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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우리 예린이…!! 흐으윽!! 이번 경연 끝나면 꼭 바로 집으로 와!! 알았지? 흐윽…!! 하예린 화이팅!!]

         

       내 부모의 주접 인터뷰가 그렇게 끝이 나고….

         

       파앗.

         

       “……엇.”

         

       다음 사람 인터뷰가 등장하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몸을 기댄 채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중년 여자.

         

       그녀의 행색이나 분위기는 누가 봐도 오랜 병자의 느낌을 풀풀 풍겨댔고…, 무엇보다 그녀는 지금까지 인터뷰 중 유일하게 혼자인 채였다.

         

       ‘근데 지금까지 인터뷰 안 나온 유일한 사람은….’

         

       나는 지금까지 인터뷰가 없었던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 설은…, 마치 사형대에 올라온 것만 같은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영상 속 여인의 정체는 유 설의 엄마인 듯했다.

         

       곧이어….

         

       [설아, 엄마야.]

         

       영상 속 유 설의 어머니가 말을 시작하고.

         

       [엄마 때문에 늘 고생하는 우리 설이….]

         

       [엄마가…, 늘 미안해….]

         

       싸아-.

         

       유 설의 표정은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바뀌었다.

         

       언제나 자신의 원래 표정을 가면으로 숨기던 유 설이…, 이번엔 도저히 그럴 수 없다는 듯…

         

       콰앙-!!

         

       “……!”

         

       “……!”

         

       모두의 앞에서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리를 박차 일어났다.

         

       “…….”

         

       그렇게 선명하게 드러난 유 설의 맨얼굴은 예전의 나에게 보인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살벌한 표정으로…, 지금까지 참가자들은 절대 범접할 수 없었던 신PD를 한 번 노려보고는…

         

       타앗.

         

       쾅-!!!

         

       그대로 격한 걸음과 함께 세트장을 떠나 버렸다.

         

       [엄마만 아니면 우리 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던 아이돌 할 수 있었을 텐데….]

         

       [흐으….]

         

       유 설이 떠난 사이에도 화면 속 인터뷰는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 막 유 설의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곧 눈물 짓던 얼굴을 지우고 능숙하게 웃음을 피어냈다.

         

       [그런데 이기적이게도 엄마는…, 우리 설이가 꼭 데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설아, 네가 올곧은 방법으로 나아가면 반드시 데뷔를 할 수 있을 거야.]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런 모습에서….

         

       ‘…닮았다.’

         

       유 설의 엄마와 유 설이 닮았다고 느꼈다.

         

       [우리 설이…, 언제나 엄마가 응원하고, 사랑해.]

         

       그렇게 눈물로 시작했던 인터뷰는 마지막 그림 같은 유 설 엄마의 미소로 끝이 났다.

         

       하지만….

         

       “…….”

         

       “…….”

         

       훈훈하게 끝이 난 인터뷰 영상과 달리…, 영상이 틀어진 장내는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분위기가 굳어 버렸다.

         

       갑작스런 돌발 상황 때문에 방송 프로인 한시우도 진행을 잇지 못했고 제작진들도 그 어떤 오더도 내리지 못했다.

         

       스윽-.

         

       그 사이에 나도 몰래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언니, 어디를….”

         

       “쉿, 잠시만 나갔다 올게.”

         

       어차피 이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송 진행은 어려울 터.

         

       나는 그렇게 방송이 잠시 멈춘 사이…, 밖을 나간 유 설을 따라 나갔다.

         

         

         

       **

       

         

         

       유 설은 어디로 갔을까.

         

       갑자기 사라진 그녀가 어디로 갔을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나는 쉽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솨아아.

         

       세트장 끝에 있는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화장실은 곳곳에 카메라가 깔려 있는 나아아 세트장에서 유일한 안전지대다.

         

       이에 나도 조금은 편안한 심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솨아아.

         

       유 설은 세면대에 물을 틀고 그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드르륵-.

         

       “…또 너니?”

         

       내가 들어가자마자 내 얼굴 대신 다리만 보고 나인 것을 눈치챘다.

         

       유 설은 그대로 미동도 않은 채 신경질적으로 내게 소리쳤다.

         

       “왜? 또? 착한 척하려고? 너는 한 번이라도 착한 척 안 하면 몸에 가시라도 돋는 거야?”

         

       “…….”

         

       내가 왜 유 설을 따라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서유진을 팀으로 뽑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생각하기 전에…, 몸부터 움직였달까.

         

       지금이라도 내가 왜 유 설을 따라왔는지 이유를 생각해보면….

         

       ‘너무 절박해 보여서.’

         

       그토록 카메라 앞에서 자기 관리 철저한 유 설이 모두의 앞에서 가면을 벗어던진 게….

         

       그 가면 안 얼굴이 너무 절박하고 위태로워 보여서….

         

       그래서 나는 그녀의 뒤를 바로 따라온 듯싶다.

         

       내 얼굴에서 그런 기색을 읽었는지 유 설이 눈초리를 더욱 표독스럽게 세우며 말했다.

         

       “너…, 또 나를 불쌍하게 봤구나.”

         

       “…….”

         

       그렇다.

         

       불쌍했다.

         

       전생에서는 그렇게 빛나던 유 설.

         

       그런 그녀가 아직은 빛을 보지 못한 채 발버둥치는 모습이 불쌍했다.

         

       ‘괜히 나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특히 지금처럼 나를 향해 악에 받쳐 째려보는 모습이 자꾸 자신 주위로 벽을 세우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유 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으니 그녀가 마치 얼음 인형과 같은 표정과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콰악.

