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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96. 억까 패턴과 너무 강력한 용사 파티

       

       

       발자크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환상 마법으로 만들어낸 허상을 보고 있나, 진심으로 의심하게 될 수준.

       

       하지만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초인에게 환상 마법 같은 게 통할 리 없을 뿐더러. 

       

       주위의 마력은 전부 그의 제어하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마법 같은 걸 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므로 저것은 명백한 현실이였다.

       

       사력을 다해 쓰러트린 남자는 누굴 놀리기라도 하듯 상처 하나 없이 부활했고. 그걸로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지원군까지 끌고 왔다.

       

       ……위험하다.

       이건 확실히 위험했다.

       

       지금 나타난 세 명의 병력.

       그 놈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절대 심상치 않았다.

       

       용사 한 명이야 어떻게든 이길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지만. 

       

       4명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여태까지 겪어온 전투. 수많은 경험들이 적신호를 울리며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 전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해야 한다고.

       

       ‘한 발자국 물러설 수밖에 없겠군.’

       

       전략적 후퇴.

       물론 도망치는 건 아니다.

       

       제국 기사 사전에 도망이란 건 없으니까.

       

       그저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역방향으로 돌격할 뿐. 

       

       ‘아직 타협의 여지는 있어.’

       

       만약 저 루비아라는 여자가 죽었다면. 휴전을 제안해도 상대가 넘어올 가능성은 적었겠지만.

       

       용사가 생각보다 빨리 들이닥쳤기에. 약물이 그렇게 많이 주사되지는 않았다.

       

       치료만 잘 받으면 후유증도 남지 않겠지.

       그리고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타협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계속 싸워봤자 두 쪽 다 손해만 본다는 점을 강조하면 될 테니.

       

       ‘애초에 저쪽도 싸울 의지는 그다지 없어 보이니까.’

       

       얼빠진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하얀 머리 소녀. 저 여자는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조차 못한 듯 하다.

       

       조금 멍청해 보이는 것이 잘만 이야기하면 금방 넘어올 것 같다.

       

       파란 머리의 소녀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하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마침 그와 협상해줄 만한 이성적인 사람이 필요했던 차였으니까.

       

       마지막으로 검은 머리의 소녀는….

       발자크보다 하얀 머리 남자의 상태를 살피는 데 더 열중하고 있다.

       

       대체 왜 상처도 다 나은 놈한테 자기 침을 바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표정도 멍한 것이 그다지 전의는 없어보인다.

       의외로 휴전은 생각보다 쉽게 체결될지도 모른다.

       

       발자크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저 새끼가 날 죽이려고 했거든.”

       

       그 이야기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검은 머리 소녀의 질문에 그리 답하는 남자.

       그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이변이 일어난다.

       

       순식간에 돌변하는 분위기.

       

       “저놈 검에 심장을 관통당해서 그런가. 아직도 많이 아프네. 설마 이러다 죽는 건 아니겠지?”

       

       분명 아프다고 하면서 사악하게 웃고 있는 얼굴.

       

       저 남자가 입을 열면 열수록, 아까 그 동료들의 상태가 조금씩 이상해진다.

       

       마치 단체로 고장이라도 난 듯한 모습.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세 명의 시선이 동시에 발자크에게로 향했다.

       

       …검이 흔들린다.

       발자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떨고 있었다.

       세상과 하나되는 경지에 도달한, 제국에 세 명밖에 없는 소드마스터인 그가.

       

       저 흉악하기 그지없는 악의.

       자신에게 쏟아지는 끝없이 깊은 살의에 겁을 먹어서.

       

       허나 발자크는 재빨리 호흡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갑작스러운 이변에 놀랐다고는 하나, 그는 초인의 경지에 다다른 무인. 자신의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할 리 없었으니까.

       

       ‘겁먹을 필요는 없지.’

       

       아무리 저놈들의 기세가 흉흉하다고 한들 결국 이곳의 마력은 전부 그가 장악하고 있다.

       

       저놈들 또한 자신에게는 해를 끼칠 수 없다. 그런 식으로 발자크는 자신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귀가 아플 정도의 파공음이 들려온다.

       

       광기에 물든 눈을 한 하얀 머리의 소녀가 이쪽으로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갑작스러운 공격.

       발자크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막아 냈지만….

       

       끔찍한 고통이 전해져 온다.

       분명 제대로 방어해냈을 터인데도. 심지어 주먹을 검으로 막았는데도 불구하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온다.

       

       발자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마력강화 같은 건 불가능할 터인데.

       대체 어디서 저런 괴력이 나온단 말인가.

       

       설마 저게 마력의 보조도 없이 나온 힘이라고?

       그런 괴상한 짓이 가능한 존재가 하필이면 저 남자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다고?

       

       말이 안 되는 것도 정도가 있다.

       대체 얼마나 운이 없으면 하루에 두 명이나 저런 이레귤러를 마주친단 말인가.

       

       발자크가 그런 불운에 이를 악물고 있을 때였다.

       

       -콰과과광!

