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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취익! 모른다!”

        ​

        대충 도망가는 오크 중 한 마리를 잡았더니 냅다 내뱉은 말이었다.

        ​

        “나,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도망을 가?”

        ​

        “취익!”

        ​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

        이 오크가 방울을 무서워한다는 것.

        ​

        지금까지 내 방울을 무서워 하는 존재는 언데드 밖에 없었다.

        ​

        몬스터라서 무서워하는 걸까?

        ​

        스윽 –

        ​

        방울을 들어 올리니 몸을 떠는 오크.

        ​

        움찔.

        ​

        “흔든다?”

        ​

        “살려달라!”

        ​

        “그러니까 왜 도망갔냐고.”

        ​

        눈치를 보던 오크가 떠듬떠듬 입을 열기 시작했다.

        ​

        “오크샤먼에게는 신비한 힘이 있다.”

        ​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

        이곳에 와서 유일하게 영감이 뛰어난 놈이었으니까.

        ​

        영혼을 보지는 못하지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특이한 놈.

        ​

        나 또한 냄새를 맡을 때가 있으니, 그걸로 뭔가를 할 수 있기는 할 것이다.

        ​

        “그놈이 굴락 맞지?”

        ​

        “맞다! 굴락이 지팡이를 휘두르면 오크가 죽는다. 죽은 오크는 지팡이가 된다.”

        ​

        “….?”

        ​

        “취익! 죽음의 예언!”

        ​

        역시나 네크로맨서와 얽히더니 결국은 안 좋은 길로 빠진 걸까.

        ​

        대충 설명만 들어보면 저주와도 흡사해 보였다.

        ​

        “이 새끼 역시 그때 절벽에서 밀어 버렸어야 했어.”

        ​

        “살려달라!”

        ​

        “너 말고.”

        ​

        후회의 감정이 밀려오는 그때, 오크의 영혼이 옆에서 세차게 고개를 젓고 있었다.

        ​

        그게 아니라는 듯이.

        ​

        “계속 설명해 봐.”

        ​

        “취익!”

        ​

        이놈의 설명이 제법 자세했다.

        ​

        굴락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오크를 가리킨다.

        ​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약해지겠군.’

        ​

        그 죽음의 예언이라는 걸 받은 놈들은 여지없이 죽었다고 설명하는 오크.

        ​

        이 설명을 들은 클로셀 영감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

        “죽음을 점쳐주는 것 아닌가? 신비하군, 오크에게 그런능력이 있다니.”

        ​

        내가 듣기에도 영감님의 말이 더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

        아마도 죽을 놈의 냄새를 맡은 것이겠지.

        ​

        그런데 이것과 나를 무서워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

        오크가 다시 한번 설명을 시작했다.

        ​

        “오크샤먼 굴락, 항상 인간샤먼의 존재를 말했다.”

        ​

        “나를?”

        ​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 위대한 영혼과 동행하는 자.”

        ​

        부르르.

        ​

        말을 하던 오크가 돌연 몸을 떨었다.

        ​

        “굴락, 위대한 영혼의 앞에서 숨조차 쉴 수 없었다고 했다.”

        ​

        이 말을 들으니,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

        굴락을 처음 만났을 때 점사를 봐주었다.

        ​

        무려 무당이 되고 처음으로 받은 공수.

        ​

        내 기억으로는 그때 굴락이 바닥에 엎드려 있긴 했었다.

        ​

        “인간샤먼 크리스, 굴락보다 강하다! 죽음의 예언을 받으면 바로 죽는다!”

        ​

        “…..?”

        ​

        “지,지팡이가 되기 싫다! 살려달라!”

        ​

        그 지팡이라는 게 어떻게 생긴 것인지 상당히 궁금한 순간이었다.

        ​

        죽은 애들을 지팡이로 만들어?

        ​

        이걸 들으니 다시 나쁜 길로 빠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역시 직접 만나는게 제일 빠를 것 같기도 했다.

        ​

        “그래서 그놈 지금 어디 있는데?”

        ​

        “말할 수 없다.”

        ​

        “말하는 게 좋은텐데?”

        ​

        “최후의 샤먼. 이것만큼은 죽어도 말할 수 없다!”

