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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 * *

       

       

       

       

       내가 그간 예언한 게 있지만 믿으면 안 된다니까.

       

       그저 일본의 대지진을 예언하고 석유 터질 자리를 예언한 것뿐이잖아.

       

       그 외에 몇 가지가 있나?

       

       아무튼 간에, 이 정도는 찍어서 맞출 수도 있는 거다.

       

       

       “그러니까 그게 2차 대전이란 뜻입니까??”

       “그럼 우린 얼마나 많은 군대를 동원해야 할지.”

       

       

       의원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 내가 어쩌다 말실수를 해버려서.

       

       

       “아니, 뭐 음. 일단 대전쟁이 같은 규모로 일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능성의 문제입니다. 설마하니 프랑스가 공산 독일에 의해 적화되거나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말이죠.”

       “2차에서는 프랑스가 공산정권이 된다는 말입니까?”

       “아니라고.”

       

       

       이 사람들 이걸 믿어버리면 곤란해.

       

       이렇게 심각해 하다가 공산 독일이 생각보다 풍선 근육이라면 그때는 어쩌려고?

       

       그도 아니면 전쟁이 따로따로 일어나거나.

       

       이거 내 말을 맹목적으로 믿으면 곤란하다.

       

       튀르키예는 지중해에서 뭐 이탈리아나 그리스로 진출할 교두보 역할은 해줘야 하니 내버려 둬야 한다.

       

       

       “2차 전쟁이라. 으음.”

       “그러니까. 기다려 보세요. 만일이라는 겁니다. 만일. 우리 러시아는 1차 대전 때, 혁명을 당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죠.”

       

       

       이 정도 변명이면 된다고.

       

       

       “으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애초에 지금 쿠르드일을 논의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쟁 일은 나중입니다. 일단 의료지원만 한다 하세요. 정말 독립할 거라면 말입니다.”

       

       

       독립전쟁을 한다고 하면 우리가 돕는 건 말도 안 된다.

       

       일단 시리아나 이라크 같은 곳은 어쩔 것인가.

       

       그 지역에 있는 쿠르드족도 그렇고, 영프의 점령지의 다른 민족들도 도와달라고 징징거릴 것이다.

       

       그건 어림도 없지.

       

       

       “튀르키예 측에는 어떻게 말합니까?”

       “우리 그냥 솔직히 말합시다. 쿠르드는 그냥 저를 이용해 지원을 받으려 했습니다. 이게 아닙니까?”

       

       

       쿠르드가 나까지 언급하면서 지원을 요청한 꼴을 보니 이미 무장 독립을 저지른 거 같은데.

       

       딱 지금 각이 보인다.

       

       망할 각이 보인다는 거지.

       

       그러니 필사적으로 나까지 언급한 거 아니냐.

       

       

       “예. 폐하. 쿠르드를 명분으로 튀르키예를 노릴 것이 아니라면, 솔직히 튀르키예와 함께 쿠르드를 잡아도 할 말은 없습니다.”

       

       

       그래. 생각해보니 그렇잖아.

       

       참 괘씸하기 짝이 없다. 감히 나를 두고 그런 말을 해?

       

       어떻게든 허수아비 차르가 되려고 하는 나를 굳이 언급까지 했다?

       

       

       “괘씸하군요. 그럼 굳이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아마 이 사실을 알면 아타튀르크가 화내지 않을까?

       

       직접 군대를 끌고 갈지도 모른다.

       

       

       “튀르키예에는 그럼, 솔직히 전하면 되겠습니까?”

       “예. 솔직히 말하죠. 숨길 이유가 없잖습니까. 콘스탄티노플도 우리에게 주었으니, 러시아는 튀르키예의 친구라는 것을 다시 각인시켜줘야죠. 아, 잠시만.”

       “예?”

       “우리 신무기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튀르키예에 한번 운용해보라고 하죠.”

       

       

       이참에 전차와 항공기 실험도 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

       

       지금 당장은 우리가 개전한 것도 아니니 차라리 튀르키예에서 실험해보는 것도 좋을 거다.

