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5

    <95 – 킹크랩 아포칼립스>

     

    홈룸시간.

    게임 속 마하바라타 교수는 주간이벤트만 알리고 사라지는 주간이벤트 알림봇이지만 게임이 현실이 된 지금은 안내를 이어나갔다.

     

    “집중호우주간에는 몇몇 시설이 침수의 우려가 있어 폐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1층으로의 출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수위에 따라 층별 입구가 추가로 개방 및 폐쇄될 예정입니다.”

    “질문있다냐… 폐쇄되는 시설은 어디다냐?”

     

    냐냐체가 귀여운 고양이수인 제냐가 귀를 숙이며 시무룩한 얼굴로 물었다.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것처럼 고양이수인도 물이 약점인 탓이다.

     

    “훈련동 건물은 기본적으로 이용 불가능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어차피 과제가 많아서 훈련이나 하고 있을 여유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냐아아… 초원필드가 그립다냐…”

     

    비 오는 날에 우울한 슬픈 짐승은 가엽구나.

    하지만 괜찮다.

    보는 내 눈은 즐거우니까!

     

    “이런 아카데미는 싫다냐… 사냥할 멧비둘기도 안 보이고 바닥은 물천지에 해안가에서 거대한 킹크랩도 떠내려오고 최악이다냐…”

    “제냐. 너무 우울해하지 마십시오. 벽력성천신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옛말에 따르면 마른하늘에도 날벼락이 칠 수 있으니, 인생은 원래 재수가 없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의 어디에서 기운을 얻어야한다냐…?”

    “속세의 삶 따위, 신이 내린 번개 한 줌이면 잿더미가 되는 것. 어차피 글러먹은 삶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힘든 일이 일어나도 그러려니 순응할 수 있습니다.”

    “햐아악! 너희 교단의 사상, 무섭다냐!”

     

    벽력성천신교 수녀 니세의 위로 아닌 위로에 주변에서 쿡쿡 웃음보가 터졌다.

     

    “종교인은 다 저래?”

    “기운 내라고 농담한 거겠지.”

    “아니. 분명 진심이었을 거다.”

     

    남학생 한 명이 정색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주변의 학생들이 힐난어린 눈초리를 던졌다.

     

    “옐친 브라우니. 분위기 파악 좀 해. 다들 기분 풀어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러면 쓰겠어?”

    “그래도 아는 건 아는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안데르센 대공자나 나는 확신한다.”

    “너희가 뭔데?”

    “우리는 <믿음 없이 신성술을 쓰는 법>강의를 듣는 수강생이다.”

    “아… 그 악명 높은…”

     

    신앙의 힘 믿고 편하게 강의듣기 vs 신앙 없이 극한체험하기.

    지뢰강의에 대한 악명은 상급반 내에도 널리 퍼졌기에 학생들은 두 사람에게 동정을 표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엿듣던 이사벨이 문득 궁금해졌는지 말을 건넸다.

     

    “오크노디는 교회를 어떻게 생각해?”

    “기도술 스택 땡기는 장소?”

    “푸흡. 뭐니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배웠잖아.”

    “아참. 이사벨도 나중에 교회에 갈 일이 있으면 밤에 도전해보세요.”

    “도전하다니, 뭐를?”

    “교단의 식량창고를 따면 신성력으로 축성한 음식과 재난구호물자로 비축해둔 구호식품이 잔뜩 있어서 식품도감을 엄청나게 채울 수 있어요!”

     

    어때, 굉장하지?

    고인물의 꿀팁은 이렇게 도움이 된다고!

     

    “…오크노디. 오늘 저녁은 고기요리로 해줄게.”

    “와 정말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슬픈 눈으로 어깨를 다독여주는 이사벨.

    이사벨이 슬퍼하면 저녁에 고기요리를 해준다.

    새로운 공략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했다.

    나중에 매점 가면 눈물이 쏙 나오는 이야기 모음집이나 빌려야겠다.

     

    “자, 잠깐만. 방금 해안에서 킹크랩이 몰려온다고 하지 않았어?”

    “정말이다. 창밖을 봐.”

    “진짜 킹크랩들이 몰려온다!”

    “완전 미쳤어. 너무 맛있어보여.”

    “저거 먹을 수 있을까?”

     

    츄릅. 입가에 침을 흘리던 여학생이 얼굴을 붉히며 소매로 입을 닦았다.

    배고프고 가난한 아카데미 생활을 하다보면 육지로 올라오는 육상보행 킹크랩 정도는 제 발로 걸어오는 무료식사로 보일만도 했다.

    하지만 창문을 열고 용감하게 킹크랩에게 다가가보려던 학생은 창턱에 걸쳤던 발을 떼질 못했다.

     

    “어? 근데 왜 계속 커지지?”

     

    원근법을 무시하고 눈에 보이는 크기로만 상대를 파악했던 학생들은 슬슬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저건 ‘자이언트 킹크랩’.

    안 그래도 보통 게보다 큰 ‘킹크랩’에 ‘자이언트’ 접두사가 붙을 정도로 한층 더 커다란 녀석들이다.

    해수가 넘쳐나는 바닷속에서 온갖 해상몬스터의 껍질을 뚜따하고 살을 파먹는 놈들이 어디 보통 덩치를 지니고 있겠는가?

     

    “우와아아악!! 창문 닫아!! 저 녀석들 집게발 사이즈를 보라고. 물리면 죽어!!”

    “너무 징그러!!!”

    “어떻게 게 크기가 대형견보다도 클 수가 있어?!”

    “4인 평민가족이 한 달 동안 얼려먹어도 될 정도로 커다란 게잖아요!!”

     

    귀족들의 충격에 평민 한 명이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평민은 음식 얼릴 냉동고도 집에 없는데…” 

     

    이사벨은 오크노디에게 주의를 주었다.

