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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별포크: 진짜요? 현실VR방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별포크: 네네네네네네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

       [별포크: 아]

       [별포크: 혹시 각자 다른 VR방에 가는 거라거나]

       [별포크: 저는 VR방에 가고 아따먹님은 방송으로 보신다거나]

       [별포크: 그런 거 아니죠???]

       [별포크: 진짜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좋은 생각]

        

       [별포크: 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이긴 하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역시 창의적이셔서……저라면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제가 좀 평범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라서요.]

        

       [별포크: ……저 아따먹님 방송 다 챙겨봤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별포크: 네……]

       [별포크: 아, 방송도 키실 건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음……오늘 방송은 오후 8시부터라고 이미 공지해서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미리 켜기는 조금……]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이니까요]

        

       [별포크: ……네, 저도 비방송이 더 좋아요]

       [별포크: 그런데 저도 시청자로서 소신발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혹시 둘이 보기 부담스러우실까봐]

        

       [별포크: 이거 맨날 하시는 말 돌리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른 분한테도 메시지 보내놨어요]

        

       [별포크: 네?]

       [별포크: 다른 분 누구요?]

        

       * * * *

        

       해가 중천에 떴다.

        

       다시 말해, 지금은 내가 활동하는 시간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멀쩡한 정신으로 앉아있는 건……그래. VR 덕분이다. 내가 살다 살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한밤중에 2시간 가까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 결과, 집에 도착하자마자 곯아떨어졌고- 그리하여 평소보다 일찍 잠든 덕분에, 무려 오전에 기상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운동도 하고, 생활패턴도 일반인과 비슷해지다니.

        

       이예리가 알면 좋아하겠는데.

        

       컨디션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무리하게 운동을 한 후유증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최근 산책을 자주 다닌 보람이 있네.

        

       그냥 술을 안 마시고 잠들어서 컨디션이 좋은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우리 알코올이 그럴 리가.

        

       알코올에는 여러 효능이 있다. 어색한 사이에는 친근감을 주고, 부끄러움 많은 자에게는 용기를 준다. 생각이 많은 자에게는 평온을 주며, 밤에 뒤척이는 망자에게는 휴식을 준다.

        

       아무렴, 시골 오리고기 집에 찾아가면 벽면에 붙어있는 ‘오리고기의 효능’보다야 과학적이고 설득력 있는 효능들이다.

        

       고개를 빙빙 돌리며, 어깨를 가볍게 스트레칭 해줬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쿠퍼 인대는 진짜 아프네. 정말로.

        

       이리 아플 수 있는 부위인 줄도 몰랐던 곳이 아프니, 더 고통스러운 느낌이었다.

        

       쉬엄쉬엄 할 때는 괜찮았는데. VR에 적응되고 나서, 평소 키보드 마우스로 시전하던 움직임을 재현하려 하면서부터는……부담이 상당하더라.

        

       아르바이트생이 쳐다보고 있지만 않았어도.

        

       처음에 어설프게 움직이는 걸 어쩌다 본 건지, 초짜에게 뭔가 훈수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로 안절부절못하며 바라보는 걸 목격한 순간……더 이상 참지 못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모습까지는 제법 볼만 했는데.

        

       ……아마 앞으로도 이런 건 못 참겠지. 다른 건 다 참아도 게임 못한다는 오해는 참을 수 없는 법이다.

       

       앞으로 VR을 하게 되면, 스포츠 브래지어는 아무리 답답해도 꼭 해야 하지 않을까. 현관문에 포스트잇이라도 붙여 놓자.

        

       생각난 김에 메모를 하고자 펜을 찾아 책상을 뒤적거리는 사이에, 모니터 구석에서 디스코스 메시지 알림이 떠올랐다.

        

       [아크: 오늘 2시요??]

       [아크: 되긴 할 거 같은데요……]

        

       아, 다행이네.

        

       아크가 어렵다면 레반이라도 부를까 생각했지만……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다.

        

       한 번 나쁜 물이 들었던 제자니까. 갱생이 됐다는 확신이 들기도 전에 금발 태닝 광전사를 만나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크: 혹시 야외 방송인가요?]

        

       역시 프로 스트리머는 다른 걸까. 별포크도 그렇고, 아크도 그렇고. 사람을 만나면 먼저 방송을 켜는지 여부부터 확인하는구나.

        

       조금 반성하게 된다. 내 시청자들은 야방 같은 거 관심 없을 테니, 괜찮겠지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방송은 안 켜기로 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크님은 켜셔도 상관 없는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는 이미 8시부터라고 공지해서요]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네 자세히 안 물어볼게요]

       [아크: 아무튼……그럼 별포크님이랑 셋이 보는 건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도적 플레이는 제가 봐드릴 건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기본 움직임은 아크님이 한 번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방송화면으로 봐서 긴가민가하긴 한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자세 교정도 좀 필요해 보이고 그렇다보니.]

