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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샤를로티아의 섭정은 취임한 지 1년 만에 뜻밖의 정치적 위기를 맞이해야 했다.

       그것은 그의 손에 든 한 통의 편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것은 어느 지방에서 보내온 독립 청원서도, 누군가가 자신을 여왕이라고 주장하는 성명서도, 혹은 섭정 본인에 대한 유언비어를 담은 투서도 아니었다.

       바로 온실의 정원사인 가스통 할리우덴의 사직서였다.

         

       일개 정원사의 은퇴가 왜 정치적 위기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록 총리 관저의 정원사라고는 하나 그가 하는 일은 다른 곳의 정원사와 다르지 않았다. 꽃을 가꾸고 나무를 다듬는 일이 일과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섭정 관저의 농업 생산량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오는 농산물이라 해봐야 한 종류밖에 없었다.

       여왕의 은혜로운 선물이라 불리는 황금 토마토였다.

         

       여왕이 직접 토마토 나무를 가꿀 때만 해도 나무에는 한 해에 100개가 넘는 황금 토마토가 열렸었다. 하지만 그녀가 실종된 이후로 토마토의 생산량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토마토 나무는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개처럼 말라 갔다. 전국의 정원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음에도 토마토의 생산량을 회복시키지 못했다.

         

       실종된 지 30년째에는 수확량이 10개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토마토 온실의 관리자를 자처한 섭정 가문의 정치적 위상 역시 그에 따라 추락했다.

         

       그러던 토마토 나무를 30년 전, 가스통 할리우덴이라는 천재 정원사가 나타나면서 수확량을 30개까지 회복시켰다.

         

       토마토 나무를 가꾸는 그의 방식에는 딱 정해진 법이 없었다.

       어떤 때는 피아노를 쳐서 음악을 들려줬고, 어떤 때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가지를 정성스레 닦아줬으며, 어떤 때는 드래곤의 분변을 구해와서 뿌리기도 했다.

         

       도대체 방법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가스통은 “나무가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된다.”라고 이해하기 힘든 말로 답할 뿐이었다.

         

       토마토 나무는 그렇게 30년 동안 안정적으로 황금 토마토를 생산해냈다.

       그런데 돌연 그가 은퇴를 희망한다니 신임 섭정으로서는 이것을 정치적 위기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정원사와 황급히 면담을 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저씨, 갑자기 이렇게 떠나시면 어떻게 합니까?”

         

       섭정은 오랜만에 어릴 적에 그를 부르던 호칭을 꺼내 들었다.

       섭정의 자리에 오른 뒤로 얕보이지 않기 위해 항상 권위를 높이려고 노력했던 그였다. 그런 그가 어린아이처럼 노인에게 사정하듯 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샤를로티아 최고 권력자의 회유도 노인의 결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제 능력이 부족함을 알고 자리에서 물러나려 합니다.”

       “아저씨 능력이 뭐가 부족해서요? 가스통 아저씨는 세계 최고의 정원사 아닙니까?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어째서입니까? 봉급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까?”

         

       가스통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래를 위해서라고 생각해주시죠.”

       “미래요?”

       “네. 저의 뒤를 이을 만한, 아니, 저보다 더 뛰어난 인재를 데려오겠습니다.”

       “그런……사람이 있을까요?”

         

       섭정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가 후계자를 구한다면 그건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후임을 발굴하려 했던 그였다.

       그러나 어떤 후보자를 데려와도 그의 눈에 차지 않았다.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가스통은 섭정으로부터 몇 가지 약속을 더 당부받은 다음에야 길을 떠날 수 있었다.

       섭정 관저를 나온 그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마차에 올랐다.

         

       그는 먼 곳의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녀석 외엔 없다.”

         

       가스통 할리우덴.

       68세의 나이에 토마토 온실의 정원사 자리를 내려두고, 제자로 점찍어 둔 젊은이를 데려오기 위해 길을 떠났다.

         

         

       ***

         

         

       루즈 교회의 늙은 신부 티시앙은 못마땅한 눈으로 예배당에 앉은 손님을 바라봤다.

       성신교의 교회는 성역(Sanctuary)이라고 해서 언제나 손님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교회의 권위가 강력했던 과거에는 살인, 강도 같은 혐의로 쫓기는 중범죄자라고 해도 이곳에 있으면 경찰이 체포할 수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성역의 의무는 있지만, 신부의 개인적인 도덕관에 반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었다.

       신부는 앞에 앉은 남자에게서 악취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은 맡지 못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한때 이단심문소에서 탐색 담당을 맡았던 그만이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코를 킁킁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정도로 진한 냄새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는 강력한 마도사가 분명했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군요.”

         

       남자의 말에 신부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눈앞의 손님은 위에서 보내온 손님이었다. 무례하게 굴 수는 없었다.

         

       남자는 두 팔을 들어 보이며 그를 안심시켰다.

         

       “이해합니다. 설마 ‘검은 마도사’를 추적하기 위한 팀의 팀장이 마도사일 줄은 몰랐겠죠.”

         

       서커스 그랑프리의 개막식을 앞두고 각 교회에 공문이 내려왔다.

