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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 * *

       

       

       

       

       독일 루르에서 일어난 총성으로 루르의 독일 노동자들이 죽어나갔다.

       

       이 시기를 노린 독일 공산당은 루르가 동프로이센으로 튄 카이저가 아닌 독일 자유 사회주의 공화국을 지지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여 그들은 루르의 독일 노동자들을 선동했다.

       

       

       “식민제국 놈들이 총을 쐈다!”

       “저게 제국주의의 본 모습이다!”

       “프랑스놈들은 같은 유럽인까지 총으로 쏴 죽인다!”

       “루르의 노동자들이여! 너희를 노예로 만드려는 프랑스놈들에게 저항하라!”

       

       

       

       상황이 기묘하게 돌아가며 프랑스의 공포정치는 루르 독일인들이 지금의 독일 공산당을 지지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산 독일을 경계하던 프랑스의 덕으로 루르의 독일인들이 독일 공산당을 지지하는 결과를 낳게 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지금 뭐 하는 거요? 같은 유럽인을 상대로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아니, 저놈들은 빨갱이인데, 그럼 그냥 내버려두란 말이오?”

       “그렇게 시위하는 노동자들을 죽이면 독일인들이 더 공산주의를 지지할 것이 아니오!”

       

       

       같은 유럽인을 죽인 것도 있지만, 독일인들이 공산당 정부를 지지하여 공산 독일이 강대해지는 것을 막고 싶었던 영국과 미국은 프랑스를 비난했다.

       

       결국 프랑스는 자국인들을 루르에서 고용하는 형태로 석탄을 캐기 시작하는 한편, 루르 지역에서 활동하던 독일 자유 군단 소속의 알베르트 레오 슐라게터를 비밀스럽게 지원하여 프랑스로 향할 원망을 자유 군단으로 돌리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빨갱이만 어떻게 색출해서 잡아보시오. 악역만 맡아준다면 프랑스는 자유군단을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오.”

       “댁들이랑 손잡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공산주의자들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군.”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제 역사처럼 프랑스의 금융위기로 이어졌으며, 독일인의 프랑스에 대한 적대감만 높아지는 원인이 되었다.

       

       

       * * *

       

       

       

       

       유럽 사정을 보니, 프랑스는 실제 역사처럼 루르 점령을 시도했다.

       

       그것도 실제 역사보다 더 과격한 방식으로. 정말 식민지배를 하는 것처럼 피를 뿌려 댔다.

       

       실제 역사도 유럽인이 같은 유럽인에게 행한 방식으로는 더 끔찍했는데, 여기서는 더 끔찍했다.

       

       병력 동원해 시위대를 죽인 구 러시아제국이 떠오르는군.

       

       뭐 그래도.

       

       

       “루르 강점이 일어나긴 했구나.”

       

       

       이게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뭔가 하는 그거인가.

       

       결국 이 부분도 좀 비슷하게 흘러갔네.

       

       영국과 미국은 독일 내에서도 핵심 지역인 루르의 독일인들이 공산당을 지지하는 것이 걸려 프랑스를 비난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여길 먹으면 독일이 배상금을 어떻게 내놓겠냐.

       

       루르가 독일의 국력이 나오는 핵심 지역 중 한 곳인데. 유럽 내 최대 공업지대기도 하고, 그러니 이곳을 먹어봤자 의미가 없을 거다.

       

       아니지. 공산 독일이 배상금 지불을 아예 거부했으니. 그게 그거인가.

       

       배상금 대신 이곳을 먹겠다고 프랑스가 군대를 보낸 거면 일리가 있고.

       

       배상금을 거부했으니, 뭐 독일 공산당은 프랑스에게 굴복하지 않은 정권이라고 독일내에서 기세등등할 거다.

       

       영국은 지금 배상금 가지고 다시 전쟁을 할 처지도 되지 못하고. 심지어 정통정부는 동프로이센으로 간 독일 제국이니 배상금 지급의 상대가 미묘해졌지.

       

       이거 나도 비난해야 하나.

       

       루르는 독일의 전쟁수행에 있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지역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가 루르를 합병해서 그냥 아예 공산 독일이 전쟁을 생각도 못하도록 만들게 하고 싶은데.

       

       그건 어렵겠지.

       

       그렇다고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가 감 뇌라 배 놔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루르 일대의 자유군단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보리스 사빈코프는 나한테 루르일대에서 일어난 자유군단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다.

       

       

       “일이 이렇게 흘러가네.”

       

       

       실제 역사라면 루르일대에서 자유군단도 프랑스군에 의해 사보타주 혐의로 죽지 않았나?

       

       이건 프랑스가 자유 군단의 뒤에서 후원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아니, 뭐. 뭐가 되었든 상관은 없지.

       

       

       “우리도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떻게요?”

       “프랑스를 지지하는 겁니다.”

       

       

       외교부 장관 바실리 하를라모프는 다른 열강에 지고 싶지 않은지 지금 바로 프랑스의 편을 들자는데.

       

       우리가 성명발표라. 굳이?

