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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96화. 축제가 열린다 ( 1 )

       

       

       

       

       

       “크흠…”

       

       

       안토니오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영혼의 바다, 만신전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취급하는 주제다.

       

       혹자는 인간이 죽으면 영혼의 바다로 돌아간다고 주장하고, 혹자는 그저 불경하고 끔찍한 불가해의 바다라고 주장한다.

       

       성기사를 비롯하여 심신을 갈고닦는 전사들은 일정한 수준의 벽을 넘어서면 직접 그 바다를 보고 온다고 하지만… 그들이 영혼의 바다에 대해 내린 정의도 가지각색.

       

       백 명의 전사가 있으면 백 가지의 정의가 내려질 정도.

       

       

       ‘이건 혼자 판단할 일이 아니군.’

       

       

       다른 대사제들과 함께 계시에 대해 논의해야 할 듯싶다.

       

       안토니오는 데모닉의 보고서를 챙겨 들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저벅저벅 복도를 메운다.

       

       

       ‘우선 데모닉 팔라딘을 호출해서 영혼의 바다에 대한 이야기도 해봐야겠군. 그리고ㅡ’

       

       

       ㅡ 쿠콰아앙!!!

       

       

       “읏!”

       

       

       강렬한 진동이 땅을 거세게 흔들며 굉음을 만들어냈다. 휘청하며 쓰러진 안토니오. 보고서가 이리저리 팔락이며 떨어진다.

       

       발 밑이 쿠구구구ㅡ하고 떨리며 미친 듯이 흔들린다. 기겁한 안토니오가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 할 때, 갑자기 뚝ㅡ하고 멈춰 서며 잠잠해졌다.

       

       방금 전의 그 소란이 거짓말이라는 듯, 그 어떤 진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 방금 그건 지진인가?”

       

       

       주섬주섬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는 안토니오.

       한순간 사람이 쓰러질 정도의 충격이었는데, 건물과 벽에 걸린 초상화와 장식들 그 무엇도 망가지지 않았다.

       

       참으로 신께서 보우하심이 틀림없다.

       

       

       “이런, 서둘러야겠군.”

       

       

       얼떨떨하게 일어선 안토니오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늙은 그의 다리가 약간 아파올 무렵, 다급하게 뛰쳐나가는 대사제들이 보였다.

       

       하얗게 센 눈썹이 바람에 휘날리게 뛰어가는 모습. 안토니오는 빠르게 뛰쳐나가는 대사제를 급히 붙잡았다.

       

       

       “렉서 대사제! 렉서 대사제! 무슨 일입니까?”

       

       “안토니오 대사제!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어서 가시죠!”

       

       “예? 아니 어디로 가는ㅡ”

       

       “아니!! 그렇게 거대한 신성력이 움직였는데도 눈치를 못 챘습니까?”

       

       “예? 신성력이요?”

       

       

       엉겁결에 팔을 붙잡힌 안토니오는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사거리를 지나고, 번화가를 가로질러 주택가에 들어설수록 안토니오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이건…’

       

       

       왜 느끼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다. 참으로 거대하고 거대해서 스스로가 개미처럼 느껴지는 크기였으니.

       

       안토니오는 점차 제 발로 뛰기 시작했다.

       

       가까이 갈수록 피부에 와닿기 시작한다.

       거대하고 무겁다. 마치 태산을 마주한 듯했다. 묵직하게 존재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신성력.

       

       안토니오는 이미 이러한 신성력을 경험한 적 있다.

       

       일찍이 신께서 성지로 향하는 문을 세우실 때도 이런 거대한 신성력이 움직였으니. 안토니오의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렸다.

       

       

       “허억ㅡ 후욱ㅡ”

       

       

       늘그막에 무거운 몸을 채찍질하며 서둘러 달려갔다. 저 앞으로 거대한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묘하게도 기존에 있던 집들은 그대로 밀려나서 거대한 공터를 만들어냈고, 공터에는 큼직한 타원형 모양의 건물이 서 있었으니.

       그야말로 건물이 땅을 밀어내며 솟아난 모양새였다.