        ​

        아까부터 살려달라던 놈이 죽어도 말을 못 한다고 하다니….

        ​

        최후의 샤먼이라는 말도 찝찝했다.

        ​

        형제가 있었다는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

        두 눈을 부릅뜨고 있던 오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취익! 오크는 은혜를 갚는다! 굴락, 때가되면 스승을 찾아간다고 했다.”

        ​

        “….?”

        ​

        스승?

        ​

        오크샤먼에게 스승이 있다면 최후의 샤먼이 아니지 않나?

        ​

        하지만 곧 나를 쳐다보는 놈의 눈빛에 스승이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

        “나?”

        ​

        고개를 돌려 영혼을 쳐다 보니 놈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웃긴 것은 두 놈의 생김새가 닮았다는 것.

        ​

        이놈들도 형제이려나?

        ​

        “곧 찾아간다! 인간샤먼, 재촉하지 말라.”

        ​

        “흐음…”

        ​

        어찌 되었든 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놈이었다.

        ​

        대충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니, 옆에 있던 영혼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

        – ….

        ​

        오크새끼 주제에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놈.

        ​

        인간에게 몬스터는 죽여 없애야 하는 존재이니 저런 표정도 당연할 것이다.

        ​

        “안죽여 임마.”

        ​

        “취익?”

        ​

        “얼른 가.”

        ​

        내 말에 영감들이 나를 쳐다 봤다.

        ​

        “어디로 가는지 안 물어도 되겠는가?”

        ​

        “상관없어요. 여기로 가나, 저기로 가나 어차피 만날 거라서.”

        ​

        내가 말했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

        ​

        하지만 내 일행은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였다.

        ​

        드잔트를 빼고는.

        ​

        “이상한 오크에 이상한 인간이로군.”

        ​

        “같이 다니다 보면 늘 있는 일이라네.”

        ​

        “자네도 크리스에게 점이라는 것을 봐보게나.”

        ​

        “관심 없다.”

        ​

        오크와 그를 따라다니던 영혼이 멀어졌다.

        ​

        그래도 조상의 영혼이 따라다니니,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면 무사히 넘길 터.

        ​

        굴락에게 무사히 도착하지 싶었다.

        ​

        “허.”

        ​

        파라몬 영감의 웃음소리였다.

        ​

        그것도 기가차다는 듯한.

        ​

        “자네, 이제는 하다 하다 오크샤먼의 스승이 되었는가?”

        ​

        “제자를 들일 생각은 없는데요…?”

        ​

        “대륙의 종족을 모두 동료로 만드는군. 그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으로 말일세.”

        ​

        영감님의 눈빛이 느끼해졌다.

        ​

        보통 나에 대해 오해를 할 때 저런 눈빛을 보내고는 했으니.

        ​

        “능력을 빼고서라도 자네는 훌륭하군. 기사가 되었으면 참 좋으련만…”

        ​

        “마법사가 되었어도 훌륭했을 것이네.”

        ​

        이건 뭐 거의 예쁜 손주를 보는 눈빛이었다.

        ​

        “한번씩 도와 준것밖에 없어요.”

        ​

        그렇지 않은가.

        ​

        엘프 한 번.

        ​

        교단 한 번.

        ​

        오크 한 번.

        ​

        여러 번도 아니고 한번이었다.

        ​

        오히려 이런 대접이 과한 것이다.

        ​

        “그렇지는 않아요.”

        ​

        조용히 뒤에 있던 세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

        “세계수의 타락은 곧 엘프 전체의 타락을 의미한답니다.”

        ​

        “당산나무 하나 가지고…”

        ​

        “다 죽었거나…”

        ​

        세레나의 얼굴에 슬픔이 깃들었다.

        ​

        “다크 엘프가 되었을 거예요.”

        ​

        사연이 많으면 사람이 조용해진다.

        ​

        파라몬 영감님도 그렇고, 세레나도 그렇다.

        ​

        언제쯤 다 괜찮아질런지….

        ​

        “가시죠.”

        ​

        다시 길을 걸으려다 멈춰 섰다.

        ​

        잊고 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

        “미친…알루어드를 두고 왔네.”

        ​

        흠칫.

        ​

        “…..”

        ​

        “….그렇군. 그 친구를 두고왔군.”

