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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왕성 곳곳에 퍼져 있던 왕족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국왕의 명이라고 대충 불러대자 일말의 의심 없이 집무실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인 왕족들이 수십 명.

         

       왕족 중 하나가 물었다.

         

       ⌜전하는 어디 계시지?⌟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미리 준비해둔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뇌전의 기운을 머금은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왕족들의 몸을 옭아맸다.

         

       몇몇 눈치빠른 왕족들이 도망치려 했지만, 벽에 닿는 순간 똑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집무실 벽면이 온통 뇌전으로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짓이냐! 제정신인 게냐!⌟

         

       올리비아는 말 없이 왕족들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다음 지분 순서대로 정렬했다.

       졸지에 진열대 생선 꼴이 된 왕족들이 이를 악문 채 말했다.

         

       ⌜네 이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전하께서 네 안전을 약조하셨다고 한들, 이 작태를 방관하실거라 생각하는가?!⌟

         

       아쿠아르의 국왕은 올리비아로서도 벅찬 상대다. 일대 일이라면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지만, 크라우첼까지 가담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왕족들도 국왕의 강함을 알기 때문에 저렇게 당당한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같잖다는 듯 웃을 뿐이다.

         

       이곳에 있는 왕족들은 이미 ‘선별’된 자들이다.

       말이 통하는 왕족들은 국왕이 이미 따로 빼낸 상태였다.

         

       고로 이 자리에 있는 왕족들은 전부 소멸당해도 싼 놈들이었다.

         

       ‘그래도 가족인데. 패왕답게 화끈하시구만.’

         

       어쩌면 이미 죽은 자들이니 신경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영혼의 소멸도, 영원한 안식이라고 좋게 포장할 수 있으니까.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뭐 그리 화가 나셨을까요.”

       ⌜아무것도 안하다니! 우리가 장님으로 보이는가!⌟

         

       사방에서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아있었다면 얼굴이 씨뻘겋게 달아올랐을텐데, 그 광경을 못 보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고작 묶어둔 것 뿐이잖아요. 제가 여러분들을 고문하기를 했습니까, 죽여 패기를 했습니까?”

       ⌜정녕 이 작자가! 당장 풀지 못할까!⌟

       “소리치는건 저를 겁주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하기 위함입니까?”

         

       상황 파악 못하고 소리치던 왕족이 눈을 부릅뜨고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그런다고 주변에 들을 사람, 아니. 망령 없습니다. 목청 터져라 소리칠 시간에 힘이나 비축하세요. 누가 압니까. 몸부림치다 보면 풀릴지.”

       ⌜이런 미친 새끼가!⌟

         

       올리비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결국 왕족도 궁지에 몰리면 똑같다.

         

       “상황 파악이 안 돼?”

       ⌜뭐라?⌟

       “내가 지금 뒷배도 없이 이럴 것 같냐? 달려있는 게 있으면 생각이란 걸 좀 해봐. 이 머저리들아.”

         

       왕족들이 눈깔을 뒤룩뒤룩 굴려대는 사이, 올리비아는 얼음 조형으로 의자를 만들어 앉았다.

       서슬 퍼런 냉기에 왕족들이 꿈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설마……!⌟

         

       절망 어린 표정들을 보니 기분이 짜릿해진다.

         

       ‘나도 정상은 아니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괴물을 상대하는 자가 괴물이 되듯이, 미친 회귀자들을 상대하려면 이쪽도 어느 정도 미칠 수 밖에 없다.

         

       올리비아는 다리를 꼬고 삐딱하게 앉았다.

         

       “잘 들어. 지금부터 당신들을 팰거야. 당신들한테 물리력을 행사 못할 걱정은 안해도 돼. 마력 조금 두르면 패는건 일도 아니니까. 만약 이 중 한 명이라도 에스티를 용서하기를 거부한다면, 연대 책임으로 처음부터 다시 팰거다.”

       ⌜나, 나는 아니다! 나는 에스티를…….⌟

       “모르겠고, 해명은 처맞은 이후에 해라.”

       

       올리비아는 그대로 가장 앞에 있는 왕족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주먹을 처박았다.

       뇌전과 냉기가 골고루 섞인 주먹에 맞을 때마다 왕족이 고통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끄어어어억! 빌어먹을 년이!⌟

         

       왕족이 몸을 부르르 떨며 사기(死氣)를 끌어올렸지만, 마법진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었다.

         

       ⌜크흑, 크허허헉!⌟

         

       올리비아의 주먹은 매서웠다. 하지만 영혼을 소멸시킬 정도로 매섭지는 않았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전사가 아닌 마법사였고, 주먹에 담을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그만! 제발! 제발 그만!⌟

         

       그렇기에 매타작은 끝날 줄 몰랐다.

         

       뻐어어억!

         

       전류가 격렬하게 튀며, 놈이 몸을 부르르 떨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넝마와 다름 없는 그 모습에 더 이상 왕족의 품격은 없었다.

         

       ⌜그만……제발, 제발 그만해주십시오…….⌟

         

       왕족 중 제일 연장자가 꼬리를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다음.”

       

       서늘한 목소리에 왕족들이 움찔하며 올리비아를 올려다본다. 잘못 걸렸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안 나와?”

       ⌜모, 몸이 묶여 있어서…….⌟

       “그래서, 나보고 거기까지 가라고?”