       

       

       “오, 오오…”

       

       

       안토니오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그의 깡마른 손가락이 가늘게 흔들리며 허공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더듬는 듯 움직였다.

       

       거대하게 솟구친 건물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을 보는 듯하였다.

       

       외벽을 이루고 있는 문은 아치형을 그리며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데, 그 수가 스물의 스물이요.

       내벽을 이루고 있는 아치형의 문은 열여덟의 열여덟에 이르렀다.

       

       건물의 내부는 더욱더 장관이었다.

       

       눈앞이 탁 트이며 거대한 타원형의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내벽을 따라 위치한 거대한 횃불은 한참을 올려다봐야 보일 만큼 우뚝 솟아있었다.

       

       그중 한 개의 횃불에는 성화가 넘실거렸고, 나머지 아흔 여덟 개의 성화에는 미약한 불씨만이 타닥거렸다.

       

       또한 경기장을 둘러싼 무수한 관중석이 다섯 층에 나뉘어 빼곡히 들어차 있었는데, 의자의 수는 어림잡아도 수 만에 달했으니, 그 위용은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관중석 중에서 가장 높은 곳, 가장 드높고 경기장이 잘 보이는 곳.

       거대한 옥좌 여섯 개가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아아, 아아…!!”

       

       

       안토니오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저 여섯 개의 옥좌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눈먼 장님이라도 알 수 있으리라.

       

       비틀비틀 무릎 꿇은 안토니오가 두 손 모아 기도했다. 거칠어진 호흡 사이로 눈물이 쏟아지며 흩어졌다.

       마침내 신들의 영광된 옥좌가 천상에서 지상까지 이르렀으니.

       찬미하라 기도하라.

       

       그리고 헌신할지니.

       

       경기장의 모든 이들은 무릎 꿇고 기도하였다.

       고요한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고, 중간중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무라는 이는 없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서야 긴 기도의 시간이 끝나고, 어디선가 안토니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안토니오 대사제! 안토니오 대사제!”

       

       “렉서 대사제?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세요, 신성한 공간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우선 이걸 좀…”

       

       

       렉서 대사제는 안토니오를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렉서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경기장으로 향하는 수많은 문 중에서 가장 거대한 문.

       그 위에는 큼직하고 화려한 필체로 휘갈긴 문장이 쓰여 있었다.

       

       안토니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몇 걸음 물러섰다. 글자가 너무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건… 고어(古語)군요?”

       

       

       수백 년 전, 케넬름 성녀가 살아있을 무렵에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어로 적힌 문장이었다. 지금은 이 글자를 아는 이가 매우 드물었다.

       

       물론 렉서와 안토니오를 비롯한 모든 대사제는 고어를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흠, ‘싸워라… 승리하라. 명예와 영광을 위해.’ ”

       

       

       안토니오와 렉서의 고개가 갸웃했다. 무엇과 싸운다는 말인가? 어둠? 혹은 악마? 그것도 아니면 내면의 유혹?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렉서와 안토니오. 문득 안토니오는 그가 본 계시가 떠올랐다. 대륙의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빛이 한곳으로 모인다.

       

       모인다, 빛이 모인다.

       

       싸워라… 승리… 명예…

       

       …

       

       …그래! 바로 그거다!

       

       

       안토니오는 무릎을 탁 쳤다. 계시와 이 건물, 수많은 관중석과 싸움! 그리고 명예!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말로 귀결됐다.

       

       “하하!! 아하하!! 그거야, 그겁니다! 렉서 대사제!! 바로 그겁니다!!”

       

       “에, 예? 안토니오? 그게 무슨…”

       

       “축제입니다, 축제! 하하하하!! 렉서 대사제, 신께서 여시는 축제가 열리는 겁니다!!”

       

       “…축제요?”

       

       “네, 축제!!”

       

       

       안토니오는 크게 웃었다.

       

       

       “용사님께 전서구를 보내야 합니다! 온 대륙에 전서구와 전령을 보냅시다! 여섯 신의 이름으로 축제가 열릴 것입니다!!”

       

       

       결투, 신의 이름으로 결투의 축제가 열린다!

