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5

       기사단의 수상한 일 처리를 보고 교단과의 연결점을 찾고자 하늘섬 유적에 잠입한 파스텔, 유적 밑에 존재하는 진짜 성지를 발견하고 조사하게 되지만 뜻밖의 대상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러쿵저러쿵.

         

       “으아아!”

         

       파스텔은 호들갑을 떨었다.

         

       “너희 또 납치된 거야?!”

         

       아기새 두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억.

         

       나쁜 교단.

         

       완전 사악하고 나쁜 교단.

         

       한번 실패했으면 곱게 포기하지 하늘고래가 떠나며 공권력이 사라진 틈을 타 다시 새들을 납치하다니.

         

       나쁜 지세 끈기를 부리지 말란 말이야.

         

       파스텔은 본인만 한 아기새들을 걱정스럽게 살폈다. 손바닥이 폭신폭신한 털을 만지작댔다.

         

       “어디 다쳤어? 쫄쫄 굶고 다니는 거지? 못된 교단! 얼마나 괴로운 대우를 받았을지 상상이 돼!”

         

       성체 새를 타고 날아다니던 교단 병사들을 생각하면 매우매우 가혹한 시련을 당했겠지.

         

       아기새 두 마리가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돌아보곤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도리도리 도리도리.

         

       으잉, 무슨 의미?

         

       설마설마.

         

       “대우가 나름 괜찮아……?”

       ―삐약.

         

       아기새가 긍정했다.

         

       파스텔은 입이 벌어졌다.

         

       “밥도 잘 챙겨주고 둥지도 잘 만들어 주고 말도 곱게 해주고 대우도 깔끔한 직원 관계야?”

         

       아기새가 고민하다가 긍정했다.

         

       ―삐약.

         

       으에?

         

       하청은 직원 납치도 하는 처참한 복지 상태를 보여주지만 정작 원청 대기업으로 파견 나갔더니 직원 복지가 너무 좋아 뼈를 묻고 싶어졌다 같은 건가?

         

       “그, 그러면 안 되는 것인데…….”

         

       파스텔은 급격히 의기소침해졌다.

         

       “교단인데에.”

         

       완전 사악한 교단인데.

         

       악신 숭배자에 막막 크래프트 저택에 대학살도 일으키고 막막 아카데미에 테러도 일으키고 막막 그런 나쁜 교단.

         

       되짚고 보니 나쁜 건 확실해서 파스텔은 다시 당당해졌다.

         

       “아니야! 못된 대우가 예정돼 있을 거야!”

         

       아기새를 가리켰다.

         

       “토사구팽 아니 치킨치킨이 되기 전에 어서 정의 구현을 해야 해!”

         

       맞아!

         

       일이 끝나면 아기새들은 쫑파티 때 치킨으로 튀겨질 거야!

         

       아기새 치킨!

         

       으아아!

         

       ―삐약?!

         

       아기새들의 부리가 벌어졌다.

         

       어떤 사악한 사람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발상을 할 수 있냐며 경악하는 모습이었다.

         

       “맞아! 교단은 완전 사악해!”

       『흠.』

         

       옆에서 정장 차림의 악마가 턱을 문질렀다.

         

       『굳이 그럴 거 같진 않군. 항공 병력을 기껏 만들어 놓고 알아서 손해 보는 짓을 할 리가. 교단은 이해타산으로 굴러가는 곳이다. 악신조차 소원을 들어준다 하니 숭배하는 것이지.』

         

       아기새들이 악마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파스텔을 돌아봤다.

         

       ―삐약?

         

       으아아!

         

       파스텔은 양팔을 휘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교단은 완전 사악해!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마! 악마님은 진짜 악마란 말이야!”

         

       진짜 진짜 진짜로!

         

       잠시 뒤 파스텔은 친구 파워로 아기새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일단 본인들도 납치된 건 맞으니 납득하긴 하는 기색이었다.

         

       “휴우.”

         

       이것이 예언을 하고도 무시당한 카산드라의 심정?

         

       백만 배 공감할 수 있어.

         

       잠시 성지 도서관에 인기척이 없나 청각과 시각을 동원해 보곤 여유롭자 파스텔은 악마를 흘겨봤다.

         

       “악마님 악마님. 그런 식으로 악마 같은 행동을 하시면 악마인 거예요.”

         

       완전 험담.

         

       “아기새를 나쁜 길로 빠지게 하다뇨. 어른으로서 좋은 길로 이끄셔야죠.”

         

       맞아맞아!

         

       악마가 어이없어했다.

         

       『얘네한테 말 건 게 아니라 너한테 말해준 거다. 내가 현직 신관도 아니고 어린 동물에게 말을 걸 거 같나?』

         

       파스텔은 입이 벌어졌다.

