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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 ***

         

       “사천성으로 돌아가지요.”

         

       “음. 사천성에서 더 머무를 생각이신지요.”

         

       혁기린이 사천성에 온 목적은 달성했다 봐야 했다. 구파일방의 대사제로써의 위엄인지 이 황국의 황족으로써의 위엄인지는 모르겠으나 산적들의 입을 단단히 막았으니까.

         

       “예. 그렇습니다. 사저의 일과는 별개로 고통받는 수많은 민초들을 목격했는데 어찌 제 한몸 편하자고 사천성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힘이 닿는 대로 도와야지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객잔에서 피해자들을 신경 쓸때부터 어쩐지 그럴 것 같기는 했지만 산적 사태에 해결에 한 손 보탤 생각인 모양이다.

         

       “결국 입단속 외에는 아무 성과가 없었군요.”

         

       오백이 넘는 산적을 단신으로 압도하던 기개는 어디 가고 작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혁기린.

         

       그런 혁기린이 신경 쓰였는지 흑묘가 입을 열었다.

         

       “으음. 힘내세요 소협. 혁 소협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사람을 해치는 자를 징치하겠다고 했으니 감히 산적들이 사람을 해칠 엄두를 내겠어요? 그것만으로도 소협은 충분히 어깨를 펼 자격이 있어요!”

         

       “그렇습니다.”

         

       나는 흑묘의 의견에 동의했다.

         

       “힘을 내시지요. 어차피 산적의 일은 단 한사람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지 않습니까.”

         

       “…두 분께서 이리 위로해 주시니 기운이 나는군요.”

         

       혁기린의 얼굴에 작게나마 미소가 걸렸다. 그래 안 그래도 작은 애가 기가 팍 죽어서 어깨가 늘어져 있으니까 나까지 마음이 안 좋더라.

         

       “그래요! 객잔에 들려서 매운 음식이라도 먹고 기운 내자고요.”

         

       흑묘가 혁기린의 옆에 말을 붙였다.

         

       “어제 먹어보니 숙수가 매운 맛을 좀 내는 것 같던데요. 고추잡채가 일품이더군요.”

         

       “후훗. 그렇습니까. 객잔에 들린다면 고추잡채를 필히 먹어봐야겠군요.”

         

       나는 슬쩍 웃으며 두 사람이 수다를 떨 수 있도록 거리를 벌려 주었다. 흑묘가 왜 갑자기 혁기린에게 신경을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이외의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혁기린의 특수한 사정이 흑묘를 자극한 것일까.

         

       아무튼 흑묘에게도 혁기린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나는 말의 발굽 소리와 두 사람의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앞장섰다.

         

       *** ***

         

       “잠시 측간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제의 객잔에 도착하자마자 혁기린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부담스럽겠지.’

         

       산적에게 모든 짐을 빼앗긴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옥룡신협 혁기린이 모든 일을 단번에 해결해 주지는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혁기린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별 다른 성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것이다.

         

       어쩌면 실망감이 아니라 원망으로 바뀔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객잔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각오가 필요했다.

         

       흑묘는 혁기린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으음. 혁기린 소협은 괜찮을까요.”

         

       “그나저나. 혁 대협과는 많이 친해진 모양이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말이야.”

         

       “어느 눈치 없는 선배 때문이죠.”

         

       흑묘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그냥 두 사람이 바짝 붙어 있는 꼴이 보기 싫어서 끼어 들었지만 막상 두 사람을 떼어 놓을 명분이 없었다.

         

       명분을 찾다보니 든 생각은 ‘어차피 남장 여자니 알맹이는 여자고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데까지는 붙잡으면 그만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흑묘의 태음기가 절로 남자를 홀리듯 반대로 여자들에게는 경계심과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기에 흑묘는 혁기린이 불쾌감을 느끼기 직전까지만 말을 걸며 호천안과의 접근을 차단하려 했지만.

         

       의외로 혁기린은 흑묘에게 거부감을 표하는 일 없이 태연하게 대화에 어울려 주었다.

