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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크라슈가 아가레스와 맞부딪친 시각.

   마경의 세피라 전용 공간 마법진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칼을 흩날린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징계 먹으려나.’

     

   그녀의 이름은 미르비스.

   세피라의 3급 계급관이었다.

     

   오늘 그녀가 여기에 오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주인인 크림슨가든의 부탁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크림슨가든은 은인이다.

   빈민가 시절, 노예로 팔려 가기 직전 자신을 구해주고, 돌봐준 것이 크림슨가든이었으니까.

     

   그러니 그녀가 부탁한다면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 일로 징계를 먹게 될 확률이 높은 만큼 그녀는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아니, 징계만 먹을까, 자칫 의심을 사면 세피라에서 짐을 싸고 나가야 할지도 몰랐다.

     

   마법 대부분이 곡해되는 마경에서 싸우고 있는 크라슈의 소식을.

   대체 어떻게 들었냐는 경위를 묻게 된다면 말이다.

     

   그쪽은 어쩔 수가 없다.

   최대한 준비해둔 걸로 둘러대는 수밖에.

     

   ‘크림슨가든 님께서 그렇게나 부탁하셨으니까.’

     

   본래 청해 기사단이 오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꺼내면 괜찮았을 테지만.

   크림슨가든은 그녀에게 미안해하며 서둘러 달라고 하였다.

     

   그분의 부탁이라면 세피라 일이라도 최우선인 만큼 미르비스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세피라의 공주, 세이랑 세피라가 지내는 막사.

     

   그녀가 그곳에 도착하자 인기척을 느낀 한 인물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이지.”

     

   그는 다름 아닌 천구성, 블라비.

   천살성을 타고난 그는 세이랑 세피라의 호위였다.

     

   미르비스는 얼마 전까지는 그저 세피라의 새로운 호위라고 생각했었다.

   설마하니 오래전에 은퇴했다던 천구성이 이렇게 젊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줄이야.

     

   미르비스도 크림슨가든이 없었더라면 쭉 몰랐을 일이었다.

     

   “세이랑 님께 긴급 전언이 있습니다.”

     

   그녀가 말을 전하자 블라비는 그녀의 가슴팍에 새겨진 세피라의 계급을 힐끗 보았다.

   그러고는 순순히 물러서 줬다.

     

   3계급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헛짓거리하지 않을 거란 판단이었다.

   미르비스가 막사 내부로 들어서자 의자에 앉아 있던 세이랑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느긋한 모습으로 책 한 권을 보고 있었다.

   얼굴에 면사포를 쓰고도 책이 읽어지는 걸까.

     

   기다란 손가락으로 책을 한 페이지 넘긴 그녀가 곧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미르비스를 보자마자 면사포 아래 드러난 분홍빛 입술을 틀어 올렸다.

     

   “반가워요. 미르비스. 소녀에게 볼일이 있으신가 보네요.”

     

   부름을 듣자마자 미르비스의 얼굴에 긴장이 섞였다.

     

   세피라의 유구한 역사 속.

   세피라의 1계급관이 될 수 있는 이는 이 세상에 딱 한 핏줄뿐이다.

     

   별을 통해 점괘를 쳐내는 점성술사 가문, 세피라의 핏줄 말이다.

   지금까지 세피라는 점성술사들을 통해 세계 침식을 먼저 예견하고, 대응했다.

     

   그리고 그 대응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각기 다른 나라에서의 지원을 통해 많은 인재를 모았고.

   그 결과 세계 침식의 전문 조사 기관이 된 것이 바로 현재의 세피라다.

     

   세이랑 세피라는 그런 세피라 가문의 유일무이한 직계.

   세피라의 공주라 불리는 것도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제가 오실 걸 미리 알고 계셨습니까?”

   “별들은 모든 걸 말해주지 않아요. 단지, 세피라에서의 일이라면 소녀도 알 수밖에 없죠.”

     

   면사포 너머 그녀가 우후후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것만으로 미르비스는 또 한 번 긴장했다.

     

   그녀라면 왜인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이 크림슨가든의 종이라는 것도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세이랑이 지닌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앞에 그녀는 겨우 입술을 열었다.

     

   “제가 올 걸 알고 계셨다면 이야기를 바로 전하겠습니다. 마경에 들어간 발하임 분들께 지금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어머, 발하임 분들께 문제라구요?”

   “예, 8성급 침식종, 아가레스가 나타났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세이랑이 침묵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점괘로 이미 점치셨던 걸까.

     

   미르비스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세이랑은 책상을 검지로 천천히 두드렸다.