       

       쿠르드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무기 실험은 해야 하니까.

       

       

       “아, 좋은 방법입니다. 무기란 전쟁에서 가장 쓸모있는 법이니, 이참에 무기를 지원해 우리 전차와 비행기의 성능을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니지. 잠깐만.

       

       나는 손을 살짝 들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쿠르드인들에게도 무기를 지원하죠.”

       “의료진만 보내는 것 아니었습니까?”

       

       

       에이. 의료진만 보내면 그게 성능 실험이 되겠냐.

       

       한쪽은 이전에 쓰던 무기들을 줘서 실험해 봐야지.

       

       

       “구형 무기들만 좀 넘겨주면 되겠죠. 애초에 무기의 질부터 다른데 튀르키예가 불만을 뱉겠습니까. 아, 그것도 영국과 프랑스가 우리에게 지원했던 걸 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천중밍에게는 신식무기들도 좀 줬고 그것들 제외하고 모신나강이나 프랑스, 영국제 무기들이 여전히 많다.

       

       그걸 적당히 쿠르드인들에게 던져줘도 될 것이고.

       

       

       “좋은 방법입니다. 무기의 성능 실험을 해보려면 그 편이 좋겠죠. 백군부는 폐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 정도만 하면 되겠지.

       

       이번에는 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두마에 출석하지 않고 놀고 있었으면 뭐, 튀르키예를 정복하는 전쟁은 하지 않았겠지만, 따로 차리나의 권위를 이용하려 했다는 쿠르드를 징벌하겠다는 말은 나오고 실제로 일이 커질 수도 있었을걸.

       

       물론 백군부를 제외한 다른 의원들이 뜯어 말렸겠지만.

       

       아타튀르크도 좀 이런 건 새지 않게 해주지.

       

       당장 내가 없으면 그쪽도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러나.

       

       어쨌든 이쪽 귀에 들리게 해버렸으니 아타튀르크도 좀 고생해보라지.

       

       그래.

       

       일명 서로 죽여라 작전이다.

       

       

       * * *

       

       튀르키예 앙카라

       

       

       쿠르드 지원 일은 그대로 러시아 대사를 통해 튀르키예 정부에 전해졌다.

       

       이뇌니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아타튀르크는 당연히 분개했다.

       

       

       “감히 러시아에 도움을 청해?”

       

       

       안 그래도 지금 당장 군대를 보낼 정도로 쿠르드인은 무장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튀르키예가 더 약체화한 탓에 실제 역사보다 더 빠른 시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장 쿠르드인들이 무장투쟁을 벌이는 것도 짜증 나던 아타튀르크는 러시아가 이번 일에 엮여버리니 더 화가 치밀었다.

       

       대놓고 러시아에 빌붙으려고 독립하려 한 것이 아닌가.

       

       뭘 믿고 그리 나대나 했더니 러시아가 도와줄 거로 굳게 믿고 저지른 것은 아닐까.

       

       아니라고 해도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 시점에서 가만히 놔둘 수 없다.

       

       

       “그나마 러시아가 우리에게 알려줘서 다행입니다.”

       “하, 그건 다행이라 해야 할지.”

       

       

       무슨 이유로 알려줬을까.

       

       지금의 러시아는 차르 혼자서 굴리는 나라가 아닐 텐데.

       

       

       “어쨌든 러시아가 쿠르드 편을 들어 개입했다면 곤란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차리나가 정말 튀르키예를 우방으로 두고 싶다는 것인가.

       

       러시아에는 지금 내전으로 강화된 정예군만 수백만은 될 거다. 솔직한 말로 아나톨리아를 집어삼킬 절호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그런 마당에 쿠르드를 명분으로 들어오긴커녕, 반대로 이쪽을 돕겠다니.

       

       뭐 의료진을 쿠르드로 보낸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쪽도 체면치레는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나.

       

       

       “어쨌든 의료진을 보낸다는 건 음.”

       

       

       쿠르드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튀르키예를 괴롭히도록 그들이 살 수 있는 희망을 주겠다는 것 아닌가.

