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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 * *

       

       

       

       

       물론 마흐노의 자유지구와 독일 중간에는 우리 콧수염 씨의 오스트리아나, 헝가리, 친영 서우크라이나 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공산독일의 지원을 받으며 수명 연장하다가 2차 대전 때, 독일 공산당의 요청으로 러시아를 향해 공격하면?

       

       그게 좀 걸리네.

       

       나는 지금 뭐 하나라도 최대한 조심하고 싶거든.

       

       최소한 마흐노는 우리 영향력 아래에 확실히 둬야 하니까.

       

       

       “공산 독일이 뒤를 돕지 않겠습니까?”

       “그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놈들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무기를 의존하는 처지입니다. 심지어 공산 독일과는 떨어져 있고. 우리 외에는 그 누구도 자유지구를 관심을 두고 있지 않으니까요.”

       

       

       정확히는 다른 열강은 우리가 우크라이나 합병을 할 거로 여기고 있을 테니까.

       

       영국도 넌지시 마흐노가 우리 영향권임을 인정하고 있고.

       

       사실상 마흐노의 자유지구는 러시아의 자유도시 취급을 받고 있거든.

       

       그래. 그럼 지금 보리스의 말은 그것인가.

       

       폴란드처럼 소매 넣기로 우리 영향력에 들어온다는 거지.

       

       

       “우리 무기로 무장하고 있습니까?”

       “네. 폴란드에 했던 방식으로 무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로군요.”

       

       

       그럼, 나중 가서 우리에게 개수작을 부리지는 못할 테니까.

       

       만일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공산 독일의 지원을 받는다거나. 그러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거잖아.

       

       그때 가서 두들겨 잡든, 아니면 지금부터 떡밥을 던져도 좋고.

       

       혹시라도 내부단결을 위해 우리 쪽으로 뭔가 할 생각을 하거나. 그러면 조금 귀찮아지거든.

       

       애초에 우리의 도움을 받은 마흐노라면 그런 생각을 할 리 없겠지만.

       

       바로 죽을 짓을 하지는 않을 테고.

       

       굳이 있다면 친영 파벌로 넘어간 반쪽짜리 남은 우크라이나를 먹고 싶다. 이러는 거겠지만.

       

       이렇게 되면 슬슬 시동을 걸어야 하나.

       

       마흐노의 자유지구가 무너질 거 같으면 적당히 우리 쪽으로 오게 내부에서 좀 분란을 일으키는 것도 좋다.

       

       물론 마흐노 쪽에서 뭔가 터트려준다면 말이지.

       

       

       “마흐노 쪽은 늘 주시하고 있으니, 뭔가 일이 터지면 이쪽에서 친러시아인들을 적당히 포섭하여 바로 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쪽은 되었고, 오늘은 뭔가 할 말이 많은 모양이군요.”

       

       

       백군부 인사들이 여기 많은 걸 보니까. 군사적인 부분 같은데.

       

       그래. 따로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뭐 계속 두마에서 영향권을 발휘하고 있지만, 경제 문제는 정말 결제만 하는 수준에서 끝내고 있다.

       

       굳이 내가 직접 개입한다면, 외교나 군사적인 부분이다.

       

       아마 지금 그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일본은 아니겠지. 적어도 러시아를 지네들 우방으로 여기고 있으니까.

       

       뺨따귀 시원하게 얻어맞을 수도 있는데.

       

       

       “쿠르드 문제입니다.”

       “쿠르드요?”

       

       

       쿠르디스탄 문제가 갑자기 왜 나오는 걸까.

       

       아니, 뭐 대충 예상은 간다.

       

       다만, 그것이 지금 우리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가 문제지만.

       

       

       “튀르키예에서 쿠르드인들이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합니다.”

       “그런가.”

       

       

       하긴 뭐 실제 역사대로 아타튀르크의 튀르키예가 제대로 했다면, 오스만 제국 시기에는 세금만 내는 조건으로 봐줬던 쿠르드인 지역에 지방관을 파견했을 터다.

       

       그래서 불만이 쌓일 테고.

       

       실제로 그 일로 1927년에 쿠르드인들이 나라를 세우지 않았나.

       

       아라라트 공화국인가 뭔가 하는 그런 나라였지.

       

       이 무렵에는 한참 튀르키예에 복벽 주의, 반세속주의적 반란이 이어지고 있을 무렵이니까.

       

       우리가 튀르키예를 돕고는 있어도. 튀르키예가 원래 역사보다 땅이 더 뜯긴 것을 생각하면 좀 그렇지.

       

       심지어 그 유명한 그리스와 인구 교환도 없다.

       

       인구 교환될 그리스인까지 폰토스 그리스 공화국으로 러시아에 합병될 처지고.

       

       원래 역사보다 상당히 뒤떨어진다는 의미지.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동로마 영토를 회복해서 좋지만, 반대로 튀르키예로서는 원래 역사보다 더 약하니 쿠르드가 더 빠르게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

       

       그나마 튀르키예에는 무기를 지원해주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생각해보니 쿠르드인 사정도 딱하다.

