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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아침부터 느닷없이 오늘은 이길 것 같다는 등, 에단이 또다시 이상한 플래그를 세운 그 날의 오후.

         

        나는 오늘도 역시 에단과 해럴드의 검술 대련을 관람하기 위해 훈련장에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아침에 그런 말을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별 기대감은 없었다.

         

        애초에 2주일 전에도 똑같은 말을 하다가 패배한 전례가 있기도 했고.

         

        심지어 그것조차도 대등한 실력으로 이길 뻔했다든가 그런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페이크에 의존했다가 그마저도 발각당해 실패한 승부였으니.

         

        차라리 검술 자체의 실력이 비슷한 상태에서 아깝게 실패했던 거라면 모를까,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못한 에단을 상대로 긴장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오늘 또한 에단이 제대로 할 거라는 기대감 없이 마음 놓고 느긋하게 관람했고.

         

        내 옆에는 평소와 같이 총괄 집사장인 디트마이어와 블랙우드 저택의 치유 사제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까앙! 까앙! 까앙!

         

        “조금 더 검에 힘을 주고! 변칙적인 각도로 공격한다고 전부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검을 틀더라도 속도와 위력을 유지해!”

         

        “으아아아아악…!!”

         

         

        페이크를 치려고 시도했던 2주일 전과는 다르게 최근 대련은 정직한 마구 휘두르기로 돌아온 에단의 모습.

         

        하다못해 내 조언대로 쌍검을 들었더라면 어느 정도는 기대를 해봤겠지만, 최근 2주 동안의 에단은 그런 시도조차도 딱히 보여주지 않았으니.

         

        사실상 쌍검만이 해럴드에게 일격을 먹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는 안심하고 두 사람의 대련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대로면 아카데미 입학 전까지는 사실상 아무 일도 없겠구만.’

         

         

        해럴드 또한 제 아들과 검을 나누면서 조금씩이나마 에단의 검술 특성을 파악하고 있을 테니, 따라가는 위치에서 그 간격을 좁히기는 당연히 더 힘들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지루해지는 블랙우드 부자의 검술을 바라보는 도중.

         

        오늘따라 에단이 검을 쥔 어색한 파지법이 문득 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응…?’

         

         

        평소처럼 두 손을 바짝 붙여서 검을 잡는 것이 아닌, 오른손과 왼손이 꽤 떨어진 상태에서 검을 붙들고 있는 상태.

         

        거의 손잡이의 끝과 끝을 붙들고 있는 것 같은 어색한 파지법을 보니 내 머릿속에도 자연스레 묘한 의문이 들었다.

         

        검을 저렇게 쥐면 왼손과 오른손의 회전각이 달라져서 휘두를 때 훨씬 더 힘이 빠지고 근육이 피로해질 텐데.

         

        게다가 저렇게 잡는다고 해서 특별히 더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도 딱히 아닐 테고.

         

        하나의 검을 잡을 때 쥐는 방법이 아니라, 마치 검집에서 검을 빼내기 직전의 자세를 보는 것 같은 그 모습에 나는 자연스레 다른 발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 맞을까 생각하며 에단이 쥔 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니, 갑자기 그가 잡은 검의 손잡이가 길어지듯 위아래로 분리되기 시작했고.

         

        그것이 검 안쪽에 들어있는 또 다른 검을 꺼내는 동작이라는 것을 나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즉, 에단은 사실상 지금까지 검집을 들고 휘두르고 있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

         

        일도를 휘두르던 에단의 검이 순식간에 쌍검으로 변화한 순간이었다.

         

         

        -스스윽!

         

        “……!!”

         

         

        갑작스럽게 안팎으로 쪼개진 검에 당황한 것은 내가 아닌 해럴드도 마찬가지였고.

         

        마지막까지 시선에 어색함을 보이지 않으며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한 에단이 그 짧은 빈틈을 놓치지 않을 리 없었다.

         

         

        -빠악!!

         

        “크흡…!”

         

         

        검집 역할을 하던 왼손에 쥔 검으로 해럴드의 검을 막아내고, 오른손에 든 검이 해럴드의 옆구리를 강타하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그대로 허리를 내어준 해럴드는 입으로 짧은 신음을 토해냈고.

         

        그 광경을 바라본 나와 다른 관람객들의 시선 또한 단번에 뜨여졌다.

         

         

        “하아, 하아, 하아….”

         

         

        방금의 그 일격으로 정말 온 힘을 다한 건지, 그대로 검을 바닥에 내리꽂은 채 나와 디트마이어를 바라보는 에단.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에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하던 디트마이어는 급하게 당황함을 숨기고 신속히 에단의 승리를 선언했다.

         

         

        “…에, 에단 도련님의 승리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도련님.”

         

         

        그의 승리 선언과 동시에 동시에 내 몸은 에단의 첫 승리를 축하하며 자동으로 열렬한 박수가 튀어 나갔다.

         

        에단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서야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바닥 위로 엎어졌고.