       

       말은 바로 해야지. 지리적으로 봐도 너무 멀다고. 모스크바에서 루르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냐? 러시아의 군대가 라인강까지 간 거면 모를까 굳이. 공산당에 발작하는 국가라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너무 먼 것도 있지만, 굳이 따지면 프랑스의 행동은 같은 유럽인을 식민화하는 거나 다름없는 데다가, 루르 내 독일인들이 공산당을 지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분명하다.

       

       보고서를 보면 루르의 독일인은 딱히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데, 이러면 뭐 뻔하지.

       

       그래도 프랑스의 루르 점령은 독일의 국력 약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테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

       

       원래 역사보다 더 길게 강점하면 좋을 텐데.

       

       그래도 프랑스를 대놓고 지지하기에는 성녀의 나라 입장이 있으니 좀 내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나?

       

       반대로 공산 독일을 지지하는 발언은 반공국가로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런 건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있는 것이 좋다.

       

       

       “중립기어나 박죠.”

       “예?”

       “중립입니다. 공산 독일 잘 되는 꼴도 보기 싫지만, 프랑스가 하는 짓은 결국 루르의 독일인들을 붉게 물들일 테니까요. 굳이 발표하고 싶다면 배상이 목적이라면, 프랑스의 루르 보호는 평화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 정도만 해야죠.”

       

       

       이렇게 하면 프랑스에겐 루르 점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일 테고, 대내외적으로는 프랑스의 편을 너무 드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을 거다.

       

       딱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알겠습니다.”

       “자, 그러면 지금 마흐노의 자유지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그쪽도 뭔가 영향이 있을 듯한데.”

       “그놈들은 아나키스트 체제도 한계에 도달해서 루르일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벌써 한계에 다다랐다는 건가.

       

       그 자유지구가 멀쩡히 돌아가는 것이 말이 안 되지만.

       

       애초에 무정부주의가 좋다고 참가한 것들이 정상이겠나.

       

       모든 것에 자유로워지고 싶은 놈들만 있을 테니 자유지구가 출범하고 제대로 유지될 리가 없다.

       

       나라가 없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 지역을 원하는데, 갑자기 자유지구라는 나라가 나타난 것이니까.

       

       

       “한계요?”

       

       

       무정부주의니 오래가지 못할 거로는 생각했다.

       

       제아무리 외부의 방해가 없다고 해도 무정부주의가 왜 무정부주의인가.

       

       그 무엇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한 사상이 바로 무정부주의가 아닌가.

       

       아나키즘은 공산당에 한없이 가까운 빨갱이 사상이라고도 불리는 사상이기도 하고.

       

       쉽게 말해 공산주의보다 이질적인 것이 무정부주의라는 거지.

       

       

       “무정부주의라고 생산수단 점거하고 이것저것 열심히 시도하는 모양입니다만. 급변하는 체제에 우크라이나인들이 불만을 표현하는 모양입니다.”

       

       

       이야 생산수단 점거하고 이것저것 점거한다고?

       

       올라온 보고서를 보니 참 대단도 하다.

       

       농업 집단화에 노동자 자주 경영. 흠. 진짜 뭐 빨갱이스럽다고 할까.

       

       리틀 소련이 우크라이나에 탄생했구나.

       

       그냥 한없이 빨갱이다운 주제에 표면상으로는 국가가 없다. 이러는 거지.

       

       하지만 그래서 이건 문제가 된다.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소리인가요?”

       “그들 말대로면 지역 방위 위원회입니다만.”

       

       

       아라곤 지역 방위위원회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혹시 이놈들에게 자극받아서 아라곤 지역 방위위원회도 스페인을 지배하게 되는 건 아닐까.

       

       에이 아니다.

       

       애초에 지금 우크라이나도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잖아.

       

       아라곤 지역방위 위원회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으니 그쪽은 넘기고.

       

       그런데 궁금하다.

       

       대체 그 자유지구는 나라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아, 그래. 나라가 아니라 위원회 음. 나는 취향은 존중하고 있으니까. 취향을 존중하는 몸으로서 마흐노의 나라를 위원회로 취급하겠다.

       

       

       “그래. 그 위원회가 다스리는 자유지구는. 결국, 마흐노의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것 아닌가요?”

       

       

       올라온 보고서에는 그들의 정책에 대해서만 적혀있거든.

       

       그마저도 마흐노 쪽에서 알려준 이것이 무정부주의 방식이다! 이런 거라서 이건 오흐라나를 파견해 알아봐야 한다.

       

       내무부 장관 보리스 사빈코프를 바라보니 그는 차마 말하기 좀 뭐하다는 듯 내 눈치를 살살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위원회가 자유지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마흐노 우크라이나 지역방위위원회 아래로 재편된 우크라이나 지역마다 지방 위원회가 따로 있습니다.”

       “뭐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눈치를 보십니까.”

       “차마 그런 놈들을 진지하게 대해야 하는 게 좀 그래서요.”

       

       

       하긴, 마흐노 지역 방위 위원회라니.

