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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원래라면 공격이 뻗어져야 했을 박자에 공격을 대신하야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자 내 공격을 받아내기 위하여 주먹을 뻗으려던 검선에게 일순 틈이 생긴다.

       

       권에 부족함이 있어도 검선은 검선이다.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빠르게 주먹을 거두어 들였다.

       

       허나 내 의외성이 상대에게 혼란을 준 것은 분명했다. 그는 다시 권을 뻗지 않고 내가 하는 것을 살폈다.

       

       일부러 흐름을 깬 것인지. 아니면 우연에 불과한 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자아. 다시 한 번 얕보여 주마.

       

       주먹의 아래에 의지를 담는다. 진심으로 상대를 박살 내고자 하는 진한 의지는 그것 만으로도 위협이 될 수 있으니.

       

       일전과 같은 흐름 속에서 내질러진 권을 보며 검선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방금의 의외성이 우연이었다는 것에 실망감을 내비칠 뿐이다.

       

       검선이 흐름을 따라 주먹을 움직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낚였구나.

       

       이 또한 내가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설마 무림의 초출이 의지로 자신을 골려 먹으리라 생각이나 했겠느냐.

       

       아무리 검선이라 하여도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의외엔 놀랄 수밖에 없다.

       

       당연 권을 거두어지는 속도도 느리다.

       

       검선의 눈동자에 당혹이 새겨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내질러진 주먹과 앞으로 움직인 몸.

       

       균형이 무너졌고 힘의 흐름을 앞으로 기운 상태.

       

       권에 서투르니 그 꼴이 되는 것이다. 이 노친네야.

       

       이번에 내가 검선에게 먹일 것은 강권이 아니다.

       

       이 자를 상대로 전력을 다한 공격을 내지를 시간은 없으니 말이다.

       

       검은 것이건 하르키아건 내게 시간을 줬지만 검선은 내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강권을 위한 준비를 하는 순간 대처를 준비하겠지.

       

       그러니 이번엔 최대한 짧은 시간에 강한 타격을 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몸속을 괴롭혀주는 것이지.

       

       검선의 몸에 내 주먹이 닿은 순간 팔꿈치에 모여 있던 내기가 주먹을 총구 삼아 쏘아지듯 터졌다.

       

       살갗을 뚫고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간 내기가 검선의 몸을 뒤흔들었다.

       

       허나 그는 내기의 흐름에 내장을 뒤틀기 전에 자신의 기운을 다스리는 데 성공했다.

       

       훌쩍 물러난 그의 입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면 영향을 받긴 한 것 같다만 노린 것에 비하면 부족한 성과다.

       

       역시 육신의 부족이 아쉽군. 아피스 속 몸만 되었어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을 터인데.

       

       뭐어. 내가 아피스의 육신을 들고 있었더라면 검선이 나에게 틈을 보일 일도 없었겠지만.

       

       자신의 소매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낸 검선은 나를 바라보며 입에 호선을 새겼다.

       

       “내가 그대를 얕보는 걸 노렸구나.”

       “나를 봐주겠다 한 것은 그대가 아닌가. 난 배려를 요청한 적이 없다.”

       “그래. 내 잘못이다. 그러니 비겁하다 말할 생각도 없다.”

       

       안타깝구나. 화를 내며 비겁하다 소리를 친다면 나는 그 말을 기쁘게 받아들일 생각이 있었다만.

       

       “단순한 무림초출이 아니구나. 솜씨가 좋아.”

       “그걸 이제야 알았나?”

       “나이가 들면 눈이 흐려지니까. 그대도 내 나이가 되어 보게. 앞이 침침해져서 참으로 곤란해.”

       

       내가 나이로 누구에게 한소리를 들을 사람은 아니다마는 내 그대에게는 무어라 말하질 못하겠구나.

       

       신선으로 오른 지 한참이 된 그가 얼마나 긴 세월을 살아왔을지 알 수가 없으니.

       

       검선은 낄낄거리면서 자신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건 그리 특별한 검이 아니었다. 관리가 잘 된 평범한 검에 불과했다.

       

       허나 그걸 든 이가 평범하지 않았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겨우 검 하나를 손에 쥐었을 뿐인데 검선에게서 느껴지는 격이 달라졌다.

       

       맨손으로 다니던 때는 실없는 노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상대는 검으로 태어나 검으로 자라 사람임과 동시에 검이 되어버린 광인이었으니.

