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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아유, 우리 귀여운 아르. 내가 안 떠난다고 한 게 그렇게 좋았어?”

       “쀼우우웃!”

       

       실비아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르를 안아 주었다.

       

       어찌나 기뻤는지 아르는 꼬리뿐만 아니라 날개까지 파닥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아르가 실비아 씨한테 진짜 정이 많이 들었나 보네.’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실비아랑 결혼하라고 하고, 헤어질 것 같으니 좋아하던 과자도 충격에 툭 떨어뜨리고 입에 대지도 않고….

       

       그러다가 실비아 씨랑 같이 다니기로 하니 저렇게 좋아하다니.

       

       ‘이거, 아르 때문에라도 실비아 씨랑은 같이 다녀야겠는데.’

       

       만약 실비아 씨랑 진짜로 헤어지면 아르가 얼마나 슬퍼하고 풀 죽어 있을지….

       

       ‘이렇게 된 이상 실비아 씨한테 절대 피해가 안 가도록 빨리 성장을 해야겠어.’

       

       내가 실비아와 이번에 갈라서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무트교 놈들이 나를 찾아냈을 때, 아무 죄 없는 실비아의 목숨이 위험해질까 봐서였다. 

       

       ‘나는 지금 객관적으로 아르와 힘을 합쳐도 실비아 씨보다 약하니까.’

       

       하지만 앞으로 최후의 은룡인 아르와 함께 계속 레벨업을 해 나간다면.

       

       나야 백날 수련해도 단검술로 실비아를 뛰어넘을 수 없을지 몰라도, 성장한 아르의 힘을 빌리고 내 힘까지 보탠다면 훗날에는 실비아를 뛰어넘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하무트교 놈들을 만나더라도 나와 아르가 힘을 합쳐 실비아 씨를 지켜 낼 수 있을 거야.’

       

       말이 지켜 내는 거지, 실비아 씨도 어느 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강자.

       

       아르의 마법에 실비아의 검술이면 하무트교 놈들이라고 해도 절대 만만히 볼 수 없을 것이다. 

       

       ‘캐머해릴에서 남아 있는 꿀 사냥터를 의뢰 없이라도 빨리 해치우고 남쪽으로 움직이는 게 낫겠어.’

       

       대륙의 북쪽은 땅이 척박할뿐더러, 무엇보다 원래 「레키온 사가」의 보스였던 마왕 바할라크가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게다가 지금 난 하무트, 바할라크 말고도 마신 라데스의 씨앗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각종 판타지 소설 및 게임을 섭렵해 온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다른 마왕들 역시 척박하고 사람이 잘 살지 않는 북쪽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중에 레키온이 마왕을 잡으러 다닐 때 숟가락을 얹든, 아니면 내가 직접 아르와 마왕들을 잡으러 가든, 북쪽으로 가는 건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친 이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남쪽은 일단 따뜻하잖아.’

       

       따뜻한 대륙 남쪽에는 풍경 좋고 물 좋은 휴양지도 많고, 직접 먹어 본 적은 없지만 게임 내 텍스트에 따르면 음식들이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카르사유의 말에 따르면 아르랑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신뢰의 힘을 쌓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강해지는 방법이라 했으니….

       

       ‘강해지려면 남쪽으로 가야지. 암.’

       

       절대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가는 게 아니다.

       

       내가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우고 있는 동안에도, 실비아는 아르를 껴안고 토닥여 주고, 손으로 들어올리며 놀아 주고 있었다. 

       

       “쀼우!”

       “헤헤, 귀여운 아르. 덩치는 커 가지고 어째 더 귀여워졌어? 응?”

       

       실비아는 자신의 손에 들린 아르를 얼굴 가까이 데리고 와, 아르의 볼에 입을 쪽 맞추었다.

       

       “쀼웃?!”

       

        아르는 생각지 못했던 뽀뽀에 놀란 듯 눈이 땡그래졌다. 

       

       실비아는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더 놀란 듯 아르에게 물었다.

       

       “어, 아르야. 혹시 뽀뽀, 그러니까 볼에 입 맞추는 건 처음 받아 보는 거니?”

       “쀼, 쀼우!”

       

       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는 뽀뽀의 감촉이 신기했는지 손으로 방금 실비아가 뽀뽀한 자리를 만져 보았다.

       

       “이런…. 레온 씨, 생각보다 매정한 남자였군요. 귀여운 아르한테 아직 뽀뽀 한 번 안 해 줬다니.”

       “…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내가 당황하는 동안, 실비아는 아르에게 뽀뽀가 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르야, 이건 뽀뽀라고 하는 건데, 엄청 좋아하는 사람끼리 교감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보면 돼.”

       “쀼쀼?”

       “뽀뽀.”

       “쀼쀼.”

       “그래. 다르게 말하면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어.”

       “쀼쀼!”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말에 아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르의 반응을 체크한 실비아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레온 씨는 우리 아르한테 아직도 그걸 안 해줬다니, 너무하네.”

       “쀼웃!”

       

       실비아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자, 아르도 대번에 나를 돌아보며 눈을 깜박였다. 

       

       “쀼쀼!”

       “…….”

       

       아르는 대략 ‘레온! 넘무해! 아르한테 얼른 뽀뽀해 조!’라고 외치고 있었다. 

       

       “자, 아르야. 레온 씨한테 가자! 하나, 둘, 셋!”

       “쀼웃!”

       

       실비아가 셋을 세며 아르를 놓아 주자, 아르는 내 품에 폴싹 안겼다.

       

       “허허….”

       

       나는 아르를 받아 안아 든 채, 기대에 가득 찬 아르의 눈을 마주 보았다. 

