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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세빌리야는 언제 와도 비슷하군.”

     “달라질 게 없는 곳이니까요.”

     말을 타고 세빌리야 성에 도착했다.

     “어디에서 왔…또 오셨습니까.”

     “그래.”

     “혹시 다른 분은 같이 오셨습니까?”

     “아니. 이번에도 그레이 지브롤터 혼자 왔다. 그렇게 전해.”

     “…알겠습니다. 안전한 사냥 되시길.”

     경비대는 우리를 보고 몇 가지 심사를 한 뒤 우리를 통과시켰다.

     경비대원 중 하나가 로버트를 슬쩍 보고는 영주성 방향으로 떠났고, 그 누구 하나 우리를 맞이하는 이는 없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올 때마다 더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 같지 않아? 로버트 세빌리야 경.”

     “제가 세빌리야 가문 사람도 아닌데 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멘테 경.”

     “그래도 너는 성이 있잖아.”

     “성이 아니라 낙인 아닙니까? 흐흐.”

     성(姓)씨.

     혈통의 고귀함을 나타내기 위해 지칭하는 이름.

     왕국에서 성은 오직 귀족만 사용할 수 있으며, 평민이 성을 사용하는 건 신분제에 대한 월권이자 도전이다.

     그러나 로버트에게는 성이 있다.

     그것도 이 도시, ‘세빌리야’라는 지역의 성이.

     “매번 죄송합니다, 도련님.”

     “죄송할 게 뭐 있나. 당장 두 번째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잘나신 세빌리야 남작이 대놓고 무시하던데.”

     “그, 그게….”

     “이제는 온다고 연통을 보냈는데도 하인 하나 나오지 않았군. 경이 같이 온다는 걸 알면서 말이야.”

     기사는 보통 귀족이다.

     그리고 귀족에게는 보통 ‘성’이 있다.

     하지만 모든 기사가 귀족인 건 아니다.

     “정말이지. 다른 기사들에게도 이럴까.”

     대부분 이런 문제는 예외가 발생했기 때문.

     “자기 성씨를 준 기사가 이렇게 왔는데, 한 달에 한 번꼴로 온다고 해도 이리 문전박대를 할 수 있나.”

     가령, 평민인데도 마나를 깨우치고 검술에 재능이 있어 기사가 된 경우.

     “로버트 경.”

     노스트럼의 역대 왕들이 여러 영웅을 평민 중에서 발탁했던 것처럼, 평민도 기사가-귀족이 될 수 있다.

     “자네에게 있어.”

     로버트 세빌리야는 어떠한 인간인가?

     “세빌리야라는 성은 어떤 의미인가?”

     귀족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성이 있고, 그게 세빌리야 남작가와 같은 철자를 가진 성씨다.

     “크흠. 제게 ‘세빌리야’라는 성씨는 마킹이며, 흔적입니다.”

     로버트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도, 세빌리야라는 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내세운 적이 없다.

     “이 지역 출신으로서 다른 가문에서 기사로서 일하는 대신, 세빌리야 가문의 사람이라는 인증이 남은 거죠.”

     

     제국에서는 축산물에 대한 원산지를 확실하게 표기한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 정확히 드러내는 방법으로, 일종의 품질보증인 셈.

     기사가 가축은 아니지만, 평민 출신 기사는 그 가문에 있어 시장에 잘 내놓기 좋은 ‘상품’이다.

     “성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나?”

     “바꾸고 싶을 때야 많습니다만, 그러려면 세빌리야 가문에 돈을 많이 지불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약금이든 지참금이든, 그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가문의 레이디를 찾아서 결혼하면 되지.”

     “그게 쉽지 않기도 하고, 별 의미도 없다는 걸 아시면서.”

     언젠가 귀족 여인과 결혼하게 된다면, 세빌리야라는 성을 떼어내고 그 가문의 성으로 바꾸기 위해 세빌리야에 막대한 돈을 지불해야 할 터.

     위약금?

     지참금?

     구매 대금?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지칭하는 용어는 없다.

     가문마다 일어나는 상황이 다르고, 이런 걸로 장사하는 게 부끄럽다는 건 아는 건지 정확한 용어를 만들어 두지는 않았으니까.

     “저로서는 어차피 없던 게 생긴 거니까, 있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성씨기도 하고. 문제는….”

     “항상 이곳에 올 때마다 세빌리야 남작가의 배려나 옹호는 받지 못한다는 거지.”

     “죄송합니다.”

     “그건 경이 죄송할 일이 아니야.”

     세빌리야 남작령 중심에 도착했다.