       

       “조금 진심을 내어보지.”

       “그래. 와라.”

       “아니. 아니지. 그대가 와야지.

       언젠가 그대가 날 뛰어넘을 날이 올 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은 아직 내 아래이지 않은가. 이런 건 하수가 달려드는 게 그림이 좋다네.”

       “한 방 얻어맞은 주제에 그런 말이 나오는가?”

       

       내가 한 마디를 툭하고 던지자 검선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 지금은 내가 한 방 먹은 입장이었지. 알겠네. 내가 가지.”

       

       일전의 공방은 검선이 나를 가지고 놀아준 것에 불과했다.

       

       그 놀이에서 한 방을 먹이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이제부터는 다르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은 투쟁이다.

       

       싸움이다.

       

       목숨을 건 전투다.

       

       상대는 여전히 진심을 낼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저 미치광이 노친네가 휘두르는 검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는 골머리를 앓아야 할 터.

       

       흐으.

       

       좋구나. 좋아.

       

       죽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좋다.

       

       일순이라도 생각을 멈추는 순간 사지가 날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기쁘다.

       

       저 검이 내 몸에 닿는 순간 그대로 죽게 되리라는 예감이 사랑스럽다.

       

       자아. 수천의 관객을 뒤로 한 싸움을 시작해 보자꾸나.

       

       검선이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며 손을 움직인다.

       

       빠르군. 지금 이 육신으로는 그 동작을 따라잡는 것조차 버겁구나.

       

       그래도 아직은 따라잡을 수 있다.

       

       권에 기를 실어 검면을 쳐냈음에도 검면에 닿은 손등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오! 막았구나!”

       

       첫 수부터 날 죽이겠다는 마음이 넘쳐 나는구나. 내가 아니라 평범한 현대의 사람이었다면 방금 전 그 수로 목이 날아갔을 게다 이 정신 나간 노친네야.

       

       “놀랍군. 놀라워.”

       

       검선은 탄성을 내지르며 계속해서 검을 휘두른다.

       

       이전에 삼장로를 상대할 적에는 이류의 몸으로도 나름 여유를 지닐 수 있었는데 검선 이 노친네가 상대가 되니 숨을 쉴 틈을 찾기도 어렵구나.

       

       점차 나의 몸에 상처가 늘어난다.

       

       피가 주변에 흩뿌려지며 뇌가 통증을 호소한다.

       

       본능이 시도 때도 없이 죽음을 경고한다.

       

       그 모든 걸 무시하며 검을 받아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아직은 반격의 때가 아니다.

       

       깎여나가다 목마저 베일지언정 지금은 기회가 아니다.

       

       그러니 버틴다. 몸 안의 내기를 관리하며 때를 기다린다.

       

       계속해서 이어지던 연격을 갑작스레 멈춘 검선이 상처투성이 나를 보고서 눈썹을 끌어 올린다.

       

       “혹시 검을 배울 생각이 없나? 내 친히 알려 줄 생각이 있다만.”

       “미안하지만 본인은 권사다.”

       “세상 어디에 정해진 것이 있는가. 권을 다루는 자가 검을 다룰 수도 있는 것이지.”

       

       검선이 하는 말은 얼핏 들으면 바른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실상은 다르다.

       

       “만일 내가 검을 배운다 해도 언제나 권의 아래에 둘 것인데도 괜찮은가?”

       “그건 안 되지! 당연히 검이 위여야지! 암!”

       

       무인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란 곧 자신의 인생이다.

       

       특히 높은 경지에 도달한 이일수록 자기가 다루는 것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다.

       

       그러니 검선이 방금 한 제안은 검과 권을 동일하게 두라는 것이 아니다. 권은 내버려 두고 자신이 가르쳐 주는 검에 치중하라는 소리다.

       

       “잘 생각 해보게. 내가 검을 가르치겠다는 것은 흔치 않은 제안이니 말이야.”

       “굳이 날 제자로 들이고 싶다면 자네의 검이 권보다 낫다는 걸 증명해라. 그럼 마음을 바꿀 수도 있지 않으냐.”

       “호오. 진담으로 하는 말인가?”

       “물론이지.”

       

       자아. 와라.

       

       도발에 응해라.

       

       검선은 웃음을 터트리더니 자신의 삿갓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꼬질거리는 하얀 머리를 드러냈다.

       

       “오냐. 외부에서 온 초출은 죽어도 살아날 터 그대도 한 번 죽어 보거라. 그럼 검의 대단함을 알게 되겠지.”