        

       [아크: ?? 예나님께서 저보다 훨씬 잘 알려주실 것 같은데]

       [아크: 아]

       [아크: 예나님 설마 아직도 키마 유저셨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그렇긴 한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보다는……자세 교정할 때는 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요]

        

       [아크: 네, 자세 잡아드리는게 가르치기 편하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쵸. 그런데 아무래도, 여자분이시니까요. 제가 하긴 조금.]

        

       [아크: ???]

       [아크: 네 자세히 안 물어볼게요]

        

       ……채팅에서 체념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뭔가 찝찝한 기분에 다시 물어보려던 순간, 아크의 채팅이 이어졌다.

        

       [아크: 그러면 8시 6인큐도 같이 접속하나요?]

       [아크: 제 스튜디오는 방송 세팅상 2명 이상 게임하긴 힘들 거 같고…별포크님도 비슷하실 텐데.]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같이 VR방에서 할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니면 시간 맞춰 각자 귀가해도 되고…]

        

       [아크: 생각 안 하셨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조금 찔렸다. 어찌어찌……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라고 대충 생각했던 건 사실이었기에.

        

       의외로 서로 사는 곳이 제법 가깝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넉넉잡아 1시간 전까지만 헤어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나아가지 못했던 탓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별다른 준비시간 없이 방송을 시작할 수 있는 건 나 같은 노캠 스트리머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크와 별포크는 여자 스트리머니까. 화장에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려나. 애초에 외출할 때 화장이랑 그렇게 달라질 이유는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SYSTEM: (아크) 님이 (별포크) 님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을 초대하셨습니다! 그룹채팅을 즐겨보세요 😊]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무언가를 입력하다가 삭제하기를 반복하던 아크가 새로운 단체 대화방을 개설했다.

        

       [아크: 안녕하세요 별포크님!]

        

       [별포크: 앗 안녕하세요 아크님!]

        

       [아크: 여러모로 고생이 많으세요…]

        

       [별포크: 아니에요!! 무슨 일이신가용?]

        

       [아크: 오늘 아따먹님이랑 만나서 특훈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아크: 저도 같이 봐드리면 어떨까 얘기가 나왔어요]

       [아크: 괜찮으시면 셋이 8시 합방 전에 잠깐 보면 어떨까요?]

        

       [별포크: 앗 네네네!! 저야 너무 감사하죠!!]

       [별포크: 비루한 학생을 위해 귀한 분들이 두분이나ㅠㅠㅠㅠㅠ]

       [별포크: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별포크: 참 장소는 (링크) 원래 여기로 알아봤는데요…아크님 거리 머실 것 같아서 지금 다시 찾아보고 있어요]

        

       [아크: 이렇게 착한 분을…]

       [아크: 우리 그러면 2시에 카페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같이 VR방에서 2시간? 정도만 달린 후에 각자 귀가해서 준비하고 합방 시작하면 어떨까요?]

        

       [별포크: 네네 좋아요!!]

       

       아.

       

       장소는, 미리 점찍어둔 곳이 있었는데.

       

       잠시 채팅이 잦아든 틈을 타서, 힘겹게 끼어들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그러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여기서 뵐까요(링크)]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근처에 VR방도 있고, 3명 거리도 비슷해요]

        

       [아크: 예쁘네요! 좋아요]

       [아크: 그럼 저기서 2시에 봐요!! 전 얼른 준비하러 가볼게요]

        

       [별포크: 네네 곧 봬요!!!]

       

       다행히도,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

        

       그렇게 폭풍처럼 상황을 정리한 아크가 떠나가고- 새로이 생겨난 단체 채팅방에 적막이 찾아왔다.

        

       아크……유능하네. 막연했던 약속이 5분만에 모두 확정되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역시 현실에선 성실하고 꼼꼼한 스타일이구나. 나오나는 몰라도.

        

       어쩐지 약간 진이 빠지는 기분에, 의자에 깊게 드러누웠다.

        

       준비…….

        

       준비, 해야겠지.

        

       오랜만에 생긴 제자를 챙기고 싶은 마음에, 조금 즉흥적으로 약속을 잡아버렸는데.

        

       생각해보면 이거, 이예나로서 처음으로 타인을 만나는 약속 아닌가.

        

       언젠간 나가야 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언젠가 그리 한다면, 아마 처음 만나게 되는 건 아크일 거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니다.

        

       잡다한 상념을 애써 치우고, 침대로 자리를 옮겨 이불을 휘감으며 드러누웠다.

       

       시야 한 켠에 굳게 닫힌 현관문이 들어왔다. 지문인식으로 열리는 잠금장치까지 갖추고 있었던 덕에 열 수 있었던, 고마운 현관문. 

        

       조금만.

        

       조금만,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하는 시간을 가지고……그 다음에 신체적 준비를 해도 되지 않을까.

       

       어느샌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애써 일으켜, 냉장고에 쟁여뒀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파인트를 꺼내어 침대에 엎드렸다.

       

       그래.

       

       오늘 하루는, 힘 내는 걸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시방에서 술을 팔면 불법이라고 하네요. 모니터 파손 합의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연재시간을 새벽 1시로 조정할 예정입니다. 공지사항은 수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토요일 연재분은 시간을 앞당겨 곧이어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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