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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운동회 이후, 루크가 건네준 포션의 효과가 끝나고, 시루드는 마침내 찾아온 부작용에 앓아누워버렸다.

    온 몸을 찢는듯한 고통, 시루드는 아침에 일어나서 난 이제 죽는다며 난리를 피웠고, 검사결과.

    단순한 근육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 갈 수는 없었기에, 학교를 쉬기로하고 침대에 드러누워서 요양을 하는 시루드.

    그리고 그런 시루드에게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껴야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일의 원흉, 바로 루크였다.

    ——-

    “시루드, 내가 왔단다. 몸은 좀 괜찮느냐?”

    “루크, 메리. 으윽…….”

    “무리해서 일어나지 말거라.”

    “마, 맞아. 그냥 누워있어.”

    시루드는 시키는대로 침대에 푸욱 들어가며 힘을 뺐다.

    근육통이 워낙 심해야 말이지.

    “병문안 와준거야?”

    “그렇단다, 시루드.”

    원래라면 이런 근육통도 느껴지면 안되는 것이었는데, 반의 반쪽짜리 영약인지라 후유증마저 남아버린 모양이다.

    루크는 시루드의 시선을 살짝 피했다.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애초에, 그 정도의 효과를 노리고 만들지도 않았었고.

    반면 메리는 난처한듯 시루드의 시선을 피하는 루크를 바라보면서 꽤 부끄러움을 타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하긴, 그런게 아니라면 자신을 병문안에 끌여들일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여자애 혼자서 남자애 병문안을 간다는게 상당히 부끄러운 상황이기는 하지.

    거의 사랑고백이나 다름없잖아, 하고.

    그 이유는 사실 루크가 메리와 시루드의 사이를 더 깊게 이어주려는 안배였지만…….

    “아참, ‘루크가’ 병문안 선물도 준비했어.”

    메리는 미묘하게 ‘루크가’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러자 루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 이걸 나 혼자만 주는건 아닐세, 몇개정도는 메리의 아이디어이고, 돈을 보태기도 했으니까.”

    “……맞아.”

    루크는 생각보다 눈치가 없구나.

    아무튼, 루크는 가져온 물건들을 시루드의 곁에 내려놓고는 하나씩 꺼내며 설명했다.

    루크가 가장 먼저 꺼낸것은 붉은 꽃이 담겨진 화분이다.

    “이것은 프레인꽃이다. 수면을 돕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향을 내지. 딱히 마법적인 효능은 없더라도, 향은 좋으니 사왔단다.”

    그 다음으로 꺼낸것은 조그만 물약병에 담긴 액체였다.

    “그리고 이건, 내가 직접 제조한 회복을 돕는 포션이다. 물에 몇방울씩 타서 식후에 한잔씩하거라. 아참, 포션을 마시고는 자기전에 꼭 화장실에 들리는게 좋을게다. 이불에 실례를 하기 싫다면.”

    세번째로 꺼낸것은 고양이모양의 인형이었다. 백금빛의 색상이 어쩐지 루크가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건, 보다시피 고양이 인형이다. 메리가 추천해준 거란다. 귀엽다고 하더구나. 나는 잘 모르겠지만…….”

    루크가 마지막으로 꺼낸 물건은 스노우볼이었다.

    “그리고 이건……. 그냥 재밌어보여서 사왔단다.”

    몇번 흔들어서 보여주니 나름대로 예쁘다. 

    수정구 안쪽에는 눈덮인 세계수가 조형으로 들어있었다.

    싸구려인지, 그다지 정교한 조형은 아니었지만.

    “고맙긴 한데…….”

    시루드는 그것을 받으려고 손을 올려보지만, 근육이 비명을 질러서 그냥 관둔다.

    “대충 아무데나 놔줘.”

    루크는 그런 시루드를 바라보고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얼른 낫거라.”

    “……어, 얼른 나아.”

    잠시간의 침묵, 시루드는 이제 슬슬 나가주면 안될까, 하는 말이 목전까지 올라왔지만, 나름 자기를 생각해서 와준건데 조금 어색하다고해서 나가달라고 하는게 맞나 싶어서 고민을 좀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어본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루크도 비슷하긴 했다.

    사실은, 루크도 친구를 사귀는 법을 잘 모르는 것이다.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은 케일과 레니에, 단 둘뿐이었고, 그 외의 사람들에겐 그저 데면데면하게 예의만 차렸을 뿐이었다.

