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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93화.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 ( 1 )

       

       

       

       

       

       “뭐야, 무슨 일이야. 엉? 칼은 왜 꺼냈어.”

       

       “한스? 언제 온 거야. 옆에는… 꼬맹이잖아?”

       

       

       촌장의 비명 소리가 마을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자, 그 소리를 듣고 프리가와 로한 그리고 사도 부대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엄숙한 표정으로 신검을 꺼내든 케니스와 촌장의 팔을 비틀어서 꺾어버린 한스. 

       그리고 넋이 나간 표정의 데이지와 여전히 통곡하면서 케니스에게 매달리는 마을 사람들.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프리가 공녀님, 그리고 사도분들.”

       

       “어, 왜.”

       

       “옛!”

       

       

       케니스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케니스의 살벌한 기백에 부대원들의 대답에는 기합이 바짝 들어갔다.

       

       

       “여기 있는 마을 사람들은 악마와 손을 잡은 이단들입니다. 용사인 제가 그렇게 판결했고, 증거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모두 제압하세요.”

       

       “…악마? 악마와 손을 잡았다고? 우리가 피땀 흘리면서 지킨 녀석들이 악마와?”

       

       

       프리가는 케니스의 말을 듣고 몇 번을 되묻더니,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하, 참. 별 개같은. 어이가 없네. 하! 개고생해서 지킨 새끼들이 악마랑 손을 잡은 놈들이라고? 확실한 거야?”

       

       “확실합니다. 이들이 고의적으로 그랬는지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악마와 관련되었다는 그 증거는 명백합니다.”

       

       

       머리에 열이 오르는지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뭐라고 욕을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등에 메인 거대한 도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엎드려 덜덜 떨고 있는 주민에게 말했다.

       

       

       “야, 누가 너희들 대빵이냐? 누가 시켰어. 어?”

       

       “히이익… 저, 저기! 저기 저 남자가 촌장입니다! 전부 촌장이 시켰어요!”

       

       “저 새끼? 지금 저 팔 돌아간 새끼가 대빵이야?”

       

       

       프리가는 주민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스에게 붙잡힌 팔이 기괴한 각도로 돌아간 촌장.

       프리가의 검은 눈동자가 분노로 불타오르며,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이, 개새끼가ㅡ!”

       

       

       먹잇감을 덮치는 거대한 맹수처럼, 용 사냥꾼의 도끼가 촌장의 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탐스러운 목덜미를 물어 뜯지는 못했다.

       

       

       ㅡ 카앙!

       

       

       촌장의 목을 노리고 쇄도하던 도끼는 케니스가 휘두른 신검에 튕겨 나갔다.

       허공을 가르는 용 사냥꾼의 도끼. 그 거대한 날에 반사된 햇빛이 눈부시게 퍼진다.

       

       

       “비켜. 그 새끼 목은 잘라야 분이 풀리겠어.”

       

       “안 됩니다. 공녀님의 기분은 이해하지만, 이 자를 그냥 죽이는 것은 오히려 너무 자비로운 처사입니다.”

       

       “야! 지금 우리가 뭐 때문에 개고생하면서 싸웠는데, 이 씹어먹을 악마 숭배자 새끼들을 지키려고 싸운 거야? 아니잖아! 창자가 흘러내리는 걸 붙잡고, 잘린 팔을 붙여가면서 싸운 이유가 이 개새끼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싸운 거냐고!”

       

       “…”

       

       

       케니스를 향해 외치는 프리가. 

       

       그녀의 말대로, 사도 부대원들은 그야말로 처절하게 싸웠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적들은 바다와 같았고, 그들은 오로지 성벽과 동료를 의지해 싸웠으니. 

       신의 전사들이 강림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는 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비켜. 그 새끼 목을 잘라야겠어.”

       

       “…안 됩니다, 공녀님.”

       

       

       케니스의 붉은 눈동자와 프리가의 검은 눈동자가 허공에서 맹렬하게 부딪혔다.

       케니스도 프리가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자가 마을의 수장인만큼 이단 심문관들이 촌장에게서 알아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한순간의 분노에 눈이 멀어 죽이는 것은 너무나 큰 자비일 터.

       

       잠시 숨 막히는 대치가 이어졌다.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고, 무기를 집어넣지도 않는 일촉즉발의 상황.

       

       먼저 물러난 것은 프리가였다.

       한숨을 크게 내쉬며 도끼를 거두는 프리가.

