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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여왕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 챈 사람은 용사도 주딱도 아닌 시녀였다.

       베아트리스의 시종을 들며, 잡다한 일을 담당하는 에이미.

       그녀가 아침에 여왕님을 깨우며,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여왕님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

       평소보다 일어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었다.

       분명히 찰랑찰랑 거려야 하는 머리칼은 푸석푸석하고.

       카리스마를 보유한 총명한 눈빛 대신, 다크서클과 피로로 물든 눈.

       힘없이 일어나며 연신 하품하는 모습까지.

         

       무언가 변했다.

       문제는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변화했다는 점이었다.

       사소하지만, 에이미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정도의 눈썰미와 눈치가 없으면 왕궁에서 생활하지 못하니까.

         

       ‘근데… 어제와 너무 다른데…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나?’

         

       하루아침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그녀는 저녁과 새벽에 있을 법한 일을 상상했다.

         

       밤잠을 설치고 컨디션을 망가뜨릴만한 일.

       여왕에게 일어날 법한 비밀스러운 일.

       그녀는 한 가지 상상을 도출해냈다.

       설마. 밤에 몰래 남자와 밀회?!

       하지만 결국 그녀 스스로가 부정했다.

         

       ‘방에 남자가 들어간 기색은 없었는데.’

         

       다른 건 없었다. 방에서 무슨 소리가 새어나오지도 않았다.

       여왕님은 평소처럼 같은 시간에 자러갔고… 그리고 일어났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는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걸까.

       그럴 수 있다. 사람의 몸은 매일 매일 달라지니까.

       특히 여성은 달에 한 번씩 그런 기간이 도래하니까.

       아니면 심한 악몽이라도 꾸신 걸까.

         

       ‘악몽이라면… 심하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

         

       그리 생각한 에이미는 가볍게 넘겼지만.

       낮에 또 다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일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여왕님의 상태였다.

         

       여왕님에겐 근엄함이 담겨있지만, 발걸음이 어딘가 무거웠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상하다.

       에이미에겐 이상하게만 보였다.

       물론, 여왕님이 낮잠을 자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낮잠은 가끔 주무셨으니까.

         

       대신, 여왕님은 낮잠을 자러갈 땐 항상 확실하게 말했었다.

       몇 시간 후에 깨워 달라. 아니면 언제 깨워 달라.

       확실하게 잠을 잘 시간을 정하고 수면의 종착점을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곤히 자러갔다.

       마치, 일어날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무슨 일인 걸까. 에이미는 문에 대고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는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살짝 문을 열어봐도 새근새근 숨 쉬는 소리만이 들렸다.

         

       여왕님은 곤히 자고 있었다.

       그것도 점심이 지난 시간에….

         

       에이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왕님의 침소를 바라보았다.

       정말 별 일이 아니신 걸까.

       그래. 가끔 몸이 안 좋은 날이 있으니까.

       오늘도 그런 날이겠지.

         

       “….”

         

       하지만 에이미의 그런 생각도 며칠이 지나자 바뀌었다.

       여왕님이 이상하다! 이상해졌다.

       어떻게 이상해졌냐?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난다!

       그리고 업무의 양이 확연하게 줄었다!

       무언가.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왕님의 이상 징후.

       왕궁의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인 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만큼 여왕님이 걱정됐으니까.

       여왕님이 누구인가. 그들에게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는 왕이자 고용주이시다!

         

       그렇게 여왕님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들은 조용히 모였다.

       사람들이 활동하진 않지만, 모두가 출근한 이른 새벽.

       왕궁의 사람들은 로비에 모여, 지금의 사태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왕님이 왜 이러실까…?”

       “실연을 당했나보오.”

       “실연이라니. 그 남자와?”

       “어허 이 사람아. 그런 관계가 아니라니까. 그리고 여왕님은 남자를 모르는 몸이야!”

       “비즈니스일세. 비즈니스.”

       “쯔쯧. 원래 일터에서 싹트는 사랑이 좋은 법인데.”

       “….”

       “에이. 그건 아니겠죠.”

       “그렇지. 어떻게 여왕님과….”

       “여왕님이 화내시겠지.”

         

       칼 같고. 국정에 까다로운 여왕님이.

       집무실에서 꽁냥거린다?

       이들의 상상 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설마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질병. 독극물. 저주. 방법은 많지.”

       “음. 그런 징후는 없었다네. 궁정 마법사인 내가 보증하지.”

       “그렇다면 이번 외출에서 뭔가 있었던 거 아닐까요?”