     

    “냉동마법이 걸린 냉동고가 있는 집안은 중상층이랍니다. 오크노디도 이런 상식은 기억해두세요.”

    “왜요?”

    “평민들 앞에서 저런 소리를 하면 진짜 재수 없게 보이거든요.”

    “아하.”

     

    이사벨을 비롯한 평민들의 귀족들 보는 눈이 세모꼴이 될 정도로 화가 많이 나보였다.

    그런 이사벨보다도 화가 더 많이 난 자이언트 킹크랩들이 건물에 돌진하더니 쿵 하고 집게발로 창문을 있는 힘껏 때렸다.

     

    쿵. 쿵. 쿵.

     

    “킹크랩 아포칼립스!!!”

    “우린 다 죽을 거야!!”

    “꺄아아아악!!”

    “비명만 지르지 말고 책상부터 창문 앞에 쌓아!!”

    “으아앙!! 엄마아아아!!”

     

    멀리 다른 강의실에서 하급반 학생들이 내지르는 고함과 비명, 울음소리가 들렸다.

    괜히 덩달아 심각해진 교실 속에서 마하바라타 교수님이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이거 방호창문이거든요. 방호마법이 걸린 창문이라 절대 안 깨져요.”

     

    덜컹덜컹덜컹

    땡그랑!!

     

    교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뭔가가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천장에서 다각다각하는 자이언트 킹크랩의 발소리가 들렸다.

     

    “오, 환풍구.”

     

    창문‘만’ 방호마법 걸었구나?

    사색이 된 학생들에게 교수님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리 심각하게 굴지 않아도 내버려두면 선배들이 알아서 잡을 겁니다. 포인트를 절약하려고 사냥감이 있으면 사냥을 하는 선배들이 많거든요.”

     

    홈룸강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끝났는데,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환풍구를 통해 교내에 침투한 자이언트 킹크랩이었다.

     

     

    * *

     

    드래곤 교장은 자신의 교장실로 쳐들어온 교수들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강의가 방해받은 교수들은 앞뒤 가릴 것 없이 미친놈마냥 마구 화를 냈다.

     

    “교장님! 이게 무슨 만행입니까. 오늘은 3학년들과 마법빗자루 비행실습을 하는 날인데 기상환경을 이렇게 악화시키다니요!”

    “화염정령학을 배워보자 강의도 곤란하게 됐습니다. 어제 정령계에서 잡아온 화염마수가 우리 안에서 오줌을 지리고 낑낑 거리고 난리도 아닙니다.”

    “저희 원예술을 배워보자 교양강의도… 잠깐. 화염견이 오줌을 지리면 그건 물로 나옵니까, 불로 나옵니까?”

    “액상화염으로 나옵니다.”

    “아, 그거 참 신기하군요. 아무튼 저희 원예술을 배워보자 강의도 정원에 쳐들어오는 킹크랩들 때문에 예정대로 강의 진행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책임 지고 사태를 해결하십시오!”

    “빨리 비를 그치게 하시고.”

    “킹크랩도 전부 바다로 되돌리시고요.”

     

    교장의 드래곤 면상이 미운 일곱 살 아이처럼 잔뜩 심술이 나서 일그러졌다.

     

    -그대들의 고충은 알겠네.

    -그럼 이렇게 하지.

     

    교장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휴강을 하게.

     

    “아니 그럼 저희 주말을 빼앗기잖습니까.”

     

    -한 분야에서 세계제일이라 불리길 바라는 교수라면 역경을 딛고 강의를 하든, 휴강하고 대체강의를 하든 이 정도는 알아서 해야 하지 않겠나?

     

    치사하게 정론만 말하는 교장 때문에 교수들은 씩씩거리며 교장실을 나갔다.

    홈룸강의를 마치고 돌아온 마하바라타 교수가 교장실을 나가는 교수들의 면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교장님이 너무하셨습니다.”

     

    -매주 듣는 말이네. 어차피 뭘 해도 두셋 가량은 난리를 치게 되어있어.

     

    그럼 특별주간을 없애면 되지 않나.

    마하바라타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교장의 옹졸한 성격 상, 입 밖으로 내뱉어서 득을 볼 일은 하나도 없었다.

     

    -생각해보게. 포인트도 없이 굶으면서 자라는 신입생들이 얼마나 불쌍한가!

    -마침 산란기를 맞아 자이언트 킹크랩이 해안가에 올라오던데 이놈들이 오죽 맛있어야지. 어제 몇놈 등껍질을 갈라먹었는데 아주 밥도둑이 따로 없더군.

    -애들도 이런 거 먹고 자라야지.

     

    “아. 그런 자비심 깊은 뜻이.”

     

    해변에 킹크랩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킹크랩이 많아지자 육지까지 킹크랩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비를 잔뜩 뿌려주는 교장 나름의 자비였다.

     

    ‘학생들이 그걸 좋아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하지만 교수에게 노예처럼 부려먹을 대학생이 있다면 드래곤에게는 가디언이 있는 법.

    괜히 교장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교보재로 <해저구덩이 속에서 잠자는 하이퍼 자이언트 킹크랩의 집게발 주워오기> 같은 임무를 받는 것은 무서웠다.

     

    “역시 교장님은 진정한 인격자십니다! 학생들을 위해 매끼 킹크랩을 사냥할 수 있도록 하는 자비심 있는 교장은 전 세계 어느 아카데미에도 없을 겁니다!”

     

    자이언트 킹크랩이 학생들을 잡아먹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고, 대부분의 학생이 자이언트 킹크랩보다 약하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뭐, 교장 나름대로는 선심을 썼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아 있을지도 몰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 교장의 무자비한 자비심!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