         

       “…읏.”

         

       내 뺨을 한 손으로 잡고는 말했다.

         

       “너…, 내가 불쌍히 보지 말랬지.”

         

       “…….”

         

       “…우리는 모두 경쟁자야. 너나 나나 데뷔권이라 해도 우승자는 한 명이고.”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로 나는 유 설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구태여 그러지 않고 얌전히 뺨을 잡힌 채 입을 열었다.

         

       “언니나 저나 확실한 데뷔권이면 저희는 나아아 끝나고 같은 팀이 될 텐데…, 같은 팀원끼리 동정 좀 하면 안 돼요?”

         

       “팀? 하! 겨우 1년 잠깐 활동하고 헤어질 건데 팀?”

         

       꾸욱.

         

       “천만에.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나는 너 싫어.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나고 짜증나 죽겠어.”

         

       “…….”

         

       “그러니까 너도 나 싫어해. 너도 나 미워하라고.”

         

       이것도 기분 탓인가.

         

       그녀가 자꾸 나를 밀어 내려 하는 것이…, 나는 자꾸 잡아달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니 유 설이 조금 다급해진 투로 말했다.

         

       그리고….

         

       “너…, 그거 알아? 네가 이번 주에 그렇게 싸고돈 서유진…. 나락 보낸 거 나야.”

         

       “……예?”

         

       …나는 그런 유 설이 내뱉는 말에 흠칫하고 말았다.

         

       “…아픈 거? 다 거짓말이었어. 서유진, 그 철도 없고 싸가지도 없는 애랑 같이 데뷔하면 나중에 팀에 폐 끼칠 게 뻔하니까.”

         

       “…….”

         

       “그래서 내 득표수도 얻을 겸 그 17살 짜리한테 작업쳤어. 멍청해서 그런가 아프다는 핑계로 리더랑 센터 다 준다니까 넙죽 받더라.”

         

       “…….”

         

       “내가 이런 애야, 이런 년이라고. 근데 내가 아직도 불쌍해 보이니?”

         

       “…아니.”

         

       콰악.

         

       나는 유 설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볼을 감싼 유 설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유 설은 어떻게든 반항해 보려는 듯했지만 내 근력에 밀려 꼼짝하지 못했다.

         

       “그거 모두…, 당신이 짜고 한 거라고…? 그때는 아니라고…, 약 봉투까지 보여줬었잖아.”

         

       “…다 미리 준비해 놓은 거지.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해야 나한테 피해 오는 것 없이 나락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이런 나쁜.”

         

       그 순간 나는 지난 며칠간의 일이 떠올랐다.

         

       서유진 그 어린 애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데…, 얼마나 울었는데….

         

       스윽-.

       

       이러려고 유 설을 따라온 게 아니었지만 진실을 알고나니 순간 화를 참기 어려웠고…, 인지하지도 못한 채 내 손은 높이 올라갔다.

         

       스륵-.

         

       유 설은 그것을 보자마자 마음껏 때리라는 듯 눈을 감았고…, 내 손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던 그때였다.

         

       “그게 무슨….”

         

       갑작스레 끼어든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

         

       “……!”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화장실 문앞에 서 있는 서유진의 모습이 보였다.

         

       “…유진아.”

         

       “…….”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우리가 하는 대화를 모두 들은 듯싶었다.

         

       “그, 그게….”

         

       서유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떡하지? 지금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 줘야 하지…?’

         

       나는 습관적으로 바로 서유진의 상태창부터 키고 상태이상을 확인했다.

         

       [상태이상 : 미약한 우울증, 미약한 불안장애, 극심한 분리불안.]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유진의 상태이상은 이전과 같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굳어 가고 있었다.

         

       유 설이 서유진에게 무슨 말을 할 지에 대한 불안도 있었다.

         

       ‘왜? 또? 착한 척하려고? 너는 한 번이라도 착한 척 안 하면 몸에 가시라도 돋는 거야?’

         

       ‘너…, 내가 불쌍히 보지 말랬지.’

         

       ‘팀? 하! 겨우 1년 잠깐 활동하고 헤어질 건데 팀?’

         

       ‘천만에.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나는 너 싫어.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나고 짜증나 죽겠어.’

         

       ‘그러니까 너도 나 싫어해. 너도 나 미워하라고.’

         

       화장실에서 가면을 완전히 벗어 버린 유 설은 내게 표독스러운 말들을 쏘아 내었다.

         

       ‘혹시 유 설이 서유진한테도 그런 독설들을 쏟아 내서 유진이의 멘탈을 흔든다면….’

         

       하필이면 경연 전 날…, 서유진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면 내일 무대에도 지장이 있겠지.

         

       이에 내가 유 설이 말을 하는 걸 막으려 몸을 튼 순간….

         

       “……!”

         

       유 설의 표정을 보고 또다시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가면 안의 표독스럽고 치밀한 얼굴이 진정한 유 설의 얼굴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 설은….

         

       “아…, 그….”

         

       방금 내게 보였던 것과는 다른 사람처럼…, 화장실 문 앞의 서유진을 보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바보 같은 표정은….

         

       “…….”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유 설의 얼굴을 보고 홀린듯이 유 설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상태이상 : 우울증, 불안장애, 극심한 자기혐오]

       

       열어본 유 설의 상태창은 한 때 서유진의 것만큼이나 화려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편은 12시간 후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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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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