   미르비스는 긴장했지만 세이랑은 속눈썹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마경에 온 시점부터 줄곧 발하임 기사단 쪽에 점괘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인지 몰라도 아무리 해도 보이는 게 없어요.’

     

   그녀는 그게 줄곧 의문이었다.

   세피라의 점성술사들은 세계 침식의 안정도를 확인하고자 줄곧 금역들의 점괘를 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주부터 마경의 점괘가 자꾸만 흐릿하여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그녀는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일부러 세피라를 나와 행차했다.

     

   그런데 웬걸, 때마침 마경 쪽에서 분란이 생겼고, 그녀는 서둘러 발하임 쪽에 지원 요청했다.

     

   그 분란 때문에 보이지 않는 건가 생각했더니.

   아가레스가 나타나다니.

     

   자칫했다간 점괘가 보이지 않았던 탓에 아가레스가 성벽에 도달했을 초유의 사태였다.

     

   ‘하지만 8성급 침식종의 등장 때문에 점괘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해요.’

     

   아가레스의 등장은 확실한 위급 사태였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아가레스 때문에 점괘가 보이지 않냐고 물으면 그건 또 고개를 기울이게 된다.

     

   세계 침식은 늘 변수가 많고, 8성급 침식종이 날뛰는 일이 마냥 없는 일은 아니니 말이다.

   그때마다 세피라는 점괘를 보았고, 적절하게 가문들에게 지원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점괘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세이랑의 머리에 떠오른 한 소년이 있었다.

     

   발하임의 기사단원 중 한 명이자 스킬을 세 개나 가지고 있던 소년.

   게다가 블라비에게서 천살성을 받아 가고 싶다던 당찬 소년 말이다.

     

   ‘혹시.’

     

   그녀는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왜인지 줄곧 마음에 걸리던 소년.

     

   사람의 운명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 점치지 않았지만.

   이 순간 왜인지 강렬히 그 소년을 알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이랑의 손에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슬이 나타났다.

     

   별을 담은 듯 은하수가 흘러가는 구슬을 눈꺼풀이 떠진 그녀의 눈동자가 조용히 훑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세이랑의 몸이 우뚝 굳었다.

     

   ‘보이지 않아.’

     

   그 소년과 관련된 것들이 점괘로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번 마경의 점괘가 보이지 않은 이유는 다름 아닌 그 소년이 마경에 올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과 같이 점괘라도 보는 듯 예언자와 같은 발언을 한 소년이었다.

     

   소년의 발언에 얼마나 당황했었는데.

   이제는 소년과 관련된 점괘조차 보이지 않음을 알았다.

     

   당황스럽다 못해 이제는 멍할 지경이었다.

   그 소년이 대체 뭐길래 점괘조차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이런 건 딱 한 번밖에 없었는데요.’

     

   세이랑의 눈이 막사의 천장 너머 하늘로 향했다.

   신들의 생각을 염탐해보고 싶다는 발칙한 생각으로 벌였던 신을 향한 점괘.

     

   그때 세이랑은 분명 아무것도 보지 못했었다.

     

   그녀가 처음 소년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도 그런 이유였다.

     

   신들에게 있는 불문율.

   성녀를 제외한 이의 스킬은 한 사람당 딱 하나.

     

   그 불문율을 깬 소년이 대체 무엇인가 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소년에게서 상당한 수상쩍음을 느꼈다.

   무언가 거대한 흐름이 그 소년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아직 미르비스에게 대답하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그 소년이고 자시고, 이 일부터 끝마쳐야겠지.

     

   “……알았어요. 바로 도움을 청해야겠네요. 발하임 쪽뿐만 아니라 되는 한 여기저기 다 연락을 넣어 보도록 하죠.”

     

   세계 침식에서 일어나는 변수는 어느 가문이라도 돕는 것이 귀족의 의무다.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연락을 돌린다면 하루 안에 어떻게든 구조 인원을 꾸릴 수 있겠지.

     

   대응은 빨랐다.

   하지만 세이랑은 미르비스가 아직 더 말해야 할 게 있음을 눈치챘다.

     

   왜냐하면 그녀가 굳은 얼굴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르비스, 더 할 말이 있죠?”

     

   그러니 세이랑이 질문했다.

   평소 의미심장한 화법답게 상대의 의중을 다 아는 듯한 화법이었다.

     

   점성술사라는 특이한 위치에 있기에 상대에게 묘한 신비로움을 심어주는 화법.

   세이랑은 이러한 화법을 즐겨 쓰곤 했다.

     

   “예, 세이랑 님도 이미 아시는 것 같지만, 천구성 님의 지원도 요청하고자 합니다.”

     

   미르비스까지 블라비에 관해 알고 있다니.

