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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화룡무인? 그것은 또 무엇인가.

       

       대답을 망설이자 그걸로 내가 모른단 사실을 알아챈 듯 하린이 자연스럽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화룡무인이란 아피스 제작사에서 만든 무림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었다.

       

       RPG의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캐릭터의 스펙보다는 무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한 게임이라 말을 하는 하린에게선 하늘의 끝을 설명하던 엔리의 모습이 비쳤다.

       

       화룡무인이란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하는가 보구나.

       

       “무슨 게임인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왜요?”

       [화룡무인 운영진 측에서 화령님한테 관심이 있다고 해서요!]

       

       최근 아피스에서 벌였던 여러 일들에 관심을 가진 건 아피스를 즐기는 유저 뿐이 아니었다.

       

       화룡무인을 운영하는 이들도 내가 벌인 일들을 유심히 보았고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었다.

       

       내가 방송을 키기 전까지는 단순한 관심에 불과했으나 내가 방송을 키며 상황이 달라졌다.

       

       그들은 내가 화룡무인이라는 게임에서 아피스에서 하듯이 플레이를 한다면 충분한 광고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판단을 내렸다.

       

       내가 펼치는 무가 다른 이들에게 동경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내게 화룡무인을 하길 권유하려 했으나 내가 연락을 확인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하린을 통해 연락을 넣었다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광고나 이벤트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가요?”

       [뭣보다 제가 화령님이 화룡무인을 하는 걸 보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집에 가서 확인을 해볼게요.”

       [네!]

       

       화룡무인이라.

       

       “냥냥님 전화죠?”

       

       활기찬 하린의 목소리에 대충 대답을 하며 전화를 끊자마자 엔리가 말을 꺼냈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라 씨한테 전화해서 화룡무인에 대해 떠들만한 사람이 냥냥님말고 있겠어요?”

       

       하린의 화룡무인 사랑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모양이구나.

       

       “무슨 이야기였어요? 화룡무인 한 번 해보라고?”

       “운영진이 저한테 관심을 가졌다는데. 자세한 건 집에 돌아가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산더미처럼 쌓인 연락 속에서 문자 하나를 찾아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지만 하겠다고 말을 했으니 어쩔 수 없지.

       

       “관심은 가세요?”

       “글쎄요.”

       

       그리 흥미롭지는 않다.

       

       본인이 무림에서 산 세월이 몇 년인데 또 무림을 배경으로 한 곳에 가야한단 말이더냐.

       

       현대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게임이라면 결국 그 곳에 있는 이들의 수준이라고 해봐야 아피스에 있는 이들과 비슷할 터.

       

       잘하는 녀석이라고 해봐야 거기서 거기일 게 분명하다.

       

       싸워 볼만한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만 무림에서 상대했던 여러 이들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하겠지.

       

       “화룡무인 꽤 괜찮은 게임이에요. 무협 겜의 마지막 걸작이라 불릴 정도로 퀄리티도 좋고, 아피스 제작에서 만든거다 보니까 관리도 잘 돼요.

       아라씨가 플레이 하는 천마도 NPC로 등장하니까 한 번 해보셔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엔리의 말을 흘려듣던 나는 조금도 예상치 못한 단어를 듣고 순간 멈칫했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실래요?”

       “무협겜의 걸작이란 부분이요?”

       “아뇨. 그 후에.”

       “아. 천마도 나온다는 거요? 스토리가 아니면 거의 만날 수 없는 NPC긴 하지만 그래도 나오긴 해요.”

       

       *

       

       엔리와 헤어지고서 집에 온 나는 바로 컴퓨터를 켜서 화룡무인의 영상을 찾아봤다.

       

       그 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여럿 있었다.

       

       ‘네 놈들이 발악한다하여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하늘이니 네 놈들은 내 아래에 굴복하는 것으로 족하다.’

       

       언제나 오만한 어투로 세상 만물을 바라보던 천존이 그 곳에 있었고.

       

       ‘적당히 좀 해라 이 새끼들아. 내가 뭔 짓을 했다고 만날 다구리를 치러 오냐? 천존 할배한테나 가. 그 할배는 뜯어먹을 거 많잖아. 난 거지라고.’

       

       무림 최고의 무인이면서도 평소엔 자그마한 위엄도 없었던 지존이 그 곳에 있었으며.

