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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 ***

       

       “크흠.”

       

       흑묘는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하는 호천안을 보면서 키득거렸다.

       

       ‘바보 멍청이.’

       

       게으른 고양이 같던 호천안은 일류가 되더니 머릿속에 무공만 가득한 바보가 되어버렸다.

       

       사천낭인이 될 정도로 무공에 대한 열망이 높은 사람이 체질 때문에 경지상승이 막혔었으니 쌓였던 열망이 폭발 중이라는 것은 알겠다.

       

       아무리 그래도 요새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그래도 과거에는 가까이 다가가면 흠칫거리며 의식이라도 해 줬는데 요새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수중동굴에서는…’

         

       수중동굴때를 떠올린 흑묘는 새삼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부아가 치밀었다. 맨살노출에 젖은 모습까지 그렇게 보여줬는데 손 하나 건들지 않다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매일 노출 수위를 올렸음에도 결국 호천안은 힐끔 바라보는 선 이상을 넘지 않았다.

       

       물론 수중동굴에서의 일주일은 참 즐거운 추억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수중동굴에서처럼 자연스럽게 노출을 할 일이 다시 있을까? 흑묘는 호천안에게 좀 더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며 시선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냥 날려버렸으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나름대로 부끄러움을 참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렇게 맥이 빠진 상황에서 혁기린의 의뢰를 받았다. 말을 타고 이동하는 혁기린의 뒷모습을 찬찬히 살피고 있자니 어쩐지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라 왠지 기운이…

       

       어쩐지 무언가 자극당하는 듯한 느낌. 그저 미미한 느낌이었지만 흑묘는 혁기린이 신경 쓰여 살피기 시작했다. 면밀히 혁기린의 기공을 탐색했지만 수상한 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에 흑묘는 기분 탓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면밀히 혁기린을 살피던 흑묘는 감탄했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기는 하구나.’

       

       남자 치고는 키도 작고 체형도 가늘다. 청년이라기보다는 소년에 어울리는 모습이고 말을 탄 모습도 왠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내려야 할 것 같은 느낌.

       

       미남자라기보다는 미소년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그 용모에 흠결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작은 체구와 큰 눈은 혁기린만의 매력을 더 견고히 해 주었다.

       

       천하에서 손꼽히는 미남인 혁기린의 용모에 감탄하며 흑묘는 호천안에게 몇 마디 전음을 보냈다. 이 미소년을 호 선배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해진 탓이었다.

       

       그런데…욕룡신협 혁기린을 칭찬하는 것만으로도 호천안이 손짓을 보내며 대화를 그만 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예상치도 못한 격렬한 반응.

       

       흑묘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내가 다른 남자 이야기를 하니까 싫어하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흑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다른 남자를 칭찬하는 것을 싫어하는 호천안의 모습. 그래도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신경 쓰이기는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흑묘는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할까. 마음을 간질거리게 만드는 감정에 떠밀려 흑묘는 전음을 보냈다.

       

       [선배. 지금 옥룡신협 칭찬하니까 질투하는거에요?]

       

       호천안이 고개를 돌려 흑립을 올리고는 입을 벙긋거렸다.

       

       ‘아.니.라.고’

       

       어쩐지 혁기린에 대한 대화 자체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한 느낌.

       

       그러나 흑묘는 혁기린에 대한 대화를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맨살을 노출해도 시큰둥하던 저 호천안이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는 주제를 그냥 놓아줄 리가 있겠는가.

       

       ‘이게 다 요새 선배가 너무 관심을 안 주니까 그러는 거라고요. 자업자득이야 자업자득!’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호천안의 관심을 좀 더 만끽하고 싶은 흑묘.

       

       [저 귀여운 체구에서 초절정의 무위가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게 반전매력이라는 걸까요?]

       

       호천안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을 보며 흑묘는 싱글벙글 웃으며 전음을 보냈다.

       

       [저 얼굴에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적을 노려보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네요. 산적을 만나면 볼 수 있을까요.]

       

       호천안은 흑묘의 전음을 들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흑묘야, 흑묘야. 왜 하필 혁기린이니..!’

       

       호천안은 흑묘가 남자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하는 짓은 그랬어도 하선수는 자신감 있게 여성에게 접근할 정도의 미남이었고 그런 미남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것이 흑묘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흑묘가 그만 말하자고 했는데도 혁기린의 외모 칭찬을 멈추지 않는다!

       

       흑묘는 미소년 타입이 취향이었던 것일까. 호천안은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평생을 적극적인 마초남에게 시달려 온 인생을 산 흑묘라면 정 반대 유형인 하늘하늘하고 작고 아담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낄 법도 했다.

       

       그리고 혁기린은 외형만 보면 옥면이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의 미소년. 중원을 대표하는 미남 중 한명이다.

       

       흑묘라고 해도 충분히 이성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상.

       

       굳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전음으로 혁기린의 외모 칭찬을 늘어놓는 이유가 뭐겠는가.

       

       ‘흑묘야…혁기린은…혁기린은 여자야..!’

         

       흑묘의 성장배경을 생각해보면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영구동토 천단장애에서 피어난 새싹처럼 간신히 싹튼 이성에 대한 호기심 혹은 호감! 그런데 그 호감의 대상이 사실은 동성이었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도 남을 일이었다.

       

       ‘안 그래도 이성에 상처가 많은 흑묘인데…! 더 이상의 상처를 늘리는 건 안 돼!’

       

       ‘후후, 질투하는 호 선배. 귀여워!’

       

       진지하게 사천성에서 산적들을 몰아낼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에 빠져 있는 혁기린. 그 뒤로 엄한 생각에 빠져 있는 두 사람.

       

       말들은 기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그저 열심히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 ***

       

       비상사태다.

