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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사실 말이 방어에 서투르다는 것이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진심을 내기 시작한 검선에게 다가설 수 있는 자는 천하를 통틀어도 몇 사람이 되지 않으니 그가 다루는 낙일검에 약점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이게 가장 이길 가능성이 높은 수라는 건 확실하다.

       

       어설프게 버티다 질 바에는 도박수라도 둬서 이기는 게 낫지 않겠느냐.

       

       “시작하겠나?”

       “가겠다.”

       

       검선이 손잡이를 휘두른 순간 발을 움직였다.

       

       분명 피했다 생각했거늘 내 귀가 있던 자리에서 알싸한 통증이 느껴졌다.

       

       귀가 베였나.

       

       판단을 내리는 게 조금 늦었더라면 그대로 얼굴이 반으로 갈라졌겠군.

       

       검선과 내 사이에 있는 거리는 짧다. 기껏해야 1초면 닿을 거리다.

       

       허나 상대가 검선이라는 게 문제다.

       

       저 빌어먹을 노친네는 1초에 수십의 검격을 날릴 수 있는 광인. 눈으로 따라잡는 것조차 버거운 검격 중 하나라도 허용을 하는 순간 그대로 내 육신이 반토막이 나겠지.

       

       검격을 뚫으며 앞으로 전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그러니 검선과 내 거리는 좁으면서도 한없이 먼 셈이다.

       

       애당초 난 거리를 좁힐 생각이 없지만 그걸 드러내서는 안 되니 일단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는 체를 해야겠지.

       

       연이어 검선이 검을 휘두르자 수십 개의 겸걱이 하나의 검격처럼 쏘아졌다.

       

       대체 저 노친네는 본인을 몇 개의 조각으로 나눌 생각인가. 극악한 범죄자도 오체가 분시 되는 정도에서 그치거늘.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러는가.

       

       저 모든 검격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피하지 않는다.

       

       콰아앙!

       

       검과 주먹이 부딪히며 거대한 풍압을 일으켰다.

       

       주변의 대나무들이 흩날리며 자신의 잎을 떨어트린다.

       

       상쇄를 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내 오른 주먹의 살갗은 난도질을 당한 채였다.

       

       강기를 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육신이 베인 것이다.

       

       경이로운 검격이지만 감탄을 할 틈은 없다.

       

       또 다시 방금 전과 같은 검격이 날아들었으니까.

       

       검선의 의도가 무엇인지 보인다.

       

       애초의 권의 거리를 주지 않음으로서 내게 무력함을 심어 줄 셈이로구나.

       

       내게 권에 대한 회의를 심음으로써 본인을 검의 길로 끌어들일 속셈이겠지.

       

       본인이 그토록 탐이 나는 사람이었더냐?

       

       아쉽구나. 그대가 몇 십 년만 일찍 나타났더라면 가능성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주먹과 검이 부딪히고 주먹이 튕겨난다. 그와 동시에 나의 몸 또한 뒤로 밀려난다.

       

       짧았던 거리가 점차 멀어지지만 검의 추격은 그치지 않는다. 검선 정도 되면 검의 거리 따위야 자신의 기량으로 보충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니.

       

       미친 듯이 쏟아지는 검격을 받아낸다.

       

       이미 본인의 살갗은 수없이 많은 상처가 새겨져 뼈가 그대로 드러날 지경이었고, 그릇된 수단으로 끌어올렸던 내기는 서서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 자리에 심판이 있었더라면 본인에게 패배를 선고했겠지.

       

       허나 본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승리로 향하는 길이 눈앞에 보이는 데 어찌 포기를 하겠느냐.

       

       다시 한 번 검격을 받아낸다.

       

       검과 주먹이 닿은 순간 검의 상태가 절로 느껴졌다.

       

       검은 흔들리고 있었다.

       

       여태 검과 권이 부딪힐 때마다 충격을 박아 넣은 덕분이었다.

       

       내가 어디 검수를 한두 번 상대해 본 줄 아느냐.

       

       평범한 검을 쥐더라도 자신의 경지로 보충할 수 있다 믿는 이를 어디 한 두 번 보았겠느냐.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자만이며 오만이다.

       

       어찌하야 상대가 경지를 뚫고서 검을 공격할 방법을 찾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인가.

       

       본인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검을 부술 방법을 찾았고.

       

       콰직.

       

       이것이 그 결과였다.

