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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파벌을 선택하고 나니 사용할 무구나 무공 같은 걸 택하라는 창이 떠올랐지만 난 그 모든 걸 다 넘겨버렸다.

       

       이 천지에 나가 아는 무보다 내가 모르는 무가 더 적을 터인데 내가 왜 그대들이 정해놓은 걸 사용해야 한단 말이더냐.

       

       [* 주의 : 지닌 무공이 없으면 보정 기능의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 주의 : 무기를 고르지 않을 시에 자동으로 권이 무기로 설정됩니다.]

       

       시스템이 만류하는 것을 넘겼음에도 시스템은 집요했다.

       

       [초반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그러겠대도.”

       

       쓰잘데기없이 시간을 잡아먹지 말고 사라지거라.

       

       마지막 창마저 넘기고 나니 그제서야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느 자그마한 대나무 숲이었다.

       

       주변의 기운이 기이할 정도로 강한 것을 보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장소는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가 진을 펼친 모양이구나.

       

       진법에서 느껴지는 기를 보아 신선 놈이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내 신선과 좋은 추억을 나눈 적은 없었다.

       

       그들은 나를 이 세상에 재앙을 가져다 줄 이라며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었으니까.

       

       열 댓 놈 정도 짓밟아주고 나니 다시는 나를 공격하러 오지 않게 되었다마는 그래도 악연은 악연인지라 신선을 피해 갈까 생각하던 중 내 앞에 화살표가 나타났다.

       

       그것이 가리키는 장소는 신선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이 화살표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냐?”

       

       – ㅇㅇ.

       – 튜토니까. 알려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됨.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리 해야 한다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화살표를 따라 움직였다.

       

       숲의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차 기운이 진해졌다.

       

       이게 시작이라는 것인가. 무에 관해 모르는 이가 이 곳에 왔다면 기운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겠지.

       

       그러다 갑자기 화살표가 제멋대로 미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을 가리켰다 위를 가리켰다가 또 어딘가를 가리키는 녀석은 도저히 나를 올바른 장소로 인도해 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도 튜토리얼의 일부더냐?”

       

       – 이제 시작임.

       

       주변에서 갑작스레 기척이 생겨났다.

       

       대나무 잎을 떨어트리며 요란스레 등장을 한 것은 목각인형들이었다.

       

       도사들이 자신의 방패막이로 자주 사용하던 녀석들인데 진짜 도사들이 사용하던 것에 비해 조잡해 보였다.

       

       움직임도 딱딱하고 가진 자아도 깊지 않을 것을 보면 신선이 도사의 흉내를 낸 것일까.

       

       초심자들의 연습상대로는 나쁘지 않겠구나. 이런 놈들을 쓰러트리면 자신감 정도는 얻고 갈 수 있겠지.

       

       상대할 가치도 없다 싶어 두 놈을 다 발로 걷어차서 날려 주니 다시 화살표가 안정을 찾았다.

       

       기이한 것은 이번엔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신선이 있는 방향이 아니라 다른 곳이라는 점이었다.

       

       이래서야 본인이 누군가에게 시험을 당하는 것 같지 않은가.

       

       불쾌하다.

       

       저 멀리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내 머리 위에 서 있다 생각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선의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몸을 틀고서 진각을 밟았다.

       

       고생 할 각오를 한다면 절차를 밟아 진법을 푸는 것이야 어렵잖은 일이다. 허나 부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 아픈 것을 견딜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

       

       지금 내 몸은 이전에 하늘의 끝을 했을 때보다 훨씬 상황이 좋다.

       

       그 때는 제대로 된 내공조차 없는 몸이었다만 지금은 이류 정도는 되는 이의 몸을 지녔으니까.

       

       내공이 있고 단련된 육체가 있다면 다른 것은 내가 지닌 경지로 해결할 수 있지.

       

       – 이 분 뭐함?

       – 익숙한 느낌인데.

       – 진행하기 귀찮다고 때려 부수려는 거임? 또?

       – 제발 튜토리얼은 멀쩡하게 진행해 주세요.

       

       튜토리얼이니 뭐니 말이 많다만 애당초 부서지기 싫었다면 그만큼 견고하게 진법을 짰어야지.

       

       이렇게 대놓고 틈을 보여주면 부수어 달라고 말하는 것과 차이나 무엇이란 말이더냐.

       

       그대들의 사정도. 진법을 만든 이의 사정도 내 알바는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하고픈 대로 움직일 뿐이니까.