       

       

       “그쪽에서도 사정은 있었으니 말이죠. 그 대신 우리는 러시아군이 준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쿠르드 쪽에는 무기가 가지 않았나?”

       “현장에 파견된 장교들 말로는 아라라트산에 러시아 깃발을 단 트럭 몇 대가 들어갔다고 합니다만.”

       

       

       그럼, 뭐하자는 건가. 결국, 저쪽도 돕겠다는 거 아닌가?

       

       역시 튀르키예가 러시아의 우방으로 있어주길 원한다는 건 거짓말이었던 건가?

       

       폰토스 그리스까지 합병하면 그대로 튀르키예로 몰고 오는 것이 아닌가.

       

       

       “허, 그냥 서로 죽이라는 게 아닌가?”

       “러시아 대사 말로는 쿠르드인 쪽으로 넘어가는 무기들은 다 내전기나 그 이전에 썼던 구형 무기들이라고 합니다. 차리나의 체면을 지켜야 해서라고 하더군요. 우리 쪽에 오는 건 신형들이고요.”

       

       

       이뇌뉘의 말에 아타튀르크는 그나마 안심했다.

       

       결국 튀르키예와 쿠르드인의 분쟁을 무기 실험대로 삼겠다는 심보는 조금 고약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쪽은 신형을 보내준다는 거 아니겠나. 구형이면 쿠르드도 좀 가지고 있을 테고. 그래서 의료진이라고 한 것인가.

       

       

       “그래. 그것도 좋지. 무기를 얼마나 지원했나?”

       

       

       무기는 끽해야 그냥 생색 좀 내려고 조금 지원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지금 러시아가 쿠르드 일로 돕는 것 자체가 굴욕적이긴 하지만. 그쪽은 과연 어떤 상황인가.

       

       

       “쿠르드인들이 감히 차리나의 권위를 이용하려 했다면서, 확실히 잡으라고 표도로프 신형 자동소총에 전차와 항공기를 보냈습니다.”

       “전차와 항공기를? 여기에 저쪽은 구형 무기와 의료진을 보내줬다는 말인가. 허, 나름 성녀로서의 역할은 하고 싶다. 그런 말인가.”

       “예. 그런 듯합니다.”

       

       

       튀르키예 국민정부 측에는 무기를, 그리고 독립하고 싶어하는 쿠르드인들에게는 의료진만 보낸다. 이건 좀. 러시아 손에 놀아나는 기분이지만.

       

       

       “러시아 의료진이 있는 지역은 피해서 공격하지. 최근 복벽주의자들의 반란도 있었으니, 이참에 저쪽은 확실히 눌러야겠어. 내가 직접 가지. 자네는 모스크바 방공 협정 날짜에 가야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바로 국민군을 움직이겠습니다.”

       

       

       아타튀르크는 이참에 러시아의 신무기들을 구경하고자 직접 군대를 끌고 쿠르드족이 진을 친 아라라트 산까지 진격했다.

       

       한편, 러시아의 지원을 기대했던 이흐산 누리 파샤와 비로예 헤스키 텔리는 러시아의 무기와 의료진 지원에 고마워하면서도 아쉬워했다.

       

       솔직한 말로 이들은 전투병력을 기대했다.

       

       동로마땅을 되찾겠다고 폰토스 그리스까지 성립해버렸으면서, 이 기회를 버리겠다는 의미인가.

       

       딱 적당한 명분일 텐데.

       

       

       “전투병력 지원은 무리라고 합니다. 러시아는 많은 전쟁을 치러 그럴 여력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으으음. 이건 아쉽군.”

       

       

       그 많은 군대가 있으면서 전쟁을 치를 여력이 없다니.

       

       이건 러시아의 차리나가 쿠르드인이 아닌 튀르키예편을 들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무기를 지원해준 것은 저쪽 사정을 봐줘서라 봐야 할 테고.

       

       

       “그래도 무기는 지원해 줬으니 다행 아닙니까? 애초에 우리는 차리나를 언급하며 이용하려고 했으니. 이 정도만으로 감지덕지합니다.”

