

         

       점소이의 알림에 혁기린은 백건을 쓰며 의관을 정제했다.

         

       ‘사제..’

       

       옥룡신협 혁기린은 여일예와의 첫 만남을 그렸다.

       

       ‘독기와 증오로 가득 찬 눈을 하고 있었지.’

       

       그때부터 혁기린은 늘 여일예가 걱정되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세상 자체를 증오하기에 충분한 일을 겪었으니까. 혁기린은 최선을 다해서 여일예를 보듬었다. 그 나름의 결과였을까. 여일예는 그래도 혁기린의 말이라면 듣는 척이라도 하게 되었다.

       

       혁기린의 노력은 여일예가 세상 자체를 증오하는 일은 막아내었지만 낭인을 증오하는 것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혁기린은 늘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이번에도 사고를 치고 오면 정말로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구멍을 내주겠다고 벼르던 날. 여일예는 전혀 달라진 눈을 하고 돌아왔다.

       

       ‘진짜 원수를 갚고자 합니다.’

       

       혁기린은 여일예의 앞을 막아서기는 했으나 갈피를 잡지는 못했다. 낭인들을 증오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진짜 원수를 징죄하겠다 하는 여일예의 앞을 막아서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구천에 떠도는 가족의 원한을 모두 잊으라 말하며 점창에 붙잡아 주는 것이 과연 여일예를 위한 길인가.

       

       갈피를 잡지 못한 혁기린의 검은 깨달음으로 인해 강해진 여일예의 앞을 막지 못했다.

       

       혁기린은 도당을 향해 걸었다.

       

       도당 앞에는 순백의 장포를 걸치고 있는 여일예가 있었다.

       

       휴적(休籍).

       

       막여부를 데리고 점창에 도착한 여일예는 곧바로 휴적을 신청했다. 점창파란 후예를 모시는 도관. 점창파의 제자는 한명 한명이 모두 도사(道士)다. 점창파의 도적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써 정식 제자가 되는 것이다.

       

       도사란 본디 속세의 일은 모두 털어버리고 스스로의 도를 추구해야 하는 이들이지만 어찌 사람의 일이 끈처럼 딱딱 끊고 맺어질 수 있을까.

       

       도사라 하여도 인간이니 속세로 이어지는 끈이 남아 있는 법. 그렇기에 점창에서는 생애 한번 휴적을 신청할 수 있다.

       

       점창파 제자의 신분을 벗어던지고 속세의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기회.

       

       여일예는 10일간 치러질 휴적 의식을 치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대사형.”

       

       “…그래.”

       

       혁기린은 깨달음을 얻은 뒤의 여일예가 조금은 어색했다. 여일예는 늘 혁기린을 보면 날을 세웠고 대립했다. 혁기린은 여일예를 제어하는 역할을 도맡았으니까.

       

       혁기린에게는 늘 짜증과 분노에 가득 차 있던 여일예가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더 익숙했다.

       

       “대사형.”

       

       “으응?”

       

       “이 점창에 온 이래 대사형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세를 졌지요. 다른 사형제들도 저를 보듬어 주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절 보듬어 주었던 것이 대사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은공에게 깨달음을 얻기 전에도 말이지요.”

       

       여일예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혁기린은 여일예가 보내는 눈빛 속에 들어 있는 감사함과 애정에 숨을 삼켰다.

       

       “이 긴 미몽에서 깨어난 화두를 제공해 주신 것은 은공이었지만. 은인을 만나기까지 그 긴 미몽 속에서 저를 지탱해 준 것은 이 점창과 사형제들과…대사형이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혁기린은 여일예가 달라졌음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그저 스치듯이 문파에 들리고 나가기를 반복했기에, 진득하게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기에 지금까지 몰랐을 뿐.

       

       “원수들을 모두 참할 생각인 것이냐.”