        ​

        내 말에 일행들이 일제히 쭈뼛거리며 멈춰 섰다.

        ​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

        클로셀 영감님을 제외하고는.

        ​

        “내가 연락해 두었네.”

        ​

        “큰일 날뻔했네요. 어디쯤이래요?”

        ​

        “우리의 목적지만 알려주었네. 해야 할 일이 있는 게 아니었는가?”

        ​

        나와 루나를 따라다니는 게 알루어드의 일이 아니었던가?

        ​

        나에게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

        “교단에서 뭘 시킨건가요?”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가?”

        ​

        “….?”

        ​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

       그럼 저걸 누구한테 물어야 한다는 말인가?

        ​

        클로셀 영감이 의미 모를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자네, 알루어드를 아이에게 보낼 때 말일세.”

        ​

        “네?”

        ​

        “뒷짐을 지고 있었다네.”

        ​

        “제가요?”

        ​

        공수를 받지는 않았었다.

        ​

        유난히 아이가 눈에 들어왔고, 도움을 주었을 뿐.

        ​

        애초에 그런 거 하라고 있는 게 신관들이었으니까.

        ​

        “보통 그럴 때는 신비한 일이 일어나더군. 그래서 그냥 두었네.”

        ​

        “…이것도 발복인가?”

        ​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

        동자신을 받은 무당은 아기의 말투를 닮아간다.

        ​

        신령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

        애동제자때 저절로 노인이나 아기의 말투가 나오는 것과는 다르다.

        ​

        조금씩 모시는 신령을 닮아간다고도 말할 수 있다.

        ​

        어쨌든 신제자의 신분을 가지는 게 무속인이니까.

        ​

        무업을 공부라고도 칭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

        그때, 자고 있던 루나가 일어나며 몸을 바둥거렸다.

        ​

        “빠!”

        ​

        “응?”

        ​

        “조! 우음…”

        ​

        루나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했지만, 답답해 보였다.

        ​

        아직 할 줄 아는 말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

        “아우으…!루나! 조!”

        ​

        “루나랑 알루어드랑?”

        ​

        도리도리.

        ​

        바둥바둥.

        ​

        “아우아우!”

        ​

        루나의 행동에 영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파라몬 영감이 내어깨를 두드렸다.

        ​

        “아기들은 갑자기 쑥쑥 커 있다네.”

        ​

        클로셀 영감도.

        ​

        “성녀의 경우는 많이 빠르지만 말일세. 말을 하려는 걸 보니 빨리 크는군.”

        ​

        영감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루나.

        ​

        루나가 내 등을 툭툭 건드렸다.

        ​

        “우움…루나, 커!”

        ​

        “응…?”

        ​

        “허어…벌써 배웠단 말인가? 방금의 대화에서 배운 것인가.”

        ​

        “빠! 루나, 커! 자우! 조!”

        ​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칭찬?

        ​

        뭔가 기쁨이 차오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어색했다.

        ​

        조용히 품 안에서 과자를 하나 꺼낼 뿐.

        ​

        “까! 꺄륵!”

        ​

        영감들이 우리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

        “보기 좋은 남매로구만.”

        ​

        “허허.”

        ​

        ***

        ​

        “곧, 보일 것이네.”

        ​

        이틀 정도를 걸어온 것 같다.

        ​

        서두르지 않고 걸어왔으니,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은 셈.

        ​

        영감의 말이 있고 얼마 안 가 멀리서 성하나가 보였다.

        ​

        “도착이군.”

        ​

        성벽 위로 줄 지어 서 있는 왕국의 병사들.

        ​

        그리고 열려진 성문.

        ​

        확실히 평화로웠다.

        ​

        별것 없는 광경이었지만, 유난히 내 시선은 잡아끄는 것이 하나 있었다.

        ​

        “혹시…”

        ​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하르프 왕국의 깃발.

        ​

        나라를 대표하는 깃발에는 많은 것들이 깃든다.

        ​

        그 자체가 상징이기 때문이다.

        ​

        그런데 이것이 상태가 이상했다.

        ​

       자꾸만 고개를 드는 허전한 느낌.

        ​

        “하르프 왕국에는 왕이 없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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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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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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