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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일어났구나.”

       

       “네, 네···. 죄송했습니다···.”

       

       “아냐, 괜찮아. 우선 접수부터 할까.”

       

       

       얼굴을 붉게 물들인 아르테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새침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 연기 따위 시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르테는 깜빡 잊고 있는 것 같지만, 내 능력은 직감.

       

       ···진짜 직감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아무튼.

       

       아르테가 이미 일어나 있었다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멜리아와 도로시가 아르테를 보며 하는 말들을 굳이 막지 않았다.

       

       우리는 너를 도와줄 수 있어. 우리는 네 친구야.

       

       그렇게 말한들 아르테가 받아들일 리가 없었으니까.

       

       자연스럽게 아르테에게 우리의 생각을 전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아르테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그녀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딱히 생각대로 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추태를 부렸다는 듯 얼굴을 붉히고는 있었지만, 딱히 우리를 믿고 있다든가 하는 느낌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아멜리아와 도로시를 대하고 있었을 뿐.

       

       뭐, 괜찮겠지. 한 번에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 작가님에게 아르테가 제거되지 않았다는 건 그 녀석도 아르테가 필요하다는 증거.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아르테는 나와 그녀만이 인간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그녀에게 특별하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고 보아도 괜찮겠지.

       

       그녀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도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그 전에 하나.

       

       최대한 무시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네.

       

       이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르테. 조금 떨어져 주면 안 될까.”

       

       “···어째서죠?”

       

       “어째서냐니···.”

       

       

       그야 너무 달라붙어서 더우니까 그렇지.

       

       아니, 더운 것뿐만이 아니었다.

       

       부모님의 뒤에 찰싹 붙어있는 아이가 생각날 정도로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학생들의 시선이 잔뜩 모이고 있었다.

       

       

       “저 녀석들, 원래 저런 사이였나?”

       

       “평소에도 같이 다니더니 결국···.”

       

       

       그래. 주변의 시선까지도 그렇다고 치자.

       

       아멜리아와 도로시의 호들갑에 익숙해져 이제는 저런 시선 따위 아프지도 않으니까 괜찮아.

       

       하지만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나도 일단 남자거든···?”

       

       “? 네, 남자인 건 알고 있어요.”

       

       “아니,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남자라는 걸 알고 있다면, 이렇게까지 달라붙으면 안 되는 게 아닐까?

       

       부담스러울 정도로 달라붙어 있는 아르테 탓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직 선선해지지 않아 덥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이유로 나는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살결.

       

       코를 자극하는 살 내음.

       

       조금 떨어질 것 같다면 안절부절못하는 저 행동거지까지.

       

       내게는 자극이 너무 강했다.

       

       

       “있지, 아르테. 유시우가 불쌍하니까 조금만 떨어지자. 응?”

       

       “그래요. 사람들의 눈도 있으니까요. 네?”

       

       “···알겠어요.”

       

       

       나를 불쌍히 여긴 건지, 아니면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쓴 건지.

       

       아멜리아가 나와 아르테를 떼어놓았다.

       

       아르테는 마음에 들지 않아 보였지만.

       

       자꾸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무언가 불편한 듯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르테의 모습이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갑작스럽게 밤을 새운 것도 그렇고, 내게 달라붙으려는 모습도 그렇고.

       

       마치 불안증세를 보이는 강아지 같은 모습.

       

       ···설마.

       

       

       “아르테. 나 잠깐 화장실 좀···.”

       

       “···.”

       

       “아르테?”

       

       “다,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래. 금방 다녀올게.”

       

       

       화장실에 멈춰 선 아르테를 내버려 두고 남자 화장실에 들어왔다.

       

       설마 여기까지 쫓아오려고 하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그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후우···.”

       

       

       짜증이 치솟아 올라 세면대에서 나오는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셨다.

       

       아르테가 오늘따라 이상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불안감. 내가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의 불안감인가?”

       

       

       나는 사람의 심리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런 쪽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으니까.

       

       다만 아르테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건 알 것 같았다.

       

       어째서? 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그 작가님과 관련된 무언가겠지.

       

       아르테의 태도가 하루 만에 바뀔만한 일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짜증이 치솟은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남성의 얼굴이 보였다.

       

       ···이러면 안 되겠지.

       

       아르테를 도와주기로 했잖아.

       

       내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아르테도 불안할 거다.

       

       

       “···좋아.”

       

       

       아르테는 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이야.

       

       그렇다면 친구인 내가 도와줘야겠지.

       

       시우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아르테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겠다고.

       

       

       

       ***

       

       

       

       “···.”

       

       

       시우가 언제쯤 나올까 발을 동동 굴렀다.

       

       언제 나오지? 지금? 슬슬 나올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왜 안 나오지?

