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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94 – 주간이벤트>

     

    “아니 시발 일요일 어디갔어?”

    “왜 눈 뜨니까 월요일임?”

     

    억울함 가득한 학생들의 외침과 함께 시작된 월요일.

    1교시 홈룸 강의부터 상급반 학생들의 사기는 바닥을 곤두박질쳤다.

    물론 주말을 충실하게 보낸 고인물도 월요일 특유의 처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기에 나도 평소보다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좋은 아침, 오크노디.”

    “좋은 아침이에요, 헤스티아씨.”

    “오크노디는 주말에 산에 가봤어?”

    “아니요. 썬크림이 없어서.”

    “나중에 꼭 가봐. 갑자기 바위가 일어나서 덤비고 재밌더라.”

    “오.”

     

    우리는 그걸 골렘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용케 살아서 왔네요.”

    “그렇지? 살리느라 애 좀 먹었어.”

     

    헤스티아가 주섬주섬 품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제 손바닥 크기의 돌멩이를 꺼냈다.

     

    “야, 눈 떠.”

    “…?”

    “안 일어나면 부숴버린다.”

     

    헤스티아가 살기를 투사하자 돌멩이가 꿈틀, 하고 움직이더니 변신로봇처럼 귀퉁이에서 팔다리를 뻗고 손바닥 위로 일어났다.

     

    “미니골렘!”

    “핵이 파손되지 않는 선에서 가장 작은 크기로 만드니까 이렇게 되더라고.”

     

    보통은 골렘이랑 만나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는데, 헤스티아는 골렘을 어떻게 살릴지를 고민하는구나.

    챕터보스는 확실히 뭐가 다르긴 달랐다.

     

    “줄게.”

    “얘를요? 저한테?”

    “오크노디는 돌 좋아하잖아.”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 미니골렘 새끼, 시선이 아까부터 내 돌주머니로 향하고 있다.

    주머니 안에 든 것은 당연히 스탯석.

     

    “움직이는 돌은 싫어요.”

    “그래? 그럼 못 움직이게 분질러줄까.”

     

    미니골렘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었다.

     

    “그냥 헤스티아가 키우지 그래요?”

    “내가? 이 약한 걸?”

    “길가에 뒹구는 아무 돌이나 잡아먹고 크니까 약하죠. 골렘도 비싸고 튼튼한 돌 먹이면 강해져요.”

     

    대부분의 몬스터가 포켓몬처럼 진화만 하고 퇴화는 하지 못한다면, 골렘은 디지몬 같은 친구들이다.

    핵만 남아있으면 응애미니골렘으로 되돌려서 백지에서부터 새로 키울 수 있다.

     

    “그럼 쓸데없는 돌은 다 부수고 단단한 철부터 구해다가 먹여볼까.”

     

    미니골렘이 또 다시 주인에게 학대당하는 강아지처럼 애처롭게 벌벌 떨었다.

     

    “골렘의 핵은 붙어있을 광물이 없으면 내구도가 많이 약해진대요.”

    “그래? 운 좋네. 오크노디 덕분에 산 줄 알아.”

    “…….”

    “야. 주머니에 넣어야 되니까 돌로 돌아가.”

     

    힘없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인사를 한 미니골렘이 팔다리를 접고 다시 어엿한 돌멩이가 되었다.

    헤스티아의 교복상의 안주머니로 돌아간 돌멩이.

    저 불쌍한 녀석이 수컷이기를 바란다.

    수컷골렘이면 적어도 여자의 가슴팍에서 살아가는 것을 나름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

    골렘한테 성별 같은 건 없지만.

     

    ‘헤스티아의 호감도가 꽤 올랐나?’

     

    아침부터 펫을 선물로 주려고 할 정도면 보통 높은 건 아닌 걸로 추정된다.