       

       특히 튀르키예의 쿠르드인들은 뭐. 1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의 피해자지.

       

       1차 세계대전 본래 승전국들이 쿠르디스탄 건국을 약속했었는데. 1920년에 맺은 세브르 조약을 1923년에 로잔조약으로 대신하면서 쿠르디스탄 내용은 쏙 빠졌다.

       

       흠, 그런데 말이야.

       

       

       “그런데, 우리와 상관있습니까?”

       

       

       새롭게 맺은 조약에서 내가 쿠르드 관련 내용을 넣으라고 하지도 않았고.

       

       애초에 용병 느낌으로 불린 것이라 다른 열강들의 보장으로 콘스탄티노플을 받아냈지만, 폰토스 그리스는 사실상 튀르키예와 우리가 단독으로 맺은 조약이다.

       

       쿠르드 일로 우리가 감히 개입할 이유는 없다는 소리지.

       

       

       “딱히 없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뭔가 있군요.”

       “쿠르드계 젤랄리 부족의 이흐산 누리 파샤란 인물이 우리 러시아에게 무기를 지원해달라 청했습니다.”

       

       

       이흐산 누리 파샤. 쿠르드인이 튀르키예에서 독립해 세운 나라의 국방장관이었지.

       

       분명 대통령은 따로 있었고. 이 무렵에는 아직 독립하기 전이니, 튀르키예에게 맞서 일어날까 준비하던 시기일 것이다.

       

       그런데, 그자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허, 튀르키예를 지원하는 저희에게 튀르키예에 독립할 무리를 지원해달라고요? 그냥 무시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네. 그쪽에서도 명분이 있어서 마냥 거부하기 힘이 듭니다.”

       

       

       명분이라면 무슨 놈의 명분이 있을까.

       

       

       “무슨 명분이요?”

       “진정한 성녀이며 많은 공화국을 합쳐 합중국을 세운 차리나께서는 이 독립을 지원해주셔야 한다고.”

       

       

       그렇군. 당신이 다른 나라처럼 제국주의 군주가 아니라면 마땅히 자기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는 거겠지.

       

       실제로 중국의 호법 정부도 지원했으니, 도와달라고 청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여기서 냅다 개소리 하지 말라고 버리기에는 좀 그렇지.

       

       

       “허, 어이가 없군요.”

       “예. 아무래도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쿠르드인의 독립은 결국 토벌당하는 것으로 애처롭게 끝나지.

       

       그게 참 안타깝기는 한데, 내가 일단 튀르키예는 좀 살려둘 입장이라 그놈들을 지원하는 건 문제가 있다.

       

       쿠르드까지 독립해버리면 튀르키예는 땅을 얼마나 뜯기는 건가.

       

       심지어 튀르키예는 2차대전 때 이쪽에서 동맹국으로 부를 생각이었다. 튀르키예 체급이 작아지면 곤란한데.

       

       

       “흐으음. 정말 곤란한 일이군요.”

       “쿠르드의 독립을 약속한다는 명분으로 튀르키예를 이참에 합병해버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운게른이 이 자리에서 당당히 선언했다.

       

       음,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다.

       

       내가 한국인으로서 튀르키예와 형제국~이러면서 튀르키예를 노리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비록 러시아군이 정예화했어도 자국을 지키기 위해 악귀가 된 자들이 아타튀르크의 튀르키예군이다.

       

       러시아군도 똑같은 처지였는데. 그런 튀르키예군을 보고 제대로 싸우고 싶을까.

       

       튀르키예는 러시아가 다시 수렁에 빠져들지도 모를 지도 모를 전역이다.

       

       폰토스 그리스도 생각하면, 이미 동로마의 땅도 좀 수복한 것이고, 이제 좀 처지가 나아졌다고 말을 바꿔서 튀르키예를 삼키면 배탈만 날 거다.

       

       

       “아타튀르크는 만만하게 볼 자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쿠르드 때문에 적으로 만들 수는 없죠. 튀르키예를 먹으려 했다면 지난 전쟁에서 먹었을 겁니다.”

       

       

       당장 자기들 도와달라고 국제사회에 도움 요청한 쿠르드인들을 열강들은 튀르키예 내부 문제라고 그냥 거부했지.

       

       튀르키예는 나중에 그냥 국제조직으로 묶어두고 러시아 경제권에 속하게 만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다고 쿠르드인은 그냥 놓아버릴 수도 없지 않습니까?”

       “네. 폐하의 뜻을 두마에서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쿠르드인들이 결국 폐하를 언급하였단 사실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흠.”

       

       

       나는 손가락으로 톡톡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쿠르드인이 러시아에 지원 요청을 했다는 것은 뭐 무시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게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보일지도 문제고 러시아에 어떤 식으로 해야 이익으로 작용할 지가 문제겠지.

       

       요지는 튀르키예가 이겨야 한다는 소리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쿠르드인을 돕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에서 권위가 실추되지 말아야 하고.

       

       병력지원은 할 수 없고. 아니지.

       

       

       “애초에 쿠르드 지역은 오스만의 후신인 튀르키예 땅이 맞지 않습니까?”

