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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유수활검]이다.

       내가 가진 회피 혹은 방어기술 중 가장 뛰어난 효과를 지닌, [유수검법]의 궁극스킬.

       

       지금껏 극한의 위기 상황 속 날 꺼내준 건, 8할이 [유수활검]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저건 투척물이 아니야.’

       

       모든 궁극스킬이 무적이 아닌 것처럼, [유수활검]에도 명확한 한계는 있다.

       

       흘려내거나 방어할 수 있는 대상.

       그게 대체적으로 원거리 공격에 제한된다는 점이다.

       

       아니, 정확히는 근거리 공격도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다수를 상대할 땐 효율이 높게 나오질 않는다.

       

       당장 늑대들을 [유수활검]으로 막아내다 보면, 1차적으로 김채은에게 피해가 갈 거고 나 역시 전방위 공격을 막아내긴 힘들 거다.

       

       [유수활검]은 원거리에서 쏟아지는 공격, 혹은 일대일로 퍼부어지는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 특화된 스킬이었다.

       

       

       아우우우-!!

       

       

       늑대들은 조금의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았다.

       

       특유의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놈들은, 어느새 지척까지 와 우리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약간의 시간을 벌기 위해.

       나는 일단 놈들에게 상태 이상을 걸었다.

       

       “……!!”

       

       

       아우?

       아우우….

       

       

       [위압]의 [선전포고].

       내가 지닌 스킬 중 거의 확정적으로 상태 이상을 걸 수 있는 스킬.

       

       다행히 육체 능력에 반해 정신 수치가 낮은 그레이 울프들은 쉽게 ‘공포’에 걸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이 시간은 길지 않다.

       말 그대로 반격을 위해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나는 재빨리 김채은을 불렀다.

       

       “채은아, 필드…”

       “이미 준비됐어!”

       

       김채은의 [필드 프리징]이 주변에 펼쳐진다.

       

       [필드 프리징]은 그녀가 지닌 두 광역 스킬 중 하나.

       [프로즌 포그]보다 상대를 제어하는 힘은 약하지만, 살상력이 조금 더 강하고 펼쳐지는 범위 또한 훨씬 넓다.

       

       마법으로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하던 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의 늑대들을 거의 다 덮어버렸다.

       

       물론, 그걸로 사냥이 끝나진 않는다.

       

       몸이 묶이긴 했어도, 그레이 울프는 B급 괴수.

       광역기 하나로 숨통을 끊을 수 있는 괴수가 아니었다.

       

       ‘대신 시간을 훨씬 더 벌었지.’

       

       [선전포고]로는 김채은이 마법을 쓸 시간을.

       [필드 프리징]으로는 내가 늑대들을 사냥할 시간을.

       

       연쇄적으로 이어진 스킬들이 모두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파츠- 파츠츠-

       

       

       나는 재빨리 [참회자의 검]을 들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늑대들부터 사냥을 시작했다.

       

       [날렵한 몸놀림]과 [유수검법]의 부드러움을 활용한 전투.

       

       검에는 이미 [침투하는 뇌기]의 번개가 담겨 있다.

       

       

       아우우우-!!

       

       

       그러나 그레이 울프를 네 마리 정도 베어갈 때쯤.

       [선전포고]와 [필드 프리징]의 효과가 거의 끝나갔다.

       

       슬슬 녀석들의 상태 이상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뤄뒀던 위기 상황의 재발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검으로 베어낸 네 마리의 그레이 울프도 죽지 않았다.

       [침투하는 뇌기]의 번개 공격은 효과가 있었지만, 물리 공격으론 별 타격을 주지 못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젠장. 방어룬까지 있는 녀석들이잖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레이 울프는 속력이나 근력 위주의 육체 능력도 뛰어나지만, [질긴 늑대 가죽]이라는 레어급 방어룬도 보유해 내구력도 높은 녀석들이다.

       

       어지간히 근력이 높지 않고서야, 놈들의 가죽을 뚫어내는 건 쉽지 않은 것이다.

       

       [견고한 이빨] 룬 특수효과나 [하이드 어택] 스킬.

       이들의 내구 감소 효과가 절실한 상황.

       하지만 지금은 이들을 사용할 여건이 되질 않았다.

       

       “채은, 내 쪽으로!!”

       “응!”

       

       [필드 프리징]에 이어 연달아 공격스킬을 활용하던 김채은이, 서둘러 내 뒤로 달라붙었다.

       

       늑대들의 물리 공격이 한 번에 닿으면 가장 위험한 건 딜러인 김채은.

