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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

         

         크라실로프 왕궁은 달리 호박궁이라고 불린다. 단순히 호박석으로 꾸민 궁성이라기보단, 그만큼 화려하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다.

         

         적어도 전쟁 이전 시대때까지 호박궁은 연합 왕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사치스러운 왕성이었다.

         

         

         “왔는가.”

         

         

         궁성의 입구엔 엘리자베타가 초췌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는 이반의 몸에 묻은 혈흔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올렸다.

         

         이반은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곁으로, 파벨과 드미트리가 함께 부복했다.

         

         

         “부상은?”

         “없습니다.”

         “다행이구나.”

         

         

         무던한 말에서 감출 수 없는 안도감이 묻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눈 앞의 사내는 그녀의 명령에 의해 엘프 최강자와 실신할 때까지 싸우고, 그 직후 수도의 불온세력을 쓸어버렸다.

         

         그 와중에 치명상이라도 입었다면, 엘리자베타는 순간 아찔해지는 마음을 억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상세한 보고는 차후에 받겠다. 드미트리를 시키지 말고 직접 찾아오도록. 알겠는가.”

         “예, 전하.”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하지 않겠다. 반카, 고개를 들어라.”

         

         

         이반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 서 있던 엘리자베타가 허리를 살짝 숙였다.

         

         스륵, 뺨에 손이 얹어졌다. 따듯한 촉감이 바싹 마른 뺨을 한동안 감싸쥐고 있었다.

         

         새하얀 손끝이 작게 떨렸다.

         

         

         “고생이 많았구나. 본인의 억지를 들어주어 고맙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예, 전하.”

         “이제 오늘의 마지막 임무를 내리겠다. 경들은 일어나라.”

         

         

         엘리자베타는 등을 돌려 왕성을 향했다.

         

         호박궁의 웅장한 석주 사이에서, 엘리자베타는 식은 눈으로 왕성의 회랑을 마주했다.

         

         근위병들은 고개를 숙인 채 시립해 있었다. 이들 모두가 그녀의 수족들이었으므로, 그들의 행로를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따르라. 어전으로 가겠다.”

         

         

         그녀의 말에 파벨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손이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허릿춤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이반은 천천히 손을 내려 도끼자루를 쥐었다.

         

         그런 기색을 눈치챈 것인지, 엘리자베타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경은 아직 이 나라의 임금을 증오하는가?”

         “…예, 전하.”

         

         

         파벨은 잇새 사이로 낮은 목소리를 내었다.

         

         설령 엘리자베타에게 다시금 충의를 바치기로, 이 나라의 안녕에 투신하기로 맹세했다 하더라도.

         

         그렇더라도, 파벨의 감정은 온전히 해소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당연했다. 그의 증오는 과거에 고립되어 있었으니까.

         

         그건 결코 해갈될 수 없는 분노다. 그가 아끼던 모든 이들은 먼 옛날에 모두 죽고 없으니.

         

         그리고 그건, 이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반은 파벨의 감정이 크게 날뛰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엘리자베타의 곁으로 가까이 이동했다.

         

         언제든 파벨이 변심할 경우 저지할 수 있도록.

         

         

         “오늘 이 자리에 경들을 부른 이유가 그것이었다. 오늘, 본인은 경들에게 더 이상 명령하지 않겠다. 경들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라.”

         

         

         도끼자루를 쥔 이반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라고 없었겠는가. 그에게도 분노는 여실히 남아 있었다. 현 왕, 키릴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잔불처럼 남아 그의 가슴 속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참았다. 가치 없는 일이라 여기며 억눌렀다.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하며 흘려 보냈다.

         

         어차피 그는 이 세상의 이방인에 불과하지 않던가. 그에게 단죄할 자격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고 여기며 참았다.

         

         그러나 지금, 엘리자베타는 그의 마음을 긍정해주었다.

         

         복수를 원한다면 하라.

