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93

       별포크를 납치……데려오는 건 의외로 쉬웠다.

        

       아크는 후열인 고라박스를 전담해야 했으니, 당연히 탈락.

        

       그리고 강렬한 저항을 할 거라고 예상했던 레반은, ‘그러면 로테이션으로 한 번 도시죠. 오히려 좋네요.’라는 말과 함께 가벼이 양보했다.

        

       ……조금……조금 기분이 이상하긴 했다. 말에 숨겨진 의미가 있는 느낌이어서.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것이 인생의 3가지 즐거움 중 하나라고 했던가. 아직 공감하기는 어려운 말이지만, 점 찍은 후배를 제자로 들이는 건 퍽 기쁜 일이었다.

        

       다소 나쁜 물이 들어있기는 했지만……지금부터 갱생시켜 나가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그 광질도 갱생된 걸 보면, 세상에 희망이 없는 광전사는 없다. 교화시키기 나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경우엔 광전사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좋았다. 이 작은 새싹을 잘 키워서, 홍보용 플랜카드에 이름을 실을 예정이었으니.

        

       왜, 학원들 보면 ‘ㅇㅇ학원의 ㅇㅇ학생, 서울대학교 입학!’ 따위를 잔뜩 적어서 전단지를 뿌리곤 하지 않는가. 학교에서도 현수막을 걸곤 했고.

        

       ‘광전사로 브론즈였던 별포크, 도적 전향으로 대회 우승 후 다이아 달성!’ 따위의 표어까지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앞서나가면 안 되겠지만.

        

       어차피 나오나는 어느 정도는 공식이 있는 게임이다. 다이아 말석까지 가는데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했다.

        

       지하……지하 유저라고 했는데, 분명.

        

       《아! 죄송해요! 어……고블린……고블린…….》

        

       짜준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는 연습을 3번 연속으로 실패하는 게 말이-

        

       아니다. 그럴 수 있지. 지하맵……무려 8개니까. 헷갈릴 수 있지.

        

       아기를 생각하자. 해맑게 웃으면서 바닥을 기어다니던 막둥이 사촌동생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숟가락질도 배우기 전까진 못하는 법.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것이다.

        

       “자. 좋아요. 잠깐만 멈춰볼까요?”

        

       《네? 아, 네! 멈췄어요! 죄송합니다……잠깐 못 들었어요.》

        

       허둥지둥하던 도적이 그 자리에 무너지듯 멈춰 섰다. 정지 동작으로도 균형을 잃을 수가 있구나. 저건 저거대로 놀랍네.

        

       “자, 감마 세팅을 한 번 확인해볼까요? 실수로 이상하게 세팅해뒀으면 잘 안 보일 수 있어서.”

        

       《아……감마, 요? 잘은 모르겠지만요……기본 세팅일 것 같아요. 지금 화면에 띄울게요!》

        

       ……진짜 기본 세팅이네.

        

       “왜죠.”

        

       《네?》

        

       아니, 진짜 왜지.

        

       그럼 보여야 하지 않나.

        

       “아니에요. 자. 다시 뒤로 가보시겠어요? 네……조금 더, 사다리 타고 내려온 직후에 떨어지는 위치까지 가보세요. 네, 거기. 거기 멈춰서, 우측 벽을 잠시 볼까요?”

        

       《네……보고 있어요.》

        

       “아니요, 각도 조금 틀어서. 3번째 횃불을 45도 각도로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네, 맞아요. 그 화면 그대로, 위에서 5번째, 왼쪽에서 3번째 벽돌 보이시죠?”

        

       《……네.》

        

       “그 벽돌이 다른 벽돌보다 살짝 크죠? 그러면 일단 1번이나 5번은 아니고. 거기서 앞으로 조금만 가보시겠어요? 네. 거기까지. 거기서 왼쪽 바닥을 보세요. 뭐가 보이시나요?”

        

       《어……그냥 회색 벽돌……바닥……일까요?》

        

       “맞아요. 그냥 회색 바닥이고, 크랙이 없죠? 그러면 3번, 7번도 아니에요. 자, 이제 다시 앞으로 가면서 정면과 천장을 보면 몇 번 맵인지 알 수 있는데. 몇 번이죠?”

        

       《……죄송해요.》

        

       아니, 사과하라는게 아니고.

        

       ……응급 알코올……어디에 뒀더라.

        

       .