       ⌜소, 속박만 풀어주시면 당장 가겠습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올리비아는 주먹을 들어 방금까지 팼던 왕족의 명치를 내리찍었다. 막 정신을 차리려던 왕족이 억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가아아아아악!⌟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오라고. 굴러서 오든, 기어서 오든.”

         

       이제는 왕족들도 올리비아의 인성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악마라도 본 듯이 굳어버린 얼굴이 그 증거였다.

         

       몇몇 왕족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요, 용서하겠다! 지분도 넘겨주마!⌟

       ⌜나, 나도……!⌟

       ⌜우리 모두 동의하겠소! 그러니까 제발!⌟

         

       올리비아의 주먹질이 멈추자, 왕족들의 눈빛에 희망이 깃들었다.

         

       ⌜고, 고맙…….⌟

         

       하지만 올리비아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 안나?”

       ⌜으응?⌟

       “한 명이라도 용서하기를 거부하면 처음부터 다시 팬다니까?”

         

       올리비아는 손가락으로 기절한 왕족을 가리켰다. 영혼의 일부가 부숴진 탓인지 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왕족들은 기절한 놈을 한 번 보고, 올리비아를 한 번 보았다.

         

       ⌜이, 이건 말도 안된다!⌟

       “그건 기절한 놈한테 따지고.”

         

       올리비아는 덜덜 떠는 왕족을 향해 주먹을 들었다.

         

       “기절할 것 같아도 버티라고. 하루 안에 끝내고 싶으면.”

         

         

       *****

         

         

       [……끝났군.]

         

       크라우첼은 벌써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삼켰다.

         

       이틀. 그 많은 망령들을 성불하는데 단 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밤잠을 설쳤다고 한들, 수만 명을 성불하는 데 이틀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직접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대단한 여자군. 아니, 이 정도는 되어야 성녀라고 불릴 수 있는건가.’

         

        올리비아와 리브가.

       둘의 능력은 크라우첼의 예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만약 올리비아가 왕족들을 시간 내에 설득하기만 한다면 계획은 성공이다.

         

       [바로 왕성으로 갈 건가?]

       “네.”

         

       리브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지난 이틀 동안 무리한 탓인지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무리한 이유를 잘 알았기에, 크라우첼은 곧바로 왕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크라우첼 님.”

       [말하게.]

       “혹시 올리비아 언니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걸음이 멈춘다.

         

       크라우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가 올리비아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대화라고 해봐야 몇 마디 나누어본 게 전부인데 뭘 알겠나.]

       “…….”

         

       리브가는 입을 다물었다. 더 물어봐야 이 고집 센 망자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둘은 왕성 복도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 없었다.

         

       “어? 벌써 끝난거니?”

         

       턱, 하는 소리와 함께 올리비아가 문을 열고 등장했다.

       어슴푸레한 시야 속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추레해진 올리비아의 행세였다. 머리는 산발이었으며, 양 손은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마력도 불안정해 보이는 게, 정상은 아니었다.

         

       “……언니?”

         

       리브가의 얼굴에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왜 그래? 언니 괜찮아. 하나도 안 다쳤어. 손이 부은 건 일이 잘 안 풀려서…….”

         

       리브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리브가를 보며 올리비아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이걸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고.’

         

       체육관에서 한 번이라도 샌드백 쳐본 사람은 안다. 주먹 휘두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걸 이틀 동안 계속했는데 몸이 성한 게 더 이상했다.

         

       유령처럼 비틀거리며 다가온 리브가가 올리비아를 붙잡았다. 올리비아의 손은 온통 상처로 가득했다.

         

       “……누가 이렇게 했어요.”

         

       그렇게 만든 망령을 강제로라도 ‘성불’시킬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그 분들 잘못 아니야. 언니가 실수한거야.”

         

       집중이 풀려서 맨주먹으로 바닥을 후려쳤더니 이렇게 됐다.

       

       [‘성녀 리브가’가 ‘거짓 간파’를 사용합니다.]

       – 당신의 말은 진실입니다.

         

       진실임이 밝혀졌음에도 리브가의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올리비아가 말한 실수의 의미를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다.

         

       “그 사람들 어디있어요. 제가……마무리 지을게요.”

       “다 끝났어. 이미 전부 안식에 들어갔단다.”

       

       이틀 동안 패다 보니 소멸하더라.

       당연히 지분도 낭낭하게 챙겨왔다.

         

       순간, 리브가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누구 마음대로…….”

         

       리브가의 눈이 올리비아가 나왔던 문 너머를 향했다.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누구 마음대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리브가의 앞에,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아쿠아르의 국왕이었다. 

         

       [……결국 모아왔군.]

         

       국왕은 리브가와 올리비아를 차례로 돌아보며 말했다.

         

       [과반의 지분이 모였다. 지금이라면 에스티의 영혼에 새겨진 주박을 해제할 수 있다. 곧바로 해제할텐가?]

       “당연히…….”

       

       올리비아가 찬성하려던 그 순간.

         

       “저는 찬성 못해요. 아니, 안해요.”

       

       리브가의 폭탄 발언에 올리비아가 입을 떡 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 사 합 니 니 다 다 다 다 다 다 다 다 다 다 다 다 Ilham Senjaya님!

    – 대1황 엠페러 LCK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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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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