     도시는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되, 백작령에서 볼 법한 문화시설은 잘 보이지 않았다.

     “경에게 그레이 지브롤터라는 줄을 잡게 만든 내 잘못이지.”

     숙소 또한 마찬가지.

     보통 타 지역, 그것도 지브롤터에서 기사단이랍시고 오는 이들이 있으면 그 가문에서 사람이라도 보내기 마련.

     “덕분에 매번 올 때마다 이렇게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를 홀대한다는 건, 고작 남작가조차 나를 끈 떨어진 장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니.”

     “도련님….”

     “그런 인간의 호위로 달라붙어 있는 자네가 남작가 입장에서는 썩 마음에 들지 않겠지.”

     이해는 한다.

     

     모처럼 지브롤터 가문의 기사로 보냈더니, 누아르가 아닌 그레이 따위에게 계속 빌붙어 있으니.

     “괜찮아. 그래도 적어도 여관에서는 내게 바가지를 씌우지는 않으니까.”

     “그것도 몇 번 왔으니까 그런 거지, 처음에는 바가지 엄청나게 씌웠잖습니까. 제가 다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경이 얼굴을 붉힌 건 호텔보다는 자네 가족 때문 아닌가?”

     로버트가 떫은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괜찮아. 적어도 앞에서는 뭐라고 하지 않으니.”

     “대신 제가 집에 가면 가족들에게 바가지가 긁힙니다만.”

     “그건 나를 따르는 기사로서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하게.”

     나는 로버트에게 금화가 잔뜩 들어있는 주머니를 하나 건넸다.

     “들고 들어가.”

     “도련님.”

     “왜? 너무 많나?”

     “많은 건 둘째 치고, 아깝습니다.”

     “자네 가족에게 주는 건데도?”

     “이런 거 줘봤자, 가족들은 도련님 욕을 할 건데요 뭘. 잘 알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이거라도 주면 욕이라도 덜하겠지.”

     나는 로버트의 등을 두드렸다.

     “오염지대 사냥에 필요한 물건은 화이트들이 준비할 거니까, 그대는 가족과 회포를 나누고 오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로버트는 금화를 챙겨 떠났다.

     오후에 다시 합류하겠지만, 좀처럼 가기 싫다는 듯 발걸음이 몹시 느렸다.

     “멘테 경. 경은 저와 함께 숙소에서 식사를 하죠. 너희들은….”

     “저, 저희는….”

     “…원하는 곳 있으면 따로 밥 먹어라. 아무래도 내가 같이 먹으면 불편할 테니.”

     “…….”

     

     휘릭.

     나는 금화 주머니를 36번에게 던졌고, 왼쪽 어깨에 견장을 찬 36번은 주머니를 단숨에 낚아채며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

     사사삭.

     여섯 명이 단숨에 자리를 떠난다.

     결국 졸지에 남은 건 나와 멘테 경, 두 사람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가 불편하게 만든다는 거 알아?”

     “하지만 덕분에 효과는 좋지 않습니까?”

     나는 도로 곳곳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향해 슬쩍 눈짓을 보냈다.

     “저 귀족은 평소에 하인들에게 어떻게 했길래 어린 꼬마 하나만 남기고 다 떠나네.”

     “…….”

     “몇 번을 와도 멘테 경이 아직 상급 기사라는 걸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게 대중의 시각이죠.”

     멘테 경을 어린아이로 보듯, 저들은 나를 버리는 패로 익숙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호텔 지배인은 지브롤터 도련님과 호위 기사로 알고 있으니.”

     “그것까지 없었으면 나 진짜 화냈을 거야.”

     “다행이네요. 다른 시선으로 안 봐서.”

     “다른 시선? 무, 무슨 시선?”

     “글쎄요.”

     예상하자면.

     “오빠랑 막내 여동생?”

     “…….”

     사람은 결국 겉모습, 혹은 소문이거나 자신이 일시적으로 본 인상만으로 인간을 파악하기 마련.

     “어머니와 아들이든, 아니면 진짜 백번 양보해서 연인처럼 보이고 싶든.”

     나는 버리는 패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려고 하지만, 멘테 경은 그렇지 않다.

     “마스터가 된다면 몸도 쭉쭉 성장하고 그럴 테니, 어서 호텔로 가시죠.”

     나는 멘테 경과 호텔로 향했다.

     * * *

     로버트 세빌리야는 그레이 지브롤터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안다.

     10살 전의 그레이는 의젓하기는 해도 어린아이에 가까웠으나, ‘그날’ 이후의 그레이 지브롤터는 한 명의 준비된 백작이었다.