         

       ‘환혹효과를 강화하거나 저항하는 뭐 그런 종류의 기진이보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혁기린의 경지가 높기 때문일수도 있고 보유한 기진이보 때문일 수도 있었다. 원인이 무엇이든 혁기린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했다.

         

       흑묘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싱글거리고 있는 호천안이 얄미웠지만 그와 별개로 그날 호천안이 말한 ‘언젠가는 사람과 함께 해야지’ 라는 말이 떠올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흑묘는 혁기린과의 대화에서 즐거움을 느꼈으니까.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게 선배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일까’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그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래도 눈 앞에서 실실 거리고 있는 호천안을 보자니 절로 약이 올랐다. 흑묘는 이 바보 멍청이 선배의 말이 옳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흥! 선배 하는 꼴을 보니까 답답해서 끼어든 것 뿐인걸요!”

         

       “그렇구만.”

         

       “뭐, 대화를 해 보니까 그럭저럭…말이 좀 통한다고 해야 할까.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흑묘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웃음을 짓던 호천안은 고개를 돌렸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이는 혁기린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객잔에 혁기린이 발을 딛는 순간 누군가 소리쳤다.

         

       “혁기린 대협이 오셨다!”

         

       “대협! 산적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순식간에 혁기린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산적들이 물러났습니까?”

         

       “산적들이 빼앗은 재물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들이 재물을 어쩐다고 합니까?”

         

       혁기린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산적들은 쉽사리 물러날 것 같지 않더군요.”

         

       “아아…!”

         

       “재물! 재물은 어찌 되었습니까? 산적들이 탈취한 재물!”

         

       “재물의 행방 역시…”

         

       이 객잔에 머물고 있는 자들은 둘 중에 하나. 산채가 들어섰다는 소식에 사천성 쪽에서 오던 길손들이 발이 묶인 자들. 또 한 부류는 산적들에게 모든 짐을 털리고 발만 동동 구르며 객잔에 남아 있던 자들.

         

       그 어느 쪽이건 혁기린의 말이 긍정적으로 들릴 리 없었다.

         

       객잔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늘을 바라보고 한탄하거나 바닥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천안은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참 순수한 사람이라고.

         

       단신으로 산적으로 몰아내는 것. 그리고 재물의 향방을 알아내는 일. 이런 것들은 혁기린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호천안은 흑묘를 슬쩍 바라보았다. 팔짱을 끼고 있는 흑묘의 모습은 딱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죄 지은 것도 아니면서 왜 고개를 숙이고 있는담..!”

         

       흑묘의 중얼거림에 호천안은 피식 웃었다. 그래 맞다.

         

       오늘 혁기린이 한 일들은 협객이라고 칭송받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중원의 협객 아무개가 혁기린과 같은 행동을 했다 치자. 그렇다면 아무개는 제일 먼저 객잔으로 달려와 ‘이 공공문의 협객 아무개가 산적 무리들에게 사람을 해칠 시 내 이름을 걸고 용서하지 않겠다 선언했소! 이 아무개는 산적들이 사람을 해칠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을 이 자리에 맹세하오!’ 따위의 말을 할 것이었다.

         

       객잔에 사람들이 감동에 젖어 아무개의 협기와 기개를 널리 알리도록 말이다.

         

       “흑묘야. 옥룡신협 혁기린은 협객일까?”

         

       “당연하죠! 선배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혁기린을 비난이라도 하겠다는건가요!”

         

       펄펄 뛰는 흑묘를 보며 호천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 반대지.”

         

       혁기린처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산적들이 사람을 해치지 못하도록 조치한 아무개가 객잔으로 달려와 그 소식을 알리는 것은 위선일까? 그 대답에 누군가는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선행을 가장한 것 뿐이니 위선이라 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래도 사람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걸었으니 선이라 할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람.’

         

       사람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은 그 사람을 보는 타인의 잣대도 아니요. 제 마음대로 떠드는 평가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었다.

         

       혁기린은 오늘 산적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람을 해하지 말라 엄포를 놓았다. 이름을 건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산적이 인명을 해치는 일이 생긴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

         

       오늘 혁기린이 산적들에게 건넨 그 경고는 결코 가벼이 건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 어느 무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산적들을 제지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을까.’