       이런 난전 상황에선, 확실한 앞선인 내 쪽으로 그녀가 오는 게 더 안전했다.

       

       ‘마력은… 다 모였어.’

       

       수십 마리의 늑대들에게 포위된 상태.

       준비한 공격은 모두 무산된 상황.

       

       꽤 절망적이지만, 아직 여유가 없진 않다.

       준비한 게 이게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마지막까지 아껴뒀던 마력 스킬을 활용했다.

       

       ‘파워 브레이크!’

       

       [갈라진 대지의 정원] 파생스킬, [파워 브레이크].

       맞닿은 대지에 충격을 줘 주변을 모조리 흔드는 스킬.

       

       나는 처음부터 이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파워 브레이크]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주변에 괴수가 많이 있어야 하고, 아까처럼 늑대들이 순차적으로 달려오던 상황엔 알맞지 않다.

       

       그래서 김채은의 마법과 [선전포고] 등으로 시간을 벌어 가며, 놈들이 모여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충분한 준비를 마친 [파워 브레이크]는…

       불가능할 것만 같던 상황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콰가, 콰가가가-!!

       구그그- 그그그!!

       아우, 아우우…!!

       

       

       주변이 모조리 무너진다.

       [파워 브레이크]는 엄청난 진동을 일으키며 땅을 박살냈다.

       

       사방에서 바위들이 굴러 떨어진다.

       ‘얼룩진 암석 더미’는 말 그대로 암석이 넘쳐나는 바위산.

       

       커다란 크기의 바위와 암석들이 하나둘 갈라지며, 그 위에 서 있는 늑대들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와, 와아….”

       

       [파워 브레이크]는 내가 서 있는 지점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덕분에 내 뒤에 딱 달라붙어 있던 김채은은.

       멍하니 감탄하며 그를 바라봤다.

       

       거대한 바위산이 붕괴하며 지형이 변경되는 모습.

       이는 절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그그그그-

       으르르….

       

       

       몇 초 동안 지속하던 땅의 흔들림이 멈췄다.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던 바위산은 균형을 잡지 못한 채로 여기저기가 갈라져 있었고, 거대한 지진으로 발생한 산사태는 몇몇 그레이 울프들을 깔아뭉개고 있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타격이었다.

       

       그걸 바라보며…

       나는 결단을 내렸다.

       

       “채은아.”

       “응?”

       

       김채은이 내 말에 고개를 돌렸다.

       

       “돌아가자.”

       “어? 지금?”

       “응. 진형을 무너뜨리긴 했는데, 마력을 거의 다 썼어. 포션 먹고 또 싸우려다간 위험해질 것 같아.”

       

       그레이 울프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긴 했지만, 놈들을 전부 사냥한 게 아니다.

       

       어떻게든 [파워 브레이크]로부터 도망쳐 피해를 최소화한 늑대들도 있었고, 휘말렸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뿐 아직 죽지 않은 늑대들이 많았다.

       

       여전히 놈들을 사냥하려면 끝없는 체력 소모전을 해야 했다.

       

       “게다가…”

       

       나는 시선을 돌려 바위산의 위쪽을 바라봤다.

       

       아까부터 고고하게 그레이 울프들 사이에 서 있던 거대 늑대.

       얼핏 보면 ‘보스 괴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압도적인 기세를 선보이는 특수한 괴수.

       분명 원작에선 나오지 않았던 괴수.

       

       녀석 역시 [파워 브레이크]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거리가 꽤 있는 탓에 금세 균형을 되찾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나마 입힌 타격이라곤…

       바위 조각들이 스쳐가며 몸에 생긴 생채기 정도?

       

       ‘지금 싸우면 절대 못 이겨.’

       

       최소 A급으로 보이는 괴수.

       그런 녀석이 타격을 거의 입지 않은, 풀 컨디션이다.

       

       반면 난 마력도 바닥나고, 설악산 필드부터 이어진 전투로 지친 상황.

       특히 주력 공격스킬이자, 핵심 궁극스킬인 [파상천검]도 없다.

       이런 악조건에서 녀석을 사냥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껏 꽤 많은 A급 괴수를 사냥해 왔더라도…

       그게 온전히 내 실력일 거라고 보는 건 만용이었다.

       

       “근데 도망칠 수 있을까?”

       

       김채은이 불안한 듯 내게 물었다.

       

       던전을 공략하지 않고 도중에 나가는 방법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다.

       

       매개 장소를 통해 들어왔던 곳의 땅.

