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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기사와 병사들을 쫓아 나오니, 어느덧 숲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

        여기서부터는 저들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

        “왜 멈추는 것인가?”

        ​

        “저 사람들, 다른 곳으로 가고 있어요.”

        ​

        “음?”

        ​

        간만에 보는 영혼이었다.

        ​

        오크의 영혼.

        ​

        몬스터 주제에 이승에 미련을 가지는 놈들.

        ​

        그들 중의 한 명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어디로 가는 거야…”

        ​

        이곳에 있는 오크의 영혼은 총 넷.

        ​

        아무래도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것은 살아 있는 오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

        “잠깐만 조용히 해주세요.”

        ​

        내 부탁에 일행들이 침묵을 유지했다.

        ​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오크가 나를 향해 미끄러져 왔다.

        ​

        “넌 애가 왜 이렇게 희미하게 생겼냐?”

        ​

        모습이 희미하다는 게 아니라, 지쳐 있었다.

        ​

        영혼의 상태로 지치기도 쉽지 않을 텐데….

        ​

        – ….

        ​

        “맞아, 보여.”

        ​

        – ….?

        ​

        잠깐 이상한 얼굴로 나를 살피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오크의 영혼.

        ​

        녀석의 손끝이 내 허리로 향해 있었다.

        ​

        심지어는 표정조차 반가워 보이지 않는가.

        ​

        “이거 알아?”

        ​

        끄덕.

        ​

        “어떻게 알아?”

        ​

        손짓을 섞어가며 무언가를 설명하는 오크.

        ​

        그 모양새가 꼭 절벽에 매달려 있던 굴락과 비슷해 보였다.

        ​

        “굴락?”

        ​

        끄덕.

       

       오크의 손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

        따라오라는 듯했다.

        ​

        “다들 가시죠.”

        ​

        숲이 깊어질수록 분위기가 음산해져 갔다.

        ​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일 테지만.

        ​

        이런 경우가 있기는 하다.

        ​

        치열한 전쟁터였거나, 그에 비교될 만큼 많은 생명이 사그라진 곳.

        ​

        국경이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

        “야, 오크.”

        ​

        – ….?

        ​

        “번개 마법 맞고 죽었냐?”

        ​

        끄덕 –

        ​

        탄내가 진동했다.

        ​

        아마, 죽은지 몇 개월도 안 됐을 것이다.

        ​

        이렇게 냄새가 생생한걸 보면.

        ​

        “내가 그마음 잘 알아.”

        ​

        – …..?

        ​

        “그런 게 있어.”

        ​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나도 경험자였으니까.

        ​

        번개를 맞아본 사람이 어디 흔하겠는가.

        ​

        물론, 저놈과는 다르게 나는 진짜 벼락이다.

        ​

        “너희 지금 어디로 가는데?”

        ​

        오크의 손이 방울을 가리켰다가 하르프 왕국을 향해 들렸다.

        ​

        역시나 그들의 목적지 역시 저곳인 거 같았다.

        ​

        “저기 뭐가 있길래?”

        ​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오크가 손을 움직였다.

        ​

        내가 방울을 흔드는 것처럼.

        ​

        이번에는 내 쪽에서 이해되지 않았다.

        ​

        저놈이 이걸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

        이곳에서 저런 식으로 방울을 흔드는 건 내가 유일할 텐데.

        ​

        – …..

        ​

        “굴락?”

        ​

        끄덕 –

        ​

        아까부터 모든 질문의 끝에 굴락이 들어갔다.

        ​

        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있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

        내 기색을 알아챈듯 오크가 설명을 시도했다.

        ​

        하지만.

        ​

        “뭐라는 거야?”

        ​

        – ….

        ​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는 오크.

        ​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

        몬스터가 사람을 답답해하다니.

        ​

        인상을 찌푸리니, 저놈이 방울을 보며 몸을 움찔 떨었다.

        ​

        “이걸로 때려지는 것도 알아?”

        ​

        끄덕 –

        ​

        “어떻게 알아?”

        ​

        대답을 기다리던 나는 예상되는 대답에 얼굴을 일그러 트렸다.

        ​

        “굴락이라고 하면 맞는다?”