         

       호천안이 보기에 혁기린은 칭찬받고 칭송받아야 마땅할 협객이었다.

         

       ‘그러니 칭찬 받게 만들어 줘야지.’

         

       “본인은 거해지옥의 전귀 님의 신묘한 힘을 사용하는 사천낭인이다!”

         

       더 이상 무거워질 수 없는 분위기의 객잔에 호천안이 난입을 시작했다. 흑묘가 눈을 크게 뜨고 혁기린이 당황하고 객잔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자는 뭐지?”

         

       “낸들 알겠나..!”

         

       “크하하하! 소식이 맹탕인 녀석들이로군! 황금가 앞에서 낭인이 사술의 힘을 만천하에 떨쳤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느냔 말이다!”

         

       웅성거리는 객잔 사람들. 객잔 사람들은 갑자기 난입한 호천안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거나 적대적인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크큿. 잘 봐라!”

         

       호천안은 적대적인 자들이 분기를 터트리기 전에 곧바로 사술을 시전했다. 동전이 순식간에 은전으로 바뀌는 모습!

         

       “아닛, 어찌 은전이?!”

         

       “사술! 사술이다!”

         

       “그, 그러고보니 들은 적이 있어! 사천성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돈을 바꾸는 기괴한 사술을 부리는 낭인의 소문을…!”

         

       “크하하하! 그래도 귓구멍이 트인 녀석들이 있는 모양이군!”

         

       호천안이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본격적으로 사술 공연을 시작했다. 도박패는 없었지만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비도가 여러 자루 있었으니 손재주를 부리기에는 충분했다.

         

       “보아라! 비도가 복사되는 광경을!”

         

       “아니?! 분명 두 자루였던 비도가 어찌 다섯 자루까지?!”

         

       “사술! 사술이다앗!”

         

       “크핫핫. 이제 모두 전귀님의 힘을 똑똑히 보았겠지!”

         

       순식간에 사술 공연에 정신이 팔린 객잔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천안은 그 모습을 보며 탁상위에 올라가며 소리쳤다.

         

       “내 전귀 님의 신통력을 걸고 말하건데 지금부터 하는 내 말은 모두 진실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귀 님이 내 신통력을 모두 앗아갈 것이다!”

         

       호천안이 열변을 토하니 객잔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을 하고 저 신통방통한 힘까지 건단 말인가?

         

       “이몸은 오늘 혁기린 대협과 동행해 산채에 방문했다!”

         

       객잔의 사람들은 호천안의 말 한마디에 숨을 죽였다. 지금 이 객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는 저 정남산에 자리잡은 산적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산적들의 수는 물경 오백! 녹림칠십이채의 잔인함은 모두들 들어 보았겠지! 인적 드문 산길에서 사람을 해치고 피 묻은 재물들을 빼앗는 악적들!”

         

       이미 한 차례 산적을 만나 호된 고초를 겪은 이들이 절반이 넘는 객잔. 순식간에 조성되는 공포 분위기.

         

       혁기린이 이게 대체 뭔가 싶어 호천안을 제지하려 들었지만 흑묘가 그런 혁기린을 막아섰다.

         

       “소저 이게..!”

         

       “쉿! 듣고만 있자고요.”

         

       “무려 오백이 넘는 숙달된 살인마들 사이에서 서 있자니 이 거해지옥 출신의 전귀 님의 신통력을 사용하는 나조차 간담이 서늘하더군! 수백 명의 살기가 내 몸을 난자하고 있는 상황! 상황은 설상가상으로 치달았지! 살인마들의 네 두목이 살기를 흩뿌리며 나타난 것이다!”

         

       “오오..!”

         

       “너무 끔찍해..!”

         

       “한꺼번에 나타난 네 명의 마두들! 나조차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이 떨리더군! 전귀 님의 힘을 빌어도 버티는 것이 고작인 상황에서…바로! 옥룡신협 혁기린 님이 나서셨다!”

         

       “과연!”

       

       혁기린의 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공을 헤맸다. 혁기린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흑묘가 혁기린의 어깨를 잡았고 동시에 호천안이 입을 열었다.