       

       검선이 휘두르던 검이 반으로 부러지며 검격에 틈이 생겨났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달려 들었다.

       

       자신의 검이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선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웃을 뿐이었다.

       

       당연했다.

       

       검선도 자신의 검이 부러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는 검과 하나 된 자였다. 자신의 검 상태가 어떤 지를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검이 부러지는 것을 보고만 있던 이유는 검이 부러지건 말건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검이 있고 없고가 무공을 펼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못하니까.

       

       “재미난 것을 보여주었으니 나도 재미난 걸 하나 보여주마.”

       

       거리가 좁아진다.

       

       나와 검선의 숨이 맞닿는다.

       

       검선이 자신감이 만들어낸 권의 거리다.

       

       내가 자신의 앞에 도착한 순간 검선은 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마음으로 벤다는 것을 들어본 적 잇느냐.”

       

       안다.

       

       모를 리가 있겠느냐.

       

       이전 무림에서 그대와 싸울 적에 본인을 가장 큰 고난에 빠트렸던 것이 그대의 심검일지인데.

       

       그리고 내가 여태 노린 것이 그대의 심검일지인데.

       

       난 말이다. 무인이란 족속을 아주, 아아아주 잘 안다.

       

       본인부터가 그런 인간이기에 모를 수가 없다.

       

       무인은 말이다.

       

       가르칠 만한 후기지수가 보이면, 자신이 인정할 만한 상대가 보이면, 자신이 이룬 경지를 자랑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인종이니라.

       

       내가 이만큼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지 않고서는 잠을 이룰 수 없는 미치광이들이니라.

       

       그러니 최후의 최후가 다가온다면 그대가 내게 심검을 보여주리라 예상했다.

       

       그거 아느냐.

       

       경지의 끝에 이르러 의지로써 세상에 간섭할 수 있는 게 그대 뿐이 아니라는 것을.

       

       눈앞의 것을 베어버리겠다는 검선의 의지가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검이었다면.

       

       나의 의지는 베어도 베어도 끝나지 않는 태산과도 같았으니.

       

       검선의 의지가 나의 의지에 짓눌렸다.

       

       “…허?”

       

       심검이 가로 막히자 처음으로 검선의 눈에 당혹이 서린다.

       

       아무리 그대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엔 당혹을 표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같은 무인 사이에서 이런 틈은 목숨의 경각이 걸린 틈이라네.

       

       “뒈져라.”

       

       생명을 불태우며 쏘아낸 권이 검선에게 닿는다.

       

       나의 권은 검선을 날리며 그와 함께 대나무 숲에 길고도 기다린 길을 만들어 내고 서야 멈췄다.

       

       그 결과를 보고서 난 그대로 뒤로 넘어져 버렸다.

       

       서 있을 힘이 없었다.

       

       <왜 맨날 적하고 공멸하는 거에요?>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며 황당하다는 듯 따지는 엔리의 물음에 답한다.

       

       “어쩌겠느냐. 이렇게 해야 겨우 대적할 수 있는 상대인데.

       그리고 말이다. 공멸한 것이 아니다.“

       <네? 지금 죽어가고 계시잖아요.>

       “검선이 멀쩡히 살아있다는 이야기이니라.”

       

       봐라. 저 멀리서 노친네가 걸어오고 있지 않으냐.

       

       백색의 옷은 누더기가 되었고, 안 그래도 꾸질거리던 흰머리와 수염엔 흙먼지가 잔뜩 묻어 노숙자 같은 차림새가 되었으며,

       

       내 권에 내상을 입은 듯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검선은 여전히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엑. 아니 어떻게 화령님의 주먹을 맞고도 버틸 수가 있는 거에요?>

       “첫째는 지금 본인이 가진 육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니라.”

       

       부족한 몸을 아무리 경지로 보충한다 해도 모자란 것은 모자란 것이다.

       

       여태는 본인보다 모자란 이들을 상대했기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검선은 이전에 상대했던 이들과는 격을 달리했다.

       

       육신의 부족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둘째로 검선 저 노친네가 마지막에 내 공격을 상쇄 시켰기 때문이다.”

       

       내 주먹이 닿기 직전에 검선은 자신의 손을 검으로 삼아 검격을 휘둘렀다.

       

       불안정한 자세와 짧은 틈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검선의 경지로 내 공격을 상쇄 시키는 데 성공을 한 것이다.