       

       

       “후ㅡ 그래. 한번에 죽이는건 아쉽다 이거지.”

       

       

       프리가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허공에 도끼를 붕붕 돌렸다.

       어쩌지 도끼날이 시퍼렇게 빛나며 피를 원하는 듯 보였다면 기분 탓일까.

       

       

       “그래 좋아. 네 말대로 하자고.”

       

       “공녀님… 감사합니다.”

       

       “그 대신, 저 새끼 팔 한짝은 잘라야겠어. 나도 더이상은 안돼.”

       

       

       프리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촌장을 바라봤다. 대장인 케니스의 체면도 있고, 순간적으로 피가 몰렸던 머리가 식으니 케니스의 말도 이해는 간다.

       그래도 저 더러운 새끼를 등 뒤에 두고 싸웠다는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케니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공녀님의 마음은 저도 이해를 하니, 어깨까지는 눈 감아 드리겠습니다.”

       

       “좋았어.”

       

       

       케니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프리가는 입꼬리를 씨익 말아올리며 도끼를 들어 올렸다.

       촌장의 눈에는 아마 도끼를 든 사형집행인처럼 보였으리라.

       

       

       “흐이익!! 오지마! 오지말라고! 으아아아!! 오지마아!! 나한테 오지 말라고!!”

       

       “허, 왜. 겁나냐? 걱정마 새꺄. 금방 안 끝나. 오래오래 걸릴 거다.”

       

       

       발버둥치며 뒤로 물러나려는 촌장을 거세게 붙잡는 한스. 프리가는 촌장의 멀쩡한 팔을 노리며 도끼를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도끼날이 햇빛에 빛나며 높이 올라갔다가ㅡ

       

       

       ㅡ 쾅!

       

       “으악!! 으아아악!! 흐어아아악ㅡ!!”

       

       

       한 줌의 핏물이 흘러내리며, 조용히 바닥을 적셔나갔다.

       

       

       

       

              *       *       *       *

       

       

       

       

       만족한 프리가가 돌아가고, 사도 부대원들은 마을 사람들을 포박하여 한 곳으로 모았다.

       유일하게 혈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데이지와 그녀의 어머니, 둘을 제외한 모든 마을 사람들은 줄에 꽁꽁 묶여 창고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사태를 수습한 케니스는 곧바로 성도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부대원들의 부상과 피곤을 고려해 마을에 좀 더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아직 제국의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괜히 길이 어긋나면 나중에 연락하기 피곤할 테니까.

       

       그렇게 산골 마을에서 제국군을 기다리며, 전투의 부상을 추스리는 며칠이 흘러갔다.

       

       

       “야, 저기 한스다.”

       

       “어이ㅡ 한스! 아무리 그래도 11살 건드리면 안 되는거 알지!”

       

       “꼬마 신부님이 성인식은 치르게 하라고! 으하하하!”

       

       “하…”

       

       

       산골 마을에서 지내는 요 며칠동안, 한스는 널리 소문난 도둑놈이 되어버렸다.

       데이지가 한시도 한스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모르는 것이 이상하리라.

       

       짓궂게 놀려대는 부대원들에게 반박하기를 포기한 한스. 저기에 반응하면 오히려 더 좋아하면서 놀려댈 것이다.

       한껏 웃어대는 녀석들을 모른 척 지나치는 한스. 그 곁에서 따라가는 데이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스 님. 왜 저분들이 놀리는 걸 참으시나요?”

       

       “데이지, 원래 약한 개가 시끄럽게 짖는 거야. 진짜 강한 사람은 과묵하고 진중하게, 딱 필요한 순간에만 나서는 거지.”

       

       “아. 한스 님이 저분들보다 훨씬 강하셔서 그런 거군요?”

       

       “그래. 바로 그거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스.

       그 말을 들은 부대원들이 발끈하며 나섰다.

       

       

       “야! 너 뭐라 그랬어. 누가 누구보고 약한 개라고?”

       

       “이거 안 되겠는데. 어? 전투할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한스가 저런 말을 해?”

       

       “하 참나.”

       

       

       한스는 부대원들에게는 일부러 악마를 잡았다는 사실을 숨겼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게 좀 더 재밌으니까.

       

       하룻강아지들이 짖는 걸 보는 호랑이의 심정이 이럴까?

        한스는 한껏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재수없게 웃었다.

       

       

       “너희들, 존나 약하잖아.”

       

       “뭐?”