       바로 검은 마도사에 관한 소식이 들리면 모두 상급 교구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소문으로는 대회를 앞두고 여섯 나라에서 힘을 모아 검은 마도사를 추적하기 위한 팀을 구성했다고 들었다.

         

       티시앙은 카바레에서 재판 사건이 터지고 나서 한참 뒤에 그것을 보고했다.

       아무래도 검은 마도사와 관련된 사건이라기에는 너무 어처구니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재판 자체가 정치적 모략에 의한 누명으로 밝혀진 데다, 검은 마도사의 이름은 재판 마지막에 단 한 번 언급된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소식이라도 얼마 없는 단서라 그런지 위에서 사람을 보내 확인해왔다.

       설마 그 팀의 팀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오고, 그가 마도사인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늙은 신부가 보낸 보고서는 사건을 간략히 요약한 정도였기에 그는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2달 전에 일어난 일이었고, 신부도 사건을 그냥 건너들은 정도였기에 잡지나 신문에 실린 내용 이상으로 알지는 못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의 말에 티시앙은 그와 친했던 기마경찰대의 젊은 부사관을 떠올렸다.

       개막식을 앞두고 둘이 함께 난동을 부리는 곡예사들을 제압하고 그들에게 성정을 박아넣던 일이 까마득한 옛날로 느껴졌다.

         

       “사보 군 말입니까? 그는 외딴 지역으로 발령받았습니다.”

       “그럼 혹시 사건에 연루됐던 서커스단의 단장님은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거 안 됐군요. 원더스타인 서커스단이라면 사흘 전에 루즈를 떠났습니다.”

         

       신부의 말에 추적팀의 팀장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그럼 사건에 대한 수사 자료 같은 건 없습니까?”

       “어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자료를 구해봤지만, 정치적 문제로 인한 졸속 재판이라서 그런지 그냥 폐기해버린 모양이더군요. 아, 잠시만요. 그러고 보니 한 사람이 있군요. 사건의 기소인으로 참여했던 사람 말입니다. 그는 수사 자료도 모두 읽었을 겁니다.”

         

       신부의 말에 팀장의 얼굴에 다행이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마침 잘 됐습니다. 지금 교회의 손님으로 와있습니다.”

         

       신부는 그를 예배당 구석의 다락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도스빌 남작이 거지꼴로 쭈그려 자고 있었다.

       그는 빚을 내서 계속 도박판에 뛰어들었다가 결국에 크게 망하고는 빚쟁이들에게 쫓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교회의 성역을 이용해서 얻어 사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잠에서 깬 그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본능적으로 위험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몸을 움츠렸다.

       자신만만한 옛날이었다면 그는 질문을 요구하는 남자에게 뭔가를 뜯어내려고 눈을 밝혔을 것이다. 그러나 빚쟁이들에게 거칠게 시달린 뒤로 그는 겁이 많아졌다.

       그는 남자의 질문에 모두 성실하게 답했다.

         

       도스빌 남작의 설명을 들은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들이 주목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귀족들의 정치적 모략과 수사담당자의 억측이 만나서 벌어진 촌극에 불과했다.

         

       팀장은 괜히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서커스 그랑프리 개막식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해서 뭔가 단서가 있을 줄 알고 온 건데.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늙은 신부는 날이 늦었다고 자고 가라고 권했지만, 그는 예의상 던지는 말을 구분 못 할 만큼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뇨. 이만 떠나야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동료와 만나기로 했거든요.”

         

       무엇보다 마신의 사도인 그가 교회에서 신세를 지는 것도 우스웠다.

         

         

       ***

         

         

       베가스 북쪽에 있는 네바다 황무지.

       그 입구에는 과거에 알라모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과거라는 말을 쓰는 건 현재는 없기 때문이었다.

       알라모는 대략 1년 전 마귀의 습격으로 하루아침에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하고 말았다.

         

       알라모는 황무지를 지나가는 대상들이 목을 축이고 쉬었다 가는 평범한 마을에 불과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긴 했었다.

       바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서커스를 가르치는 학교가 있었다는 것이다.

         

       17년 전, 서커스 그랑프리 테러로 곡예사들의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모자라는 곡예사 공급을 위해 우후죽순으로 생긴 곳 중 하나였다.

       그곳에 있던 아이들 역시 몇 달 전의 사건으로 대부분 죽고 말았다.

         

       마귀가 출현했다는 것은 이 지역이 어비스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마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마을 옆 구릉에는 세워진 천여 개의 묘비.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강 시신을 수습해 세운 것이었다.

       그것들은 나무판자를 대충 뜯어다 만들어서 그런지 볼품없었다.

         

       그곳에 한 명의 청년이 서 있었다.

       20살을 갓 넘었을 것으로 보이는 청년은 큰 키에 갈색의 곱슬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슬픔에 찬 눈으로 묘비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었다.

       한 명 한 명 추억이 없는 아이가 없었고, 기억에 남지 않는 아이가 없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정말이지?”

         

       그의 질문을 받은 것은 그에게서 조금 떨어져 서 있던 주근깨가 가득한 작은 체구의 소년이었다. 그는 청년의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정말이야. 몇 번이나 말했잖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

       “젠장, 믿기 힘든 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설마……엘라 누나가…….”