       

       흑묘가 아무래도 혁기린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

       

       아니. 천안아. 호천안아. 너무 넘겨짚지 말자.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괜히 혼자서 김치국 마시다가 괜히 침상에서 이불 차면서 사방팔방으로 바둥거릴 수도 있으니까.

       

       “아~ 혁기린 공자랑 둘이서만 이야기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확실히 조진 모양이다.

       

       이런 말도 혁기린이 아닌 나에게만 들리도록 말하는 것이 혁기린을 의식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건 기분탓이 아니겠지.

       

       현재 우리는 객잔에 도착했다. 정남산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있는 객잔. 산적들에게 짐을 잃어 안색이 거무죽죽한 자들과 사천 방향에서 정남산을 통해 다른 지방으로 가려진 이들이 발이 묶여 객잔은 만원 상태.

       

       “대협! 제발 저 악적들을 물리쳐 주십시오!”

       

       “네 물론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 보겠습니다.”

       

       “대협! 대협만 믿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혁기린이 남들이 보기에는 잘생기긴 한 모양이었다. 객잔에 있는 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몽롱한 표정으로 혁기린의 얼굴을 바라보기 바빴으니까.

       

       “아아, 혁기린 님을 품에 안아봤으면…”

       

       “울음을 터트리면 얼마나 귀여운 표정을 지으실지…”

       

       “하아, 평생 쓰다듬어 주고 싶으신 분…”

       

       뭔가 전체적으로 이상한 것 같지만 이건 기분 탓이겠지. 아무튼 혁기린의 얼굴이 미묘하게 어두워지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산적 연합이 만만치 않다는 정보만 계속해서 들어오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증언을 듣는 것은 순수하게 혁기린의 몫이었다.

       

       사천에서 도보로 하루 반나절 거리인 이곳이라고 사천낭인을 친절하게 대해줄 리가 있겠는가. 혁기린이 묻기만 하면 답이 줄줄 나오는데 굳이 우리가 사람들에게 사정사정해가며 정보를 모을 이유가 없었다.

       

       안 그래도 너무 편향적인 대인관계 때문에 자신의 감정도 잘 모르는 흑묘다. 그런데 자신이 호감을 품었던 남자가 짜잔.

       

       사실은 남장여자였습니다!

       

       흑묘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빨리 혁기린이 여자라는 사실을 밝혀야 할지도 모르겠다. 문제라면 어떻게 알았는지 추궁 당한다면 할 말이 없다는 점이려나.

       

       “흑묘야. 혁기린에 대해서 뭐 아는 게 있냐?”

       

       “남들이 아는 정도죠. 제가 아무리 정보조직의 수장이라고는 해도 모든 것을 다 머리에 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특히…혁기린 같은 경우에는 황실 쪽과 연관이 있는 정황이 있거든요. 황실과 관련된 일은 어지간하면 모르는 편이 나아요.”

       

       그래 아무 정보나 함부로 캐다가는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있지. 흑묘가 혁기린에 대해서 정보를 쥐고 있었다면 설명하기가 편했을 텐데. 어떻게 하면 혁기린의 성별을 알고 있는 점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을까.

       

       흑묘가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하는 혁기린의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본인을 통해 알아보는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후.”

       

       “후후, 선배 신경쓰이나요?”

       

       흑묘가 웃으며 내 볼을 쿡쿡 찔렀다. 이 녀석은 사람 속도 모르고 아주 신났네. 왜 막 들뜨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시선이 막 혁기린 쪽으로 가고 그래?

       

       “어휴.”

       

       나는 한숨을 내쉰 뒤에 혁기린 쪽을 바라보았다. 여성들은 애정 어린 눈으로 혁기린을 바라보고 있고 남자들 그냥 흠모의 눈빛을 보낸다. 그 누구도 혁기린이 여자라고는 생각지 않겠지.

       

       점창파가 남존여비 사상에 물들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후예십시의 필두인 혁기린이 성별을 속일 리가 없다고 여기는 것일까.

       

       전체적으로 혁기린의 위장은 훌륭하지만 남장여자라는 사실을 의심해 볼 건덕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혁기린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흑묘도 결국 혁기린의 성별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했고 객잔의 사람들 중에서 객잔 사람들도 혁기린의 성별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 보인다.

       

       “왜 그래요 선배. 무슨 일이 있나요?”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흑묘가 물었다. 그러고보니 흑묘도 말을 타기 시작할 때 혁기린에게 뭔가를 느낀 것 같았는데.

       

       “아까 낮에 전음 보냈던 것들 중에서 혁기린에게 뭔가 위화감을 느꼈냐?”

       

       “음. 그냥 신경이 예민했나봐요. 뭔가 느껴진 것 같았는데 그 뒤로도 계속 보고 있어도 딱히 감지되는게 없어서.”

       

       그래 그거였군. 내가 혁기린을 보면서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해야 할까.

       

       궁하면 통한다더니 흑묘에게 설명할 궁리를 하다가 뭐라도 얻어걸리는군. 이거라면 흑묘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흑묘야 놀라지 말고 잘 들어.”

       

       “갑자기 또 뭔가요.”

         

       흑묘에게는 무척 잔인한 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니 흑묘야. 매도 미리 맞는다고 감정이 더 커지기 전에 정리하는 편이 낫지.

       

       앞으로 닥칠 충격적인 소식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흑묘는 ‘또 선배가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려나보다!’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예상되는 신나는 몸짓으로 상체를 바짝 당겨왔다.

       

       “혁기린은 남장여자야.”

         

       신이 난 흑묘에게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였지만.

       

       나는 잔혹한 진실을 전달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잔혹한 진실!(아님.)

    *해당 회차는 22/8/11 일부 내용 수정이 있었습니다.

    리메이크 내용에 맞추어 묘사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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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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