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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현재 내 옆에는 꿈꾸는 아이들의 주인공이 무대 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다혜.

         

         

       “음?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그녀가 내게 묻는다.

         

       생각해보면 이번에는 예선 때와 상황이 정반대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예선이 끝난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새삼 참 빠른 것 같다.

         

       어쨌든.

         

       그때는 내가 먼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었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 잘도 재미라는 단어가 나오는구나…… 라고.

         

       나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항상 그림자같이 무대의 뒤에 서는 자.

         

       줄곧 대본을 담당해온 내가 어떻게 무대의 오르는 재미를 알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올 수도 있다.

         

       각본가들은 무대의 서는 이들과 다르게 어떤 재미를 느끼기에 그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고, 자부심을 느끼면서 임하냐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각본가들은 하나같이 변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대에 서는 연기자들과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독특한 재미를 느낀다.

       

       자신이 구상한 그림을 완벽하게 소화해주며,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주는 연기자.

         

       우리는 그 빛을 그저 뒤에서 바라보며 묘한 성취감을 느끼고, 더불어 자신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것이 자신의 의도에 맞는 방향이며 흡족함이라는 것이 따라오고, 그것이 의도에 맞지 않은 방향이라면 그건 그것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재미를 한 번이라도 느껴봤다면……

         

       아마 당신도 각본가의 길을 걸을지도 모르지.

         

       나처럼.

         

       하지만 때로는 재미를 넘어 전율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정말 희귀하고 고작 찰나의 순간이어서, 각본가에게 있어서 마치 꿈만 같은 순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그 순간을 무려 두 번이나 겪었다. 그것도 무려 한 사람을 통해서.

         

       그리고 나는 그것을 위한 전제 조건을 이렇게 생각한다.

         

       연기자와 각본가, 이 둘의 생각이 서로 완전히 통할 것.

         

       또 하나는 각본가와 연기자가 동시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 것.

         

       그런 의미에서 이다혜는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무대 위에서 더욱더 환하게 빛날 수 있다는 것.

         

       나는 나지막하게 이다혜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까 강예린 선배를 쳐다봤을 때랑은 얘기가 다르네. 그래서 이번에는 똑바로 봐주고 있잖아.”

       “음~ 그럼 다행이고.”

         

       

       대답을 마친 이다혜가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핀다.

         

       그 모습은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고, 그때처럼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그야 내가 주인공이잖아. 네가 만든 대본의.

         

         

       문뜩 전에 그녀가 내게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주인공.

         

       나는 이번 본선의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줄곧 옆에서 이다혜를 지켜봐 왔고,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번 연극의 주인공으로 그녀를 선택한 것에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이다혜는 내 작품의 주인공을 맡는 것을 엄청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고, 마치 그에 대한 보답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듯이 엄청 노력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임한 사람이 이다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특히 후반부에는 내 고집으로 인해 낮에는 연기, 밤에는 노래 연습까지 병행했으니까.

         

       당연히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미안할 수밖에 없다.

         

       다만…….

         

         

       “서은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다혜는 평소처럼 내게 그저 해맑은 미소를 보여줄 뿐이었다.

         

       그러곤 무대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정말…….

         

         

       “오늘만큼은 계속 그렇게 나를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예선 때보다 더 기대해도 좋아.”

         

         

       정말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의 저 말이 전혀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회상 씬으로 넘어가기 위해 무대 전체를 가리고 있는 커튼.

         

       커튼이 모두 걷히고, 조명이 다시 켜지기 전까지는 무대는 어둡다.

         

         

       “갔다 올게!”

         

         

       하지만 이다혜는 그 어둠 속에서도 당당하게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뿐이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이다혜의 뒷모습에서 나는 점점 어떤 인물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마치 김미소처럼.

         

         

       “이다혜.”

         

         

       문뜩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 이다혜의 발걸음이 멈춰 선다. 하지만 굳이 내 쪽을 향해 뒤돌아보진 않았다.

         

       덕분에 조금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에 물었었지? 김미소, 여러 의미로 뭔가 너랑 많이 닮은 것 같다고.”

         

         

       물론 지금부터 내가 할 말이 김미소 역을 연기해야 하는 이다혜에게 도움이 될지, 오히려 독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맞아. 은연중에 너를 떠올리면서 만든, 오직 너만을 위한 배역이야.”

         

         

       예선 때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했으니까 이번만큼은 분명하게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

         

         

       “…….”

         

         

       하지만 이다혜로부터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그저 멈췄던 걸음을 다시 움직일 뿐이었다.

         

       아마 내 말에 대답할 필요를 못 느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언젠가……

         

       박하준이 말했던 것처럼 연기자는 연기력으로 보답해주는 사람들이니까.