       

       상대의 경지가 조금이라도 모자랐더라면, 아니면 내 육신이 조금이라도 강했더라면 검선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겠지만 둘 다 없었으니 이는 패배자의 넋두리일 따름이었다.

       

       “죽는 줄 알았다. 빌어먹을 녀석아.”

       

       검선은 내 옆까지 다가와서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그리 말했다.

       

       “아쉽게 됐군.”

       “뭐 하는 놈이더냐. 어떻게 이류의 육신을 지녔으면서 의지만으로 내 심검을 짓누를 수가 있단 말이더냐.”

       “말해줄 것 같으냐?”

       “…하하. 그래. 그렇겠지.”

       

       검선은 그리 말을 하고는 자신의 품을 뒤져 물병 하나를 꺼내더니 내 주머니에다 집어 넣어주었다.

       

       “나중에 경지에 맞는 몸을 얻게 된다면 다시 나를 만나러 와라.”

       “그러도록 하지.”

       

       대답을 한 후에 시야가 검게 물들었고, 다시 시야를 되찾은 순간엔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흙으로 된 길가에 뉘여져 있었다. 주변에 대나무 숲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의 대나무 숲은 환상이었다 이건가.

       

       신선을 만나면 흔히 생기는 일이라 듣긴 했다만 실제로 겪는 건 처음이구나.

       

       내 이전에 신선을 만났을 때는 다 박살을 내놓았다 보니 그들이 환상처럼 사라지는 일은 없었지.

       

       아니 잠시만. 그럼 방금 전에 검선이 내게 건네주었던 물병은 그대로 있는 것인가?

       

       상체를 일으켜 주머니를 뒤지니 내 손의 크기만한 물병 하나가 집혔다.

       

       검선이 준 것이니 평범한 물건은 아닐 터인데. 한 번 흔들어 보니 그 안에 든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뭐지?

       

       궁금증에 뚜껑을 열어보자 병 바닥에 깔린 우윳빛의 액체를 볼 수 있었다.

       

       아아. 공청석유구나.

       

       아무래도 본인이 폐인이 될 각오를 하고 싸운 것처럼 보았나 보구나. 그래서 내게 회복한 수단을 준 것일 테지.

       

       실제로는 새 몸을 얻을 것을 알았기에 막 굴린 것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준 것을 사양할 이유는 없지. 안 그래도 이 이류의 육신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키울 방법이 생긴 셈이니까.

       

       이 안에 있는 정순한 내기를 당장에 받아들이긴 그러하니 나중에 적당한 장소를 하나 구해 정리를 하자꾸나.

       

       공청석유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고 몸을 일으켰다.

       

       본래라면 살아남았다 하여도 불구가 되어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을만큼 험하게 몸을 굴렸다만 한 번 죽었다 살아난 덕분에 몸이 말짱해져 있었다.

       

       현대의 사람들이 여러모로 부럽구나.

       

       내 무림에 있을 때 이런 몸을 지니고 있었다면 깨달음을 얻는 것이 훨씬 더 빨라졌을 터이거늘.

       

       무얼. 그건 그거고.

       

       “자아. 정산을 해보자꾸나. 안타깝게도 본인이 패배를 했으니 본인을 불신한 자들이 보상을 얻겠구나.”

       

       내가 말을 하자마자 엔리가 시스템을 조작해 사람들에게 포인트를 배분했다.

       

       – 역배충 out

       – 어라? 화령님과의 추억이?

       – 나 왜 이 방송 보고 있지?

       

       나를 원망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투자를 한 건 그대들 이니 이득을 보건 손해를 보건 그대들의 책임이니라.

       

       포인트 비율을 보면 내가 검선을 이기리라 생각했던 이들이 10퍼센트나 된단 말이더냐.

       

       허어. 이를 믿음이라 해야 할지. 인생 한방을 위한 도박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부디 본인이 당연히 이기리라고 신앙했던 것만을 아니길 빌겠다.

       

       “그런데 이제 무얼 해야 하느냐?”

       

       튜토리얼을 끝마쳤으니 이제 본편으로 들어가야 한다마는 무얼 해야 하는 것이냐.

       

       – 보상 확인 ㄱㄱ

       – 뭐 받았을까?

       – 검선한테 한 방 먹여줬으니까 뭐 많을 것 같은데.

       

       시청자들이 시키는 대로 알람을 켜니 수도 없이 많은 문장들이 나를 환영해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측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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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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