     

   미르비스가 그 소년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눈치채긴 했지만.

   이쯤 되면 세상 전부가 블라비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블라비는 소녀의 호위인데요.”

     

   그녀는 애써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보통 이렇게 당황하는 일이 흔하지 않은데 최근 너무 많이 당황하는 것 같다.

   

   “예, 저도 크라드 님의 부탁을 그대로 전할 뿐인 터라. 거래하자고 하셨습니다.”

   

   역시 미르비스는 그 소년과 무언가 연이 있었다.

   

   그보다 또 거래인가.

   대체 또 무슨 이야기를 할지 두려워진 그녀였다.

     

   하지만 결국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미르비스가 그녀의 곁에 다가왔다.

     

   “잠시 귀를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래요.”

     

   세이랑이 그녀에게 귀를 보이자 미르비스가 거기다 대고 무언가 속삭였다.

     

   잠시 후 몸을 한차례 움찔거린 그녀가 그대로 침묵했다.

   면사포 안쪽, 그녀의 얼굴이 어째선가 붉은색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블라비!”

     

   그녀는 서둘러 블라비를 불렀다.

     

   “예, 아가씨.”

   “지금 바로 마경으로 가서 발하임을 지원해줄 수 있겠어요?”

     

   그녀가 질문하자 블라비는 잠시동안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이내 칠흑 같은 눈동자로 미르비스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 눈빛 앞에 미르비스는 포식자를 만난 생쥐처럼 숨이 턱 하니 막혔다.

   학문만을 중시해 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블라비의 압박은 죽음을 엿보는 것과 같았다.

     

   그러는 순간 미르비스의 앞에 세이랑의 손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그것만으로 블라비의 압박이 바로 거두어 들어졌다.

     

   “블라비, 소녀의 개인적인 부탁이에요. 도와줄 수 있겠어요?”

   “전 아가씨의 호위입니다. 맡은 바 임무를 두고, 멋대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괜찮아요. 그 임무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으니까요.”

     

   세이랑은 자리에서 일어나 블라비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곤 미르비스에게 들리지 않게 말하였다.

     

   “청해 기사단원 크라드, 그를 반드시 구해 오세요. 소녀의 앞길에 깔릴 또 다른 어둠일지도 몰라요.”

     

   그 이야기를 들은 블라비는 곧 고개를 숙였다.

     

   “예, 다녀오겠습니다.”

     

   그러곤 그는 바로 천막의 문을 연 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 블라비의 뒷모습을 보고, 세이랑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미르비스, 이제 할 이야기는 끝났죠.”

   “예, 그렇습니다.”

   “세피라 쪽 막사가 있으니 가서 쉬도록 하세요. 일이 끝나는 건 보고 가시는 게 좋아질 테니까요.”

     

   세이랑의 배려에 고개를 숙인 미르비스가 천막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느새 노을 진 하늘을 보며 미르비스는 조용히 생각했다.

     

   대체 그녀의 방 세 번째 서랍에는 무엇이 들어 있길래 그 세이랑이 격한 반응을 보였는가 하고 말이다.

     

     

     

   * * *

     

     

     

   콰앙!

     

   망토에서 빠져나와 이제는 완전히 모습이 뒤바뀐 아가레스의 뼈로 된 팔이 바닥을 내려쳤다.

   그 크기만큼이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땅이 헤집어지고, 지진이 일어날 충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본래의 힘을 생각한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둠의 갑주를 두른 아가레스의 공격은 거리 제한이 없다.

   어둠이 깔린 곳은 전부 놈의 앞마당이었다.

     

   게다가 어둠은 각종 저주란 저주는 다 머금고 있다.

   닿는 즉시, 저주에 잡아 먹힐 것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어둠에 당한 침식종의 수만큼 아가레스가 강해지는 군주령.

   군주령은 아가레스의 힘을 끝없이 강해지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 아가레스는 그 군주령의 효과를 제대로 못 보고 있었다.

     

   그야, 군주령의 기본 전제는 침식종을 어둠으로 타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크라슈에 의해 진짜 눈을 당한 이후 아가레스는 어둠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즉, 아가레스는 더 이상 어둠으로 침식종을 타락시킬 수 없었다.

     

   그렇기에 녹해 기사단이 계속 침식종을 줄여 나간 결과.

   군주령의 효과는 보충 없이 계속 깎여만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당연히 아가레스가 약해지고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레스는 8성급 침식종이었다.

     

   어느새 머리를 제외하고, 다 쏟아 나온 아가레스의 뼈로 된 몸이 두 다리로 우뚝 섰다.