        ​

        – …. 

        ​

        “에휴, 말을 말자. 가보면 알겠지.”

        ​

        따라가다 보면 뭐가나와도 나오지 않겠는가.

        ​

        나와 오크의 대화에 클로셀 영감이 스윽 따라붙었다.

        ​

        “그 영안이라는 것 말일세.”

        ​

        “네.”

        ​

        “어떻게 열어볼 방법이 없겠는가?”

        ​

        귀신을 보면서 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중의 하나다.

        ​

        ‘나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나?’라는 질문.

        ​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궁금해한다.

        ​

        솔직히 말하자면….

        ​

        “있어요. 영안을 뜨는 방법은 엄청 많아요.”

        ​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

        드워프인 드잔트 마저도.

        ​

        “얼른 말해 보시게!”

        ​

        영안을 가지고 있으면 안 좋은게 더 많은데 왜 이렇게들 관심을 가지는지.

        ​

        “첫째, 타고난다.”

        ​

        사실은 이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

        잘못된 방법으로 뜨면 부작용이 많으니까.

        ​

        “둘째, 촛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때는 촛불 주위를 곁눈질로 봐야 해요.”

        ​

        “그, 그것만으로 가능하다는 말인가?”

        ​

        “가능은 한데, 아직 한 명도 못만났어요.”

        ​

        금방 실망스러운 기색을 띄는 클로셀 영감님.

        ​

        “셋째, 죽었다가 살아난다. 혹은 죽기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다.”

        ​

        이번에는 파라몬 영감님에게서 반응이 나왔다.

        ​

        “나는 이미 수도 없이 그런 경험을 했네.”

        ​

        “이것도 재능 없으면 안떠져요.”

        ​

        다시 한번 클로셀 영감님이 실망을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사실인데.

        ​

        이것 말고도 다른 방법들이 많다.

        ​

        경신월 경신일에 기도하면 된다는 사람도 있었고, 간혹 명상을 하다가 비슷하게 뜨는 사람도 있으니.

        ​

        하지만 이곳에선 불가능한 방법이다.

        ​

        신성력이 전부 사라져 버린다면 모를까.

        ​

        “솔직히 안 뜨는 걸 추천드려요.”

        ​

        “그건 또 왜 그런가?”

        ​

        “수련을 통해서 뜨면, 영혼이 뜨는 눈이 아닌 가짜가 떠질 수도 있거든요.”

        ​

        부작용만 가지고 있는 가짜 눈.

        ​

        영안을 뜬다는 것은 영과 소통하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

        내가 말하는 부작용이 이것이다.

        ​

        그 소통이 영혼쪽에서만 하는 일방통행이라는 것.

        ​

        온갖 사념과 악의들이 밀려오는데 막지도 되받아 치지도 못한다.

        ​

        그러면 사람이 미쳐 버리는 것이다.

        ​

        “깔끔하게 포기하세요.”

        ​

        “아쉽군. 마치 정령사의 자질 같구만.”

        ​

        “그런 셈이죠.”

        ​

        “자네의 말대로면 영안이라는 것은 영혼의 눈인 모양이로군.”

        ​

        조금 더 관념적인 개념이지만 저렇게 설명해도 얼추 맞을 것이다.

        ​

        “자네는 영안에 집중할 때 어떻게 하는가?”

        ​

        나야 눈을 감으나 뜨나 영안이 열려 있으니 뭘 하고 그럴 것은 없지만, 더 집중하는 방법이 있긴 했다.

        ​

        “눈을 감은 상태로 오감을 지우면 돼요. 비슷한데 새로운 감각이거든요.”

        ​

        “호오, 내 참고 하겠네.”

        ​

        “아우우!”

        ​

        “루나는 할 필요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

        한참을 영혼을 따라가다 보니, 이상한 길이 나왔다.

        ​

        다듬어진 듯 그렇지 않은 길.

        ​

        오크들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길이라 생각이 든다.

        ​

        영감님들도 동의하는 눈치였다.

        ​

        “국경을 넘어간 오크가 한둘이 아니었나보군.”

        ​

        파라몬 영감님이 이상하다는 듯 수염을 매만졌다.