     “자네, 언제까지 그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을 건가?

     그래서 지금, 이 자리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왕 호위할 거라면 변경백으로부터 직접 검을 배우는 누아르 지브롤터의 호위가 될 것이지, 쯧쯧.”

     “남작께서는 여기에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로버트는 자신의 집을 쭉 훑었다.

     영지 내에서 얼마 없는 2층 저택.

     나이 든 부모는 부엌에서 눈치만 보고 있고, 여동생은 하녀라도 된 것처럼 어영부영 서 있다.

     “내가 여기에 못 올 이유라도 있나? 고얀 놈. 그러라고 내가 자네 가족에게 10억 넘게 태운 줄 아는가.”

     불청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등이 굽은 노인, 플람벨 세빌리야 남작 때문에.

     “지브롤터에서 잘 나가는 줄 알았더니, 멍청이의 뒤나 닦아주고 다니면서 말이야…쯧쯧.”

     “지브롤터입니다.”

     “지브롤터면 뭐? 변경백이 되지 못한 지브롤터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저는 정기적으로 크림슨 지브롤터 백작님께 보고를 드리고는 합니다.”

     “…….”

     누군가의 권위를 빌려 눈앞의 상대를 억압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지금의 말씀, 백작님께 전해도 되겠습니까?”

     “하, 하하. 이 사람이…. 무슨 그런 살벌한 농담을.”

     하지만 크림슨 백작도 제 아들, 그것도 그레이가 이렇게까지 함부로 조롱당하는 건 참지 않겠지.

     “그레이 도련님께서는 언젠가 큰일을 하실 분입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잘 보여두는 게 어떠신지요?”

     로버트는 애써 자세를 바로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매번 와서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체류하며, 거의 천만 골드를 체재비로 사용하는 분이 아닙니까.”

     “어른 둘에 애들 여섯이랑 원정 놀이랍시고 천만이나 되는 돈을 쓰레기처럼 사용하고 있지.”

     “그 원정 놀이 덕분에 주머니 채우시는 분께서.”

     “하. 지브롤터의 사람 다 됐군. 내가 뭐 사냥감의 부산물을 가지고 뒷주머니를 채웠다는 건가? 흥…!”

     세빌리야 남작은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를 갈았다.

     “잊지 말게! 왕국 어디를 가도 자네가 나와 봉신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자네가 일하는 곳은 지브롤터지만…!”

     “말씀 끝났으면 이만 가보십시오.”

     “너…!”

     “그레이 도련님께 말씀드려서, 사냥감을 전부 불태워 버리기 전에.”

     “쯧…!”

     남작은 신경질을 내며 밖으로 나갔다.

     배웅조차 받지 않고 그대로 문을 발로 걷어차며 나갔고, 로버트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봤다.

     “…점심만 먹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저기 거실보다 좁은 ‘집’에 사는 4인 가족보다는 훨씬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것을 먹기는 하지만.

     “…돈 많이 벌어서, 지브롤터로의 이주권을 살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따라, 로버트는 가족이 입고 있는 복장이 흡사 죄수복과도 같이 느껴졌다.

     * * *

     밤.

     해가 떨어지고 세상에 어둠이 찾아온 시각.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인간에게는 빛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지만, 짐승은 그렇지 않다.

     어떤 동물들은 낮에 자고 밤에 사냥을 하는 것처럼, 어둠은 사냥꾼에게 있어 좋은 무기가 된다.

     그리고 그건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다들 준비는 끝났나 보네.”

     호재.

     “오염지대까지 조용히 이동한다.”

     나부터 시작하여 멘테 경, 화이트, 그리고 늦게 합류한 로버트 경까지 전부 전신을 몸에 착 달라붙는 회색으로 두르고 있다.

     검은색이 아닌 회색인 이유는 단지 내 취향.

     어딘가 붕대를 휘감은 것 같은 디자인의 옷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색으로 칠해진 가죽 갑옷이다.

     “로브는?”

     “준비 다 끝났습니다.”

     “좋아. 걸쳐.”

     나는 36번으로부터 좀 더 색이 짙은 회색 로브를 받아 몸에 둘렀다.

     

     “추우니까 보온 마법 켜두는 거 잊지 말고.”

     “사냥당하기 쉬워지라고 켜는 거 아니고요?”

     “그것도 있고.”

     회색의 로브는 아무런 디자인조차 없지만, 내부에는 정교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차라리 마수가 우리를 덮쳤으면 좋겠군. 지난번처럼 도적들이 나타나거나 그러지는 말고.”