       .

       .

        

       그렇게, 10여분 후.

       

       《중간점검 겸 멘토 회의를 한 번 해야 할 것 같아서 모이자고 했어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어느 정도 통일성 있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다급하게 불러 모으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네, 좋습니다. 어떤 정보를 공유해야 할지……일단 궁탁님은 대방패 기사 연습 좀 하시면 실력 빠르게 늘 것 같네요. 은근히 게임 센스가 있으시고, 상대방 움직임을 마지막까지 보고 방어하는 습관이 좋아요. 신중한 스타일이셔서 기사에 잘 어울리십니다.》

        

       《아, 좋네요! 저는 일단 플레이메이킹 위주로 봤는데, 고라박스님이 시야가 진짜 넓으시더라고요. 장궁 궁수 빌드로 포지션 잡는 법 훈련부터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벌써 제자 자랑 타임이었나. 흩어진지 얼마나 됐다고……양심이 있어야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꾹 눌러 참았다.

        

       아직 사제의 연을 맺은지 20분도 채 안 됐지만……우리 제자도 장점 많아. 예를 들면, 어…….

        

       “과감하고 창의적이에요. 별포크님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만 움직이는 걸 보고 있자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으니.

        

       《아……네. 그…… 아까 잠깐 아따먹님 방송 들러서 봤는데요……. 저도 많이 배울 정도로 좋았는데……아무래도 난이도가 있으니까요. 조금, 조금 더 기본적인 기본기를 가르쳐드리면 어떨까요?》

        

       기본기. 기본기라.

        

       ……내가 조금 전까지 전수하던게 지하의 기본 중 기본인 기본기였는데.

        

       나오나의 맵은 매번 똑같지 않다. 지상은 고정되어 있으나, 지하는 게임을 시작할 때 8개의 맵 중 1개로 랜덤하게 정해진다.

        

       8개의 맵에 컨셉의 차이가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기에, 어떤 맵인지는 확인하기 전까지 모른다. 패러데이 게임스가 원래 로그라이트 인디 게임을 만들던 작은 회사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그러나 웃어 넘길 수 있는 이스터 에그와는 달리, 이건 게임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다.

        

       8개의 맵에는 특정 함정이나 보스몹, 상자처럼 고정된 요소도 있으나, 대부분의 중립몬스터나 상자의 위치는 맵마다 다르다.

       

       자신의 전장이 어디인지를 언제 파악하느냐에 따라 루트의 효율성이 달라지고- 분초를 다투는 상위 랭크로 갈수록, 그 차이는 극악무도한 스노우볼로 이어진다.

        

       숙련된 나오나 지하 플레이어라면, 아무리 늦어도 지하에 돌입한지 20~30초 내로 어떤 맵인지를 파악해내는게 기본이다.

        

       진짜 기본인데.

        

       “네. 기본기가 중요하죠.”

        

       《네! 별포크님이 대회에서 지하에 가시더라도, 대략적인 루트는 짜드리면 되니까요. 일단 기초적인 교전이 가능하도록 끌어 올리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루트를 안 짜는 지하를 지하라고 할 수 있나. 내가 추구하는 도적이랑은 너무 다른데. 대회도 중요하지만……한 명의 도적을 오롯이 키워내야 하는 순간이란 말이야.

        

       그래도, 일리가 있는 지점도 있었다. 지형지물을 보고 맵을 파악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단순 암기니까. 숙제로 내줘도 될 터였다.

        

       일단은, 교전 센스도 봐 둬야겠지.

        

       스파링이나 해볼까.

        

       * * * *

        

       ‘채팅창…보지 말까.’

        

       스트리머 1년차. 별포크, 윤아리는 아직 초보 티를 벗지 못한 병아리였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었다.

        

       채팅창을 열심히 살피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민심을 파악하고, 반응이 좋은 언행을 늘려나가기 위해서.

        

       그녀의 이런 성실한 모습에 반해서 팬이 되었다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습관은 결코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던 그녀로서, 채팅창에 휘둘리지 않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으니.

        

       『포크야 울지마ㅠㅠㅠㅠㅠ』

       『아니 브론즈한테 뭘 얼마나 기대하는 거야』

       『지하 맵을 저걸로 구분하는게 말이 되나』

       『아따먹 쟤 ㅈㄴ 너무하네』

       『지는 처음부터 잘했나 ㅋㅋㅋㅋㅋㅋㅋ』

       『게임 잘 한다고 잘 가르치는 거 절대 아님』

        

       지금도 그랬다.

