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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이곳이 그곳인가?”

        ​

        “맞습니다.”

        ​

        “소문대로 외진 산속이군.”

        ​

        기사와 마법사들.

        ​

        그 선두에 베하인 백작이 서 있었다.

        ​

        “공작께서 심히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다. 평민으로 알려졌다 하나, 모두 예의를 갖추도록.”

        ​

        “명을 받듭니다!”

        ​

        제국의 재무를 총괄하는 하르멘스 공작.

        ​

        크리스라는 자에 대해 관심이 깊었다.

        ​

        미래를 알 수 있고 각종 행운을 몰고 다니는 사람.

        ​

        제국의 부를 한층 더 키워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베하인 백작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

        실패와 성공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손실을 어마어마하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니까.

        ​

        크리스라는 자가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

        ​

        생각에 빠진 백작에게 마법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

        “앞쪽에 거대한 마법이 펼쳐져 있습니다!”

        ​

        “마법이라 하였느냐?”

        ​

        마법사의 이마에서 땀이 쏟아져 나왔다.

        ​

        느껴지는 마법의 수준이 굉장했기 때문이다.

        ​

        “원래는 제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고난도의 마법입니다.”

        ​

        “헌데, 어찌 알았다는 것이냐?”

        ​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의도가 있는 듯합니다.”

        ​

        실제로 느껴지는 마법의 분위기가 그러했다.

        ​

        함부로 접근할 곳이 아니니 알아서 돌아가라는 듯 펼쳐진 마법.

        ​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백작에게 그대로 보고할 수 있겠는가.

        ​

        다행히도 그들은 곧 표지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 마법사, 정령사, 기사 출입 금지. ]

        ​

        “허어, 우리의 출입을 금한다는군.”

        ​

        백작의 말에 곁을 지키던 기사가 빠르게 대답했다.

        ​

        “백작님께서 가지 못할 길은 없습니다.”

        ​

        아부성이 짙은 발언.

        ​

        백작은 되려 화를 낼 뿐이었다.

        ​

        “그대는 제정신인 것이 확실한가?”

        ​

        “죄송합니다…!”

        ​

        “파라몬님과 클로셀님께서 함께 한다고 알려져 있거늘…쯧쯧.”

        ​

        백작이 한심하다는 듯 기사를 째려봤다.

        ​

        수준 높은 마법이 펼처져 있다면 그것을 누가 시전한 것인지는 명백하지 않은가.

        ​

        아스테르 클로셀.

        ​

        해제할 수도 없는 마법이었거니와 해제해서도 안 되는 마법이었다.

        ​

        그 두 사람의 눈 밖에 난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돌아간다.”

        ​

        “하오나, 공작님의 명령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

        “공작께서도 이해하실 것이다.”

        ​

        안절부절못하는 기사.

        ​

        하지만 백작의 입에서 나온 말에 금방 안정을 찾았다.

        ​

        “제국의 귀족중에 두 분의 은혜를 입지 않은 사람이 있더냐?”

        ​

        “없습니다.”

        ​

        “두 분께서 오르고자 하였다면, 지금의 공작가는 클라우스와 아스테르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

        아는 사람은 전부 아는 사실이었다.

        ​

        그들이 자신들의 몫을 희생하였기에 지금의 평화가 찾아왔다는 것을.

        ​

        욕심을 내려놓은 진정한 영웅이 바로 그들이었다.

        ​

        “두 분이 거절하신다면 돌아가는 것이 예의다.”

        ​

        이윽고, 백작일행이 방향을 돌려 산길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

        돌아가는 길은 금방이었을 것이다.

        ​

        중간에 그들이 만나기 시작한 행렬이 아니었다면.

        ​

        “베하인 백작님을 뵙습니다!”

        ​

        “그대는 기욜프 상단의 상단주 였던가?”

        ​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

        상단의 행렬을 살피던 백작이 상단주를 내려다봤다.

        ​

        “크리스라는 자를 찾는 것인가?”

        ​

        “그것을 어찌…?”