       

       “원수들의 목은 받아낼 것입니다. 그들의 악행을 만천하에 밝히고. 식솔들의 원한을 풀어야지요. 다만 무고한 이들의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거운 주제가 끝나고 두 사람은 근황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여일예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점창이 돌아가는 사정을 몰랐고 혁기린은 여일예가 바깥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궁금했다.

       

       “이번에 창녕이가 폐관에 들었단다. 만궁시뢰를 완성하겠다고 벼르고 들어갔지.”

       

       “후후, 이번이 벌써 세 번째가 아닙니까?”

       

       “…기억하고 있었구나.”

       

       여일예 역시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 해 주었다.

       

       “제가 형귀산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아십니까? 독의님을 만났습니다.”

       

       “그 삼대명의라는 독의님을 말이냐?”

       

       “그렇지요. 그리고 우연히 은공 또한 만났습니다.”

       

       혁기린은 여일예와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혁기린이 여일예를 붙잡고 이야기를 시도한 적은 많았지만 여일예가 이토록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삼대신의 독의를 만난 일부터 우연히 호천안을 만난 일과 그 뒤로 벌어진 일들까지.

       

       모두 다 혁기린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을 뿐이었다.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군요.”

       

       “그렇구나.”

       

       어느새 시간이 지나갔을까. 여일예의 이야기에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있었던 혁기린은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그런 혁기린을 보며 슬쩍 미소 지은 여일예는 다시 표정을 지웠다.

       

       “그럼 대사형. 강녕하시기를.”

       

       “…다시 돌아오기를 빌겠다.”

       

       휴적 기간동안은 여일예와 점창파의 인연은 단절된다. 휴적이 끝나고 다시 여일예의 이름이 도적에 오르기까지 여일예와 혁기린은 사형제지간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휴적 의식은 점창파의 울타리 바깥의 작은 도관에서 이루어지며 그 의복도 점창파의 도복이 아니다. 다시 점창파의 본관에서 제례를 올리기까지 철저히 남인 것이다.

       

       작은 도관의 문이 닫혔다. 그 모습을 응시하던 혁기린은 점창파의 사문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사천성에 산적이 나타났다.’

       

       여일예와 대화하며 확실해졌다. 여일예는 원수의 구체적인 이름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이라는 것은 숨기지 않았다. 하기사 15년전의 여가산장도 막대한 부를 쌓은 산장이었다. 그런 산장을 집어 삼킨 자들이다. 애초에 약자일 리가 없었다.

       

       여가 산장의 재물을 발판으로 더 성장했으면 성장했겠지.

       

       ‘이건 여일예를 노린 경고겠지.’

       

       혁기린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산채를 몰살시킨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채주 하나를 붙잡은 일에 산채가 넷이나 나섰다. 누군가의 입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혁기린의 머릿속에서는 의혹이 아닌 확신이 깃들었다.

       

       혁기린은 권력자의 행태에 자세한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오늘 여일예와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혁기린은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여일예는 차분했으며 잘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저 증오와 분노에 악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일예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사형제들이 어디까지 무공을 익혔는지 누가 폐관을 몇 번 진행했는지. 혁기린이 어떤 마음을 품고 여일예의 앞을 막아섰는지.

       

       그저 사람 한 명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여가산장의 혈사가 여일예의 모든 부분을 집어삼켰을 뿐이었다.

       

       ‘용서 못해.’

       

       혁기린은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다스리며 생각했다. 여가산장의 식솔을 몰살하고 재물을 집어 삼킨 것으로도 부족했는가. 여일예를 흔들기 위해서 무고한 자들의 재물을 빼앗고 인질로 삼는 방식은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여일예의 복수는 여일예의 것이었다. 휴적이 진행되는 이상 혁기린은 더 이상 여일예의 대사형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 복수에 함께할 수 없으며 함께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천성에 몰려든 산적들을 징치하는 일은 여일예와 관련 없이 없어도 충분히 나설 수 있는 일이었다. 무고한 자들을 괴롭히고 수탈하는 산적들을 단죄하는 것은 점창의 제자로써 응당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정남산에 산적들이 자리 잡은 일을…해결해야 해!’