     

    [인물 <헤스티아>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

    헤스티아의 이해도

    친구 없음(이해도 10) – 버서커 클래스로 전직한 헤스티아는 친구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

    괴물은 장난감(이해도 20) – 교우관계와 반비례하는 힘을 얻은 광전사는 남들이 버거워하는 괴물도 식후 운동거리 취급한다.

    강자애호(이해도 30) –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이 시기와 질투, 음해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헤스티아는 약자를 경멸하며 반대로 강자를 편하게 여긴다.

    ━━━

     

    [인물 <헤스티아>의 이해도가 20을 넘었습니다.]

    [1차 특전 <헤스티아의 괴물친구>를 이미 누리고 있습니다.]

    [인물 <헤스티아>의 호감도 상승속도가 상승합니다.]

     

    [인물 <헤스티아>의 이해도가 25를 넘었습니다.]

    [인연기능 <교감 – 헤스티아>를 습득합니다.]

    [헤스티아의 감정변화에 민감해집니다.]

     

    다 좋은데 친구가 너무 없는 건 좀 그래…

    앞으로 새 친구를 많이 사귀게 해줘야겠다.

     

    “갸하핫! 너희들, 자이언트 킹크랩의 속살은 먹어봤냐? 이거 히트다 히트!”

     

    아침부터 비린내 나는 자이언트 킹크랩의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는 해적만 빼고!

     

    “지고쿠씨. 해변에 다녀오셨어요?”

    “맛있는 녀석들이었지. 남방에는 3m가 넘는 킹크랩도 찾기 힘든데 아카데미에는 5m짜리 킹크랩이 해변 가득 올라오다니. 완전 천국 아니냐?”

    “용케 사냥하셨네요. 리볼버의 사격으로 5m급 자이언트 킹크랩의 껍질 깨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아, 그거?”

     

    지고쿠가 등에 짊어진 책가방에서 가방 사이즈의 바위를 꺼냈다.

     

    “바위로 등껍질을 내리치니까 잘 깨지던데?”

    “…….”

     

    이 사람은 왜 바위를 메고 다니는 거야.

     

    “오크노디가 돌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를 알았어. 이거 아주 편해. 돌로 못 잡는 몬스터는 중량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고민하면 해결되던데? 갸하핫!”

    “설마 돌에 저런 사용법이… 역시 오크노디가 돌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이유가 있었어…”

     

    구석에서 중얼거리는 북부대공녀 아이린의 말에 괜히 양심이 찔린다.

    스탯석 때문에 돌을 모으는 모습을 보고 뭔가 착각을 한 사람들이 돌 모으기 수집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다.

     

    “뭐야. 돌이 의외로 굉장한 무기 아니야?”

    “날붙이처럼 날 깨질 걱정 안해도 되잖아.”

    “방금 봤어? 미니골렘. 그거 귀엽더라.”

    “아. 나도 애완돌멩이나 주워볼까.”

    “바보야. 애완돌멩이가 아니라 애완골렘이잖아.”

    “이쁘다 이쁘다 하면 팔다리가 쏙 자라날지 누가 알아? 이름도 정했어. 엘리자베스톤이라고 부를래.”

     

    …난 몰라.

    내 책임 아니야.

     

    “그러게 돌 좀 적당히 모으고 다니지.”

    “반성하고 있어요…”

     

    이사벨의 핀잔에 고개만 푹 숙였다.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된 기분을 느끼던 나를 구해준 것은 홈룸을 하러 들어온 거대스톤골렘이었다.

     

    “월요일 1교시, 즐거운 홈룸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가끔 보는 얼굴이라고 벌써 까먹으신 건 아니죠 여러분? 1학년 학생부장 마하바라타랍니다?”

    “…교수님. 어째서 오늘은 스톤골렘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건가요?”

    “여러분이 돌 얘기를 즐겁게 하고 있길래요. 요즘 애들은 이런 거 좋아하나 싶어서 그랬죠.”

     

    구하러 온 게 아니라 피해자가 한 명 는 거였어.