         

         무장한 채로 어전에 들어서면서도, 이반은 왕녀의 말을 곱씹었다.

         

         

         ‘왜 지금이지?’

         

         

         애초에 엘리자베타는 이미 이 나라의 실권자였다. 왕세자가 사라진 직후부터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수도 전역을 뒤흔드는 권력자다.

         

         그녀는 한 차례 반정을 성공한 일이 있었다. 그 결과 왕은 유폐되었고, 모든 인가권은 왕녀에게 넘어갔으며, 왕실은 헌법 아래에 복속되었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이란 말인가.

         

         애초에 처음 반정에 성공했을 때, 왕을 치워내고 스스로 왕작을 계승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이제와서, 갑자기 왕을 죽여도 좋다고 말한다라.

         

         제 아비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없다는 식의, 어린 딸이 보일 법한 말랑한 마음가짐 따위는 당연히 아니다. 그럴 리가 없으니까.

         

         이반은 아무 말 없이 엘리자베타의 뒤를 따르며 시름에 잠겼다.

         

         

        *

         

         

        -주께서 너희를 굽어보신다.

         

         

         왕의 알현실로 향하는 긴 회랑의 입구엔 저런 문장이 거대한 테피스트리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호박궁의 유일한 위엄을 나타내는 마지막 유산이다. 이 궁성은, 이미 옛 시절의 영광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으니까.

         

         엘리자베타는 한때 이 벽에 걸렸던 거대한 조형물과 온갖 종류의 보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는 먼지 쌓인 빈 자리만 남은 회랑에서.

         

         

         “초라한가.”

         

         

         엘리자베타는 웃으며 물었다. 이 나라의 국왕이 직접 거하는 고궁에 어떤 사치품도 없는 것이, 그러고도 여전히 ‘호박궁’이라 불리우는 상황이 퍽 우습지 않냐면서.

         

         그러나 이반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영광스럽습니다.”

         “영광이라. 이 몰락이 말인가?”

         “몰락이 아닙니다. 전하. 이건, 희생입니다.”

         

         

         이반은 왕실근위대 소속이었다. 당연하게도, 전쟁 시절 호박궁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호박궁이 가장 화려했던 시절은 선왕의 치세 초기, 정복전쟁이 한창이던 당시였다.

         

         당시 이반 대왕의 별명은 ‘정복자’, ‘뇌제’, 그리고 ‘크라실로프의 곰’이었다. 이런 별명은 결코 평화로운 시대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왕이 대전쟁을 발호하기 전까지, 크라실로프는 연합 왕국에서 가장 호전적인 국가였다. 젊은 정복 군주의 치세 아래에서, 거대한 전역을 아우르며 공포를 파종하던 국가였다.

         

         그 시절 호박궁은 온갖 지방에서 얻어낸 각종 보물로 연합 왕국에서 가장 화려하던 궁성이었다. 이 회랑을 지나던 모든 이들은 기꺼이 대왕의 권위에 존경을 보였다.

         

         그리고 마왕이 태어났다. 세상의 절반이 불타올랐다.

         

         용사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 나라의 국체를 보전하는 방식은 여전히 전쟁이었다. 그러나 인류를 상대로 벌였던 지난 전쟁들과는 다른 양상의, 끝 없는 패전의 연속이었다.

         

         승전으로 쌓아올린 권위는 패전으로 무너졌다. 대왕은 여전히 강건했으나, 왕실의 권위는 그렇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국체를 보전하기 위해 대왕은 왕실의 보물들을 매각해야 했다.

         

         그건 몰락의 상징이 아니다.

         

         이 회랑의 빈 석주들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연대기와 다름 없었다.

         

         먼지 쌓인 석주에 남은 흔적들은 사라진 보물과 과거의 영광에 대한 한탄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언제나 위대했던 사내가, 국가를 대신해 스스로를 무너트린 흔적의 연대기다. 패전 앞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쥐고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다시금 전선으로 달려갔던 사내에 대한 찬미다.