       이곳에 손을 댄 상태로, 입장할 때처럼 마력을 투입하면 그대로 퇴장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엔 시간이 조금 걸린다.

       일종의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과 유사하기에 마력을 감응하는 것도, 투입해 전이 현상이 발현하는 것도 모두 꽤 시간을 소모한다.

       

       대략 15초 정도.

       괴수들이 덮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늑대들로부터 도망치지 못했던 것 역시 그런 이유였다.

       

       “저 녀석과는 거리가 좀 있으니까 해봐야지. 그것 말곤 방법이 없어.”

       

       멀리서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거대 늑대.

       

       나는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김채은의 손을 잡고 재빨리 우리가 처음 온 입구 쪽으로 향했다.

       

       “채은아, 네가 마력 투입해.”

       “어? 어.”

       

       마력 투입을 김채은에게 맡기고 앞을 봤다.

       

       그녀에겐 괜찮을 거라 말하긴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먼저 선공을 취했던 괴수들이 저만한 타격을 입고도 가만히 우리를 보내줄 리 없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를 대비해야 했다.

       

       

       그르으아아-!!

       아우우우-!!

       

       

       아니나 다를까.

       고고하게 서 있던 거대 늑대가 괴성을 질렀다.

       

       그에 맞춰 서서히 일어나는 그레이 울프들.

       

       몸이 성한 몇몇 그레이 울프와 중앙의 거대 늑대가…

       엄청난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돌격류 룬이야.’

       

       아까도 느꼈지만, 그레이 울프와 저 거대 늑대에겐 돌격류 룬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 [분노의 질주] 급은 아니고, 노멀룬인 [질주] 정도.

       

       [무자비한 돌격]까지 보유한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에게 이토록 먼 거리를 단숨에 좁힐 룬이 존재한다는 건…

       우리에게 상당히 좋지 않은 소식이다.

       

       ‘젠장….’

       

       나는 입술을 베어 물고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를 꺼내 들었다.

       

       이제 공격은 무리다.

       최대한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

       

       설사 내가 남고 김채은만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던전 퇴장의 마력을 끊기게 할 수는 없었다.

       

       

       구그그그-

       아우우우-!!

       

       

       5초, 4초.

       던전 퇴장의 마력 투입이 끝나고, 전이가 마무리될 무렵.

       

       늑대들은 기어코 우리의 앞까지 도달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도착이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나는 방패를 들고 [철벽수비]를 준비했다.

       

       어떻게든 막아내야 했다.

       막아낸 다음에야 이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 늑대와 그레이 울프들이 우리에게 도착한 후, 아가리를 벌려 씹어먹으려던 순간.

       

       

       파밧- 파바밧-

       슥- 스슥-

       아우우?!

       

       

       “어?”

       

       순간.

       정말 순간의 일이었다.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비수가 날아와 늑대들에게 꽂히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한 여자는 두 자루의 소검으로 거대 늑대를 베어갔다.

       

       압도적인 속도와 파괴력.

       충격적인 움직임과 숙련된 단검술.

       

       하나의 칼춤을 보는 듯한 전투.

       

       여자 홀더는 엄청난 속도로 그레이 울프들을 모두 제압했고, 막강한 상대로만 느껴지던 거대 늑대조차 순식간에 사냥을 마쳤다.

       

       “이, 이게….”

       

       김채은도 마력 투입을 멈추고 놀라 상황을 지켜봤다.

       

       아니, 사실 지켜볼 것도 없었다.

       이미 끝났으니까.

       

       전투 종료.

       

       여자 홀더가 도착하고 난 후.

       불과 10초도 안 돼 일어난 일이었다.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결투에서의 높은 기여도로 인해 승리가 인정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할 룬을 선택해주세요.]

       [1.질긴 늑대 가죽 2.민첩성 3.질주(선택불가) 4.사족격투(선택불가) … ]

       

       …

       …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결투에서의 애매한 기여도로 인해 승리가 절반만 인정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절반의 승리로, 복제될 룬은 무작위로 선택됩니다.]

       [먹잇감 탐색이 선택되었습니다. 11레벨의 레어룬이기에 레벨이 하락해, 6레벨로 등록됩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마력, 정신을 각각 1씩 획득합니다.]

       

       

       그리고 나타나는 수많은 정보창.

       나는 멍하니 허공과 여자를 번갈아 봤다.

       

       ‘아니 뭐, 이런….’

       

       예상치 못한 버스를 받아 전투를 이겼다.

       

       그런데 버스가 그냥 버스가 아니다.

       

       시속 200km로 달리는…

       초고속버스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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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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