    그래서 루크는 누군가를 대할때 언제나 받은대로 행하는 편이었고, 최강의 마법사에게 적대적으로 대할 인물은 그 누구도 없었으니 루크는 선인으로 후대에 기억될 수 있는 위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둘 사이에 끼어서 안절부절 못하는것은 메리였다.

    ‘루크가 부끄러워서 할 말이 되게 없나보다.’

    메리는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았다. 

    언제나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메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메리는 애써 텐션을 높이며 말했다.

    “지, 집이 되게 좋다. 도시랑 가깝고……. 부럽다. 나도 기숙사는 영 불편하단 말이야.”

    메리의 본가는 도시와는 꽤 멀리 떨어진곳에 위치해있었다. 그래서 학교도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이고.

    차로 금방 왔다갔다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시루드의 집은 메리로써는 부러운 것이었다.

    시루드는 그런 메리에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응? 기숙사가 더 편하지 않아? 뭐, 집안일도 기숙사에 가정부들 부를 수 있고.”

    “그래도 집이 아니면 나는 뭔가 불편하더라. 왠지.”

    “그런가.”

    “루크는 어때? 집이 아닌곳에서 자면 불편하지 않아?”

    “나 말인가?”

    루크는 미처 자신에게 대화가 튈줄은 몰랐는지 깜짝 놀란듯 했다.

    사실, 집에 큰 미련은 없지만 말이다.

    입이 떡 벌어질 대저택에서도 살아보았고, 거센 바람이 불면 날아가버리고 말듯한 텐트에서도 살아보았다.

    꽤 역경이 넘치는 삶을 살아온 루크에게 집이란 결국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곳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모험중 루크가 이용한 여관의 갯수만해도 어림잡아 수백개는 되는데, 그동안 일일히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섬세한 감수성을 지니지도 않았던 터다.

    “별 생각은 없다. 뭐, 굳이 내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기숙사가 편할 것 같기는 한데…….”

    “한데?”

    “왠지 예르나가 기숙사는 절대 안된다고 하더군.”

    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루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 루크를 바라보는 시루드는 어쩐지 예르나의 마음을 잘 알겠다고 생각했다.

    ‘눈 닿는곳에 두고싶겠지…….’

    루크는 언제나 폭풍을 몰고 다니니까.

    ———–

    남자의 심문자료와 신상정보등을 취합해 나름대로 조사해본 결과, 프로이튼 가문은 그냥 거래처였던 모양이다. 남자는 프로이튼가문과 ‘일절’관련이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사건은 또 다시 미궁으로 빠진다.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되는걸까? 정말 프로이튼 가문에 압수수색 영장이라도 신청해?

    물론 받아들여질리가 없지만. 애초에 드래곤하트의 ‘거래내역’이라고 하지만 공식적으론 거래가 아니라 ‘도둑맞은’것으로 취급되니까.

    실제론 도둑맞은건지, 서로 짜고 도둑맞은 척을 하는건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증거가 없다, 증거가.

    “흐음……. 피곤해.”

    하루종일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슬슬 한계다.

    요즘 이거 조사한다고 집에도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루크의 인사를 못받는 경우도 많다.

    그냥 때려치울까.

    과거가 어쨌든, 루크는 지금이라도 행복하면 된게 아닐까.

    ‘그런 비인도적인 단체가 아직 멀쩡히 존재한다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눈 밖의 어둠보다는 눈앞의 행복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

    아마 루크라면 분명 그렇게 말하겠지, 더이상 그런것에 신경쓰지 말라고…….

    “산책이나 할까.”

    머리를 비우는데엔 역시 산책이 최고지.

    괜히 혼자서 일을 벌이는 바람에 루크랑 원래 더 자주 놀러가고 싶었는데, 도통 그러질 못했네.

    집에 돌아가면 루크한테 어디로 놀러갈까 물어볼…….

    ‘아 그러고보니, 오늘 루크는 집에 안 돌아온다고 했던가.’

    ……뭔가 쓸쓸한 기분이다.

    ——–

    “식사는 어땠어? 입에 맞아?”

    “저는 오늘 엘프식을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네요.”

    “후훗, 그러니. 다행이네. 루크는?”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맛있었다. 개중에서도 몇 레시피는 받아가고 싶을 정도인데, 괜찮겠는가?”

