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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음. 내가 너무 눈치가 없었던 모양이다.

         

       흑묘는 지금 혁기린을 마주하면서 꽤나 복잡한 심정에 시달리고 있겠지. 흑묘 입장에서는 빠르게 지금 자리를 빠르게 정리해주었으면 하는 거려나.

         

       향후 일정만 빠르게 확인하고 빠지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혁기린 대협께서는 앞으로 어찌 움직이실 생각이신지요.”

         

       “우선은 산적들을 만나 담판을 지어 볼까 합니다.”

         

       혁기린 본인도 딱히 산적들을 만난다고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여기는 얼굴이었지만 뭐 필요한 일이긴 하지.

         

       대면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잔뜩 있다.

         

       “그때도 낭인분의 식견과 지혜를 빌리고 싶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보통 외부 호위는 중요한 자리에는 동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요 정보까지 공유하겠다는 것일까.

         

       나야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으면 좋지.

         

       “후후 과연 듣던 대로 협의지심 넘치시는 분. 이 혁모가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허허, 별 말씀을.”

         

       “크흠!”

         

       흑묘가 헛기침을 했다.

         

       “낮에 산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내일은 새벽같이 출발해야 할 듯 합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겠군요.”

         

       혁기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흑묘가 소매를 붙잡았다.

         

       “무슨 일이야.”

         

       “선배. 너무 헤픈 것 아니에요?”

         

       “으음?”

         

       “혁기린이 칭찬 몇 마디 해주니까 헤벌쭉 해서는…산적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사지에 홀랑 뛰어들겠다고 약속하면 어떻게 해요!”

         

       “기왕 혁기린이랑 동행까지 하는데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뽑아 먹어야지. 그리고 위험도를 생각하면 우리가 혁기린이랑 최대한 붙어 있는 편이 맞아. 산적들과 갈등이 일어났을 때 상황을 알아야 끼어들기라도 하지.”

         

       “그래도..!”

         

       음.

         

       내가 또 너무 배려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지금 흑묘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 없을 터. 혁기린과 마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흑묘는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고 싶을 텐데 내가 나서는 바람에 혁기린과 더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버린 것이다.

         

       “하하, 걱정하지 마라. 내가 혁기린이랑 딱 붙어 있을게.”

         

       “….선배?”

         

       “너는 멀찌감치서 마음을 좀 추스르고 있으렴. 혁기린은 내가 잘 챙기면 되니까.”

         

       흑묘가 부들부들 떨었다. 음. 뭐랄까 너무 노골적으로 말했나? 흑묘는 혁기린에게 마음을 품었다는 걸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선배! 혁기린에게 관심 같은 거 없었다고 했잖아요!”

         

       “응. 그래 이해해. 그냥 혁기린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그러니까 혁기린이랑 단둘이 있을 테니까 너는 원거리 경호 핑계로 좀 떨어져 있으렴. 내가 혁기린한테는 말 잘 하면 되니까!”

         

       나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객실에 올라가기 위해 후다닥 도망쳤다. 흑묘도 잠자리에 들어서 이불을 뻥뻥 차고 나면 감정이 좀 정리될 터. 지금 한창 감정이 격렬할 흑묘에게 시달리느니 내일 보는게 낫지.

         

       “그럼 그렇게 하는거다!”

         

       “선배! 선배애애!”

         

       나는 흑묘의 외침을 외면하며 재빨리 객실로 도망쳤다.

         

       *** ***

         

       다음 날 아침.

         

       다각. 다각.

         

       기묘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제 흑묘에게 이야기한 대로 혁기린에게 말을 가까이 몰았다.

         

       그랬더니 흑묘가 말을 몰아 나와 혁기린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이냐는 의미를 담아 쳐다보았더니 흑묘는 고개를 팩 돌렸다.

         

       전음이라도 오려나 싶어서 기다렸는데 고개만 돌린 채 말이 없는 흑묘.

         

       혁기린은 어색한 표정으로 흑묘에게 말을 걸었다.

         

       “음. 소저. 혹시 이 혁 모에게 볼일이라도?”

         

       나와 혁기린 사이에 끼어든 흑묘. 그리고 나에게서 고개를 돌린 상태다. 그러면 흑묘는 계속 혁기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흑영기공 때문에 흑묘의 시선을 정확히 할 수 없는 상태이니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가 있는 것만으로도 혁기린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겠지.

         

       “…별 일 아니랍니다.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요.”

         

       “하하, 아닙니다. 이렇게 나란히 가니 나름 단란하고 좋군요.”

         

       혁기린이 애매하게 웃으며 흑묘를 바라보았고 흑묘는 혁기린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게 미안하기는 했는지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음 그러고보니까…나랑 대화를 하면…결국 선배랑 대화를 안 하는 셈이니…이런 방법이 있었구나..어차피 매혹효과도 없을 테니까…”

         

       뭐라 중얼거리던 흑묘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혁 소협!”

         

       “네. 말씀하시지요.”

         

       “혁 소협께서는 산적 퇴치를 위해 점창파에서 달려 오신 건가요?”

         

       “음…사실 조금은 다릅니다.”

         

       혁기린은 쓴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보니 두 분께서는 제 사매의 사정에 대해서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와 흑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쉽겠군요. 사매 때문이지요. 적어도 사매가 온전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게 해 주고 싶어서 이리 사문을 뛰쳐 나오게 되었지요.”

         

       “그렇군요. 여일예 소저와 많이 친하신가봐요. 이렇게 손수 나서실 정도라면.”

         

       “글쎄요. 친하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흐음. 이상한 말이네요. 이렇게 발로 뛰고 있음에도 친하지 않다는 건가요?”

         

       “제가 사매를 아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사매와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래요. 그냥 사매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이리 사문을 뛰쳐나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후훗, 혁 소협은 말을 어렵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군요.”