        ​

        “그렇다면 돌아가라. 어차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

        상단주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

        백작 정도의 인물이 돌아가라고 한다면 돌아가야 했다.

        ​

        귀족의 명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

        길을 내려가던 백작은 기욜프 상단 말고도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

        마탑 소속의 마법사와 정령사.

        ​

        경지가 높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들까지.

        ​

        심지어는 평민들도 끼어 있었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

        백작의 기사 한 명이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

        ​

        “제국 내에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

        “아스테르 백작을 만나봐야겠군.”

        ​

        ​

        ***

        ​

        ​

        제국의 국경까지는 워프마법을 이용했다.

        ​

        하지만 이곳에서부터는 걸어가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

        점괘상으로는 그게 더 이득이었으니까.

        ​

        드잔트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북적해진 일행.

        ​

        방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나?

        ​

        그건 그렇고….

        ​

        “루나님, 따라 해 보시겠습니까?”

        ​

        “꺄륵!”

        ​

        “알.루.어.드!”

        ​

        “아우아우!”

        ​

        “훌륭하십니다!”

        ​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

        내 등 뒤에 따라붙어서 하루 종일 하는 말이 저거라니.

        ​

        큰 충격을 받은 알루어드가 루나에게 이름을 알려주겠다며 저러고 있었다.

        ​

        “제 이름은 알루어드입니다.”

        ​

        루나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조!”

        ​

        “종이 아니라, 알루어드입니다.”

        ​

        “꺄륵.”

        ​

        알루어드가 종이라고 불리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

        지난번에 산 정상에 올랐을 때 교황아저씨가 한 말 때문이었다.

        ​

        ‘교황후보로 키웠더니, 도령의 종이 되었구나.’라며,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

        ​

        실제로 종을 치고 다녔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

        루나에게는 확실하게 ‘종’이라고 각인된 모양이지만.

        ​

        “흐음…”

        ​

        생각하며 걷던 나는 걸음을 멈춰 세웠다.

        ​

        “왜 그러는가?”

        ​

        “아이고, 내 팔자야…”

        ​

        망신살이 단단히 뻗쳐 있는 남자 아이였다.

        ​

        10살쯤 되었을까?

        ​

       패가망신의 기운은 저 아이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아이의 부모때문에 생긴 것이다.

        ​

        “부모를 다 잃었나 보네.”

        ​

        부모의 업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내려온 형국.

        ​

        대충보니 집안에 아픈 사람도 있어 보였다.

        ​

        “남일 같지가 않단 말이지.”

        ​

        10살의 나이는 부모 없는 설움을 감당하기가 힘든 나이다.

        ​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

        “야, 알루어드.”

        ​

        “예?”

        ​

        “너 치료는 좀 하냐?”

        ​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정도는 됩니다.”

        ​

        그 정도면 충분했다.

        ​

        망신살만 걷어내주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아이.

        ​

        힘들겠지만 타고난 성정이 약하지 않은 아이라 잘 헤쳐 나가지 싶었다.

        ​

        “따라와봐.”

        ​

        “옙!”

        ​

        걸음을 옮겨 다가가니 아이의 얼굴에 의문이 생겨났다.

        ​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니 그럴 수도 있으리라.

        ​

        “너 동생이 아프지?”

        ​

        “….?”

        ​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몇 년 지났네?”

        ​

        “크리스님, 그런 식으로 말하면 누구나 다 이상하게 봅니다.”

        ​

        아이의 얼굴에 경계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

        나는 알루어드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

        “이놈이 신관이거든? 동생을 치료해 줄 수 있을 거야.”

        ​

        “….”

        ​

        “그것만 해결하면 살기가 한결 수월해 질 걸?”

        ​

        슬금슬금 뒷걸음 질을 치던 아이가 알루어드의 복장을 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

        “아버지께서 모르는 사람의 도움은 함부로 받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

        “교육 잘 받았네.”

        ​

        세상에 나쁜 사람이 많으니 그러는 편이 좋을 것이다.

        ​

        우리 둘을 살피던 아이가 업혀 있는 루나를 보고는 표정이 풀어졌다.