       

       주변을 파괴하며, 매서운 검기가 날아온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분명 마력의 통제권은 전부 그가 쥐고 있을 터인데. 푸른 머리의 소녀는 마력도 없이 검기를 날렸다.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힐 지경이였지만.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발자크는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러 푸른머리 소녀의 검기를 상쇄시켰다. 분명 그걸로 방어는 성공해야 했을 터인데.

       

       오염되고 있다.

       저 검기와 자신의 검이 맞닿으면서 무언가가 침입하는 것이 느껴진다.

       

       머리가 어지럽다.

       어째서인지 성황청에 대한 강렬한 증오가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발자크는 혀를 깨물어서 겨우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력 대신 저주를 쓰는 검사라고?’

       

       저주를 응축하여 마나처럼 다룬다니.

       저런 괴상망측한 방식을 쓰는 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평생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심지어 그 저주가 얼마나 끔찍한지.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그의 정신조차 위협할 정도였다.

       

       평소라면 대처할 수 있었겠지만.

       그의 마력과 체력은 무한하지 않다.

       

       저 사기꾼 용사는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든 상처를 회복했지만 발자크는 그러지 못했다.

       

       백발의 남자와의 전투로 인해 지친 몸.

       그것은 전혀 회복되지 않았는데 상황은 나빠져만 간다.

       

       따로따로 상대해도 버거울 적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 암울한 상황.

       역전의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런 수단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신의 죽음은 제국에게 큰 손해를 입힐 것이다.

       

       진정으로 명예로운 자라면, 더 큰 목적을 위해 신념을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었다.

       

       “한번에 처리해주지.”

       

       그 말과 함께 발자크는 끌어냈다.

       황제 폐하께 하사받은 힘을.

       

       발자크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다.

       그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의 비검.

       수라광살이 묶여 있는 루비아를 향해 작렬했다.

       

       당연히 저놈들은 루비아를 지키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고. 저놈 넷이 모여봤자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신 힘을 버텨낼 리가 없으니.

       

       이 승부는 그의 승리로 끝났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는데.

       

       “목걸이를 부숴요! 목걸이에서 빛이 나더니 그 사람이 루비아 언니를 괴상한 검으로 공격했어요!”

       

       아직 남아있는 그림자 통로.

       그 너머로 갈색머리의 여자아이가 머리를 내밀고는 그리 이야기한다.

       

       아직 비검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푸른 머리의 기사가 그의 목걸이를 산산조각낸다. 당연히 그 안에 담긴 힘은 이제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말이다.

       

       발자크는 이를 악물며, 되는 대로 쓰러진 여자를 향해 검기를 난사하여 보았지만.

       

       [오랜만이군 그래.]

       

       그의 앞에 나타난 건 늑대다.

       분명 배신당해 흡수당했을 터인 짐승의 마왕.

       

       그런 괴상한 상황에 당황할 새도 없이 검기가 그림자에 삼켜진다.

       

       그의 뒤에 나타난 그림자 통로.

       발자크가 날린 검기가 되려 그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

       

       어떻게든 순발력을 발휘해 피해 보았지만.

       같은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피한 검기는 다시금 그림자에 삼켜져 그를 향해 날아왔으니까.

       

       거기에 끊임없이 더해지는 하얀 머리 소녀의 맹렬한 공격. 건실하게 날아오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저주가 담긴 참격까지.

       

       이제 발자크는 공격조차 하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을 피하고 막아내는 것만 해도 버거웠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서비스다 꼬맹아. 나도 저 새끼한테는 원한이 좀 있어서 말이야.]

       

       늑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검은 머리의 소녀.

       

       그 아래에 거대하고 복잡한 마법진이 세겨진다.

       아니, 저걸 마법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힘을, 빌려주도록 하지.]

       

       마력이 아니라, 흉흉하기 그지없는 마기로 이루어진 술식. 그것이 불길한 빛을 뿜으며 발현된다.

       

       발자크의 그림자가 멋대로 움직여서는 그를 포박하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속박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사슬의 형태로 변한 그림자는 그를 완벽하게 무력화했다.

       

       하지만… 공격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다.

       아까까지 그를 위협하던 푸른 머리의 소녀도, 하얀 머리의 소녀도.

       

       모두 공격을 멈추고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것은 고민할 필요조차 없이 알 수 있었다.

       

       하얀 머리의 남자가 자신을 바라본다.

       그 눈동자에 황금빛의 불꽃이 깃든다.

       

       저놈은 가만히 이 전투를 보고만 있던 게 아니었다. 방금 전의 전투로 힘을 모두 소진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준비하고 있었을 뿐이다.

       

       마지막 일격을.

       

       “『성검(聖劍)……”

       

       신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대주교? 추기경? 교황?

       아니 그런 부류의 것이 아니다. 저건 도저히 사람에게서 느껴질 법한 기운이 아니다.

       

       저 신성력은.

       찬란한 날개를 펼치고 있는 저 모습은.

       

       ……신이다.

       신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발도(拔刀)』”

       

       이내, 새하얀 빛이 모든 것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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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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