    “음, 그래. 내일 돌아갈때 레시피북을 하나 줄게.”

    그녀의 제안에 루크는 감사를 표하며 생각했다.

    엘프식도 요리를 제대로 하면야 당연히 맛있다.

    어찌나 맛있었는지, 매일 샐러드만 챙겨먹는 예르나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혹시 미각이 어떻게 되어서 불가피하게 그런 식사만 하는게 아니라면.

    식사를 마치니 가정부가 다가와 접시와 식기등을 회수해 가지고갔다.

    집이 꽤 넓어서인지, 가정부 몇정도는 있는 모양이다.

    ‘음, 역시나 귀족이란건가.’

    루크는 버릇처럼 가정부에게 싱긋 미소를 보였다.

    그것은 루크의 몸에 새겨진 예의범절같은 것이었다.

    세레나는 싱긋 웃는 표정의 루크를 바라보며 루크는 꽤 잘 웃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거실 한켠에 놓여진 첼로를 발견하곤 물었다.

    “루크. 음악을 공부하는 중이라면서? 어때? 잘 되어가?”

    루크는 스스로 잠깐 고민해보았다.

    객관적으로 어떤 실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스스로는 아무래도 ‘얼마나 잘’ 하는지는 모른다. 스스로의 기준은 언제나 자신이 되기 때문에, 남들이 볼때와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루크는 그냥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기로했다.

    “뭐어, 적당히 거리에 내보일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겠군.”

    메리는 그런 루크를 거들며 대답했다.

    “엄청 잘해요!”

    “음, 그러니? 연주해줄 수 있어? 아줌마도 듣고싶은 걸.”

    “물론.”

    루크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파이가 보이질 않자 살짝 당황스러웠다.

    음, 어쩐지 파이의 노랫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싶더니.

    요즘들어 파이는 루크가 맛있는걸 먹는다 싶으면 아예 자리를 비우곤 했다.

    하긴, 먹지 못하는 파이로서는 루크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것 자체로 고역이었으리라.

    “음……. 지금은 말고, 나중에 보여주도록 하지.”

    이왕 연주할거라면 파이에게도 들려주고 싶으니 말이다.

    “그래, 그럼 그건 나중에 보여주련.”

    ———-

    “그러니까, 초반에 갑옷을 사는것보다는 단검을 구매하고 특성으로 보조하는편이 좋다는 말이지?”

    “그것도 상대를 보아가며 고르는게지.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선 단검이 좋기야 하지만, 일부 캐릭터를 상대하려면 특성을 제거하고 갑옷을 입는편이 낫다.”

    “그, 케리온처럼?”

    “음, 케리온의 오의는 인상적이지만 그뿐이다. 녀석이 상대일때는 그냥 단검인 편이…….”

    어느순간 말문이 트였는지, 서로 쉴새없이 수다를 떠는 모습에 메리는 살짝 당황했다.

    루크와 시루드의 대화가 트인것은 좋지만, 내용을 전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시루드와 루크가 현재 서클외에 가지고있는 공통점이 무엇인가, 바로 슈퍼 매직 리그가 아닌가. 

    루크와 시루드는 그렇게 한참을 게임 이야기로 떠들다가 루크가 문득 멍한 표정의 메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메리, 왜 그러고 있는가? 할 이야기가 없는겐가?”

    “어……. 둘이 무슨 얘기하는지 전혀 못 알아들었어. 난 게임같은거 안해서.”

    “이런, 메리. 슈퍼 매직 리그를 하지 않는겐가?”

    “으, 응. 그래서 끼어들질 못하겠네.”

    메리는 멋쩍게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루크는 그런 메리에게 딱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음, 그렇군. 이토록 재밌는 것을 모른다니. 하지만 걱정말게. 내 도와줄터이니.”

    루크는 그리 말하며 가져온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며칠전 예르나가 루크에게 사주었던 ‘컴퓨터’였다.

    “루크, 그동안 집에 컴퓨터 없다면서. 그건 또 언제 샀어?”

    “고맙게도 며칠전에 예르나가 선물해주었단다. 아무튼, 메리. 한번 해보자꾸나. 비록 조악한 화면이지만서도 플레이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테니.”

    메리도 게임에 대해 잘 알면 시루드와 친하게 지내는데에 도움이 될테고.

    “응……? 갑자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서로가 히로인이라고 착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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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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