       

       ‘좀 더 발악해 보십시오. 이 정도로 제가 죽을 거라 생각 하십니까?’

       

       혈교주의 뺀질거리는 얼굴이 있었고.

       

       ‘무슨 연유로 본인을 찾아 온 것이더냐.’

       

       내가 있었다.

       

       천마신교의 본관에 서서 수많은 교인들의 한 가운데에서 근엄한 체를 하고 있는 내가 말이다.

       

       하하. 녀석. 진지한 척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하고 있을 게 뻔하구나.

       

       당장에라도 교인들을 뿌리치고 방에 처박혀 어떻게 하면 이 빌어먹을 놈의 광신에서 도망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던 때이니 분명하다.

       

       잘 살펴보니 영상 속의 내 옆에 도열해 있는 이들 중에서도 익숙한 얼굴이 여럿 보이는 구나.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저 곳은 내가 살던 무림이 맞았다.

       

       시대는 아마 신교와 정파가 무림을 양분하던 때일까.

       

       그 시절이 재밌긴 했지.

       

       시도 떄도 없이 고수들의 싸움이 벌어지던 때이니 말이다.

       

       나도 저 시절을 좋아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무를 나누던 시절을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나에게 광신을 바치는 이들 한 가운데에 다시 설 생각을 하면 곰방대를 물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

       

       가만 영상을 보던 중 컴퓨터에 화룡무인의 다운로드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그럼 어디 내가 살던 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해볼까.

       

       그 세상을 얼마나 잘 재현했는지 느껴보도록 하자꾸나.

       

       시대가 시대인 만큼 내가 그리워하던 얼굴은 이미 다 떠나가 버린 후겠지.

       

       그것은 아쉽구나. 그리운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참으로 좋았으련만.

       

       자리에서 일어나 VR기기에 몸을 뉘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번 혼자서 게임을 하다 엔리의 방송에 나왔더니 혼자 게임을 하지 말라고 시청자 녀석들이 난리를 쳤었지.

       

       이번에 방송을 켜볼까.

       

       방금 전까지 영상에서 보던 천마 신교의 본관에 발을 디딘 후 창을 조작했다.

       

       처음 방송을 킬 적에는 엔리가 보내 준 문자가 없으면 무얼 건드려야 할지를 몰랐다.

       

       허나 이제는 다르다. 조금 버벅일지언정 엔리가 보낸 문자 없이도 방송을 킬 수 있다.

       

       후후. 본인의 성장이 두렵구나. 엔리의 도움이 필요 없어지는 날이 머잖은게 느껴진다.

       

       밤 중에 갑작스레 방송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내 방송에 들어왔다.

       

       – 천하(천마 하이라는 뜻)

       – 천마님한테 하이가 뭐냐.

       – 밤에 어쩐 일이세요?

       – 그러게. 원래 이 시간에 안 키잖음.

       

       “화룡무인이라는 게임에 흥미가 생겨서 말이다. 혼자서 해보려다 그대들이 생각나 방송을 켰다.”

       

       – 캬. 천마님 만만세.

       – 여윽시 화령밖에 없다니까.

       – 화령이 무협겜? 개꿀잼 확정이네.

       – 아피스 천마가 진짜 천마 만나러 가는 거야?

       

       어느 쪽이건 본인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이니 진짜니 가짜니 할 것도 없다마는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에게는 그런 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

       

       – 신교도 1호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드디어 화령이 화룡무인 하는 걸 보네. 여한이 없다.]

       

       “내가 화룡무인을 하길 기다린 것이 하린 혼자는 아닌가 보구나.”

       

       – 냥냥님 추천이에요?

       – 냥냥… 고맙다!…

       – 역시 무잘알 냥냥. 아저씨여도 사랑한다.

       

       “하린이 아저씨라는 건 무슨 소리더냐. 그 녀석은 여자다.”

       

       – 컨셉도 지켜주시네.

       – 맞다. 맞다. 냥냥 여자였지?- 냥냥님 응애하지마라. 현직 여고생이시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시청자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하린이 여자라는 말이 왜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냐?

       

       내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시청자들을 설득하려 해보았으나 채팅창의 아해들은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아니 정말이라지 않으냐!

       

       하아. 정말이지.

       

       이 녀석들이 장난으로 이러는 것인지 진심으로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구나.

       

       표정을 볼 수가 없으니 원.