       

       그렇게 결의를 굳히며 혁기린은 객잔을 나섰다.

       

       *** ***

       [호천안:(대충 등장하는 이모티콘)]

       

       [삼루무사: 호하]

       [만검창파: 호하]

       

       [본토검열대상: 정파제일검은 무당이다! 이는 고구려 수박도에도 명시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황천당립: TMI]무림천하 역사에는 고구려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환국뿐.]

       [본토검열대상: 팩트멈춰;]

       

       [연화빤스도둑: 투견 당도경]

       [호천안: 고근약식 불의문거]

       [호천안: 아 오늘은 또 무슨 쓸데없는 이야기들 하는중?]

       

       [지나가던장삼: 정파제일문은어디인가? 대충이딴거.]

       [삼루무사: 일단 도사놈들 땡중놈들 다 탈락임. 무공이 암만 고강하면 뭘 해 기루도 당당하게 못 드나드는데.]

       [왜나만할겜없어: 야스한다면서 노출 하나 없이 이불부터 덮는 꼬무룩 컨텐츠에 왜이리 진심이세요;;]

       [삼루무사: 갈!]

       [호천안: ㅋㅋ 할말 없으면 갈부터 질러야지.]

       [만검창파: ㄹㅇㅋㅋ]

       

       [풍림객잔: 뭐 무공만 따지면 소림이지. 세력이나 무공의 종류 고수의 유무까지.]

       [파천검마: 소림은 본좌가 인정한 적수이니라.]

       

       [삼루무사: 그럼 뭐함 머리털이 없어지는데.]

       [황천당립: 아앗…멈춰…]

       

       [호천안: 그래서 지금 토론 주제가 정확히 뭐임?]

       [만검창파: 마 니 핑프가? 알아서 올려서 보고 오라고 마!]

       [치파오에가터: 몰?루]

       

       [사천탕수육:만약 무림천하 빙의하면 구파일방중에 어디 들어갈거냐 이게 질문이었음.]

       [본토검열대상:그랬나?]

       [황천당립:몰?루]

       

       [호천안: 아 그럼 뭐 정해진거 아닌가.]

       [소요강호: ㄹㅇ 쓸데없는 토론이었네.]

       [치파오에가터: 뭐 본래 단톡방이 이러고 노는거 아니겠냐.]

       [본토검열대상:? 뭐가 정해짐.]

       [파천검마: 이녀석…뉴비인가?]

       

       [연화빤스도둑: 뭐…? 이녀석 아직 구파일방을 다 경험해 본 적도 없는 뉴비라고..?]

       [황천당립: ㄹㅇ 구파일방 순회공연 해봤으면 모를수가 없는데;]

       [지나가던장삼: 응애. 나 뉴비라 몰라. 알려조.]

       [황천당립: 아 아저씨 썩은물 냄새나요;]

       

       [본토검열대상:구파일방중에 그렇게 압도적인 문파가 있음?]

       [호천안:ㅋㅋ 아 그걸 모름?]

       [황천당립: ㅋㅋ 진짜 이걸 모르네 ㅋㅋ]

       [연화빤스도둑: ㅋㅋ 빨리 ㅋㅋ 게임 접속해서 알아봐라 ㅋㅋ]

       [본토검열대상: 악질련들;]

       

       [소요강호: 뉴비 그만놀리라고 애 울겠다.]

       [소요강호: 진짜 무림천하에 빙의했으면 구파일방 중에서 들어야 할 문파는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임.]

       [본토검열대상: 그러니까 그게 어디임;]

       [소요강호: 그건 바로.]

       [소요강호: 5분뒤 공개합니다!]

       

       [호천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황천당립: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가던장삼: ㅋㅋㅋㅋㅋㅋ]

       [연화빤스도둑: ㅋㅋㅋㅋ 진짜]

       [풍림객잔: 점잖은척하다가 갑자기 멕이니까 정신 못차리죠?]

       

       [소요강호: 그냥 웃자고 해본 소리고 점창임.]