     

     로브의 앞 단추에 달린 마석의 빛이 아주 자그맣게 반짝이며 보온 마법을 활성화한다.

     “로버트 경. 그거 알고 있나? 뱀은 어둠 속에서도 온도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있다고 하더군.”

     실제로는 조금 다르지만.

     ‘뭔가 기관 같은 게 있다고 했던가.’

     몇몇 뱀에게는 체온을 인지하는 건 별도의 기관 같은 게 있다고는 하는데, 자세한 건 저기 제국 동식물 백과사전을 다시 훑어봐야겠지.

     갑자기 기억이 떠오른다.

     -하하하! 뱀이 온도를 구분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그대의 조상 중에는 뱀이라도 있었나?

     -뱀의 눈으로 보라는 말인 건가요? 온도라는 건 어떻게 볼 수 있다는 거죠? 정말이지, 이래서 제국 출신이란.

     제국에서 온 유학생이 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표하다가, 왕국의 귀족들에게 치욕을 당했던 일을.

     “온통 회색인 세상 속에서 온도가 높은 부분만 빨갛게 보인다는 거야.”

     “그러면 저희, 뱀에게 바로 보이겠네요?”

     “그렇지. 그러니 날아오면 즉시 잡으라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며, 우리는 그림자가 자욱하게 깔린 울창한 숲에 도착했다.

     “도련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유독 로버트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사냥에 성공하면 그 나머지는 전부 세빌리야 남작가에 넘길 생각이십니까?”

     “일단은?”

     나는 화이트들이 내린 초대형 짐마차를 가리켰다.

     “저기에 싣고 갈 수 있는 거라면 전부 다 싣고 가야지.”

     “세빌리야 남작은 좋아하겠군요. 또 그레이 지브롤터가 이 비싼 물건들의 가치를 모르고 버리고 간다고.”

     “정작 진짜로 비싼 걸 챙겨가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나는 로브 안에 달린 빈 포댓자루를 슬쩍 들춰 보였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음….”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알고, 그게 문제가 된다면 해결해주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회귀 전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이 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말하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집에 인사하러 갔더니 세빌리야 남작이 있었습니다.”

     “…음.”

     “도련님께서 걱정하신 대로 그는 제게 누아르 도련님으로 갈아탈 것을 요구했습니다. 좋은 감정도 나오지 않아, 그냥 퉁명스레 보냈습니다만….” 

     “남작 입에서 혹시 시건방진 놈 소리는 안 나왔나?”

     “거의, 나올 뻔했습니다.”

     예상대로.

     “그런가. 뭐, 경이 이해하게.”

     “…….”

     “곧 죽을 양반이 내뱉는 악담 같은 거, 그다지 귀담아듣지 말라고.”

     “…예?”

     로버트를 위로하고자 약간의 스포일러를 했을 뿐인데.

     “호, 혹시 저 때문에 세빌리야 남작을 죽이겠다거나 그런 말씀이십니까…?”

     “…그게 그렇게 들리나?”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를 산 모양이다.

     “경. 세빌리야 남작에게 아들이 있지?”

     “예. 예전에는 제 친구였는데….”

     “그 친구라는 자의 이름이?”

     “가모스. 가모스 세빌리야라고 합니다.”

     “그렇군.”

     아는 이름이다.

     “뭐, 암살이라거나 그런 걸 하지는 않아. 같은 노스트럼의 귀족끼리.”

     영지에 역병이 퍼졌는데도 시민들을 보살피지 않고 지브롤터로 도망쳐 왔던 인간이었으니까.

     “암살은 안 해. 암살은.”

     내가 변경백이 되기 이전부터 가모스 세빌리야는 이 세빌리야 영지의 남작이었으며, 그 시점은 내가 아카데미에 들어갔던 때.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즉.

     “곧 늙어 죽을 노인네가 노욕을 부리면서 하는 망언(妄言)따위,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현 세빌리야 남작은 곧 죽을 예정이다.

     “없긴 한데.”

     

     어차피 죽을 거.

     “가는 데 순서 없고 기일 정해진 것도 아니니.”

     크르륵.

     “정 원한다면.”

     나는 전방 수풀 더미에서 흔들리는 무언가에 검을 뽑았다.

     “일찍 보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캬ㅡㅡㅡㅡ앙!

     푹.

     “너무 기쁜 나머지 놀라서 심장 떨어질 것 같은 선물 주는 거, 나 좀 잘 하거든.”

     괴수의 심장이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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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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