         

        해럴드는 그런 에단 쪽으로 말없이 시선을 내려다보며 묘하게 추궁하는 말투로 에단에게 말을 꺼내는 모습이었다.

         

         

        “설마 대련 도중에 검을 분리하다니, 요즘 들어 점점 기교를 부리는 실력이 늘고 있구나, 에단.”

         

        “하면 안 되는 짓이었습니까, 아버지?”

         

        “하면 안 되는 짓이라,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에단?”

         

        “…일반적인 검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대로 된 기술 없이 비겁한 승리를 한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묘하게 심각한 분위기로 흐르는 것 같은 상황에서 설마 해럴드가 치졸하게 승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 이후 튀어나오는 그의 말을 들어보니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목숨을 건 승부에서 하면 안 되는 짓은 한 가지밖에 없다, 에단.”

         

        “네?”

         

        “목숨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패배’하지 않는 것이니까. 그 어떤 기교를 부리던, 어떤 마음가짐으로 승부에 임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패배’하지 않는 것이다, 에단.”

         

        “…….”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다. 오늘의 너는 한순간이나마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검사니까.”

         

        “…감사합니다.”

         

         

        이번 승부는 비겁한 수단을 썼으니 무효라는 등의 말을 꺼내지 않는 걸 보니, 해럴드도 에단의 성장이 제법 기쁜 모양이었다.

         

        에단이 해럴드에게 검을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삼 년 하고도 반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으니, 해럴드 또한 오늘 맞은 일격에 대해서는 고통이나 수치스러움보다 기쁨이 더 크겠지.

         

        어쨌든 제 자식인 에단이 확실하게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일격이었으니까.

         

        “다음 수업 때부터는 이도를 다루는 법에 대해 알려주도록 하마. 에단 너에게는 일도뿐만이 아닌 이도의 재능 또한 있는 것 같으니.”

         

         

        “……네!”

         

        “오늘 대련은 여기까지다. 기운을 차리고 나면, 정리하고 들어가 보도록.”

         

        “감사합니다, 아버지!”

         

         

        한쪽 허리에 슬쩍 손을 올려놓으며 퇴장하는 해럴드와 재빠르게 눈치를 보고 그를 뒤따라가는 저택의 치유 사제.

         

        그리고 나는 여전히 훈련장에 남아 휴식을 취하는 에단과 눈을 마주치며 그에게 수고했다는 의미의 격려를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에단 도련님.”

         

        “메이드….”

         

        “오늘의 일격은 정말로 멋있으셨습니다. …비록 주인님을 상대이니만큼, 아마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것 같지만요.”

         

        “…응. 두 번은 안 맞아주시겠지. 나도 오늘 실패하면 이 방법은 포기할 생각이었어.”

         

        “혹시 최근에 피로가 쌓이셨던 것도, 설마 이 기술을 연습하시느라 그러신 겁니까?”

         

        “…자연스럽게 검을 빼내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거라면, 조금은.”

         

         

        …하여간 집념 하나는 정말 대단하기는 하구만.

         

        어떻게든 해럴드에게 일격을 한 번 먹여보겠다고, 특별한 검을 준비하고 그 검을 다루는 방법까지 연습할 정도라니.

         

        심지어 그 노력이 겨우 자신의 전속 메이드가 가진 가슴을 만지기 위함이라는 것도….

         

         

        ‘……아.’

         

         

        …그래, 잊고 있었다.

         

        애초에 이 승부에서, 내가 응원해야 했던 쪽은 에단이 아니었다는 것을.

         

         

         

       ⁎ ⁎ ⁎

         

         

         

        그리고, 그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취침 준비 시간.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세신을 마친 나는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에단의 방으로 조용히 들어섰다.

         

        이전에 에단과 나누었던 그 제안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하아, 진짜 내가 병신이지. 왜 하필 그날 이상한 제안 같은 걸 해서….’

         

         

        하다못해 처음 내가 이상한 오해로 에단에게 가슴을 만지게 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상황까지 벌어질 일은 아마 없었을 텐데.

         

        그때 만져졌던 것을 어떻게든 들키지 않고 무마하기 위해 해럴드와의 검술 대련에서 유효타를 먹이면 더 만지게 해주겠다는 추가 조건을 붙이게 된 것으로도 모자라.

         

        괜한 오지랖을 부리고 쌍검술에 대한 조언까지 해줬던 것이 결국 이런 결과로 돌아오고야 만 상황이었다.

         

         

        ‘그래도 뭐, 딱 1분이니까.’

         

         

        성 지식도 없는 애새끼가 1분 동안 열심히 만져봤자 뭐 얼마나 제대로 만지겠어.

         

        하필 저번에는 혹시라도 전속 메이드 자리를 뺏길까 묘한 위기감이 들었던 것 때문에 괜히 흥분해서 이상하게 느껴졌을 뿐, 마음의 준비만 하면 1분 정도 가슴을 내주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에단에게는 충분히 그 정도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깊게 생각해봤자 괜히 이상한 쪽으로 자기합리화만 이어질 것 같았으니,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기 전 에단의 방문을 세 차례 두드리며 말했다.