    정말 얼굴 들 낯이 없다.

     

     

    * *

     

     

    변신술사 마하바라타 교수님은 이내 인간사이즈로 펑 하고 돌아왔다.

    학생들을 겁주기 좋아하는 악질스러운 교수님은 짓궂은 성격만 제외하면 인성논란이나 살인적인 과제량 이슈도 없는 아카데미 상위 10%의 교수님이다.

     

    “자, 다들 집중하세요. 월요일이라 처진 기분은 이해하지만 오늘은 중대한 전달사항이 있습니다. 못 들었다간 크게 후회하게 될 겁니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예사롭지 않은 첫 주를 보낸 상급반 학생들은 잔뜩 긴장하며 주의를 기울였다.

     

    “중대한 전달사항이란, 아카데미에 매주 찾아오는 특별한 이벤트. 바로 주간이벤트입니다!”

     

    홈룸은 이거 들으라고 있는 시간.

    그리고 주간이벤트의 시작이야말로 아카데미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없는 재난상황에는 <주간이벤트 – 가뭄>이 발생하고 우주의 위상이 불안정할 때는 <주간이벤트 – 메테오주의보>가 내려지죠.”

     

    서귀연의 1인자이자 잘못된 강의를 잘 고르는 자 안데르센이 손을 들었다.

     

    “어째서 그런 불합리한 주간이벤트가 아카데미에 존재해야 합니까?”

    “이래야 교장님께서 즐거워하시기 때문입니다.”

    “…”

     

    세계각국의 교육부나 국제교육연맹의 입김도 닿지 않는 드래곤에 의해 지배당하는 아카데미에서 드래곤 교장의 뜻은 곧 법이나 마찬가지!

    교장선생님이 그러고 싶다는데 어쩔 수 없지.

     

    “참고로 말하자면 이번 주는 <주간이벤트 – 집중호우주간>입니다. 야외강의와 저지대활동에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밖으로 쏴아아- 소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창가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놀라서 창밖을 쳐다보자 세상이 비에 잠길 것처럼 장댓비가 쏟아져 교정 바로 앞의 나무의 형상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헐. 우리 오늘 2교시 <믿음 없이 신성술 쓰는 법> 강의 야외에서 한다고 했는데 어떡해?”

    “안데르센님. 강의가 취소될 확률은 없을까요?”

    “…우비를 챙겨가는 편이 빠르겠구나. 다들 매점에 들를 준비나 해라.”

     

    학생들은 부쩍 시무룩해졌다.

    죽상을 짓는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을 짓는 것은 나뿐이었다.

     

    “우리 꼬마숙녀께서는 비가 내려서 기분이 좋아지셨나봅니다.”

    “그렇게 좋아 오크노디?”

    “비가 내리면 옷이 젖는 걸요!”

    “그게 뭐가 좋아? 비에 젖어서 옷은 달라붙고 몸은 무거워지는…”

     

    이사벨이 말을 하다말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거의 지젤의 실눈만큼 가늘어진 눈이 내 속을 꿰뚫어보듯이 응시했다.

     

    “오크노디는 여자애인데 왜 자꾸 변태들처럼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래?”

    “으하핫. 까짓것 신경 쓸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 녀석의 바람직한 취향은 이 몸도 지지한다. 자고로 비 오는 날에 젖은 여자 옷은 볼 가치가 있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자신의 취향을 커밍아웃한 손오천에게 사방에서 쓰레기를 보는 눈으로 여학생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여학생들 사이로 아카디아마저 조금 깬다는 눈으로 손오천을 흘겨보다가 내게도 시선을 겨눴다.

     

    “디. 당신도 저런 파렴치한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딱히? 전혀? 아닌데요?”

    “쥐방울 녀석! 지금 날 손절하는 게냐!”

     

    착한아이는 야한 거 몰라.

    아무 생각 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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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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