         

       그거 완전 종 차별 발언.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럼그럼 악마님이 길 가다가 다친 아기새를 발견했는데…….”

         

       말하다가 아기새를 돌아봤다. 아기새가 고개를 갸웃하며 시선을 마주쳤다.

         

       어서 다친 척 해봐!

         

       손을 휘젓자 아기새도 이해했는지 몸을 늘어뜨렸다. 폭신폭신한 지면에 힘없이 엎어졌다.

         

       ―삐야악…….

         

       교단에게 먹이를 너무 많이 받아먹어 다소 통통해진 육신이 한 바퀴 굴렀다가 돌아왔다.

         

       뒹굴 털썩.

         

       아기새의 부리가 살짝 벌어졌다. 작은 트림 소리가 났다.

         

       ―삐약.

       “으아아!”

         

       파스텔은 비명을 질렀다.

         

       “이곳에 다친 아기새가!”

         

       그리곤 악마를 가리켰다.

         

       “이곳엔 종 차별주의자가!”

         

       으아! 으아!

         

       양팔을 휘저었다.

         

       “불쌍한 아기새는 다쳤는데도 하필 마주친 게 악마님이라 치료받을 수 없어!”

         

       악마가 기막혀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돌봐준다.』

       “신관이 아닌 데도요?!”

       『현직이건 전직이건 사람이라면 응당 하겠지.』

         

       휴우, 난 또 뭐라고.

         

       파스텔은 괜히 식은땀을 훔쳤다.

         

       동물 친구를 왕창 사귀고 있는데 스승님은 종 차별주의자라 곤란할 뻔.

         

       소녀는 생각하다가 히히덕댔다.

         

       “그럼 그냥 귀여운 아기 동물에게 말 거는 게 창피하다고 느끼신 거네요?”

         

       그런 것이었다.

         

       뚜루뚜 뚜뚜.

         

       『뭐……?』

         

       파스텔은 악마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정장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어쩐지 칙칙하게 정장만 입고 다니시더라.

         

       “그렇다면 곤란곤란해요! 아기새 친구를 길잡이 삼아 교단을 추적해야 하는데 지금 사람 모습이 고정된 악마님이 소통이 서툴면 어떡해요!”

         

       장난스럽지만 꽤 진지한 요구.

         

       “아기 친구들과 화해하세요! 먼저 사과부터! 악마님 발언에 완전 상처받았을 거 아니에요!”

         

       아기새들을 가리켰다.

         

       엎어져 절찬리 연기 중인 아기새에게 다른 아기새가 다가갔다. 위로하듯 내려보더니 부리가 살짝 벌려졌다.

         

       꺽.

         

       트림 소리가 한차례 울렸다.

         

       ―삐약.

         

       으아아!

         

       완전 상처 받은 모습의 아기새들!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연기하던 아기새가 벌떡 일어났다. 트림을 쏘아댄 아기새를 쪼기 시작했다.

         

       ―삐약! 삐약! 삐약!

         

       날개 푸득이는 소리가 울렸다.

         

       『하아.』

         

       악마가 이마를 짚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다.』

       “다들 솔직하지 못한 합리화를 하곤 하죠. 하지만 그냥 창피해서 그런다는 걸 인기인 파스텔은 잘 알고 있어요.”

         

       끄덕끄덕.

         

       『전혀 모르는군.』

         

       파스텔은 금세 진정된 아기새들을 가리켰다.

         

       “대화하세요! 아기새 친구와 대화하세요!”

         

       악마가 팔짱을 꼈다.

         

       『내가 왜.』

         

       뿌뿌 뿌뿌.

         

       “앨시어는 무생물 조타륜에게도 말을 걸었단 말이에요! 동물 친구에게 말 거는 건 더 쉽잖아요!”

         

       분홍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렇게 된 거 다수결로 가요! 찬성하는 생물 손!”

         

       왼손을 번쩍 들었다.

         

       “하나!”

         

       내리곤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둘!”

         

       벌써 두 명!

         

       아기새를 돌아봤다.

         

       아기새들은 정당한 투표권자로서 유일무이하고 공정한 투표를 위해 미간을 좁히며 고심했다.

         

       ―삐약!

         

       한쪽 날개가 올라갔다.

         

       “셋! 넷!”

         

       악마님은 혼자니까…….

         

       무려 네 배!

         

       압도적 우위!

         

       파스텔은 악마처럼 팔짱을 끼고 의기양양하게 마주 봤다.

         

       “다수결의 권위 앞에 무릎을 꿇으세요.”

         

       악마님보다 키는 작지만 내려보는 시선~.

         

       이것이 권력자 파스텔.

         

       악마가 헛웃음을 흘렸다. 앞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목을 주무르곤 아기새를 쳐다봤다.