       

       진법 채로 숲을 날려 길을 만들어내니 대나무 숲 한 가운데에 있던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 와 씹. 내가 뭘 본 거냐.

       – 뭐 이런 거에 놀라고 그럼.

       – 첫 방송 안 본 뉴비인가보지.

       – 이 사람을 상식으로 이해하면 안 됨.

       

       그 곳에는 정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는 노인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허연 턱수염을 길게 늘어트리고 허리춤에 장도 하나를 걸친 노인은 내가 과거에 보았던 얼굴 중 하나였다.

       

       이름은 모르겠다만 분명 다른 신선들이 그를 부르기를.

       

       “검선.”

       

       검선이라 했었지.

       

       내가 그 이름을 부르자 삿갓 아래에 반쯤 가려진 검선의 눈이 커졌다.

       

       “나를 아나?”

       “알지.”

       

       화려한 호칭에 비해 모자란 실력을 가진 이가 대부분이었던 신선들 중에 그나마 괜찮았던 녀석이기에 기억한다.

       

       내가 검을 들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이치의 대부분도 이 녀석이 쓰던 것을 가져온 것이니. 이 노인이 가진 실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그를 훑어보았듯 검선도 나를 살펴보았다. 흥미롭다는 듯 위 아래로 나를 살피던 그는 자신의 기다란 턱수염을 매만지며 웃음을 지었다.

       

       “육체에 비하야 지닌 경지가 높군. 설마 내가 친 진법을 무력으로 날려버릴 줄이야.”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지?”

       “바깥에서 찾아 온 이들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가 없으면 길을 잃고 헤매는 녀석들이 생기거든.”

       

       스스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라도 가진 듯 노인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원래는 이런 성격의 사람이었나? 상당히 정상적이군.

       

       이전에 적으로 만났을 때는 눈을 마주치자마자 검을 뽑아 들고 나를 베어 내려드는 괴인이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자네는 안내를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군.”

       “그렇지.”

       

       지난 세월 동안 지겹도록 무림을 돌아다녔던 나에게 그 누가 무림을 안내할 수 있겠는가.

       

       내 대답을 들은 검선은 슬며시 정자에서 내려와 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만 괜찮겠나?”

       

       – 검선이 먼저 싸워보자고 말을 꺼내네.

       – 숲을 날려버렸는데 검선도 상대해보고 싶겠지.

       – 이번에도 화령이 이기려나?

       – 아무리 그래도 튜토 때 스펙으로 검선을 어떻게 이겨.

       

       으음. 이 몸을 가지고서 저 노친네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봄이 옳다.

       

       이전에 하르키아를 상대했을 적에도 육신의 차이가 심각했다만 그 녀석이 무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기에 억지를 부릴 수 있었다.

       

       허나 검선은 다르다.

       

       저 노친네는 검에 관해서라면 극에 도달한 미치광이다. 나조차도 검에 관한 부분이라면 존중을 표해야 할 정신병자다.

       

       무림에서 나와 싸웠을 때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 검선을 이류의 몸으로 상대하라니.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그렇지만 재밌어 보이긴 하는구나.

       

       불리라는 단어는 지금의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 중 하나이니 말이다.

       

       죽어도 죽지 않는 게임 속에서라면 무모한 시도를 얼마든 할 수 있지.

       

       좋다. 어디 목숨을 불태워 보자꾸나.

       

       검선에게 대답을 하려던 순간 도네이션 알림음이 나왔다.

       

       – 루루루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검선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로 배팅 걸어주시면 안되나요?]

       

       “배팅 말이냐?”

       

       – 뉴비임?

       – ㄴㄴㄴㄴㄴㄴ.

       – 방송 망치려는 분탕 쳐내.

       – 화령이 배팅 열려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 이번엔 또 누구 목이 날라갈까.

       

       이 녀석들이.

       

       또 나를 의심하는구나.

       

       본인은 그 때와 다르다.

       

       그 날 엔리에게 포인트배팅을 여는 법을 배운 것이 나다.

       

       설마 실수를 하리라 생각하는냐.

       

       오기가 생겨 바로 포인트 배팅을 열기 위해 방송 설정을 건드리려 한 순간 채팅창 위에 배팅이 열렸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제가 열었어요. 제한시간 1분이니까 느긋하게 거세요.>

       

       – 캬ㅑㅑㅑㅑ

       – 엔황. 찬양해.

       – 방송을 지키는 여신님이 따로 없네.