         

         

         

       ***

         

         

         

       이다혜는 오늘, 본선의 무대에 오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녀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연기로는 박하준과 설소영, 이 둘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다혜는 그 사실을 알고도 전혀 기죽지도, 기죽을 생각도 없었다.

         

         

       ─다혜 씨는 다혜 씨, 그 사람은 그 사람이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다혜 씨는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 그 사람이 자신을 위로해준 한 마디 덕분이었다.

         

       이다혜는 무언가 힘이 드는 일이 있으면, 자신의 내면에 깊게 뿌리 내린 이 말을 떠올리곤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말을 떠올리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힘들게 느껴졌던 일이 별거 아니라고 느껴졌다.

         

       이것은 이제 그녀의 원동력이며, 지금의 이다혜를 있게 해준 가장 의미 있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꿈꾸는 아이들은 얘기가 조금 달랐다.

         

       힘들다기보다는 조금 어렵다고 느껴졌다.

         

       과연 설소영과 박하준을 제치고, 서은우가 원하는 대로 누구보다 빛날 수 있을까?

         

       이다혜는 이 의문에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항상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이 꿈꾸는 아이들을 구상한 사람이 자신을 믿고 주인공 역을 맡겨줬으니까.

         

       그것도 수상할 정도로 자신과 닮은 김미소 역을!

         

       거기에다가 그는 자신에게 특별한 선물까지 주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꿈속에서 그 아이를 본 것 같아.

       ─……혹시 꿈속에서 미소가 뭘 하고 있었는데?

       ─노래.

         

         

       꿈꾸는 아이들이 종반부에 들어서기 전, 문연우와 강태양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래.

         

       그것은 누가 봐도 자신을 더욱더 빛나게 해주기 위해 고민 끝에 나온 방법.

         

       강태양이 말한 것처럼 그가 자신에게 준 특별한 선물은 바로 노래였다.

         

       가수가 꿈이었던 김미소, 그녀가 친구들을 위해 불러주는 노래.

         

       문뜩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자는 너의 말에 나는 분명 이렇게 대답했었지.

         

       그런 짓을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나만 기억될 텐데 괜찮겠냐…… 라고.

         

       사실은 말이다…….

         

         

       ‘그거 대놓고 거짓말한 거였는데.’

         

         

       장면 전환을 위해 무대 전체를 가리고 있던 거대한 커튼이 서서히 걷히고, 그렇게 무대의 중앙에 홀로 선 이다혜.

         

       그녀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슬쩍 옆쪽을 쳐다본다.

         

       정확하게는 아까부터 무대의 뒤편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서은우를…….

         

       조금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다혜 단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이 순간이 기억되길 원했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자신이 자리 잡는 일은, 어쩌면 관객석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이다혜는 얕은 미소를 지었다.

         

         

       ─맞아. 은연중에 너를 떠올리면서 만든, 오직 너만을 위한 배역이야.

         

         

       그는 마지막 순간에 확실하게 말해주었다.

         

       김미소가 오직 나만을 위한 배역이라고.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까지 그것을 최선을 다해 잘 해내 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만큼은 약간의 욕심을 내고 싶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부를 노래는 김미소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너를 위해 부를게.

         

         

         

       ***

         

         

         

       이다혜가 무대에 홀로 오르고 잠시 뒤, 밝은 멜로디가 흐른다.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

         

       나는 행복했어.

         

       이윽고, 멜로디에 맞춰 청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이다혜. 노래가 시작되자 첫마디만으로 관객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한다.

         

       감탄, 혹은 씁쓸함. 연극을 지켜본 관객들은 더 이상 그녀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다혜는 그들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이어서 노래를 부른다.

         

       마치 저항할 수 없는 꿈처럼.

         

       서은우와 한여진, 이들이 함께 작곡한 첫 번째 곡은 한없이 밝고 희망찬 노래다.

         

       어두운 구석은 보이지 않으며, 슬픈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김미소라면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 순간에도 빛을 잃지 않을 테니까.’

         

         

       서은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함께 했던 시간.

         

       그 모든 순간이 내겐 추억이었어.

         

       곡의 멜로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련하게 바뀐다.

         

       때로는 서로를 보며 웃고, 서로를 질투하고, 서로를 도왔던 그 잠깐의 시간. 마치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듯이.

         

       -하지만 약속해줘.

         

       그것은 아주 잠깐이라고.

         

       다만, 김미소는 원한다.

         

       친구들이 하루빨리 자신을 잊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냐고. 너 같은 사람을.”

         

         

       그리고 서은우는 한창 몰입한 상태로,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녀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말이 꿈꾸는 아이들의 김미소를 향한 건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있는 이다혜를 향한 걸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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