         

       『대우가 심했다. 사과하지.』

         

       아기새가 한쪽 날개를 들어 화답했다.

         

       ―삐약.

         

       파스텔은 박수 쳤다.

         

       와아! 와아!

         

       “악마님이 귀를 붉히며 사과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똑똑히 새겨뒀어요! 악마님의 이 모습은 자손 대대로 알려주고 말 거예요!”

       『귀 붉힌 적 없다. 멋대로 지어내지 마라.』

       “그 말도 전하고 말 거예요!”

       『말만 전하면 오해하잖나.』

         

       종을 뛰어넘은 결사대!

         

       교단 퇴치를 위하여!

         

       아자아자 화이팅!

         

         

         

       #

         

         

         

       파스텔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대공동.

         

       지하 성지에 존재한다곤 믿기 어려운 높은 천장과 넓은 면적의 동굴이었다. 여러 거대한 바위 암석이 축소된 하늘섬처럼 떠다니며 공간을 채웠다.

         

       검은 복장의 교단 일원들이 새를 타고 비행하며 바위 암석의 성지 건축물을 오갔다.

         

       많고 많은 건축물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건물은 정해져 있었다.

         

       하늘섬의 항행을 조작하는 조타실.

         

       파스텔의 아버지는 121개의 새하얀 마법진 앞에서 계산을 거듭했다. 넓은 테라스의 인공 햇살이 단안경을 빛냈다.

         

       테라스에 거대한 새 그림자가 졌다가 착륙했다.

         

       “오우! 좋은데?”

         

       검은 복장의 남자가 안장에서 뛰어내리곤 어미새를 툭툭 쳤다. 한 손에 든 단검이 장난스럽게 던져졌다가 잡혔다.

         

       “특히 일을 잘하네. 나름 자식 납치범인데 식량과 둥지 좀 마련해줬다고 이렇게 잘 따르다니.”

         

       남자가 씩 웃었다.

         

       “새대가리라 그런가?”

         

       어미새가 미간을 좁혔다.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부리를 움직였다.

         

       “아! 아! 갑자기 왜 쪼는 거야?!”

         

       남자는 황급히 실내로 도망쳤다. 어미새가 코웃음 치며 떠났다.

         

       “어우, 성깔하고는.”

         

       남자는 까치집을 정리했다. 시선이 마법진 앞에서 죽치고 있는 상관을 바라봤다.

         

       “작업은 잘 되십니까?”

         

       파스텔의 아버지는 대답 없이 손을 움직였다. 아카데미에서 강탈해 온 유물이 건드러졌다. 새하얀 마법진들이 무수히 변형되며 뒤바뀌었다.

         

       “허어, 보기만 해도.”

         

       남자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표정을 지었다. 손사래를 치더니 괜히 마법진 주변을 기웃거렸다.

         

       “계속 여기서 작업만 하시려고요?”

         

       상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방해하지 마라.”

         

       남자가 머쓱해했다.

         

       “아니 뭐 기분 전환도 종종 하시면 좋지 않나. 아무리 학자 출신이셔도 걱정이 돼서요.”

         

       엄지가 대충 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왜 따님분이 뭔가 많이 하시던데요. 권력도 잡고 테러도 잘 막으며 권위를 공고히 하고. 행보를 보아하니 혈통은 어디 안 가더군요. 이럴 때 따님분과 한 번쯤 만나면 막힌 부분이 뚫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심 없어. 이미 말했을 텐데.”

         

       남자가 코를 문질렀다.

         

       “장난삼아 하는 말이 아닙니다. 하늘섬은 저희 구역인데 제국 담당 놈들이 벨라몬트 공작가의 사주를 받았다고 멋대로 아카데미 테러를 진행해 버려서 많이 곤란해졌잖습니까.”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놓고 정작 실패해서 공작가와도 관계가 꼬였고요. 따님분이 앨시어 벨라몬트와 친분도 있으니 회유만 할 수 있다면 정말 편해질 겁니다.”

         

       남자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친자식이잖습니까.”

         

       아닙니까?

         

       “맞지.”

         

       파스텔의 아버지가 양 손가락으로 눈을 마사지했다.

         

       “그러니,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지 마라.”

         

       차가운 목소리였다.

         

       남자가 소리 없이 휘파람을 불었다. 스리슬쩍 물러나더니 테라스로 향했다.

         

       “어우, 밀린 잡무가 많네. 어?”

         

       남자의 눈동자가 커졌다.

         

       “새 어디 갔어?”

         

       반대편 첨탑에서 어미새가 비웃었다.

         

       “야! 안 돌아와?!”

         

       남자가 삿대질했다.

         

       “일 잘한다는 거 취소다! 취소!”

         

         

         

         

         

       

       

    다음화 보기


           


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