       

       

       하긴 무기까지 지원받았으니 너무 많은 걸 바랄 수는 없다.

       

       애초에 아무런 기대도 안 하고 툭 질러본 것이니까.

       

       당장 대전쟁 승전국들이 쿠르디스탄 건국도 약속대로 보장해줬으면 모를까.

       

       

       “그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 해도 튀르키예 놈들도 우리의 독립 의지는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이흐산 누리 파샤는 각오를 굳게 다졌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튀르키예 독립전쟁 때, 러시아가 개입하고 아타튀르크가 굴복한 상황을 보고 쿠르드인들을 빠르게 규합했고 들고 일어났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이흐산 누리 파샤! 튀르키예 놈들이 병력을 동원했습니다!”

       “올 것이 왔다는 말인가?”

       

       

       이흐산 누리 파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록 전력 차는 분명하겠지만, 져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독립의 열기를 띄울 수 있을까.

       

       아직 튀르키예 내부가 복벽주의자나 반세속주의자 문제로 난리가 났을 때, 지금이야말로 비로소 기회라 할 수 있다.

       

       절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으리라.

       

       그리고.

       

       

       쉬이이이잉 퍼어엉 퍼버어엉!

       

       아라라트 산에는 러시아가 보낸 폭격기를 이용해 튀르키예군이 폭격을 하기 시작했고. 산 아래에서도 전차를 앞세워 뒤따라온 튀르키예 보병들이 몰려왔다.

       

       

       “뭐야, 저건 도대체.”

       “저 전차라는 것은 우리 무기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젠장.”

       “저 무기들은 다 어디서 난 거야?”

       

       

       그나마 튀르키예 보병들은 어떻게든 상대할 수는 있지만, 저 폭격기는 정말 처리할 방법 없었다.

       

       이렇다 할 대공포도 없는 시기이며, 아라라트 산에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 버티는 처지인 쿠르드인들이 기관총이라도 감지덕지긴 했다.

       

       그런 상황에서 폭격기는 아라라트산의 쿠르드인들에게는 최악이었다.

       

       

       “사방에서 튀르키예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젠장 일단 싸우고 봐!”

       

       

       이흐산 누리 파샤와 비로예 헤스키 텔리가 일으킨 쿠르드 독립전쟁은 쿠르드까지 잃지는 않겠다는 아타튀르크의 강렬한 의지로 무장한 튀르키예 국민군의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실제 역사와 달리 이들은 아라라트 산에 나라를 세우기 전부터 아타튀르크의 군대에 의해 무너지고, 산 끄트머리에서 저항하는 처지로 몰락했다.

       

       물론, 튀르키예군이 쿠르드인을 완전히 진압했다고 하기에는 좀 아니었다.

       

       

       타다다다다다

       

       

       산 위에 설치된 기관총은 감당이 되지 않았다.

       

       하필이면 러시아군이 천중밍을 지원하고 남는 걸 전부 넘겨버린 탓이었다.

       

       물론 쿠르드족은 뿔뿔이 흩어져서 나라를 못 세울 지경이 되었으니 아타튀르크는 현지에 파견한 병력에 남은 쿠르드족 반란군 토벌을 맡기고, 자신은 다시 앙카라로 돌아갔다.

       

       그러나.

       

       

       “산 위에 기관총이라니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산 위로는 전차 못 간다고!”

       “폭격이라도 제대로 해 봐!”

       

       

       예상외로 아라라트산의 산악지대에서의 전투는 오래 지속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퇴고가 오래 걸렸네요. 죄송합니다. ㅠ

    이 세계선의 독일은 나치독일과 다른 의미로 악역의 축으로 활약할 예정입니다.

    비로예 헤스키 텔리는 젤랄리 부족, 헤세난, 헤이데란 하위부족들을 데리고 반공화국 운동을 주도하면서 1926년 5월에 아라라트 부근에서 튀르키에군을 격파하고, 오스만 제국군 출신인 이흐산 누리의 독립국가 결의안이 받아들여지면서 비로예 헤스키 텔리는 초대 대통령, 이흐산 누리는 초대 국방장관이 되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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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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