         

         

        -똑, 똑, 똑.

         

        “에단 도련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방문 안쪽에서도 약간의 긴장이 서린 듯 조심스레 되돌아오는 대답.

         

        그런 에단의 방문을 열고 나는 안쪽으로 조용히 안쪽으로 들어섰다.

         

         

        -끼이익.

         

        “…….”

         

        “…….”

         

         

        오늘따라 왠지 더욱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 에단의 침실 불빛.

         

        먼저 들어와 있던 그는 조심스레 테이블 의자에 앉은 채 조용히 내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었고.

         

        본격적인 행위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어떤 상태가 편한지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의자에 앉아서 하시는 편이 편하십니까?”

         

        “으, 응?!”

         

        “침대가 아닌 테이블에 앉아계시기에 여쭤보았습니다. 만약 침대에서 하시는 편이 조금 더 편하시리라 생각된다면, 그쪽으로 장소를 옮기셔도 됩니다.”

         

        “아, 아니야, 메이드. 의, 의자에 앉아 있는 건…. 메, 메이드에게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어서니까….”

         

        “먼저 해야 할 말이요?”

         

        “…그 일단은 맞은편에 앉아줄래?”

         

        “…알겠습니다.”

         

         

        에단이 무슨 말을 꺼내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의 전속 메이드이니만큼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르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고.

         

        그대로 테이블에 마주 앉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먼저 해야 할 말이라는 것에 대해 질문을 건넸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에단 도련님?”

         

        “그, 오늘 하기로 했던 그거에 관해서 말할 생각인데….”

         

        “에단 도련님께서 해럴드 주인님에게 유효타를 먹인 보상으로, 제 가슴을 일 분 동안 만지시는 것 말씀이시죠.”

         

        “…그래, 그거.”

         

         

        …혹시 1분으로는 부족하니까 조금만 더 오래 만지게 해달라거나, 혹은 가슴을 만지는 조건이 너무 빡빡하니 완화해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건가.

         

        뭐, 에단도 한창때의 남자이니만큼 그렇게 말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그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도 의향도 없었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양보하고 늘려주고 그랬다가는 어느 순간 별다른 조건 없이 내 가슴을 만지고 있는 에단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어떤 조건을 내걸더라도 거절할 용기를 마음속에 다잡은 채 에단의 눈을 마주치며 다음 대답을 요구했다.

         

         

        “말씀하시죠, 에단 도련님.”

         

        “저, 정말로 만져도 되는 거야…메이드?”

         

        “네. 그게 약속이었으니까요.”

         

        “메, 메이드는…? 메이드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네?”

         

        “메이드는 정말로 내가 강해졌다고 생각해서 가슴을 만지게 해주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저 메이드가 약속했기 때문에 억지로 그걸 지키러 온 거야…?”

         

         

        얘는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그냥 해럴드에게 한 판 따냈으면 그걸로 끝이지, 갑자기 내 기분은 왜 살피고 있는 건데?

         

        괜히 쓸데없는 일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형식적인 대답을 그에게 돌려줄 뿐이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련님. 도련님께서는 아버님과의 대련에서 승리하셨으니, 그 보상으로 제 가슴을 만지시면 됩니다.”

         

        “…만약 메이드가 싫은데도 억지로 약속 때문에 만지라고 하는 거라면.”

         

        “네?”

         

        “…그런 이유에서라면, 딱히 무리하지 않아도 돼, 메이드.”

         

        “…….”

         

        “…딱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든가, 그런 말도 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 이 녀석이 뭐라 지껄이고 있는 거지?

         

        기껏 내가 마음까지 다잡은 상태에서 만지게 해주겠다고 이 한밤중에 제 방에 찾아와줬는데.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갑자기?

         

        지금 설마 얘가 나를 동정하고 있는 건가?

         

        그것도 겨우 가슴 정도 내주는 것에 부담을 느낄까 봐?

         

         

        “…지랄하지 마십시오, 에단 도련님.”

         

        “메, 메이드?!”

         

        “제가 에단 도련님께서 해럴드 가주님을 이기기 위해 한 노력을 전부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저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습니다, 에단 도련님. 어쭙잖은 동정으로 제 눈치를 살피실 거라면, 차라리 당당하게 만지시는 것이 저를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주십시오.”

         

         

        무슨 첫 경험을 내주겠다는 것도, 첫 키스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겨우 가슴 좀 만져지는 것으로 동정받을 생각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으니.

         

        나는 에단의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를 일축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갈 뿐이었다.

         

         

        그렇게나 오랫동안 노력해온 이 녀석에게 이 정도 보상조차도 주지 못하는 비겁한 도망자는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는 꾸금입니다.

    연참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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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id of the Lout Prince

I Became the Maid of the Lout Prince

망나니 공자의 메이드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transmigrated into a character from my favorite game in my previous life. Moreover, as the character I despise second most in the game. (Not a wasteman) The cover was designed by Deep Dark Wolf, and the typography was done by 유일유화 (Yu Ilyu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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