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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덜컥, 덜컥.

       

       굳게 잠긴 현관문을 괜히 잡아당겨 보았다.

       

       굳게 닫혀 열리지 않고, 그저 닫혀있는 문.

       

       혹여나 들킬까 봐 겁이 나 황급히 손잡이를 손에서 떼어놓았다.

       

       

       “···안 열리네.”

       

       

       당연히 열리지 않으리라 생각했음에도 이유 모를 실망감이 몸을 휘감았다.

       

       억지로 열고자 한다면 문을 잘라내고 들어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들켜버리는걸.

       

       결국 포기하고 창문 사이로 밝게 빛나는 조명에 슬쩍 비치는 시우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어째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커튼이 쳐져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시우의 모습을 더욱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으음, 오늘만 커튼이 치워져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편해서 좋네.

       

       뭔가 이득 본 기분이야.

       

       시우가 평소에는 뭘 하는지 보기 힘드니까···.

       

       그나저나, 지금 뭘 하는 걸까.

       

       시우는 컴퓨터를 사용하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뭐지? 으음, 잘 안 보여.”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화면까지는 보이지 않아 뭘 검색하는지 모르겠네.

       

       한동안 무언가를 검색하던 시우는 한숨을 내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검색.

       

       아예 휴대폰을 귓가에 둔 채로, 시우는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누구야?

       

       지금 당장 시우의 휴대폰에 적힌 대화 상대의 이름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시우의 방에 침입할 수는 있겠지.

       

       그랬다간 시우가 나를 적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그건 안 돼.

       

       나는 어떻게 해서든 대화의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은 채로 시우를 지켜보았다.

       

       

       “···평소랑 다를 게 없네.”

       

       

       다른 거라고는 누군가와 전화하고 잠깐 컴퓨터를 사용해 무언가를 검색했던 것뿐.

       

       시우의 하루는 평소와 다른 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당에 나와 검을 휘두르고, 밥을 먹고, 씻고.

       

       재미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하루.

       

       다행히도 시우에게 자객은 찾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평소처럼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시우가 잠이 들 모양이니까.

       

       이제 나도 돌아가야지.

       

       마침내 시우네 집에 커튼이 쳐지고, 그의 집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내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답답하고,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다리를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허윽, 흐윽, 수, 숨이···.”

       

       

       숨이 쉬어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두드려봐도 변하는 건 없었다.

       

       갑작스러운 증상에 당혹감과 함께 공포가 밀려 들어왔다.

       

       갑자기 이게 무슨···!

       

       

       “허윽, 컥···. 자, 작가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작가님밖에 없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나는 작가님의 이름을 불렀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혹감을 담아서.

       

       하지만 대답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았다. 작가님은 며칠 전부터 계속해서 침묵할 뿐.

       

       ···그러고 보니, 작가님이 나를 수정할 수 있다고 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도, 도와주지 마세요···. 도와주지 마···!”

       

       

       폐에 얼마 남지 않은 산소를 억지로 쥐어짜 절규하듯이 외쳤다.

       

       안 돼.

       

       작가님이 나를 도와줄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럴 수는 없다고.

       

       그녀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녀가 내게 무언가 저지른 것도 아냐.

       

       이건, 그래···.

       

       뭔가 잘못 만들어진 게 분명해. 틀림없어.

       

       작가님이 무언가를 하진 않았을 거야.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내가···.

       

       내가 죽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거잖아.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거다.

       

       나는 인간. 그 사람들은 인형. 그렇게 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졌을 터였다.

       

       

       “커흑, 큽···.”

       

       

       억지로 숨을 토해낸 탓일까.

       

       더욱 숨을 쉬기 힘들어져 목을 부여잡았다.

       

       허억, 허억.

       

       어떻게든 숨을 들이쉬었지만 부족했다.

       

       더욱 몰아쉬어도 여전히 부족했다.

       

       이대로 죽는 걸까?

       

       갑자기? 어째서?

       

       머릿속이 점점 멍해질 무렵.

       

       갑작스럽게 어깨를 붙잡는 온기에 정신이 돌아왔다.

       

       

       “아르테! 아르테! 괜찮아?!”

       

       

       급하게 나왔기에 맨발에 잠옷 차림인 걸까.

       

       잔뜩 당황한 채로 나의 이름을 연신 부르는 시우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 후우···. 괘, 괜찮은 거 맞지?”

       

       “시, 시우···?”

       

       “그래. 나야, 야르테. 괜찮아?”

       

       

       어떻게 나를 찾아온 걸까.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기에, 내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다가온 시우의 모습에 점차 호흡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괜찮아졌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호흡이 나빠져서 죽는 줄 알았다.

       

       시우가 있다고 나아진 건 아니겠지만···.

       

       나를 도와주려고 다급히 뛰쳐나온 모양이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곤란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물어보면 대답할 말이 딱히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시우의 말이 아니었다면.

       

       

       “그 상태로 어딜 가. 잠깐 쉬었다 가.”

       

       “···네?”