       

       ‘물론 우리 귀여운 아르한테 뽀뽀해 주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않지만….

       않지만…….

       

       ‘갑자기 뽀뽀라니, 너무 어색하잖아!’

       

       사실 그동안 아르가 세상 모르고 헤벌쭉한 표정으로 자는 모습을 볼 때마다 뽀뽀해 주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많았지. 

       

       하지만 부모님한테도 뽀뽀란 걸 해 본 적이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없는 나로서는 뽀뽀를 하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어색했다. 

       

       게다가 아르와 계약한 초기에는 마음대로 뽀뽀 같은 걸 했다가 아르가 싫어할까 봐 안 했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안 하다가 갑자기 하면 또 이상할까 봐 하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 흘러 지금이 된 것인데….

       

       “쀼쀼!”

       

       …이렇게 또 막상 멍석을 깔아 주니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서요, 레온 씨. 그러다 아르 삐치겠어요.”

       

       아르는 어느새 실비아에게 뽀뽀를 받지 않은 반대편 볼을 내게 쭉 내밀고 있었다. 

       

       ‘빵실해….’

       

       당장이라도 손으로 잡고 쭉쭉 늘리고 싶은 빵실한 볼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래. 아르가 해 달라는데. 해 줘야지.’

       

       어느새 미소와 함께 어색함이 풀린 나는, 아르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춰 주었다. 

       

       “쀼쀼!”

       

       쀼쀼, 아니 뽀뽀를 받은 아르는 볼이 발그레해진 채 꼬리를 쭈욱 폈다. 

       

       “봐요. 아르도 좋아하잖아요.”

       “크흠.”

       

       내가 헛기침을 하자, 실비아는 또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아르에게 말했다. 

       

       “아르야. 뽀뽀 다음으로 하는 것도 있는데, 뭔지 알려 줄….”

       “으아아아! 거기까지 해 주세요, 실비아 씨!”

       “쀼쀼?”

       

       ***

       

       우리는 캐머해릴을 떠나기 전, 3일 동안 내가 아는 꿀 사냥터 자리를 돌면서 마물을 사냥했다.

        

       원래는 느긋하게 해당 사냥터의 마물을 잡아 달라는 의뢰가 나올 때쯤 길드에 가서 수주를 한 뒤, 사냥을 하면서 레벨업도 하고 의뢰비도 받아 꿩 먹고 알까지 먹고 싶었지만, 떠나기로 한 이상 그걸 더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신 사냥터 근처에 나는 약초나 버섯 같은 걸 채집해 달라는 의뢰를 수주해서 그쪽으로 가는 김에 채집하긴 했다. 

       

       ‘어차피 나도 사냥터를 갈 때 명분이 필요하긴 하니까.’

       

       실비아 씨한테 ‘내가 전에 레키온 사가를 해 봐서 아는데, 여기가 꿀 사냥터 자리거든요’라고 하면서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여튼, 3일 동안 부지런히 사냥을 한 결과, 나와 아르는 각각 25레벨, 26레벨을 찍는 데에 성공했다.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떠나는 날, 용병 길드 사람들은 의뢰 나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전부 다 나와서 우릴 배웅해 주었다. 

       

       “형님!! 누님!! 건강하셔야 합니다!!”

       “아르야아아아아!!!”

       “보고 싶을 거다, 아르야!!”

       “아르야!!!”

       

       …왠지 나랑 실비아 씨를 부르는 목소리보다 아르를 부르는 목소리가 더 많은 거 같긴 하지만.

       

       “그럼, 가 보겠습니다.”

       “부디 몸 조심하시고, 추후에 언제든 또 찾아와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길드장과 악수를 나눈 나는 아르, 실비아와 함께 캐머해릴을 떠났다. 

       

       “이제 어디로 가실 거예요?”

       “남쪽으로 갈 생각이에요. 따뜻한 곳이라 지내기 좋기도 하고, 하무트교 놈들의 눈을 피하려면 남쪽이 나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대륙 남쪽에는 내가 반드시 조사해 봐야 할 게 한 가지 있다.

       

       「레키온 사가」의 원래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마왕 바할라크를 잡고 난 뒤, 남쪽에서 레드 드래곤이 난동을 부리며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사건.

       

       그 사건의 전말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레키온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용사야. 스토리에서는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고 인간을 학살한 드래곤을 적으로 간주하고 레드 드래곤을 처치했었지.’

       

       그리고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여긴 레키온은 동면 중인 드래곤들을 찾아 다니며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었고, 그렇게 대륙의 평화를 지켰다. 

       

       아니, 대륙의 평화를 지켰다고 생각했다. 

       

       ‘엔딩 이후의 세계에 어떤 끔찍한 재앙이 닥쳐 올 줄도 모르고 말이지.’

       

       이대로 스토리처럼 레키온과 드래곤이 대립하게 되면 마신 및 마왕과 싸울 소중한 아군을 잃는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레키온이 드래곤을 적으로 취급하게 되면 우리 아르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어.’

       

       그 사건만 어떻게든 막으면, 레키온이 드래곤을 우호적으로 대하지는 않을지언정 완전히 적대하지는 않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일단 사건이 일어난 도시, 로하튼으로 간다. 그리고 레드 드래곤에 대한 단서를 틈틈이 수집해 보는 거야.’

       

       로하튼까지 가는 동안 어떤 도시들을 들를지도 이미 생각해 두었다. 

       

       마차를 구한 우리는 짐을 싣고 푹신한 좌석에 앉았다. 

       곧 마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 왔다.

       

       “출발하겠습니다!”

       “쀼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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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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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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