        ​

        “하얀 머리에 아기…?”

        ​

        “음?”

        ​

        “아저씨 혹시 이름이 크리스예요?”

        ​

        이놈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을까?

        ​

        분명히 또 소문이니 뭔지를 들은 것 같았다.

        ​

        자꾸만 이상하게 소문이 퍼지고 있었으니까.

        ​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그냥 비슷한 사람인가?”

        ​

       아이의 경계를 풀 수 있다면 소문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

        “나 맞는데?”

        ​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이가 웃음을 흘렸다.

        ​

        피식 –

        ​

        “….?”

        ​

        “기사님들 보다 체격이 크고 목소리도 엄청 멋있다고 그랬어요.”

        ​

        “나 맞다니까?”

        ​

        아이가 허리에 손을 올리며 한마디를 쏘아 붙였다.

        ​

        “제가 어리다고 이런 거에 속을 줄 알아요?”

        ​

        “진짜 맞는데?”

        ​

        “그리고…”

        ​

        이어지는 말에 알루어드마저 웃음을 터뜨렸다.

        ​

        “크리스님은 그런 말투 안 써요.”

        ​

        “풉…”

        ​

        “나 크리스 맞다니까?”

        ​

        이제는 슬슬 억울해지려고 한다.

        ​

       “어휴,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

        아이 하나 구해 준다 치고 도와줘야지.

        ​

        “어쨌든, 이놈이 신관이니까 데리고 가 봐. 일리아 교단 알지? 거기서 온 놈이야.”

        ​

        “…저도 신관님 복장은 알아요.”

        ​

        “알면 잘됐네.”

        ​

        “… 전 돈이 없어요. 신관님에게 치료를 받으면 비싸다고…”

        ​

        찌릿.

        ​

        힘을 주어 알루어드를 째려봤다.

        ​

        교단에서 얼마나 해 처먹었으면 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말인가.

        ​

        “너희 완전 개판이었구나?”

        ​

        “아우…?”

        ​

        “몇몇 신관들이 그랬을 뿐! 지금은 다릅니다!”

        ​

        아이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

        “높으신 신관일수록 가격이 비싸다고 들었어요…”

        ​

        찌릿 –

        ​

        “요,요즘은 그렇지 않단다! 신성력을 쓰는데 대가는 필요가 없어!”

        ​

        계속 째려보고 있으니 알루어드가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

        “얼른 가보는 게 어떻겠니? 같이 가자꾸나.”

        ​

        아이를 따라가는 알루어드.

        ​

        그래도 처음 봤을때보다 훨씬 인간적이게 변했다.

        ​

       ‘나 성기사요’하고 갑옷을 껴입었을때 보다, 지금이 더 신관 답다고 해야 할까.

        ​

        다시 돌아오니, 영감님들이 느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훌륭하군.”

        ​

        “자네의 힘에 걸맞은 인성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네.”

        ​

        낯간지러운 말이었지만,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

        내 몸주신이 어떤 신령님이신데….

        ​

        신령님 부터가 아이가 다 클때까지 보호해주시는 분인데, 내가 그런 성향을 띄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인간치고는 그럴싸한 놈이군.”

        ​

        클로셀 영감이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

        “저곳을 지나서 조금 더 가면 하르프 왕국의 국경일세.”

        ​

        알고 있다.

        ​

        안 그러고 서야 이렇게 삐딱한 기운이 느껴질리가 없으니까.

        ​

        “국운이 기울었네, 기울었어. 벌써 팔자 꼬이는 게 보이네…”

        ​

        그때, 기사와 병사들이 거리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

        ​

        “제국의 국경이 소란스럽다니, 흔치 않은 일일세.”

        ​

        이윽고, 흥미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

        거리의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들이었다.

        ​

        “오크가 국경을 넘고 있는걸 발견했다는군.”

        ​

        “저번에도 있었지 않은가?”

        ​

        오크가 나타났다면 당연히 가 봐야 하지 않겠는가.

        ​

        영감님들 역시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

        “가시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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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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