       

       “네가 어딘가로 가려는 건 알고 있어. 몸도 좋지 않아 보이는데, 잠깐 쉬었다 가.”

       

       

       시우가 손짓한 곳에는 문이 보였다.

       

       조금 전 내가 열어보려다 실패했던 문.

       

       굳게 닫혀있던 문이, 나를 환영한다는 듯 활짝 열려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는 묻지 않아도 되니까. ···내 능력 알잖아?”

       

       

       직감인가.

       

       참 편리한 능력이었다.

       

       도대체 무슨 직감이 저런 것까지 아는 건가, 하는 궁금증은 둘째치더라도.

       

       저렇게까지 유용한 능력은 달리 없겠지.

       

       전투를 할 때도 굳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평상시에도 굉장히 유용한 능력.

       

       약간 부러워졌다.

       

       나는 고작해야 무언가를 썰거나 실에 몸을 맡긴 채 야경을 구경하는 것 외에는 쓸 데가 없는데.

       

       

       “사양은 하지 말고.”

       

       “···그럼, 잠깐만 실례하겠습니다.”

       

       

       시우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내가 왜 집에 들어가려고 했더라.

       

       모르겠다. 기분 좋으면 그걸로 괜찮겠지.

       

       

       

       ***

       

       

       

       “후우···. 깜짝 놀랐네···.”

       

       

       아르테를 잠깐 거실에 내버려 둔 채, 시우는 화장실에 들어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슬슬 아르테도 돌아갔겠지, 싶어서 커튼을 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운 찰나.

       

       갑작스럽게 불안감이 엄습해 황급히 밖을 나섰다.

       

       그랬더니 보이는 건 아르테가 패닉에 빠진 채로 목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

       

       아무래도 호흡이 잘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심각한데.”

       

       

       시우는 자신이 의심하고 있던, 아르테의 새로운 문제점을 확신했다.

       

       오늘 밤, 시우는 컴퓨터로 아르테의 증상들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해보았다.

       

       분리불안.

       

       애착 대상과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불안이 극도로 심한 것.

       

       오늘 낮, 아르테가 보여준 모습은 마치 그것을 연상시켰으니까.

       

       내게 달라붙어 잠을 청하고, 내가 없으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떠보기 위해 오늘은 그만 헤어지자고 하니 잔뜩 당황하던 모습도 있었지.

       

       그리고 조금 전의 그 모습.

       

       시우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테는 나와 떨어지는 것이 극도로 불안한 모양이었다.

       

       

       “골치 아프네.”

       

       

       아르테가 나를 생각해주는 건 정말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게 심해지다 못해 본인의 몸까지 해치는 건 바라지 않았다.

       

       시우는 착잡함에 쓰게 웃다가, 황급히 밖에 나가기로 했다.

       

       아르테가 분리불안에 빠져있다면 지금 이 상황도 안전하지 않았으니까.

       

       

       “아, 끝나셨나요?”

       

       “응.”

       

       

       다행히도 아르테는 괜찮은 모양이었다.

       

       시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르테가 목을 부여잡고 숨을 가쁘게 내쉬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는 건 한 번으로 충분해.

       

       

       “으음, 그런데 제가 여기에 더 있어야 할 필요가···?”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네?!”

       

       “밤도 늦었잖아. 여자애가 위험하게. 요즘 치안 안 좋은 거 너도 알면서.”

       

       “하, 하지만···.”

       

       

       아르테는 평범한 여자애도 아니고, 아라크네의 일원이다.

       

       자기 몸 정도는 지킬 힘은 있겠지.

       

       하지만 그것도 온전할 때의 이야기.

       

       아르테는 지금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게다가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왜 호흡이 가빠졌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돌아가는 도중에 또 호흡이 가빠졌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큰일이었다.

       

       나랑 붙어있기만 하면 호흡이 가빠질 일은 없잖아.

       

       아르테가 힘들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시우는 이 정도는 당연히 해낼 자신이 있었다.

       

       

       “자고 가. 지금 돌아가면 내일도 지각할걸?”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다행히 아르테는 시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디, 거실이나 객실에서 자면 괜찮을까요? 남는 이불이라던가···?”

       

       “아니. 같이 자자.”

       

       “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인 건 알고 있다.

       

       이런 이야기, 다른 사람들에게 꺼낸다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해도 할 말이 없겠지.

       

       그러나 시우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직 아르테를 위해서 꺼낸 이야기였다.

       

       떨어져서 불안해한다면, 계속 곁에 있어 주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걱정하지 마, 아르테. 위험하지 않아. 내가 지켜줄게.”

       

       

       아르테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 시우는 그녀와 꼭 붙어있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시우는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발언이 아르테에게 어떻게 들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호흡 겪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진짜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게 뭔지 알게되더라구요

    ***

    낙서노트 님, 28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외전 야설이라···. 언젠가 한편정도 쓰지 않을까요.

    제가 꼴리게 쓸 수 있을지는 넘겨두고서라도요.

    섹스 한번도 못해본 놈이 어떻게 꼴리는 야설을···.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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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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