       

       

       “아르테. 갑자기 왜 그래?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시간 많이 지나지도 않았잖아.”

       

       “알고 있어요.”

       

       “···으음.”

       

       

       알고 있다.

       

       지금 나는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

       

       아무리 봐도 정상이라기에는 힘든, 그런 상황.

       

       누가 봐도 내 모습은 멀쩡하다고 보기 힘들었다.

       

       그래, 잘 알고 있어.

       

       

       “언제 나오지. 언제 나오지···.”

       

       

       하지만 알고있어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불안해. 불안해. 불안해.

       

       어째서 나오지 않는 거지?

       

       왜 시간이 이렇게 걸리는 거지?

       

       좋지 않은 상상이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었다.

       

       새로운 빌런이 나타났나?

       

       아니면 능력이 갑작스럽게 망가져 당황하고 있을까?

       

       사실 화장실 안쪽이 이 세계로 통하는 포탈 같은 건가?

       

       어처구니없는 망상이라는 건 알고 있다.

       

       아마 내가 무언가 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멀쩡히 걸어나오겠지.

       

       하지만 불안감을 참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일이 터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작가님이 말을 걸어오지 않아.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랬어.

       

       어째서지?

       

       설마 나를 대신할 사람을 찾으려고?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걸까?

       

       대타를 구하기 전까지 잠깐 살려놓는 것뿐일까?

       

       ···아냐. 생각하지 말자.

       

       일단 주인공을 생각하는 거야.

       

       왜 나오지 않는 걸까. 어째서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까.

       

       

       “아, 나왔다.”

       

       “···!”

       

       

       아멜리아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 눈앞을 바라보았다.

       

       시우가 조금 전보다 말끔해진 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미안. 조금 늦었지?”

       

       “됐어. 빨리 가자. 강도 현행범이라고 했던가?”

       

       “응. 초범이라 포인트는 많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일단 있으면 좋으니까.”

       

       

       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유시우가 보이지 않자 느껴지던 불안감이 그가 보이자마자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의 눈앞에 내가 있는 한 나는 교체되지 않을 거야.

       

       내 눈앞에 그가 있는 한 그는 의문의 자객에게 죽어 나가지 않을 거야.

       

       서로서로 감시하는 거지.

       

       

       “아르테? 괜찮아?”

       

       “···네, 저는 괜찮아요.”

       

       

       나를 향해 질문하는 그에게 방긋 웃어 보였다.

       

       그래, 나는 괜찮아.

       

       네가 내 눈앞에 있는 동안에는 말이야.

       

       내가 네 눈앞에 있는 동안에는 말이야.

       

       작가님이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주인공을 바꿀 수는 없다.

       

       만약 내가 갑작스럽게 주인공 눈앞에서 사라진다?

       

       그렇다면 그는 나를 쫓겠지. 그는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게 된다면 작가님으로서는 곤란해진다. 전개가 정해져 버려.

       

       그러니까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

       

       반대로 나도 주인공을 계속해서 지켜보아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으로부터 그를 지킬 수 있어.

       

       나를 제외한, 유일한 인간. 이 세상의 주인공. 그가 죽어버리면 큰일이니까.

       

       작가님이 실망했다며 세상을 망가뜨리고 떠나버리면 큰일이었다.

       

       

       “자아, 가볼까요.”

       

       “그래.”

       

       

       아멜리아, 도로시, 나, 유시우.

       

       네 사람은 이미 작가님의 이야기 속 중요 인물로 자리매김했을 터.

       

       하지만 아멜리아와 도로시는 언제 배신할지 몰라.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시우. 한 명뿐이다.

       

       

       “야, 유시우.”

       

       “응?”

       

       “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아멜리아가 시우를 부르며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불편했다.

       

       분명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야 정상일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황급히 두 명 사이로 끼어들어 다급히 시우의 옷 소매를 붙잡았다.

       

       

       “···아르테?”

       

       “빨리 가요.”

       

       “응? 자, 잠깐만.”

       

       “빨리.”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이런 이상한 짓을 벌인다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텐데.

       

       아니나 다를까. 세 사람이 나를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마음이 점차 편안해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했다.

       

       세상에 인간은 너와 나뿐인데.

       

       어째서 너는 그렇게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걸까.

       

       주인공이라서 그런 거야?

       

       말로 내뱉지 못하는 불평을 마음속으로나마 내뱉었다.

       

       시우가 태평하게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납치할까?

       

       납치해서 그냥 지하실에 처박아두고, 밥은 라이라랑 스피라. 그리고 하율에게 시킨 뒤에 24시간 지켜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시우는 세상을 구해야 하니까.

       

       납치는 안 되겠지.

       

       약간 아쉬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앗, 아르테가 망가졌다.

    오래쓰···진 않았는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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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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