       

       “야 안 되겠다. 판 짜라. 오늘 우리 부대 서열 정리해야겠네.”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해버린 한스. 부대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끄럽게 떠들며 당장 대련하자고 외치는 부대원들. 

       

       그 모습을 보며 데이지는 조용히 웃었다.

       

       

       

       

       

              *       *       *       *

       

       

       

       

       

       “허으~”

       

       

       멈추지 않는 하품에 연신 눈물을 닦아낸다. 어제 새벽에 일어나서 게임을 하고 잔 탓일까,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졸음이 가시질 않는다.

       직장인의 뇌수와 다름없는 카페인을 마시면서 눈을 비비고,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유독 요번주에 일이 많이 몰리는 느낌이다. 덕분에 점심 시간이 끝나자마자 쌓인 업무를 바쁘게 처리한다.

       쌓이고 쌓인 일은 아무리 해치워도 줄어들지 않고, 어째서인지 걸려오는 전화와 비례해서 점점 늘어나는 업무들.

       

       

       “…죽을 것 같다.”

       

       

       이대로 있으면 내가 죽을 것 같다는 느낌에, 커피를 들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잠깐 머리에 바람 쐬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인적이 드문 뒷정원으로 나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진 벤치에 풀썩 주저앉는다.

       

       

       “후…”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답답한 속이 조금은 가시는 기분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만지다가 습관처럼 게임을 실행시켰다.

       신전이 화면에 나타나기 무섭게 떠오르는 메시지창들.

       

       

       ㅡ 빠밤!

       

       《성도 ‘키비타스’의 신앙심이 100을 달성하였습니다!》

       

       《특수 건물 ‘콜로세움’ 해금되었습니다! 해당 건물은 ‘세계 탐험’ 모드에서 설치할 수 있습니다.》

       

       《최초 달성! 신앙심 100 도달! 우편함에서 보상을 수령해주세요.》

       

       

       “오, 뭐야. 이런 것도 있어?”

       

       

       ‘세계 탐험’ 모드에서 ‘키비타스’라는 도시의 신앙심이 90이었나 95였나 제법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최대치에 도달한 모양.

       특수 건물이라는 말에 재빨리 건물 리스트를 확인했다.

       

       휘황찬란한 빛을 번쩍이며 존재감을 자랑하는 ‘콜로세움’. 그 외형은 로마의 콜로세움과 제법 흡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경기장 안에 관중석으로 보이는 곳이 엄청 넓고 많다는 것일까.

       

       처음 보는 특수 건물과 ‘세계 탐험’ 모드에서만 설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보면, 분명 특수 건물에 걸맞는 효과가 있을 터.

       절대 참을 수 없다.

       

       

       “당장 설치해야지.”

       

       

       재빨리 화면을 ‘세계 탐험’ 모드로 옮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화면 상단에서 반짝이는 콜로세움 모양의 아이콘.

       아마 저걸 눌러서 설치하는 것 같다. 우선은 이 건물을 어디에 설치하는지가 중요하다.

       

       특수 건물인 만큼 아무 곳에나 무턱대고 지을 수는 없는 노릇. 이리저리 화면을 돌려가며 ‘콜로세움’을 건축할 땅을 찾아다닌다.

       

       

       “에이, 그냥 짓자.”

       

       

       좀 찾아다니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성도의 적당한 곳에 ‘콜로세움’을 건축했다. 

       콜로세움이 세워지는 곳에는 주민들의 건물도 있었는데, 알아서 옆으로 밀려나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주민들의 건물이 옆으로 밀려나고, 망치와 못이 뚝딱거리는 이펙트가 나타났다. 예상 대기 시간은 6일 15시간.

       예전에 구매했던 ‘건물 완공 패키지’의 힘으로 즉시 완공시켰다.

       

       

       ㅡ 빠밤!

       

       《특수 건물 ‘콜로세움’이 완공되었습니다! 》

       

       《특수 건물 ‘콜로세움’의 전용 이벤트 발동! “싸워라, 그리고 이겨라!”가 시작합니다!》

       

       

       “오우씨, 이게 뭐야?”

       

       

       이렇게 갑자기 이벤트가 열린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일입니까!! (수정됨!)

    – ‘신선우’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슴이 웅장해지다 못해 터지려고 합니다!!! 아니!! 이미 터졌습니다!!!!! 주모 여기 샷따 내려!!!!
    거대한 망치에도 로망이 한가득 담겨있죠!!! 망치!!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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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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