        ​

        “이곳뿐만이 아니라 반대쪽 국경에서도 오크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었네.”

        ​

        영혼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들 하르프 왕국으로 가는 듯했다.

        ​

        오크들이 일제히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

        “더 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

        의도한 건 아니지만, 몰래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다.

        ​

        문제가 되려면 충분히 그럴 소지가 있었다.

        ​

        하지만 영감님들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

        “상관없네.”

        ​

        저렇게 말해도 찝찝한 것은 사실이다.

        ​

        “어차피 잡으러 오는 놈들이 우리 후배들일세.”

        ​

        “아, 그렇구나.”

        ​

        “계속 가세나.”

        ​

        애초에 책임자들을 쥐락펴락하는 영감들이니….

        ​

        걸을수록 주변의 분위기가 침침해졌다.

        ​

        이윽고, 한쪽방향을 가리키며 방방뛰는 영혼.

        ​

        그곳에 오크무리가 모여 있었다.

        ​

        “덮치면 되는가?”

        ​

        “필요하면 모두 제압하겠네.”

        ​

        “아니, 대화가 필요한 건데…”

        ​

        파라몬 영감님이 검을 들어 보였다.

        ​

        “몬스터에게 가장 훌륭한 대화 수단은 무력일세.”

        ​

        “평화적으로 하시죠. 제가 해볼게요.”

        ​

        두런두런 걸어가고 있는 오크 세 마리.

        ​

        혹시나 굴락과 아는 사이일 수도 있지 않은가.

        ​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많고.

        ​

        흠칫.

        ​

        “…어라?”

        ​

        “무슨 일인가?”

        ​

        내가 갑자기 멈춰 선 이유가 있다.

        ​

        “죽을 놈들이 왜 안죽었어?”

        ​

        세놈 중에 두놈이 죽었어야 정상이지 싶었다.

        ​

        죽었어야 할 시기도 먼 과거가 아니었다.

        ​

        “원래 칼맞아 죽었어야 했는데…”

        ​

        순간, 제법 오래전에 들었던 굴락의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

        위대한 선조의 영혼을 섬긴다고 했던가.

        ​

        저런 사례를 본적이 있긴 하다.

        ​

        조상신이 도와 큰 위기를 넘긴 사람들.

        ​

        스윽 –

        ​

        – …..

        ​

        오크의 영혼이 저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네.”

        ​

        무슨 몬스터가 후손을 챙긴다는 말인가.

        ​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좋지는 않은 일이었다.

        ​

        아무런 업도 귀신으로서의 영기도 충분하지 않은 영혼.

        ​

        꼬인 팔자를 펴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영혼이었다.

        ​

        “그래서 지쳐 있었구나.”

        ​

        끄덕.

        ​

        “너 그러다 힘 다 빠진다? 배고플걸? 밥차려주는 애들은 있냐?”

        ​

        칠성줄이라는 것이 있다.

        ​

        조상신들이 후손들에게 도움을 주고 후손들은 제삿상을 올린다.

        ​

        그렇게 제삿밥을 먹고 허기짐을 채우는 것이다.

        ​

        그런데 오크가 제삿상을 받을 수 있을 리도 없다.

        ​

        계속 저렇게 지쳐 있어야 한다는 것.

        ​

        오크의 영혼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

        그리고 다시 한번 뻗어지는 손가락.

        ​

        하르프 왕국 방향이었다.

        ​

        “이것도 굴락이지?”

        ​

        끄덕.

        ​

        “이 새끼는 도대체 거기서 뭘 하는거야?”

        ​

        그리고 그 순간.

        ​

        오크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

        “취,취이익!”

        ​

        나를 훑어보며 한번.

        ​

        “취이익!”

        ​

        방울을 보고 한번.

        ​

        잠깐 멈췄던 오크들이 부리나케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

        “인간샤먼이다!”

        ​

        “취익! 크리스!”

        ​

        “도망가라!”

        ​

        ***

        ​

        알루어드가 멍한 얼굴로 거리를 훑었다.

        ​

        “크리스님…?”

        ​

        고개가 빠르게 돌아가며 주변을 살폈지만….

        ​

        아무도 없었다.

        ​

        “루나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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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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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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