         

       “하하하. 그런 말을 자주 듣고는 합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흑묘가 무슨 심경의 변화를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제치고 혁기린을 전담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급변해버린 흑묘의 모습에 이게 뭔가 싶어 지켜보는 동안 두 사람의 대하는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고양이라. 본문에서도 먹을 것을 노리는 작은 친구들이 방문하고는 하지요. 하하. 그 작은 친구들이 좋아할 법한 것은 별로 없지만 말입니다.”

         

       “햇빛이 따끈따끈한 곳에 종이 상자라도 놓아 보세요. 먹을 게 없더라도 쉬고 가는 녀석들이 있답니다.”

         

       나는 갑자기 인싸들의 대화에 끼지 못해서 주변을 맴도는 아싸의 기분을 느꼈다. 혁기린은 겉은 남자의 모습이지만 알맹이는 여자. 순식간에 흑묘와 죽이 맞기 시작하더니 이런 저런 주제로 즐겁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후훗!”

         

       “하하하!”

         

       “와하하하하! 우핫핫핫핫!”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리면 나 역시 간간이 끼어들어 웃음을 터트려 주었지만 전혀 이야기에 끼어드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만 소외된 채로 말을 타고 이동하기를 한참.

         

       “산채가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산적들이 똬리를 튼 정남산에 도달했다.

         

       *** ***

         

       옥룡신협 혁기린은 눈에 옹이구멍이 달려 있지 않는 이상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호왕채와 맛있는 녀석들 소속의 산적들도 손쉽게 혁기린을 알아보았다.

         

       “살벌하구만.”

         

       수백 명의 산적이 우리를 포위한 채 살벌한 눈빛을 쏘아내는 상황. 나는 절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이 바짝 말랐지만 혁기린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후예십시의 필두다운 기개.

         

       수백명의 산적들이 내뿜는 사나운 기세를 혼자서 제압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산적들과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하고 있기를 한참. 간신히 산채 안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산채에 들어가니 중앙에 가니 네 사람이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뭐 하느라고 사람을 그리 오래 기다리게 하나 했더니 이런 허접한 연출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우리 녹립연합의 산채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그 위명이 자자한 옥룡신협을 만나는구만.”

         

       “옥룡신협 혁기린입니다.”

         

       “호왕채 채주 왕맹호요. 이쪽부터 팔보채 채주 중식당, 청경채 채주 녹채소, 진미채 채주 해물파요.”

         

       가벼운 소개가 오가자마자 혁기린은 곧바로 직구를 던졌다.

         

       “민중들의 고통이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울리고 있습니다. 즉각 약탈 행위를 중단하고 빼앗은 재물을 돌려 주세요.”

         

       “하하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 산중에는 산중의 법도가 있는 법! 아무리 점창파라 한들 산의 법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오!”

         

       “여러분들이 이 정남산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까? 당신들은 일을 크게 벌여도 너무 크게 벌였어요.”

         

       네 채주는 시선을 주고 받더니 코웃음을 쳤다.

         

       “그것은 그대가 걱정할 일이 아니오!”

         

       확실히 이 네 사람 뒤에는 배후가 있다. 고작해야 채주 네 명이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사천무림에서 전무후무할 일을 벌이는 와중인데 이렇게 침착하다고? 든든한 뒷배가 버티고 있으니 이런 자신감이 나오겠지.

         

       혁기린도 그런 사실을 직감했는지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조심하시오! 당신의 사매가 형제를 해쳤음을 우리 녹림칠십이채는 잊고 있지 않으니 말이오!”

         

       “사매와 막여부의 일은 그저 개인의 은원이었을 뿐입니다. 녹립칠십이채가 개인의 은원에 끼어들겠다면 점창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혁기린의 기세가 단번에 바뀌었다. 절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압박감이 좌중을 지배했다.

         

       “지, 지금 우리를 협박하는 것이오! 녹림칠십이채의 형제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점창은 천하를 혼란에 빠지게 할 것인가!”

         

       “내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막여부와 사매의 일은 개인적인 은원. 녹림칠십이채가 이를 입 밖에 내뱉는 순간 점창과 녹림칠십이채는 어느 한쪽이 이 중원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꿀꺽.

         

       혁기린의 매서운 기세와 서늘한 말투에 네 채주의 목젖이 연신 꿀렁거렸다.

         

       결국 무림은 힘이 모든 것을 말하는 법.

         

       점창의 진짜 전력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혁기린이랑 여일예만 산채 순회공연을 돌아도 녹림칠십이채는 몇 년 버티지도 못한다.

         

       혁기린이 산채에 직접 찾아온 이유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확실히 산적들이 이런 짓을 벌이면서 ‘이게 다 여일예 때문이다’라고 떠들고 다닌다 한들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것은 누구다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원망할 대상을 착각하는 이들은 이 세상에 적지 않게 존재한다.

         

       때로는 진실과 상관없이 의혹이 피어오르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일 때가 있으니까.

         

       혁기린은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산장을 방문해 경고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점창이 검을 내려놓고 사람을 구제하는 것에 힘쓰는 것은 사실이나 점창파의 도사들은 태양을 쏘아 떨어뜨린 후예의 기치를 받드는 자들. 필요하다 여기면 망설임 없이 적을 꿰뚫을 것이니 명심하십시오.”

         

       채주들은 창백한 안색으로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대단한 뒷배를 두었더라도 점창파의 검을 대신 맞아줄 수는 없을 테니까.

         

       “또한, 절대 사람을 해치지 마세요. 사람을 해쳤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점창과 관계없이 이 혁기린이 그대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니.”

         

       마지막으로 그 말만을 남긴 채 우리들은 산채를 떠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자님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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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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