       “그것도 아닌 게… 호위를 나간 이들도 별 일이 없다고 했다네.”

       “외출에서 이상이 생겼다면 바로 알아챘겠지.”

       “여왕님도 마법에 조예가 있으시니. 낌새를 바로 알아차렸을 걸세.”

       “으으음….’

         

       누군가 일을 저지른 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누군가는 알아차렸을 테니까.

       하지만 그럴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게 이번 사건이었다.

         

       “만약 이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설마 왕국의 위기….”

       “그렇진 않지. 그 정도는 아닐세.”

       “그렇다고 두고 볼 정도로 경미하진 않으니 큰일이군.”

       “그렇지. 여왕님은 곧… 왕국이니.”

         

       오센 왕국의 내정은 여왕. 베아트리스가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왕이 곧 국가이며, 국가가 힘을 가지는 이유는 여왕의 능력 때문이었다.

         

       왕국을 관리하는 능력.

       카리스마, 외모, 외교, 정치.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여왕이기에 그녀의 존재는 더욱 중요했다.

         

       잠시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다른 나라에서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

       제국이 아니더라도. 오센 왕국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국가 간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는 법이었다.

         

       “아무튼 여왕님이 무언가 변했다는 건 확실하군.”

       “아무래도 그렇죠….”

       “하지만 우리는 여왕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으으음….”

         

       잠시 고민하다가, 시녀 에이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알법한 사람에게 물어볼까요?”

       “누구?”

       “용사님이나… 아니면 그 귀빈께서 여왕님과 친하게 지내시니….”

       “귀빈? 아. 그 사내….”

         

       그들의 머릿속에서 공통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다.

       외출은 물론이고 왕궁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방에 틀어박혀서 무슨 일을 하는진 몰라도. 여왕과는 친분이 있어보였다.

       마법 공학 연구소와 관련된 사람 같은데….

       그들이 자세히 아는 내용은 몰랐다.

         

       다만, 여왕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그’ 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녀의 변화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문제는….

         

       “귀빈께서는 방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서 문제네요.”

       “언제 주무시는 지도 잘….”

       “내가 보기엔 생활 패턴이 극도로 망가져있다네.”

       “글러먹은 타입이군요….”

       “아주 가끔 새벽에 화장실을 가는 걸 본 적이 있기는 하다만….”

       “화장실… 어.”

         

       고민하던 에이미는 무언가를 목격하고 눈동자를 돌렸다.

       표정이 바뀐 에이미를 따라, 다른 이들의 시선도 이동했고.

         

       그곳엔 화장실을 다녀와서 방으로 돌아가던 ‘귀빈’ 이 있었다.

         

       “?”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주딱은 깜짝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저기….”

       “…!”

         

       주딱은 위기를 맞이했다!

       왜 부른단 말인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설마 화장실에서 살짝 오줌이 튄 것 때문에?

       몸이 굳어 오들오들 떨지도 못하는 주딱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시녀가 조용히 물었다.

         

       “저… 혹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여왕님과 관련된 얘기에요.”

       “여왕님?”

         

       여왕과 관련된 이야기!

       주딱이 누구인가. 베아트리스에게 얹혀사는 몸!

       그녀와 관련된 얘기라면 무조건 들어봐야 한다!

       주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왕이 어느 날부터 변화했다.

       밤에 잠을 못 주무시고. 낮에 자서 밤에 일어난다.

       왠지 업무에도 집중을 못 한다.

       이상한 물건에 푹 빠져 계신다.

         

       그 얘기를 모두 들은 주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이거 갤러리 스마트폰 이야기잖아.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딱도 베아트리스의 변화를 알아차리긴 했었다.

       당연히 알았다. 그가 저지른 일이었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왕님이 선택한 거 아닌가?

       갤질이 재밌는 게 나쁜 건가.

       주딱의 상념을 없앤 건 상대였다.

         

       “의심 가는 바가 있나요?”

       “어… 있긴 하죠.”

       “그렇다면 혹시 해결책은…?”

       “해결책이라.”

         

       하긴 요 며칠 사이에 여왕님이 조금… 0군의 라이프를 살긴 했는데.

       주딱은 고민했다.

         

       ‘굳이 해결책이 필요한가?’

         

       사람이 핸드폰 중독에 빠질 수도 있고

       잠시 갤질을 열심히 할 수도 있는 거지.

       갤러리에 상주하는 인원이 자주 바뀌는 이유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갤러리를 오래 이용하지 않는다.

         

       잠깐 놀다가, 바로 떠나는 곳. 그저 놀이터에 불과하다.