       “예.”

       “튀르키예는 지방관을 보내 통제하려 한 것이고, 쿠르드인들은 그게 마음에 안 들어 들고 일어났죠.”

       

       

       지방을 통제하기 위해 관리를 파견한 것인데, 쿠르드인들은 이제 자기들 멋대로 살 수 없으니 그게 불만이 된 것이고.

       

       어쨌든 쿠르드인들 처지에서는 오스만 측에서 약속한 것이니, 쿠르드인들은 아닌 밤중에 뺨따귀 맞은 격일 테니.

       

       지금껏 세금만 내면서 자유롭게 살다가 갑자기 너희 우리말 들라고 하면서 이것저것 간섭하면 화가 날 터.

       

       

       “네. 하지만 그리 단순하게 보기에는.”

       “네. 단순하게 보기에는 문제가 있죠. 쿠르드인들도 저들 나름대로 정의가 있으니까요. 묻겠습니다. 지금, 이건 물질적, 군사적 지원을 바라는 것이죠?”

       

       

       지금 꼴을 보니, 쿠르드는 더 일찍 독립을 서두르는 거 같다.

       

       생각보다 튀르키예 상태가 엉망이니 단순히 지방관 때문이 아니라 준비하던 것이 있었겠지.

       

       

       “최소한 무기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안쓰럽긴 하지만.

       

       안 그래도 우리 때문에 동로마 땅의 일부를 뚝 떼버린 튀르키예다.

       

       쿠르드인이 독립하려 하면 아타튀르크는 눈에 불을 켜고 절대로 무슨 수를 쓰든 독립을 막으려 할 터다.

       

       그것에 찬물을 끼얹을 순 없지.

       

       

       “흐으으음.”

       “차라리 중재를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겁니다.”

       

       

       중재안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다.

       

       쿠르드인 상황을 보면 지금 당장 뭔가 터트리고 싶은 모양인데. 그것도 영 못마땅하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폐하의 뜻은 어디에 있습니까?”

       

       

       튀르키예가 우리에게 달라붙도록 하려면, 여기서는 튀르키예 편을 드는 것이 맞다.

       

       쿠르드인이 우리에게 도움 요청을 했으니 자국 내 일로 중재한다고 하면 내정간섭이라고 뭐라 하겠지.

       

       그건 아무래도 좀 그렇다.

       

       

       “쿠르드인의 정의는 성녀면 도우라고 했다죠. 하지만 성녀가 살생을 벌이는 무력투쟁을 도와서 되겠습니까?”

       

       

       성녀가 살생을 벌이는 일에 어느 한 쪽의 편도 들 수는 없지.

       

       러시아가 관련된 진정한 성전이면 모를까.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의료지원만 하세요.”

       

       

       성녀라 하면 자고로 치료하는 것이 주특기 아니겠는가.

       

       그러니 나는 양쪽에서 나올 사상자들을 생각해 의료진들을 지원할 생각이다.

       

       때마침 적백 내전 때문에 러시아는 적군에 강제로 들어간 이들도 같은 적군에게 죽는 일이 있은 후로 의료진들도 꽤 늘렸다.

       

       딱 보내기 적당하지.

       

       성녀 이름값 좀 해보겠다 이거지.

       

       

       “그래서 되겠습니까?”

       “튀르키예는 우리의 동맹국으로 남겨둬야 합니다. 후일 2차대전에서 함께 싸우게 하려면 쿠르드 일로 힘을 소비해서는 안 되겠죠.”

       “2차대전이요?”

       

       

       순간 국가 두마의 의원들이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아, 이 말은 아직 좀 아니지.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백군부의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은, 적백내전기를 거친 처지에서 예민할 일이다.

       

       대전쟁급의 규모가 나오진 않을 거 같기도 하고.

       

       그야 독일과 이탈리아만 있잖아. 심지어 오스트리아를 먹지도 않은 독일이고. 폴란드에서도 막힐 거 같은 상황에서,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사이에서 두 국가는 바로 무너지지 않을까.

       

       미국이 참전할 규모가 안 터질 수도 있다.

       

       나중 가서 차리나께 실망했습니다! 이런 말 나올 수도 있으니, 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

       

       

       “아 전쟁이요. 네. 후일 있을 독일 공산당 놈들과의 최종전쟁이요. 이상한 오해를 하지들 마세요.”

       

       

       믿으면 내가 슬퍼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품에서 언급된 쿠르드족은 튀르키예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소수 민족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중 튀르키예에 속한 쿠르드인들은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세금만 내는 조건으로 반독립적으로 살았습니다만, 튀르키예의 아타튀르크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지방까지 통제하기 위해 지방관을 파견했고, 이 일로 쿠르드인은 반발하며 독립 운동이 벌어집니다.
    실제로 영국 같은 승전국이 쿠르디스탄 건국을 약속했는데, 나중에 외면했고, 아르르트산에 나라를 세운 후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튀르키예 내부 문제라고 쿠르드인들을 무시했습니다.
    당장 1984년만 해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쿠르드노동자당이 봉기를 일으켰다가 민간인 수만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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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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