         

         그러니, 이 회랑에 이름을 붙이자면 그건 결코 몰락이 아니다.

         

         

         “고맙구나. 반카.”

         

         

         엘리자베타는 붉어진 눈으로 천장을 올려보며 중얼거렸다. 이반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길었던 회랑이 끝을 맺었다. 마침내 그들은 알현실에 도달했다.

         

         텅 빈, 서늘한 알현실 앞에서. 낡은 융단이 깔린 길을 거닐어 마침내 옥좌다.

         

         그 앞엔 처음 보는 노인이 앉아서, 멍하니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

         

         

         “무릎을 꿇지 마라.”

         

         

         앞에 선 엘리자베타는 짧게 말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목소리로, 그러나 떨림 없이 곧게.

         

         어전에서 부복하지 않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극형에 준하는 불경죄다. 그러나 이 자리의 모두는 꼿꼿이 선 채로 옥좌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나라의 누구도, 감히 본인의 앞에서 그대들을 무릎 꿇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더욱이. 그러니 고개를 들고 정면을 보라. 경들의 앞에 선 자를 바라보라. 무엇이 보이느냐?”

         

         

         엘리자베타는 여상히 말하며 걸음을 이어갔다.

         

         참사관, 전령관, 서기관, 사정관, 시종관, 친위대장, 국무관, 의전관, 시종관, 궁내장, 주엽관, 주색관, 의전관.

         

         이 나라 각 대신들의 관직명이 고풍스럽게 박혀 있는 의석들을 하나하나 스쳐지나가며.

         

         궁정대신, 관무대신, 공무대신, 외무대신.

         

         원수, 수상.

         

         그리고 마침내, 왕의 앞까지.

         

         

         “폐하, 강녕하셨는지요.”

         

         

         엘리자베타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단상을 향해 올랐다. 누구도 그녀를 저지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 있는 시위무관들은 여상한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왕 또한,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보았는가. 경들은 이 자가 보이는가.”

         

         

         엘리자베타는 옥좌의 옆에 서서 왕의 머리 위에 얹힌 왕관을 장난스럽게 건드렸다.

         

         

         “말도, 생각도, 의지도 모두 잃어버린 자가 보이는가. 만백성의 주인이 보이는 이 위엄이 보이는가.”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녀의 말에 대답한 것은 파벨이었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허릿춤을 애써 움켜쥐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창을 뽑아 던질 것처럼, 격렬한 분노가 그의 입가에서 스며나오고 있었다.

         

         

         “내 오라비의 작품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묻지 말아다오. 본인 또한 모르니. 다만, 선왕께서 친전하셨던 지난 시절에도, 아마 이 자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키릴 왕의 즉위식을 기억합니다.”

         “그래, 멀쩡히 걷고 문제없이 말하던가.”

         “…예.”

         “그 때에 이미 임금 노릇을 질리도록 해봤으니 내 오라비가 지금 미련 없이 이 나라를 떠난 것이 아니겠는가.”

         

         

         그녀의 말에 파벨은 움찔 떨었다.

         

         이미 그 시절부터 왕은 꼭두각시에 불과했단 말인가? 왕세자의 어떤 수작에 놀아나고 있었다고?

         

         이 나라 전부가 이미 왕세자의 손아귀 아래에 있었단 말인가?

         

         

         “그러니 계승권 싸움이란 말은 우습다. 이미 이 나라는 알렉산드르의 것이었고, 그 시기가 족히 10년은 더 되었을 테니. 그러니 본인은 계승권이 아니라, 왕위찬탈을 위해 싸우고 있던 셈이다. 파벨, 경은 본인을 선배라 불러도 좋다. 반군으로서 본인은 경보다 오랜 세월 투쟁해 왔다.”

         “어찌하여 이 사실을….”