         

       소년은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삼키고는 고개를 돌렸다.

       청년은 뒤로 다가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미안하다. 괜한 질문을 또 해서.”

       “아, 아냐……. 우, 우리도 믿기 힘든 건 마찬가지인걸…….”

         

       눈물을 뚝뚝 흘리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청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청년과 엘라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가족과도 같은 친구였다.

       그와 그녀는 학교에서 1, 2위의 성적을 다투곤 했다.

         

       그가 아는 엘라는 곡예에 대한 무한한 재능을 지닌 놀라운 아이였다.

       누구보다 강인하면서도 밝고 다정한 아이이고 했다.

         

       그런 그녀가 악마를 소환해서 마을 사람들과 학교 친구들을 모두 죽이고 떠났다니.

       다시 들어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도 결코 믿지 못했을 것이다.

         

       “대장!”

         

       언덕 아래에서 10대 후반의 소녀 한 명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잡지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청년은 그녀가 내미는 페이지에 실린 사진을 바라봤다.

       이 시대의 사진이라는 것이 깨끗하고 선명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의 얼굴을 분간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곳에는 이번에 6대 극장 중 한 곳에서 별을 차지한 서커스단들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중 한 사진의 구석에 연미복을 입고 있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분명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

         

       “엘라.”

         

       방금까지만 해도 청년의 마음은 갈팡질팡했다.

       그는 사건이 있던 때,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살아남은 아이들로부터 사건을 설명 듣고도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엘라가 친구들을 모두 죽였다니.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라 여겼다.

         

       하지만 사진 속에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나니 그는 마음속에서 뭔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녀를 봐온 터라 그는 그녀의 연기를 간파할 수 있었다.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친구들의 죽음도.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도.

       그녀는 무엇 하나 모르는 사람처럼.

         

       청년은 그녀가 전혀 낯선 사람처럼 여겨졌다.

         

       너는 거기서 뭐 하는 거지.

       친구들이 죽었는데.

       사부님이 쓰러지셨는데.

       너는 거기서 왜 웃고 있는 거지.

       응?

         

       “어떻게 할 거야?”

         

       소녀의 질문에 청년은 잡지를 접고 고개를 들었다.

         

       “사부님께는 말씀드렸어?”

       “아니, 분명 말리실 테니까.”

         

       사부님은 그때의 사건 이후로 계속 베가스의 병원에 누워계셨다.

       눈앞에서 제자들이 죽는 것을 막지 못했으니 몸을 다친 것은 둘째 치고 마음의 병이 깊게 드신 것이다.

         

       그분은 아이들을 향해 절대 이 일에 상관하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말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 모두가 위험하다고.

       다른 서커스단에 자리를 알아봐 줄 테니 잊고 가서 조용히 살라고 했다.

         

       살아남은 아이 중 일부는 그렇게 떠났다.

         

       하지만 못 잊는 아이들도 있는 법이었다.

       청년을 포함한 다섯 명의 학교 출신들은 그렇게 모였다.

         

       “우린 전부 가족이었어. 세상은 우리 같은 고아들 따위 금방 잊겠지만, 우리는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장래니, 진로니 그딴 건 상관없어. 난 복수하고 말 거야.”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청년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가 지금까지 계속 마음을 못 잡고 갈팡질팡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장은 할 수 있겠어? 대장은 엘라를 좋아했잖아.”

         

       그녀의 말에 청년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네가 할 말은 아닐 텐데.”

       “……학교 애들 절반이 엘라를 좋아했지.”

         

       덩치 큰 소년이 언덕 아래에서 올라오며 말했다.

       그는 산더미만 한 짐을 등에 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짐 위에는 광대 복장을 한 소녀 한 명이 단검을 들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청년을 쏘아봤다.

         

       “뭘 고민해? 좋아했다고? 그게 뭔 상관이야. 그년은 배신자라고! 죽이자! 엘라 그년을 죽이자고!”

       “……맞아.”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곳에 모인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떠나려면 지금 떠나는 게 좋아. 나는 너희들이 말하는 악마를 본 적이 없지만, 그걸 상대로는 살아남는다는 보장을 할 순 없어.”

       “걱정하지 마.”

       “함께 가는 거다.”

       “우리 목표는 하나야! 악마 따위는 상관없어. 그년만 죽이면 돼!”

       “나도 절대 못 물러나.”

         

       청년은 먼 북쪽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머뭇거리는 마음은 모래에 실어 떠나보냈다.

         

       친구들의 묘비와 환하게 웃고 있는 엘라의 얼굴을 떠올렸다.

       둘이 겹쳐졌다.

       그리고 없는 증오도 어떻게 짜내며 다짐했다.

         

       엘라.

       그녀를 죽일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의 핏값을 받아내고 말 것이다.

         

       다섯 사람은 한 사람을 향한 원한을 가슴에 품고 길을 떠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정 공지

    -25화의 제목이 “1권 에필로그”에서 “막간: 사냥개의 추적을 피하는 방법”으로 교체되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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