         

       베아트리스에게도 마찬가지일터.

       그녀도 언젠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잠시 그런 기간일 뿐이다. 시간이 약이었다.

         

       “있긴 한데… 왜요?”

       “국정 업무가 밀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무슨 일?”

         

       주딱이 주변을 둘러보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라면…? 어떤?”

       “그건 우리도 모른다네.”

       “우리도 이번 일이 처음이라.”

       “일단 잡음이 생기기 전에 처리됐으면 합니다만….”

       “여왕님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한다네.”

       “음.”

         

       이렇게 얘기를 들으니,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만약 이러다가 여왕님이 진짜로 글러먹은 갤창인생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할 일은 어디 내팽겨두고 매일 10시간씩 갤질하는 갤질 여왕님이 된다면…

       집순이 여왕님… 후줄근한 옷을 입고… 게임 하자고 부르고….

       의외로 좋은데?

         

       ‘근데 그러면 안 되지.’

         

       여왕님은 안 좋은 영향을 받아서 이렇게 된 거니까….

       여왕님을 원래대로 되돌려놔야 한다.

       슬슬 걱정되니 말이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처리해야지.’

         

       여왕님의 망가진 생활패턴을 되돌리기? 쉽네.

       주딱이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 거. 해보죠.”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

         

         

       베아트리스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쉬는 게 즐거울 줄이야.

       처음으로 접해보는 갤러리는 즐거웠다.

       조용히 댓글 다는 맛도 있고.

       답글 알람이 왔을 때 읽는 재미도 있었다.

       물론 글을 쓰진 않았다.

       글을 쓰는 건 너무 흔적이 남아버리니까.

         

       그렇게 뒹굴 거리던 베아트리스는 흠칫했다.

       이렇게 놀면 슬슬 위험하지 않나…?

       해야 할 일이 쌓여있는데. 너무 놀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까지 와버렸다.

         

       그녀는 잠옷에서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침소에서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시간은 새벽….

       물론 일어난 게 아니라, 아직 자러가지 않은 거였다.

         

       잠이 오지 않으니,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망가진 생활패턴은 하루아침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이번에 배운 소중한 교훈을 마음속에 새기며, 집무실로 향했다.

         

       일단 일을 하고… 생각해보기로 하자.

       그녀가 집무실에 다다랐을 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집무실에 불이 켜져 있다.

       침입자…? 아니면 청소하는 시녀…?

         

       베아트리스가 조용히 문을 열고.

       아무도 없어야 할 방에서 한 사내를 발견했다.

         

       “…주딱?”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어쩌다보니.

       스마트폰으로 갤질을 하다 보니, 다시 생활패턴이 망가졌고 잠을 자려고 했더니 이상하게 잠은 오지 않고 결국 집무실로 오게 되었다.

       라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주딱은… 왜?

       베아트리스도 궁금증이 떠올랐다.

         

       “주딱은… 왜 이런 시간에 여기에 있는 건가요?”

         

       새벽이다. 아무도 없는 시간이었다.

       평소엔 주딱이 빨리 와도 점심에 집무실로 오지 않던가.

       주딱은 팔다리를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이제 자려고 했는데. 부탁을 받아서요.”

       “부탁…이라뇨?”

       “여왕님. 갤러리 평소에 얼마나 하세요.”

       “…얼마 안 해요.”

       “10시간? 12시간? 14시간?”

       “….”

       “요새 갤질 많이하시는 거 알아요. 안 그래도 여왕님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갤질 단속하러 왔습니다.”

       “단속…?”

       “예.”

         

       주딱이 그녀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갤질 압수. 제가 줬던 거 다시 돌려줘요.”

       “…그 정도인가요?”

       “그 정도죠. 심하긴 해요.”

         

       이렇게 푹 빠질 줄은 몰랐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갤질을 할 줄이야.

       주딱이 보기엔 베아트리스가 자중할 필요가 있었다.

         

       “시간을 줄이시는 것도 좋고요.”

       “…그런가요.”

       “아니면 돌려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제가 그만둘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최근 새로 활동한 유저의 글과 댓글들을 수집해서, 낭독회를.”

       “그, 그만!”

         

       갤러리 활동 내역 낭독회… 그것만은!

       베아트리스가 손으로 주딱의 입을 막아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헤마님 10코인 후원감사합니다!!!!!!!!!!!
    다른 독자님들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아이리 칸나의 최종화가 너무 좋네요…매일듣고있어요…
    시라유키 히나도 너무 좋고…!!!!!!
    새로운 재미를 찾아버렷어요…!!!!!!!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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