       [본토검열대상: 구라치네.]

       [소요강호: 아니 진짜 점창임.]

       [연화빤스도둑: 이거맞다.]

       

       [본토검열대상: 점창 무공 별것도 없잖음. 사일검법 원툴에 딱히 사천에서 영향력 있는 것도 아니고.]

       [황천당립: 사실 구파일방중에서는 하위권인게 팩트긴하지.]

       [삼루무사: 하지만 회귀한다면 점창이지.]

       

       [본토검열대상:뭔소리임 이게;]

       [소요강호: 공략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타입인가보네.]

       [소요강호: 공략집에서 인성 괜찮은 스승만 픽해주니까 차이를 모르지.]

       [삼루무사: 어우 ㄹㅇ 인성 터진 스승 만나면 씻팔.]

       [삼루무사: 이벤트 하다가 부정적인 사건 터지면 도와주기는커녕 사고나 일으킨다고 파문시켜버리는 놈들도 부지기수임.]

       

       [왜나만할겜없어: 다른 구파일방은 인성보다는 재능위주로 제자를 뽑아서 인성 터진 스승 만날 확률이 적지 않은데 점창은 인성 보고 뽑아서 다들 착해.]

       [호천안: ㄹㅇ]

         

       [본토검열대상: ?]

       [본토검열대상: 문파원이 착해서 점창에 들어간다 이거임?]

       [소요강호: 니가 억까이벤트를 당하거나 실수를 저질렀을 때]

       [소요강호: 다른 구파일방에 비해서 훨씬 많은 문파 지원을 받거나 실수를 쉽게 용서해준다 이거임.]

       [본토검열대상:아;]

         

       [황천당립: 점창은 제자 뽑는것부터가 진짜 도문에 정파라니까. 사실상 폭탄인 공주 받아줘, 일가몰살된 여일예 받아줘.]

       [지나가던장삼: 다른 구파일방이었어봐. 여일예처럼 사고치고 다니면 바로 파문이지.]

         

       [파천검마: 본좌는 점창의 문도는 베지 않는다.]

       [소요강호: ㄹㅇㅋㅋ 천살성 플레이를 해도 점창파 제자는 살려줘야지.]

       [만검창파: 아 ㅋㅋ 다른 제자들도 보면 사연 있는 애들 많음. 불우한 과거 이기고 건실하게 무공수련하는 애들 어케 때림 ㅋㅋ]

       [삼루무사: 다른 구파일방에 비해 제자 자질 평균치가 확연히 낮은데도 구파일방의 일좌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점창의 클라스를 증명하는 일이 아닐까?]

       

       [연화빤스도둑: 근데 여러분.]

       [연화빤스도둑: 어차피 무림천하에 빙의할 일도 없는데 뭘 그렇게 열을 올리세요.]

       [연화빤스도둑: 레이드 방 팔테니까 빨리들 들오셈.]

       

       *** ***

       

       개꿈을 꿨군.

       

       어제 찾아온 혁기린 때문에 이상한 꿈을 꾼 모양이다.

       

       혁기린은 나와 흑묘를 지명해서 의뢰를 넣었다.

       

       사천성의 안내 및 호위.

       

       사천성에서 구파일방의 제자가 사천낭인을 호위로 쓰겠다니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지만 혁기린의 의사는 확고했다.

       

       혁기린의 의뢰는 내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었다. 혁기린이 지금 사천성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당연히 산적들이 사천성에 나타난 일 때문이겠지.

       

       점창파 대제자인 혁기린 곁에 붙어 있으면 산적 사태에 관련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니 어떻게든 붙어 있어야지.

       

       혁기린의 성정상 여일예의 은인인 나에게 해코지를 할 리는 없으니 거리낄 것도 없었다.

       

       “후우.”

       

       개꿈을 꿔 눈이 떠진 김에 천원심법을 수련했다. 이제 삼원신법의 내공은 다 천원심법으로 변환되어 안정감이 생겨났다.

