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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계획이라도 있나?]

         

       크라우첼의 질문에 올리비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말투였다.

         

       “설득해야지요. 한 명씩.”

       [그뿐인가? 묘책이라도 있는 줄 알았건만.]

         

       제발 그 묘책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장 생각나는 방법은 정공법 뿐이었다.

       망령들을 성불해주는 대가로 에스티의 주박에 대한 지분을 획득하는 것.

         

       ‘……짧다.’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80, 아니. 이제 79시간하고 40분인가?’

         

       올리비아가 말했다.

         

       “크라우첼, 당신은 지분이 얼마나 됩니까?”

         

       크라우첼은 대답하는 대신 손을 뻗었다. 국왕의 것보다 조금 작은 파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스나이트 크라우첼’의 지분은 0.3%입니다.]

         

       많다.

       국왕에 비하면 낮았지만, 사실상 남이나 다름 없는 기사단장의 지분이 이 정도라는 것은 꽤나 많은 점을 시사했다.

       아마 생전에 에스티에게 품은 애정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분이셨군요.”

       [……마음대로 생각해라.]

         

       올리비아는 시선을 리브가에게로 옮겼다.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방금 전 크라우첼이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올리비아는 남몰래 미소지었다.

         

       ‘계속 걱정하렴.’

         

       올리비아는 이번 단서를 온전히 리브가를 공략하는 데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키엘처럼 적당히 공략할 생각은 없었다.

       멜리나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제 다른 회귀자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일테니까.’

         

       처형당하지 않으려면 이곳에서 단추를 잘 꿰어야 했다.

       리브가만 이쪽 편으로 끌어들여도 일이 몇 배는 편해진다.

       대륙민 열 명중 일곱은 빛의 여신을 믿으니까.

         

       그렇게 되면 종교적 명분만큼은 이쪽이 틀어쥘 수 있다.

       아리아의 패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다.

         

       “슬슬 시작해볼까요.”

       [내 장담하건데, 한 명씩 설득하려 들었다간 나흘은커녕 백 년으로도 부족할거다.]

         

       확실히 크라우첼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정신없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망령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성불은커녕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애초에 저들 중에 제정신인 이가 몇이나 될까.

       사실 망령이 되면 원래 저렇게 이지를 잃는 것이 정상이다.

       크라우첼이나 왕족들이 특이한 경우였다.

         

       “아뇨, 가능해요.”

         

       올리비아는 부연 설명하는 대신 리브가의 어깨를 잡았다.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올리비아를 보고 있던 리브가가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언니?”

       “주변에 신성력 좀 퍼뜨려 줄 수 있겠니?”

       “……얼마나요?”

         

       리브가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무엇을 시키더라도 따를 것만 같은 기세였다.

         

       “최대한 넓게.”

       “그러면 저 분들이 놀라실거에요.”

         

       아무리 생전에 인간이었다고 한들, 망령은 엄연한 인외의 존재다.

       그리고 인외에게, 신성력은 상극이었다.

         

       갑자기 상극의 기운을 뿌려댄다면 누구라도 달려들 것이다.

       리브가는 그걸 걱정하는 것이다.

         

       “날 믿어보렴.”

         

       리브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올리비아를 바라보다가,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게요.”

         

       리브가에게서 뻗어 나온 신성의 기운이 천천히 주변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검은 안개가 신성한 불길에 타들어갔다. 리브가의 기도가 절정으로 치닫을수록, 신성력의 광채 또한 커져 갔다.

         

       [으음…….]

         

       크라우첼이 침음했다. 신성력에 반감을 느끼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진 탓이리라.

       스스로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을테니까.

         

       침음하는 건 크라우첼 뿐만이 아니었다.

         

       신성력에 닿은 망령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났다. 약간씩이지만 그들의 영체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리브가에게 덤벼들지 못했다.

         

       전대 검성이 그녀를 수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라우첼.”

       [말 안해도 알고 있다.]

         

       크라우첼의 날카로운 안광이 망령들을 오시했다. 간혹 주제도 모르는 망령들이 덤벼들긴 했지만, 칼질 몇 번에 형체를 잃고 지면에 녹아들었다.

       깜짝 놀란 리브가가 말했다.

         

       “주, 죽이신 건가요?”

       [망령은 저 정도로 죽지 않는다.]

         

       아무리 이성을 잃었다고 한들, 한 때 아쿠아르의 주민이었던 자들이다.

       기사도를 아는 크라우첼이 그들을 진심으로 베었을 리가 없다.

         

       크라우첼은 무릎을 꿇고 있는 리브가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청록색 안광이 올리비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잠시 후, 올리비아의 머릿속에 크라우첼의 목소리가 울렸다. 전음이었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이대로면 저들의 경계심만 짙어질거다. 분명 설득한다고 하지 않았나?

       – 말이 많아지셨군요. 실패할까봐 걱정이라도 되십니까?

       – 너는…….

         

       똑같이 전음으로 답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올리비아는 틈을 주지 않고 말했다.

         

       – 저는 말씀드렸던 대로 한 명씩 따로 만나 설득할겁니다. 하지만 리브가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요.

       – ……그게 정확히 무슨 말이지?

       – 말 그대롭니다. 저는 사건의 내막을 아는 고위층들만 설득할겁니다. 계산해보니 그것만 합쳐도 전체의 2할은 되겠더군요.

       – 나머지 3할은?

       – 리브가의 도움을 받을 겁니다.

         

       크라우첼은 이해하지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가 살던 시대에는 성녀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는 알지 못한다.

