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5

     언제나 항상 그렇지만, 심장에는 ‘핵’이 있다.

     인간의 급소가 심장인 것처럼.

     마법사의 마나가 전부 심장에 모이는 것처럼.

     마족에게도 마나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마석’은 심장에 있다.

     모든 마물이 그런 건 아니다.

     심장을 지키기 취약한 마족은 다른 곳에 마석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명 체형 마물은 심장에 마석을 담고 있다.

     전신에 가장 빠르게 마나를 퍼뜨리기 위한 파이프라인-‘혈관’을 이용하기 위하여.

     즉.

     마석을 안전하게 캐내기 위해서는 심장을 노리되, 심장을 잘 도려내야 한다.

     푸ㅡ욱.

     앞으로 검을 찌른다.

     나를 향해 막 검을 높게 치켜들려던 거구의 마물-트롤은 뒤틀린 얼굴로 인상을 찌푸린다.

     “커, 케흑…!”

     가슴 근육을 찢고 심장 주변을 찌른 걸로는 즉사하지 않는다.

     

     트롤의 가장 강력한 힘은 재생력이고, 그 원천은 심장에 있으니까.

     하지만.

     푸ㅡ욱.

     마나가 깃든 검을 억지로 비틀어 심장에서 이어지는 혈관을 강제로 끊어낸다.

     앞으로 피 분수가 휘몰아치기 전, 바로 트롤의 허벅지를 밟고 놈의 어깨 위로 자리를 잡는다.

     -검을 손으로만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어느 한 마스터가 한 때,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적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손 말고도 다른 걸로도 쓰면 그만이지.

     그의 말대로, 그리고 그의 행동대로.

     “크어어억!!”

     트롤이 나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기도 전에 먼저 아래로 몸을 던진다.

     동시에 몸을 빙글빙글 돌려, 발끝에 마나를 담아 그대로 걷어찬다.

     푸ㅡㅡ욱!

     검은 트롤의 가슴을 향해 더 깊숙이 들어간다.

     검 끝을 정확히 때리며 재생되는 근육 속에 갇힌 검을 더 안으로 밀어 넣고, 동시에 마나를 검의 손잡이부터 검 끝까지 찔러넣는다.

     오러는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오러와 유사하게 검신 전체가 날카롭게 마나가 흘러가도록.

     “쿡.”

     트롤이 나를 향해 살의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크어-”

     녀석의 손은 허공을 붙잡고, 그대로 몸은 뒤로 넘어간다.

     쿠ㅡㅡ웅!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트롤의 육중한 몸이 대 자로 쓰러진다.

     가슴팍에 박혀있던 검은 계속 분출되려고 했으나, 이제는 거대한 바위에 꽂힌 검처럼 그대로 멈춰있다.

     이대로 석화 마법이라도 걸어두면 먼 훗날, 성검에 봉인된 마수 같은 걸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을까.

     “도련님!”

     “괜찮아.”

     뒤에서 원거리 견제를 위해 대기 중이던 화이트들이 급히 다가왔다.

     “다친 곳은…!”

     “없어. 애초에 멘테 경도 안전할 거라고 했잖아.”

     “트롤에게 잡혀봤자 패대기쳐지는 걸로 끝날 건데 뭘.”

     “하, 하지만 그렇게 상처라도 입으면 저희가 백작님께 혼이 난다고요…!”

     “쟤는 하인의 마음을 몰라.”

     “멘테 경…!”

     “그리고 나도 혼나는 입장이 아니고.”

     멘테 경을 향해 울 것 같은 얼굴로 따지려고 드는 화이트들이었으나, 멘테 경은 그저 어깨만 으쓱이며 장난스레 웃었다.

     ‘이번으로 원정이 벌써 7번째인가.’

     처음에는 서로 긴장하고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몇 차례 원정에서 함께 고생을 하니 어느덧 친해진 모양.

     키는 작지만 자신들을 도륙 낼 수 있는 왕국의 상급 기사. 

     나이는 적지만 올려다봐야 하는 제국 출신 이중 첩자 그림자.

     “너무하시네요, 정말. 확 저기 제국에 정기 보고 할 때 ‘멘테 경은 인성 쓰레기’라고 보고해버릴까봐요.”

     “오히려 바라던 바인데? 인성 쓰레기가 그레이 옆에 붙어있다고 하니, 다들 더욱더 무시할 거 아냐.”

     친해지기 쉬운 관계는 아니지만, 그레이 지브롤터의 휘하 아래 다들 그래도 악의 섞인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는 된 듯하다.