       대륙 곳곳에서 뛰어난 전사들이 모여들고, 명예와 영광을 드높이기 위한 축제의 장이 열린다!

       

       모여드는 빛처럼, 무수한 전사들이 성도로 모일 것이다!

       신의 이름 아래, 가장 뛰어나고 명예로운 전사가 되기 위해!

       

       신께서 명예와 영광이 함께하는 결투를 준비하셨으니, 전사들의 귀감이 될 자, 그 누구인가!

       

       안토니오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소리 높여 웃었고, 늦은 밤까지 전령과 전서구가 바쁘게 성도를 떠나갔다.

       

       

       

       

       

              * * * * *

       

       

       

       

       

       ㅡ 띠링!

       

       《’순수하고 순결한 요정마’가 상품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오, 이게 되네.”

       

       

       아무리 봐도 유니콘인데, ‘요정마’라고 적혀있는 말을 상품 리스트에 옮기니 그대로 등록됐다. 저 말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는 것보다는 이렇게 상품으로 쓰는 게 훨씬 괜찮을 듯하다.

       

       총 아흔아홉 개의 상품 중, 하나를 등록하고 이제 남은 건 아흔여덟 개.

       

       갈 길이 까마득하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머리를 굴린다. ‘수수께끼 상점’에서 나오는 상품은 전부 다섯 개. 매일 다섯 개를 전부 사서 상품을 채운다고 해도 백 개면 꼬박 20일 정도 걸린다.

       

       

       “그걸 어떻게 참아.”

       

       

       이벤트를 20일이나 참으라고? 차라리 게임을 끊고 말지. 그 사이에 이벤트가 끝날 확률도 있으니, 절대 안된다.

       

       이 게임 하면서 처음 하는 이벤트인데 상품 모으다가 기간이 끝나면 그렇게 억울한 일도 없을 터.

       

       

       “… 딱 한 번만 더?”

       

       

       진짜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딱 한 번만 더 지를까?

       아니, 이번에는 진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20일 동안 아이템 모으다가 이벤트 끝나면 어쩔 도리가 없는데. 일단 이벤트를 열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진짜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스스로 되뇌면서 스리슬쩍 손을 움직여 상점으로 들어갔다.

       

       인생이 그렇다.

       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된다.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돈이 부족한 거다.

       

       경쾌한 음악과 화려하게 반짝이며 내 눈을 유혹하는 여러 패키지들. 세일 마크가 번쩍거리고, 값비싼 가격과 비례한 내용물로 시야를 현혹한다.

       

       

       “선물 아이템 쪽에서 좀 찾아보고 싶은데.”

       

       

       자꾸 다른 패키지 쪽으로 향하는 시선을 애써 참아내며, 꿋꿋하게 상점 리스트를 내렸다. 그렇게 리스크를 중간까지 내리자, 내가 찾던 선물 아이템 패키지를 찾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선물 패키지! 마음에 드는 모험가에게 매일 색다른 선물을 전달해보세요! 10일 동안 하루에 5개씩, 다양한 종류의 고급 선물이 랜덤으로 나옵니다!》

       

       《구성품 : 고급 선물 아이템 50개 (총 15종류 중 랜덤 출현), 수수께끼 선물 아이템 5개, 랜덤 무기 제작 레시피 1개》

       

       

       이건 진짜 어쩔 수 없다. 내 소비는 합당한 거다. 정말 합리적인 소비다. 영웅급 모험가를 뽑는 이벤트는 놓칠 수 없으니까…

       

       손가락은 이미 결제를 향하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실눈을 떠 패키지의 가격을 확인했다.

       

       

       《매일매일 선물 패키지 (특가! 50% 할인!) : 15,900원!》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결제를 눌렀다.

       

       이건 진짜 혜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어어어엄청 큰 힘이 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예…? 그으… 몇자요…?? 후우, 후우ㅡ 잠깐만요…! 후우, 흐읍!! 저는 준비됐습니다! 살살 부탁드릴게요!!

    – ‘게으른고양이’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주 조아하신다고 말씀하시니 저도 참 마음이 놓입니다!!! 많이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마음에 들어하셔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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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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