        

       윤아리의 마음과 달리, 채팅창은 한 마음 한 뜻으로 그녀를 위로하며 그녀의 멘토를 비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분명 윤아리를 놀리는 채팅이 대부분이었는데.

       

       점점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던 탓이었다. 그녀의 팬들은 대부분 그녀를 놀리는 것에 재미들려 있었으나, 그렇다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으니. 탓할 사람을 찾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표정관리를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아……어떡하지.’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 이예나의 오해와는 달리, 그녀의 팬이라는 윤아리의 말은 백 퍼센트 진심이었으니.

       

       채팅창을 보면 볼 수록 점점 더 우울해졌다.

       

       ‘안 돼. 정신차리자.’

        

       윤아리는 활짝 웃어 보이며 메모장을 켰다.

        

       “선생님들 회의하시는 동안 복습 좀 할게요! 일단, 지하에 돌입하면 우측 벽 횃불 위치를 잡고. 벽돌 크기 확인하고. 크면 전진해서 왼쪽 바닥. 작으면 뒤로 돌아서 웅덩이 있나 확인. 크기 차이 없으면 일단 달리기…….”

        

       미리 메모를 해뒀는데도 모두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챌린저들은 이걸 다 확인하면서 게임을 하는 구나.’

        

       다시금 텐션이 쭈욱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캠 화면을 흘긋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입꼬리가 함께 내려가고 있었다.

        

       ‘웃어야 되는데.’

        

       그렇게 애써 다시 미소를 장착하려던 순간-

        

       《아. 별포크님?》

        

       최근 밤에 잠들기 전이면 늘 틀어 놓았던 방송에서 들리던, 익숙한 목소리였다.

        

       “네, 아따먹님!”

        

       《커스텀 방 다시 오시겠어요? 실험해볼 게 조금 있어서.》

        

       .

       .

       .

        

       그리고, 잠시 후.

        

       《재능 있네요.》

        

       한참을 샌드백처럼 얻어맞으며 울상을 짓던 그녀의 귀로, 상상도 못했던 말이 들려왔다.

        

       “네?!”

        

       《교전 회피 센스가 있어요. 파밍형 도적에 필수적인 재능인데. 해보신 적 있나요?》

        

       “아…아니요. 사실 그렇게 유형이 나뉘는지 몰랐어요…….”

        

       《음……잘 됐네요. 파밍형 도적부터 배워볼까요. 금방 실력 오르실 것 같은데. 아. 그런데, 한 가지. 이건 꼭 기억하셔야 할 점이에요.》

        

       “네! 저 메모할 수첩 꺼냈습니다!”

        

       윤아리는 스스로가 이렇게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될 정도였다.

        

       한없이 우울해서 바닥으로 파고 들었으면서, 칭찬 한 마디에 이렇게나 기분이 좋아지다니.

        

       《안 좋은 습관이 조금 있어요. 공세에 나설 때 일단 연격을 누르고 보는 것 같은데, 맞나요?》

        

       시청자들에게 종종 지적을 받곤 했던 습관이었다. 평소에는 얌전한 주제에, 교전에 들어가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고 웃는 이들도 많았다.

        

       “아……네. 그, 흥분해서…….”

        

       《음……교전 들어가면 흥분하는 건 당연하죠. 괜찮아요. 문제는, 습관이 날먹도끼에 맞춰져 있다는 거예요. 쌍도끼 광전사 플레이 많이 하셨죠?》

        

       “어, 네! 혹시 제 방송 보셨어요?”

        

       《네, 오늘부터요.》

       

       안 본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실망할 새도 없이, 언제나 그렇듯 달콤한 이예나의 목소리가 조곤조곤하게 이어졌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날먹도 좋은데, 쌍도끼로 습관 들이면 다른 거 아무것도 못해요. 일단……연습을 위해서, 한동안 광전사는 봉인할까요? 혹시 나중에 광전사를 하고 싶으셔도, 잠깐 봉인하고 연습하시는 게 오히려 실력에 도움이 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광전사는 안 할게요!”

       

       《네. 별포크님께는 기대가 커요.》

       

       목소리보다도, 그 내용이 더욱 달콤했다.

       

       일단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한 잔만 할 거예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