     “거 잡담은 그만하고.”

     나는 트롤에게서 검을 뽑아냈다.

     “어서 와서 트롤의 심장을 회수해. 피도 좀 회수하고.”

     마수는 돈이 된다.

     신체 전체가 돈이 되지는 않지만, 돈이 되는 부분만 효율적으로 챙기면 된다.

     야생 그리폰의 날개라거나.

     오크의 가죽이라거나.

     맨드레이크의 뿌리라거나.

     지금, 내가 단독으로 사냥한 트롤의 경우에는 심장이 그러하다.

     “마석 상태는 어때?”

     “주, 중급이에요. 거의 상급에 가깝기는 하지만….”

     “이게 상급이 아니네. 하긴, 상급이었으면 트롤 대장 정도 했겠지.”

     ‘마(魔)’에 속한 자들로부터 얻어내는 기본적인 공통 부산물, 마석(魔石).

     “혈액은 저기 붉은색 말고, 검은색으로 회수해. 마수백과 보니까, 살아있을 때 몸에 흐르던 피를 채혈해야 안에 힐링 능력이 온전하다고 하더라.”

     “도련님. 그런 건 또 어디에서 들은 거야? 제국신문에 무슨 마수 공략법이라도 있어?”

     “아이페리아 아웃렛에서 제국의 서적도 들어오지 않습니까. 거기에 마수 공략법을 적어놓은 책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트롤 종족의 자체적인 특징인 강한 재생력이 담긴 피.

     “오직 가문의 비전으로만 가지고 있는 세빌리야 남작에게 줄 깜짝 선물로 좋겠네요.”

     “…….”

     “왜 그래, 로버트.”

     “도련님. 진짜로, 그, 죽이거나…아니, 죽는 겁니까?”

     자기 몫의 트롤을 쓰러뜨리고 온 로버트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노인이면서 인자함이라고는 전혀 없고 틀니를 끼운 채 이만 딱딱거리면서 영지민들에게 잔소리만 늘어놓고, 늙으면 죽어야지 그러면서 정작 죽지 않으려고 몸에 좋다고 하는 건 전부 다 먹어 치우고 1년이라도 더 살아보려고 하는 추한 노인네기는 하지만….”

     “반쯤 죽이고 싶은 건 로버트 경, 자네인 것 같은데?”

     “죽을 만큼 죄를 지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로버트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도련님께서 그의 언행이 죽을죄라고 한다면, 뜻에 따르겠습니다만.”

     조금은 흰색이 아닌, 회색에 물든 모습을 보였다.

     “아니야, 아니야. 로버트 경은 그대로 있어 줘. 그런 이야기를 해야 나도 ‘선’이 인지가 되거든.”

     “선…?”

     “주변에 로버트 경처럼 착한 사람 없이 이렇게 속이 시커먼 사람들만 있으면, 나중에 막상 저지르고 나서 보니 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서.”

     화이트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그들의 표정이 잠시 썩었지만, 어쩔 수 있나.

     저들은 과거 9, 18, 27번과 함께 나를 죽이려는데 암묵적으로 동참했었다.

     지금은 감히 암살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럴 실력도 나한테는 안 되고,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내게 빌붙어 있으면서 이중첩자짓을 하는 자들.

     ‘어둠에서 태어난 이들이 겉이 흰색이라고 속이 하얗게 변할 수는 없지.’

     내가 죽이겠다고 결정하고 암살하라고 지시를 내린다면, 메이드로 잠입해서라도 세빌리야 남작을 죽일 그림자들이다.

     검정에 아무리 하양을 섞는다고 해도, 결국 그 색은 흰색에 가까운 회색이 될 뿐.

     “로버트 경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어. 안 그러면 지금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암살 방법을 그대로 실현했을지도 모르거든.”

     “고발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그렇게 손가락을 여러 개 접었다 펴시는 겁니까?”

     “음….”

     나는 81번이 끌고 있는 바퀴 달린 수레로 시선을 돌렸다.

     “트롤 피에다가 상처를 악화시키는 약물을 섞어 넣는다거나.”

     트롤 피로 제작된 포션에 제국산 백은을 섞어 넣어, 지혈 작용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고 오히려 출혈이 더 심하게 일어나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만들 수 있다.

     “맨드레이크를 키워서 먹으면 좋다는 소문을 퍼뜨린다거나.”