       

       일류 검법 역시 수련을 해야 하나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

       

       사실 일류검법이나 이류검법이나 실전성은 거기서 거기다. 정삼이 보여준 경륜낙일섬 같은 절초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확실히 여일예가 가르쳐 준 단련법이나 충기 이론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여일예가 가르쳐 준 충기 이론. 그 중에서 다리를 집중적으로 강화하라는 것. 간단한 조언이었지만 아주 효과적이었다. 여일예가 가르쳐 준 묘리 그 자체가 내가 익힌 무공에 절초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게 해 주니 굳이 일류무공을 배울 필요가 없으니까.

       

       이게 수없이 많은 문파 중에 정점으로 꼽히는 구파일방의 수준일까.

       

       당가에서도 꼴랑 이틀, 그것도 무공 수련을 한 것도 아니고 무공 토론을 했을 뿐인데 암기술이 일취월장했지.

       

       음.

       

       이번 의뢰를 잘 해결하면 혁기린에게 조언 한 마디라도 들을 수 있으려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1층으로 내려와보니 흑묘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의뢰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유사연이 나타났다. 요 며칠 고생이 심했는지 눈 및에는 크게 다크서클이 생겼다.

       

       “혹시 혁기린을 따라다니면서 뭔가 정보가 나오면 좀 말해줘.”

       

       “걱정 말라고. 그 정도 눈치는 있으니까.”

       

       “그래…믿어.”

       

       유사연은 나랑 입씨름할 시간도 아까운지 채비를 하더니 바깥으로 휙 나갔다. 이번 의뢰를 마치고 나면 유사연과도 정보 교환을 한 번 해봐야겠다.

       

       나와 흑묘도 채비를 갖춘 채 어제 혁기린이 말해 준 객잔을 찾아갔다.

       

       “오셨구려. 한동안 잘 부탁드리오.”

       

       “반갑습니다. 혁 대협. 그나저나…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는 일부로 주변을 둘러 보며 말했다. 객잔 사람들이 나와 흑묘 그리고 혁기린을 보면서 웅성거리는 상황.

       

       왜 후예십시의 필두인 혁기린이 낭인들과 어울리느냐는 쑥덕거림이 들리고 있었다.

       

       “사천낭인과 함께 다니는 일은 혁 대협에게도 꽤나 고된 일이 될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사실 당도경과 달리 혁기린은 사천낭인과 함께 다닌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다. 혁기린의 명성에 흠집이야 나겠지만 당도경의 평판과 혁기린의 평판은 비교할 바가 못 되지.

       

       “혹시 사천성 인근에 자리잡은 산적에 대해 잘 아시오?”

       

       “남들 만큼은 압니다.”

       

       “설명을 부탁드리겠소.”

       

       나는 아는 정보를 대략 말해 주었다. 4개 산채의 연합으로 초절정 넷에 밑에 수하만 오백. 이미 물건이 탈탈 털린 상단이 부지기수며 그나마 표국과 같이 자체적으로 무력을 보유한 이들만 통행세를 왕창 뜯기며 간신히 사천으로 돌아왔다는 것.

       

       “음. 낭인분께서는 혹시 이 혁모가 사천성에 온 용건을 짐작하시겠소.”

       

       “뭐, 산적들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러하오. 산채에 한번 들릴까 하는데 말을 좀 구할 수 있겠소.”

       

       산채에 들린다라. 대화나 협상을 해볼 생각인가? 잠시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냈다. 일단은 혁기린이 하는 대로 그대로 두고 나는 조용히 얻을 수 있는 정보만 얻도록 하자.

       

       지금 내가 맡은 의뢰는 길안내 및 호위니까. 길안내랑 호위만 충실하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혁기린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의뢰자로써의 대우가 아니다.

       

       사천낭인의 신분으로 마방에서 말을 빌리게 될 줄이야. 혁기린의 이름으로 대여된 말 세 마리를 타고 사천성을 나섰다.

       

       혁기린은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다.

       

       “혹시 피해를 본 상단의 이름을 알고 있소?”