         “본인이 누구에게? 누가 본인의 편에 서서 싸웠던가? 군부? 귀족원? 궁정부? 이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누가 본인의 편에 서서 싸워주겠는가?”

         

         

         야심가들은 이 꼴이 난 왕정을 전복하고 싶어 할테고, 왕실의 충신들은 왕세자의 편에 서길 꺼리지 않겠지.

         

         누구에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왕을 지배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이 나라는 명실상부히 알렉산드르의 것이었다. 그것을 되돌리고자 해온 싸움이다. 그것이 지난 세월이었다.

         

         

         “그러니 반카. 본인은 그대가 떠난다 했을 때 안심하면서도 서운했다네. 그대가 마침내 안전해졌으니 안심했고, 가장 위험한 순간에 그대가 떠나겠다니 서운했지.”

         “전하.”

         “이제라도 돌아와서 퍽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본인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네.”

         

         

         엘리자베타는 부드럽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니 경들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겠는가. 이 나라의 왕을 참하고 경들의 분노를 해갈하겠는가. 선왕과 뭇 영웅들의 원한을 갚고 정의의 기치를 바로 세우겠는가?”

         

         

         파벨은 대답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시절 일어났던 모든 명령들이 결국 왕세자의 손에서 나왔던 것이라면, 저 노인을 참하는 것은 그저 분풀이에 불과할 테니까.

         

         이를 악물고 침묵하는 파벨을 향해서, 엘리자베타는 단상 위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경은 여전히 복수를 바라는가.”

         “…예, 전하.”

         “본인 또한 그렇다. 이 나라의 모든 것을 저 홀로 움켜쥐었던 주제에, 그것을 모조리 내팽개치고 떠난 그 무도한 작자에 대한 복수를 원한다. 이 나라가 가졌던 가장 위대한 이들을 모두 파묻어버린 주제에, 그 대가로 얻어낸 왕작을 무가치하게 유기한 자에 대해 복수를 원한다.”

         

         

         엘리자베타는 이반을 바라보았다.

         

         

         “본인이 사랑하던 모든 이들을 저 먼 땅의 사토 아래에 쓸어버리고, 본인을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마족의 아가리 앞에 내던진 그 자에 대한 복수를 원한다. 함께하겠는가?”

         

         

         이반은 엘리자베타의 눈을 바라보았다. 갈망, 분노, 자책, 두려움, 그리고 아마도. 애착.

         

         그녀의 눈에 흘러가는 감정을 읽으며,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청하지 마십시오. 다만 명하소서.”

         

         

         엘리자베타는 고개 숙인 사내들의 앞에서 천장을 올려보았다.

         

         두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웠던 말들이, 이 나라 왕실의 치부가 풀려나오고 있었다.

         

         이젠 아니다. 프리첸카야는 마침내 그녀의 권역 아래에 복속되었고, 각지의 지방 귀족들 또한 머지않아 그리되리라.

         

         알렉산드르의 영향력은 완전히 축출되었다. 이제 그 누구도 그녀의 권위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크라실로프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 어느 시절보다 웅대하게.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리라. 그리고, 그 대가를 청구하겠다. 그녀의 오라비에게, 지금 어디에 있을지 모를 그 사내에게.

         

         반드시.

         

         

         왕의 침묵 아래에서, 왕실은 다시금 피어오를 것이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도록. 찬란하게.

         

         

       

       

       

       

       

        Ep14. 왕의 침묵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피소드 마무리라 좀 잘해보려고 계속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다보니까 너무 지지부진해져서,
    이걸 올려도 되나? 이거 소비자기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멈칫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소상공인(저)이야말로 진짜 소비자 기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지웠던 글들 복구한 뒤에 최대한 가다듬과 최대한 빠르게 업로드 해봅니다!!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새 에피소드는 새 마음가짐으로, 밝고 희망차고 활기찬 아카데미물로!! 돌아오겠습니다!!!

    내일 뵈어요 어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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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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