       

       검선이 자신의 검을 위로 치켜 들었다.

       

       그것은 대나무 숲을 넘어 하늘의 태양을 가리켰다.

       

       “태양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마.”

       

       검이 아래로 내려가며 주위가 검에 물들었다.

       

       하늘에는 별도 구름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검게 물든 하늘 뿐이었다.

       

       갑작스레 태양이 떨어져 달조차 떠오르지 못했으니. 세상은 완전한 암흑에 잠겨 버렸다.

       

       오랜만에 보는 것이다만 경이롭구나.

       

       하나의 극의에 이르러 세상마저도 자신의 아래에 두는 모습이라니.

       

       이 노친네 덕분에 내 다른 신선들도 모두 이럴 것이라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실망을 한 줄 아느냐?

       

       신선 중에서도 검선 이 노친네는 예외 중의 예외였다.

       

       다른 수많은 수단으로 신선이 된 이들 가운데에서 검선은 오롯이 자신이 이른 격만으로 초월을 이룩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이 자와의 싸움은 내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격렬한 싸움 중 하나였지.

       

       안타깝게도 그 때와 같은 싸움을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난 죽어도 죽지 않는 몸 아니더냐.

       

       목숨을 걸어보아야지.

       

       신체의 혈도 몇 군데를 누른다.

       

       이전에 내가 무림에서 패악을 부리던 시절에 신의란 남자를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를 겁박하여 많은 것을 배웠다.

       

       대개는 의술과 관계된 것이었지만 그 중에 혈도와 관련된 것도 있었다.

       

       지금 내가 누른 혈은 인위적으로 몸 안에 있는 내기를 폭주시키는 녀석이었다.

       

       잠시나마 사람을 강시로 만드는 외법이라 말하는 게 이해하기 편할까.

       

       거대한 힘을 얻을 수 있다만 대신 혈도가 피폐해져 효과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다신 무공을 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지.

       

       원래는 내가 복수해야 할 대상들을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몸으로 만드는 데에만 사용했던 혈이지만 지금의 나는 얼마든 다시 죽었다 살아날 수 있는 몸이다.

       

       설령 이 몸이 망가진다 하여도 새 몸으로 갈아타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공감하고 싶지는 않다만 혈교주 그 녀석이 자신의 몸을 마구잡이로 다룬 이유를 알겠구나. 이러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니까.

       

       포악스럽게 날뛰어 자신의 주인마저 집어삼키려는 나의 내기를 주변에 퍼트린다.

       

       그 기운은 나를 집어 삼키지 못한 울분을 풀려는 것인지 주변의 기운을 집어삼키며 점차 세를 키운다.

       

       “실로 패악스러운 기운이구나. 천마신공을 다루느냐?”

       “아는가?”

       “알지. 내 신선이 되기 전에 무림에서 싸워보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까.”

       

       검선과 싸워 본 것은 나의 아비일까. 그보다 더 전의 천마일까.

       

       알 수는 없으나 그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내가 사용하는 것은 내가 정립한 천마신공이니. 이전의 천마와 몇 번이나 싸워 보았던 간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할 터.

       

       주변을 집어 삼키던 기운을 갈무리하여 단전에 집약시킨다.

       

       기운은 나의 안에서 또다시 패악질을 부리지만 내가 의지로써 짓누르니 자연스럽게 꼬리를 말았다.

       

       “기를 다루는 실력이 제법이구나.”

       “이 정도도 못하고 천마신공을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잖으냐.”

       “그도 그런가.”

       

       검선이 사용하는 낙일검에 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검선이겠지만 두 번째가 누구냐 묻는다면 나는 본인이라 답을 하겠다.

       

       이전에 검선을 적으로 삼았던 이후로 항시 낙일의 검을 사용해 왔던 게 본인이니 말이다.

       

       지닌 이치만 따지면 가히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절세무공에 비견되는 것이 낙일검이라 하나 저것에도 단점은 있다.

       

       낙일검은 검선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베어내고자 창안한 무공이다.

       

       그래서 저 무공은 수비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을 벨 생각을 할 뿐 받아치겠다거나 막아내겠다거나 피하겠다거나하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그저 몰아칠 뿐이다.

       

       어찌 보면 평상시 검을 휘두를 때보다 틈이 많은 것이 지금이니.

       

       이를 기회라 하지 않으면 언제가 기회이겠는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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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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