     왕국인들은 맨드레이크의 악의를 모르기에, 맨드레이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화분에서 자기 뿌리를 재생한 다음 심야에 인간의 귀에 대고 샤우팅으로 고막을 파열시킨다는 걸 모른다.

     “여기 종종 나오는 좀비 빌로바의 열매가 냄새는 구리지만, 계속 먹으면 정력에 좋다고 소문을 낸다거나.”

     “도련님….”

     “이건 진짜야? 독성이 있어서 그렇지.”

     “…….”

     제국에서 공기 정화용 가로수로 깔아놓은 개량형 마수(魔樹) 빌로바, 제국어로 ‘은행나무’의 열매인 은행을 정력에 좋다고 하루에 30개씩 섭취하다가 미량의 독이 누적되어 죽게 된다거나.

     “이건 암살이 아니야. 단지 알려주지 않았을 뿐.”

     “도련님….”

     “그리고 왕국에는 불고지죄(不告知罪)는 오직 노스트럼 왕가를 상대로 저지르는 행위만 범죄지.”

     귀족과 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암투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막말로 세빌리야 남작을 암살하고 내가 이 영지를 먹어버린다면, 왕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경고하거나, 귀족을 살해한 죄를 묻지 않겠습니까?”

     “묻겠지. 하지만 그 이유는?”

     “어, 그거야 당연히….”

     로버트가 멘테 경을 슬쩍 바라봤다.

     “멘테 경. 혹시 아십니까?”

     “귀족을 죽여서 그런 게 아니라, 그레이 도련님이 ‘지브롤터’라서 그런 거지.”

     “멘테 경, 100점.”

     역시 중앙에서 오래 활동한 기사답다.

     “도련님 말에 덧붙이자면 멘테 세빌리야가 되어도 세금만 꼬박꼬박 내면 상관 안 할 거고, 그건 평민 기사 출신인 로버트 경도 마찬가지야.” 

     “140점입니다, 멘테 경.”

     “아하. 왕가에서는 지브롤터 백작가의 힘이 강해지는 걸 견제하려는 거군요?”

     로버트가 손뼉을 치며 입을 벌렸다.

     “지브롤터가 아니면 누가 귀족이 되든 상관없다. 노스트럼 왕가에 충성만 한다면.”

     “그런 셈이지. 그리고 어찌 됐든 더 강한 자가 귀족이 되었잖아? 그러면….”

     “그 가문에 영웅이 태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

     왕국은 영웅에 미쳐있다.

     모든 것이 영웅을 위주로 돌아간다고 봐도 무방한 나라다.

     “범죄자도 구국의 영웅이면 공주랑 결혼시켜서 죄를 사하게 해주는 나라였는데 뭘.”

     현시대에 영웅이 태어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물론 그런 영웅의 혈통도 작위 좀 얻었다고 뻗대다가는 골로 갈 수 있는 거야.”

     영웅이 대단한 거지, 영웅의 핏줄이 대단한 건 아니다.

     대단함을 입증하려면 계속 지브롤터처럼 대대로 영웅을 배출하거나, 혹은 최소한 그 가문의 유지를 이어 나갈 만큼의 품위를 유지하거나.

     “세빌리야 가문도 역사가 오래되긴 했지. 가문의 시조 ‘여걸 세빌리야 경’이 마수 오염지대의 대규모 마수 사태에서 노스트럼의 편에 서서 마수를 제압한 용병왕 ‘블론디아’의 오른팔이었으니.”

     “야사에는 대영웅 블론디아의 후손이라고도 하던데요.”

     “시조가 여자라서 확실하기는 했지만, 정말 그게 용병왕의 씨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

     “왕국에서 자기가 영웅의 혈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로버트 경에게는 세빌리야 남작가가 이런 음해를 당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

     야사.

     대영웅이자 용병왕, 소드 마스터 블론디아가 세빌리야 영지에 씨를 뿌렸다고 한다면.

     “그게 세빌리야 가문의 사람인 건지, 아니면 여기 있는 로버트 경이 진짜 후손인 건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도련님.”

     “왜. 남작가를 너무 모욕하는 것 같은가?”

     “그런 것도 없잖아 있지만, 도련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해버리시면 꼭 진짜로 그런 것 같지 않습니까….”

     “그건 인정.”

     멘테 경이 로버트의 걱정에 옆에서 거들었다.

     “가끔 보다 보면 도련님은 말이야, 모두가 모르는 비밀을 마치 예상인 것처럼 말하는 경향이 있다니까. 그 카디언 지브롤터 경처럼 말이지.”

     “그런 건 아닙니다, 멘테 경.”