   

   

   

   

     

   족히 수백 미터는 가뿐히 될 법한 아득한 크기의 아가레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망에 빠지게 했다.

     

   오죽하면 아가레스의 상체가 마경의 먹구름에 보이지 않도록 가려질까.

     

   쏴아아아-

     

   쏟아서 내리는 검은 빗물이 주천 기사단을 적셨다.

     

   그 순간 팔이 바닥을 향해 뻗어졌다.

   팔의 목표는 다름 아닌 크라슈였다.

     

   크라슈에게 눈을 당한 아가레스다.

   당연히 그에게 가장 지독한 원한을 맺고 있었다.

     

   “크라슈!”

   “알고 있습니다!”

     

   릴리쉬의 경고에 대답한 크라슈가 전력으로 바닥을 내달렸다.

     

   쿠웅! 쿠웅! 쿠웅!

     

   연달아 쏟아져 내린 아가레스의 팔이 방금까지 크라슈가 있던 자리를 메꾸었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크라슈는 압살당해버렸을 것이다.

     

   그 순간 땅을 짚은 팔이 쩌적 하니 갈라졌다.

   거기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사람 크기만 한 뼈로 된 팔들이었다.

     

   수천 개에 가까운 팔들이 크라슈를 향해 덮쳐 왔다.

   그런 손 하나하나가 육체를 녹여 버릴듯한 진득한 살기를 담고 있다.

     

   크라슈의 이마에 스파크가 튀었다.

   제 육감과 라이오너가 만나 발동된 벽력이 조건 반사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며 뼈의 해일을 피해 나갔다.

     

   콰앙!

     

   그 순간 뒤에서 터져 나온 폭음과 함께 또 팔 하나가 무너져 내렸다.

   릴리쉬의 파쇄궤검이었다.

     

   그 덕에 아가레스의 공격도 잠시 주춤했다.

     

   “후우!”

     

   그 틈에 빠르게 숨을 고른 크라슈가 왼손을 꽈악 쥐었다.

   크라슈의 손에는 지금 아가레스에게서 빼앗았던 어둠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무려 군주령의 저주가 포함된 어둠이 말이다.

     

   그러나 이것을 사용하려면 저 하늘 위에 목뼈를 감싸고 있는 아가레스의 망토에 닿아야 한다.

     

   당연하지만 저 위까지 올라가는 것도 힘들뿐더러 아가레스가 가만둘 리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다른 이의 힘이 필요했다.

     

   “릴리쉬 누님, 아가레스의 다리를 자를 수 있습니까!”

   “다리를?”

     

   숨을 몰아쉰 릴리쉬가 크라슈의 외침을 들었다.

     

   “무언가 쓰러트릴 방법이 떠오른 거냐.”

   “예, 목에 도달할 수 있으면 가능합니다.”

     

   릴리쉬는 아가레스를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에 가려진 상체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주천 기사단도 눈에 띌 정도로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들도 체력적 소모가 한계가 임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검이 올 때까지 시간 벌기?

   그것조차도 과한 욕심이었다.

     

   시간을 보건대 청해 기사단은 아직 성벽조차 닿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 일검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차라리 체력이 그나마 있을 때 도박을 해보는 게 더 좋을지도 몰랐다.

     

   “알았다.”

     

   이미 위험한 짓을 해서 여기까지 상황을 만들어준 크라슈다.

   크라슈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어 주겠는가.

     

   “주천 기사단! 지금부터 아가레스의 왼쪽 다리를 공략해라!”

     

   그리고 오른쪽은 자신이 맡는다.

     

   “크라슈, 할 수 있는 최대로 해라!”

     

   릴리쉬는 그리 외치고, 바닥을 박차며 달렸다.

   목표는 당연히 아가레스의 다리였다.

     

   팔보다도 훨씬 굵은 다리다.

     

   당연히 크라슈를 쫓느라 다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아가레스가 고정 포대가 아닌 움직이는 생물이었으니까.

     

   거기다 침식종답게 자체 재생력도 지니고 있다.

     

   오죽하면 릴리쉬가 부서 낸 팔들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겠는가.

   그런 다리를 아가레스의 공격을 피해 가며 무너트리는 게 가능할지 릴리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한참 어린 막냇동생이 저렇게 고군분투해 주고 있다.

   여기서 가장 강한 자신이 앓는 소리를 해서 쓰나.

     

   ‘반드시 부순다.’

     

   시간을 벌겠단 생각은 애저녁에 사라졌다.

   동생의 최선에 보답하기 위해 아가레스를 여기서 무조건 쓰러트린다.

     

   릴리쉬 발하임.

   그녀의 눈이 푸르게 빛난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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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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