         

       성녀의 능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레벨이다.

       10대 소녀인 리브가가 93레벨이나 되는 것도 전부 그 때문이다.

         

       – 어떻게?

       – 보시면 압니다.

         

       크라우첼은 복잡한 눈으로 올리비아를 보고 있었다. 믿어도 되는 건지 의심하는 것 같기도 했고, 기대감을 억누르는 것 같기도 했다.

         

       방금 말로 그도 깨달았을 것이다.

       올리비아가 설득하고자 하는 고위층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더 해야 되나요?”

       “응. 조금만 더 힘내주렴.”

       

       올리비아는 리브가의 머리를 쓸어준 다음, 확신에 찬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껄끄러운 기운을 감지한 망령들이 신성력이 닿는 범위 바깥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 수가 물경 수천에 달했다.

         

       츠츠츠츠츳!

         

       망령들이 내부로 돌입한 건 한순간이었다. 그들은 마치 파도가 몰아치듯 일제히 리브가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들은 영체가 타들어가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리브가를 제거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밀려들었다.

         

       “검 뽑지 마세요.”

       [뭣이라?!]

         

       당장이라도 검격을 내지르려던 크라우첼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멈춰섰다.

         

       [……그러다가 죽는다.]

       “안 죽습니다.”

       

       올리비아는 천천히 리브가의 앞으로 걸어간 다음, 그녀의 앞에 보호하듯 섰다.

         

       리브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거기 올리비아의 등이 보였다. 그녀의 주변에 보호막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맨 몸으로 망령의 파도에 맞설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리브가는 그녀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칠 수 없었다.

         

       도무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올리비아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 하루를 온전히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 그것이 가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 당신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치기 어린 자신의 질문에, 올리비아는 이렇게 답했다.

         

       – 제가 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아마, 지금도 똑같이 답할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

         

       성녀보다 더 성녀다운 사람이 거기 있었다.

         

       그리고 지금, 리브가는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이해할 수 없어.’

         

       에스티를 이해할 수는 있을지언정, 올리비아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

         

       그녀의 희생을, 무력하게 지켜보아야만 한다는 사실.

         

       올리비아.

         

       자신의 유일한 가족.

         

       리브가는 이를 악물었다. 왜 신은 선한 자들에게 이토록 가혹한 것일까.

         

       ‘차라리 내가…….’

         

       흐려진 시야 너머, 가공할 파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갈수록 느려지던 망령들은, 어느 순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게 무슨……!]

       [저, 정신이?]

         

       정신을 갉아먹던 어둠이 한 꺼풀 벗겨지며, 가라앉아 있던 의식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그들은 망령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생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인간이었다. 적어도, 크라우첼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의 청록색 안광이 마구 흔들렸다.

         

       [자네는…….]

       “괜찮을 거라고 했죠?”

         

       크라우첼은 대답하지 못했다. 올리비아는 멍한 얼굴을 짓는 크라우첼을 향해 한 번 웃어주고는, 망령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는 제국의 대마법사, 올리비아입니다.”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울려퍼졌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갑작스레 되돌아온 정신에 혼란스러워하던 망령들의 시선이 일순간 올리비아에게 쏠렸다.

         

       “저는 여러분들을 되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고통을 이해하지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올리비아는 뜸을 들이지 않았다.

       이것은 연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소이며, 또한 위령(慰靈)이다.

         

       “여러분들의 고통을 오늘로 끝내드리겠습니다. 망령이 아닌, 인간으로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수만 개에 달하는 눈빛은 제각기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똑같이 품고 있는 감정이 있었다.

         

       [결국 우리를 또 죽이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한 망령이 물었다.

         

       “맞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죽일겁니다.”

         

       올리비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성불이란, 결국 영혼의 소멸을 좋게 돌려 말한 것이니까.

         

       올리비아의 말에, 수많은 망령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크라우첼도, 리브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를 기만하는 겁니까?]

       “예.”

       [도대체……!]

         

       분노한 망령이 소리치려던 그때, 올리비아가 말했다.

         

       “여러분들을 죽인 저를 증오하십시오. 여러분들을 기만한 제게 분노하십시오. 그 대신.”

         

       그 다음 말이 무엇일지, 리브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여러분들의 공주는, 용서해주십시오.”

         

       크라우첼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올리비아의 의지는 압도적이었다.

         

       대신 짊어지겠다니.

         

       전대 검성이었던 그조차 그러할진데, 다른 망령들이 어떤 심정일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살벌했던 공기는, 어느새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겁니까? 당신은……공주와 조금도 관계 없는 사람 아닙니까?]

       “관계가 없다고 해서, 억울한 사람을 돕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올리비아가 미소지었다.

       

       “저는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공주도 돕고 싶습니다. 그뿐입니다.”

       

       사람을 죽인 것과, 망령을 위령한 것이 어떻게 수평을 이룬단 말인가.

       

       하지만 눈 앞의 마법사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있었다.

       

       자신에게 대신 분노하라고.

       

       자신을 대신 미워하라고.

       

       그 대신, 에스티는 용서해달라고.

         

       그녀를 따라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노하는 사람 또한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부 레인’이 에스티를 용서합니다.]

       [‘어부 유락스’가 에스티를 용서합니다.]

       [‘문지기 크반’이 에스티를 용서합니다.]

       .

       .

       .

       [‘기사 로드만’이 에스티를 용서합니다.]

         

       [현재 당신의 지분은 7.43%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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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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