     이건 진짜 오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죠.”

     로버트 경의 미래는 그저 지브롤터의 반역에 진심으로 분개하며 왕국에 충성을 다하다가 죽었다는 것뿐.

     오히려 나는 이번 생에서 로버트 경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런 내가 그의 조상이 대영웅인지 아니면 그냥 평민 중에서 왕국의 국난에 으레 그렇듯 나타난 영웅의 재목인지는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죠? 하하. 그래요. 제가 그런 영웅의 후손이라니. 농담도 참.”

     “그래. 만일 그게 진짜였으면, 나는 벌써 4년도 전에 경의 핏줄을 조사한 다음 정통성 있는 세빌리야 남작으로 만들었겠지.”

     “…….”

     “왜. 지금이라도 한 번 조사해 봐?”

     “아닙니다…. 하아.”

     로버트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저는 속 편하게 도련님 호위 하렵니다. 세빌리야 남작님은…음.”

     “그 노인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불고지죄 이야기도 나와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조만간 죽을 것이다.

     “만일 내가 카디언 경처럼 미래를 읽는 능력이 있다고 쳐. 물론 카디언 경도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는 건 후대의 추측이지만, 대충 미래시가 있다고 하자고.”

     “대충, 만일, 그러니까, 라는 것이지요?”

     “그래. 그런 가정하에, 내가 기적적으로 세빌리야 남작이 죽는 미래를 봤다고 하자고.”

     그런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한들, 그걸 당사자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다.

     “내가 꼭 그래야 했다면, 이미 수많은 역사에서 영웅들이 이미 그런 선택을 내렸겠지?”

     그리고 이 명제는 이미 500년 노스트럼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미래시를 가졌을 거라고 추측되는 이들은 전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이들만, ‘영웅’만 살리거나 미리 챙기는 모습을 보였어.”

     “…….”

     “왕국의 멸망을 막기 위한 대의를 위해, 정말 좋게 표현하자면 필수 불가결한 희생이었다는 거지. 그러니까.”

     내게 만일 같은 상황이 놓인다면.

     “틀니를 딱딱 부딪치며 얼마 살 날이 남지 않는 노인네 하나를 살리겠다고 발버둥 칠 시간에, 그 인간이 죽고 난 뒤 혼란에 빠질 세빌리야 영지의 사람들을 보살필 방법을 찾는 게 더 이득이라는 거야.”

     “도련님이 보시기에 그렇다면, 세빌리야 영지의 가장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겁니까?”

     “음…. 글쎄.”

     지브롤터가 아니라서 딱히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으나.

     “보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남작이 죽어도 다음 대의 남작은 지금처럼 영지를 운영하겠지. 그건 큰 문제가 없어.”

     “큰 문제가 생긴다면요?”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 가령….”

     나는 내 로브에 묻은 트롤의 피를 닦아냈다.

     “남작께서 죽음이 두려워 어떻게든 좀 더 오래 살아보겠다고, 노화를 늦추겠다고 먹어서는 안 될 걸 드신다거나.”

     이야기하느라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끈적하고 뜨거운 트롤의 피를.

     “그 한 명의 선택으로 인해 영지민 전체가 고통에 처하는 인재(人災)가 발생한다거나.”

     나는 생각한다.

     운명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성인(成人)이 된 자의 근간을 바꾸려면,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정도의 사건이 아니면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만 기억해. 로버트 경, 자네가 섬기는 그레이 지브롤터라는 인간은 말이지.”

     나는 트롤의 피를 닦아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이 백이든 흑이든, 나라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푸쉬이.

     “그리고 설령 그런 미래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남에게 들킬만큼 허투루 드러내는 자가 아니지.”

     바닥에 떨어진 피가 차가운 땅과 닿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남작의 죽음을 예상하는 건  내가 암살하겠다는 의지를 예언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읽고 운명을 누설하는 스포일러도 아니야.”

     그저.

     “그 인간이 쌓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유추해내는 귀납적 추론이지.”

     죽을 짓을 해서 죽는 걸 옆에서 아무리 뭐라고 한들,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원정 7번 오는 동안 보인 모습 만으로도 판별이 가능한데, 화이트들이 조사까지 마쳤으니 말 다했지.”

     다음 날 새벽.

     우리는 사냥을 마치고 남작성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고, 사냥감이 실린 마차를 남작령에서 관리하는 창고에 맡겼다.

     그리고.

     우리가 밤에 가져온 마수의 사체에서, 트롤의 피가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화 보기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