       

       “어쨌거나 다운로드는 받아 두었으니 이제 화룡무인을 켜보겠다.”

       

       화룡무인에 접속을 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창이었다.

       

       캐릭터 외형이야 하던 대로 할 생각이었고 이름도 아피스에서 그랬듯 화령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어째서인지 화령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화령.

       

       백화령.

       

       천마 백화령 등.

       

       오만 것을 다 시도해 봤음에도 선택할 수 있는 이름은 없다시피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 몰?루

       – 누가 먼저 먹었나 보지.

       – 화령이 유명해진지도 꽤 됐으니까. 다 선점한 듯?

       

       다른 녀석들 때문에 내가 내 이름을 포기해야 한다고?

       

       허. 이 무슨.

       

       덕분에 난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다른 이름을 찾아봐야 했다.

       

       아라라는 이름은 쓰면 안 되고.

       

       내가 좋아하는 인형의 이름은 이미 가져간 이가 존재하고.

       

       즐겨보는 마이튜브에 나오는 동물의 이름도 이미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고.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이름조차 되지 않는다니.

       

       이는 횡포다. 먼저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을 독점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이야기더냐. 이것은 공평하지 않다!

       

       이름을 가지고 한참 고민하는 내 모습이 답답했는지 채팅창에선 오만 이름이 다 올라왔지만 대개는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들 뿐이었다.

       

       냥냥백화령쨔응은 도대체 무어냐.

       

       그런 이름을 가진다면 낯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니지도 못할 것이다. 이 멍청한 녀석아.

       

       그래도 모든 이들이 바보 같았던 건 아니었다. 그 중에는 그나마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존재했다.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라.

       

       내 이전에 맛있게 먹었던 그 음식을 합친 글귀인가. 마음에 든다 싶어 그걸 이름으로 했더니 캐릭터가 생성됐다.

       

       – ????

       – ㅋㅋㅋㅋㅋㅋ

       – 너무 악질이름 아냐?

       – 화령. 너무 엔리한테 물들었어.

       – 화령도 터수였구나.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맛있는 음식 두 개를 합친 이름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 이 분 진심으로 하는 소리임?

       – 화령 밈 같은거 잘 모르잖아. 진담일 듯?

       – 진짜 둘 다 좋아한다고?

       

       시청자들을 떠드는 것을 보면 민트초코건 파인애플피자건 사람들의 미움을 사는 음식인 것 같았다.

       

       하여간 현대의 녀석들은 배가 부를 대로 불렀구나. 그리 맛있는 음식들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못 먹을 음식 취급이나 하다니.

       

       저런 녀석들은 기아에 한 번 빠져 봐야 자신이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헛소리를 지껄이는 시청자들을 내버려 둔 채 캐릭터 만드는 과정을 진행했다.

       

       다음은 파벌을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방대한 무림의 문파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아니었고 정과 사 혹은 무소속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내용이었다.

       

       – 화령님은 당연히 사파지.

       – ㄴㄴ. 신교 들어가려면 무소속으로 해야 됌.

       – 무소속 빡셀 텐데.

       – 천마신교 존나 약세잖아. 에바임.

       – 천마가 신교에 안 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함?!

       

       내가 왜 신교로 향해야 하느냐. 나는 신교에 들어갈 생각이 조금도 없다.

       

       이 게임에서 만들어 낸 나라는 인간을 한 번 마주하고 싶기는 하다만 어디까지나 그 뿐이다. 정신나간 광신자들과 어울릴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그 곳에서 현대로 도망쳐 온 내가 미쳤다고 제 발로 지옥에 걸어 들어갈 듯 싶더냐!

       

       이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무소속이 아닌 정파 혹은 사파 중 하나를 고를까 생각을 했지만 어느 쪽에도 좋은 기억이 없다는 걸 떠올리곤 포기했다.

       

       이 시기 정파를 주도하는 것은 나의 원수라 불러야 할 녀석들이었고, 사파를 주도하는 녀석들은 자기의 욕망에 충실한 병신들 뿐이었다.

       

       그 놈들과 같은 파벌로 취급될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어느 쪽에도 소속되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소속이면 어떻더냐. 신교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되는 것을.

       

       – 역시 천마는 신교에 가야지!

       

       안 갈 거다. 설령 가더라도 신교에 소속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천마는 신교에 가야죠!(갈 생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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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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