       

       우크라이나와 달리 여러 공화국을 합중국으로 편입한 러시아 처지에서 보면 참 작다 못해 하찮아 보인다.

       

       그런 놈들을 내가 진지하게 보고 있으니 좀 그렇겠지.

       

       하지만 위원회가 나라를 경영하고, 지방 별로 위원회가 또 있다면. 그 아래에 또 위원회가 있는 건가?

       

       그래서 딱히 보고서에 적지 않은 모양이네.

       

       위원회 위원회 위원회. 이렇게 다 적을 거 같으니까.

       

       

       “그렇다고 치면, 그 밑에 또 마을 단위로 있겠군요.”

       “네.”

       

       

       그야말로 위원회만 있는 건가.

       

       뭔가 가정에도 가족 위원회 이런 것도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게 불편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불만을 내뱉는다 그것이죠?”

       “예. 새로운 체제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이런 이상한 개념은 처음이겠지.

       

       온갖 위원회로 떡칠 되었는데, 마흐노 정권. 그러니까 지역 방위 위원회 아래로 수많은 위원회가 또 존재하면서 지령을 받으며 돌아가는 것인가.

       

       결국 최고 위원회 아래에 많은 위원회가 있는데, 이게 이름만 위원회자 소련식으로 돌아간다는 거지.

       

       녹군들도 우크라이나 출신이 좀 있었다.

       

       아마 합중국에 오길 잘했다고 여기지 않을까.

       

       마흐노의 자유지구는 사실상 네스토르 마흐노의 리더쉽에 유지되는 거 아닌가.

       

       말 그대로 모든 것에 해방되기 위해 만들어진 무언가가 마흐노의 자유지구인데. 결국, 하는 건 소련에 가까운 짓이다.

       

       하긴, 이건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마흐노가 필요할 만한 공산주의자들을 좀 흘러들어 갔으니까.

       

       

       빨갱이에 가까우니 빨갱이들과 잘 말이 통할 거 같으니까. 일부러 마흐노의 자유지구 쪽으로 넘어가는 공산주의자는 내버려 뒀다.

       

       심지어 마흐노의 자유지구는 군대 이름도 특이하다.

       

       자유방위대라고 해서 군대도 군대가 아닌 무언가를 자유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로선 그걸로 얻는 이익이 무엇이었나.

       

       

       “내전 이후에 위원회 성립 요구 조건으로 저희가 무엇을 요구했었죠?”

       

       

       우리는 마흐노의 자유지구를 봐주는 대가로 뭔가 요구하긴 했던 걸로 기억난다.

       

       그것은 전적으로 백군부에서 맡은 거라 잘 모르지만.

       

       

       “식량을 공급할 것과 군대 규모는 5만 명으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래. 괜히 지금 자극하는 건 좋지 못해서 그대로 내버려둔 건가.

       

       하기야. 그렇게 자유롭게 풀어두는 편이 훨씬 낫다.

       

       자기들끼리 자유지구네 뭐네 해보면서 말아먹어 봐야 뭔가 자유지대라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건지 알게 되지 않겠냐.

       

       

       “그건 제대로 지켜지고 있습니까?”

       “네.”

       

       

       하긴 그 정도도 지키지 않으면 특별군사작전 장인인 안톤 데니킨의 군단이 그대로 우크라이나로 밀고 들어가겠지.

       

       애초에 지금 군대를 강화할 처지도 안 되지 않나?

       

       자유지대 군대니 뭐가 있겠냐만. 그래도 우크라이나다.

       

       심지어 우리보단 공산 독일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아나키스트 국가지.

       

       만에 하나라도 2차 대전 때까지 마흐노의 자유지구를 통합하지 않는다면.

       

       

       “마흐노의 병력 말고 군대의 질은 어떻습니까?”

       

       

       지금 마흐노의 자유지구에 군대를 강화할 역량은 있나?

       

       우크라이나 반쪽짜리라고 해도 빨갱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어쨌든 늘 선동하는 놈들이니까.

       

       마흐노라고 다를 건 없지. 말이 자유지구지. 그냥 빨갱이일 뿐이니까.

       

       그럼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건 있다.

       

       만일 그 불만이 쌓여서 한계가 느껴진다 치면.

       

       

       “만일 무너진다 치면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우크라이나 내에 친러시아파. 합중국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자들이 좀 있기는 합니다. 아마 그들을 중심으로 뭉치지 않겠습니까?”

       “그건 나쁘지 않은데.”

       

       

       흠, 그렇게 되면 우리 마흐노 씨가 공산 독일에 손을 벌릴 수 있는 거 아닌가.

       

       공산 독일에 빌붙으면 귀찮아지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전에 13도 창의군에 빙의해서 서울 진공작전 성공하고 서울 지역 방위 위원회 아나키즘 국가 대역물을 전에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정부라고 하기엔 좀 그래서.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나키즘의 대표곡인 “A las barricadas(바리케이드를 향해)”는 뭔가 듣기 좋더라고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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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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