       

       “내가 열 생각이었다만.”

       <자잘한 건 제가 해드릴게요. 게임 진행 하세요.>

       “자야 할 시간 아니더냐?”

       <그러는 화령 씨도 방송 중이시잖아요.>

       

       본인이야 잠을 자지 않아도 상관 없는 몸이니 괜찮다만 그대는 아니지 않으냐.

       

       하기야 어린아이도 아니고 졸리면 제 알아서 자러 가겠지.

       

       직접 하려던 일을 빼앗은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배팅을 열 기회가 이번만 있는 것도 아니니.

       

       그래. 네 말대로 진행이나 하자꾸나.

       

       내가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을 보고 겁을 먹었다 여겼는지 검선이 삿갓을 살짝 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 무림초출을 겁박할 정도로 성질이 더러운 사람은 아니니. 적당히 조절해 주겠다.”

       “누가 누굴 봐주겠다는 게냐. 전력을 다해라.”

       “어이쿠. 오만한 녀석이구나. 초출에겐 그런 의기가 있어야지. 마음에 드는 구나.”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기에.

       

       그리고 내가 지닌 육신의 경지가 낮기에 검선은 나를 얕보고 있다.

       

       검선 그대가 보기에 나는 길거리에 나도는 날벌레처럼 보이겠지. 이해한다. 나도 이류의 육신을 가지고 뻗대는 이를 보았다면 똑같이 생각했을 터이니.

       

       흐하하하. 내가 벌레의 입장에 서는 날이 다시 올 줄이야. 무림에서 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이가 사라진 지 수십 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거늘.

       

       벌레가 되었으니 열심히 날갯짓을 해보아야겠구나. 적어도 눈앞의 인간을 한 번 깨물어 보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앞으로 진각을 내딛자 검선의 눈동자가 나를 따라왔다.

       

       내 움직임을 따라 붙는 이가 워낙에 오랜만인지라 절로 웃음이 샜다.

       

       그래.

       

       이러는 게 정상이지.

       

       현대에 온 후로 내 걸음조차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 밖에 없었다 보니 이런 것에도 감동을 하게 되는 구나.

       

       일단은 간을 좀 봐볼까.

       

       가볍게 권을 내지르자 검선이 자신의 손으로 내 주먹을 받아 냈다.

       

       흐음. 당장은 검을 뽑지 않겠다는 것인가.

       

       하기야 검선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권에도 조예가 있을 수밖에 없지. 초출로 보이는 내가 무기를 들지 않았으니 자신도 주먹으로 상대해주겠단 게냐.

       

       원래라면 본인을 얕보았단 사실에 화를 냈겠지만 상대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자다.

       

       

       이 자가 진심을 내길 바란다면 내 쪽에서 그만한 가치를 보여야 할 터.

       

       힘을 빼고서 탐색을 이어나간다.

       

       검선이 가진 권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가진 경지가 높기에 많은 것들을 파악하지만 그를 대응하는 권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이 노인은 검에 미친 노친네다. 당연 평생 검만을 휘둘러 왔고 다른 것을 멸시했겠지. 그러니 권의 수준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힘으로 나를 찍어 누르고는 있다만 그 방식은 우악스러울 뿐이니.

       

       대충 어찌 해야 할지 감이 오는 구나.

       

       우선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상대가 나를 초출이라 여기고 있다는 것.

       

       무의 경지가 드높지 않은 이는 상대를 보기보다 자신의 흐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공격의 때가 일정하여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상대의 공세에 대처할 수 있지.

       

       검선의 경지가 경지이니 이것을 모를 리가 없다.

       

       생각해보라. 그가 초출로 여기는 내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한다면 이 녀석도 비범할 뿐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여기지 않겠는가.

       

       그는 안에 든 게 나라는 것을 모르니까.

       

       공방을 이어진다.

       

       권과 권이 계속해서 부딪히며 하나의 박자를 만들어 낸다.

       

       점차 검선의 흐름과 나의 흐름이 맞아 떨어지기 시작한다.

       

       검선의 입에 호선이 그려지고 그가 나를 흐뭇하게 내려다 본다. 그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만 지금은 내가 불리한 입장이니 이해하겠다.

       

       자아. 이것으로 상대를 흐름에 끌어들이는 건 성공했다.

       

       이제 의외성을 줄 차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rpg겜 만렙 풀템에 내실까지 돼있는 상대를 1렙 캐릭터로 상대하는 느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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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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