       

       “성주의 반응에 대해 들어 본 적은?”

       

       내가 아는 선에서 답을 해 주고나니 혁기린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 사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어렵다 어려워. 남장을 한 여자에 공주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티 안나게 모르는 척을 하려니 쉽지가 않다.

       

       [선배. 저 사람 진짜로 옥룡신협 혁기린 맞아요? 뭔가 이상한데..]

       

       그래 좀 이상하겠지. 남장 여자니까. 흑묘는 변장이나 역용의 전문가. 평생을 자신을 감추는 법을 익혀왔으니 혁기린의 모습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다.

       

       이몸 호천안.

       

       일류가 되면서 전음을 쓸 수 있는 법을 익혔지만 일류의 전음은 아무래도 기파가 새어 나가기 마련. 쥐도 새도 모르게 전음을 보내려면 절정의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나는 잡혈 때문에 다른 일류보다 내공 제어가 거칠다보니 전음을 사용했다가는 단번에 티가 났다. 그러니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것으로 의사표현을 대신했다.

       

       가끔 고장날 때가 있고 제 감정을 자각하지 못해서 허둥댈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흑묘는 험한 세상을 혼자의 힘으로 살아왔다. 혁기린에게 위화감을 느끼자 곧바로 전음에 날카로운 기색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흑묘는 혁기린이 황실 혈통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혁기린이 공주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또 완전히 꽁꽁 싸매진 비밀 역시 아니다.

       

       월복당이라면 혁기린의 태생에 대해서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이 부분은 또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흑묘에게 괜찮다는 뜻을 담은 손짓을 해주자 흑묘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슬쩍 앞을 보니 아직 생각에 잠긴 혁기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랄까. 이렇게 그냥 보고 있으니 신기하네. 저 목젖은 역용의 결과물이려나. 뽀얀 얼굴이나 머리를 건 안으로 밀어 넣어 훤히 드러난 귀 같은 것을 보고 있자니 여성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저 정도 역용으로 여자인 것을 숨길 수가 있을까. 척 보기에도 여자 같은데 여자로 의심받지는 않으려나.

       

       아니 내가 여자인 것을 확신하고 있는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 사정이 있으니까 사천낭인을 고용했겠지만….수상할 정도로 잘생겼네요. 별호에 옥(玉)자가 들어갈 법도 해요.]

       

       흑묘가 본격적으로 혁기린의 외모를 품평하기 시작했다.

       

       [정말 체형이 보유한 선이 독보적이네요. 남자가 속눈썹이 길고 눈이 크면 징그러워야 정상인데 이게 또 호감이 되네.]

       

       여자는 속눈썹이 길고 눈이 커야 호감인게 정상이란다.

       

       오늘처럼 전음을 제대로 못 쓴다는 게 답답한 날이 없었다. 내가 진짜 절정에 오르면 전음부터 최우선으로 익힌다.

       

       [목이 진짜 사슴이네 사슴이야. 대충 봐도 가녀린 팔인데 저런 팔로도 구파일방을 대표하는 후기지수가 될 수 있다니 놀랍네요.]

       

       그래 여자라서 그렇다니까. 그런 의미를 담아서 이런저런 손짓을 보냈지만…흑묘는 제대로 수신이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 음…답답하군. 차라리 이야기를 말자는 손짓을 보내자 흑묘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선배. 지금 옥룡신협 칭찬하니까 질투하는 거에요?]

       

       그러더니 이상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해당 회차는 22/8/11 일에 수정이 있었습니다.

    꿈속 고인물들의 대화에서 구파일방에 대한 묘사 수정. 기존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 -> 점창파에 비해서는 개인주의적 성향 으로 수정되었습니다.

    *[비공개]님 [10코인] 후원해주셨네요.

    7/4일날 보내주셨는데 늦은 인사를 드리게 되었군요…! ㅠㅠ

    늘 주시는 무언의 응원 감사합니다!

    [비공개]님 [10코인] 후원해주셨네요.

    후원 정말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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