         

       아무런 상의를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혁기린의 말을 봉쇄하고 객잔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혁 대협은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마두들과 그 졸개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고 있었음에도 오연히 그들을 응시하셨다! 그저 눈빛만으로 단번에 그들의 기세를 제압하고는 ‘민중들의 고통이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울리게 하고 있으니 그대들의 악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씀하셨다!”

         

       “그야말로 서릿발 같은 음성이요, 천지가 노하는 것과 같은 기개였으니 마두들이 단번에 겁을 집어먹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우리를 해치면 다른 녹림의 형제들이 사람을 마구 베어 넘길 것이니 내 털끝이라도 건드린다면 무고한 자들의 피가 강물을 이룰 것이다!’ 라고!”

         

       “저, 저! 악독한 마두들 같으니라고!”

         

       “산적놈들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암!”

         

       안 그래도 산적들에게 재물을 빼앗겨 원한이 하늘을 찌르던 사람들이 흥분해 산적들을 규탄했다.

         

       호천안은 활짝 펼쳤던 주먹을 힘껏 쥐며 다시 객잔의 사람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혁기린 대협은 당장이라도 그 산적들을 모두 단죄해 버릴 것처럼 화를 내셨지만! 오호 통재라! 그 자리에서 산적을 베어 버리면 천하에 혈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천하의 안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러서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인 혁기린에게 몰려들었다. 호천안은 때를 놓치지 않고 밀어 붙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혁기린 대협은 사람을 위한 마음을 잊지 않았으니! 이 악적들아! 이 정남산에서 사람의 피가 단 한방울이라도 흐른다면! 이 점창파의 옥룡신협 혁기린의 이름을 걸고 지옥 끝까지 찾아가 그 혈채를 받아낼 것이다!”

         

       “오오…!”

         

       “옥룡신협 대협께서 그런 일을…!”

         

       “산적들이 그 서슬에 놀라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으니 앞으로 저 악적들이 사람을 해치는 일이 없을 것이며 이는 혁기린 대협께서 이룩하신 일! 방금 말한 내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전귀 님의 신통력에 걸고 맹세한다! 자 보아라! 내 신통이 없어졌는지! 아닌지!”

         

       호천안이 동전 하나를 들어 하늘 높이 들어 올린 뒤에 던져 올렸다. 그리고 그 동전이 가슴팍에 도달했을 때 양 손을 마주쳐 그 동전을 잡아챘다.

         

       “내 말에 한 치의 거짓이라도 있었다면 신통력이 사라져 동전이 남아 있을 것이고! 내 말이 진실이라면 신통력으로 인해 동전이 사라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아주 조금씩 떨어지는 호천안의 손바닥에 주목했다. 정말로 신통력이 사라졌을 것인가 아닌가? 혁기린은 정말로 산적들을 상대로 그런 협기를 보였는가? 아닌가?

         

       그 모든 것에 대한 진실! 그것이 호천안의 손바닥 사이에 있었다!

         

       “아, 아니!”

         

       “이럴 수가! 분명 손 사이에 동전이 붙잡히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손바닥 사이에서 어찌 동전이 사라진단 말인가!”

         

       호천안이 경악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로써 내 말이 한 치 거짓도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거해지옥 출신 전귀의 신통력을 사용하는 사천낭인! 그 사천낭인이 보여준 놀라운 신통력의 여운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사람들의 시선이 혁기린에게로 모여들었다.

         

       산적에게 재물을 빼앗긴 자들 중 어떤 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혁기린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에 혁기린을 원망하기도 했으니까.

         

       “혁 대협!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아, 아니. 무슨 말씀을.”

         

       혁기린은 급변하는 상황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갑작스럽게 휘말려 든 사술 공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황.

         

       “제 재물을 되찾아 주지 못했다 여겨 잠시나마 혁 대협을 원망한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그 누구보다 먼저 나서 산적들의 소요 사태를 진정시키려 한 분에게 감사는커녕 원망을 품다니요..!”

         

       “아, 아닙니다. 여러분의 심려는 당연한 것이지요. 누구나 귀한 재물이 산적의 손에 넘어간다면 애가 타지 않겠습니까. 그저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 대협!”

         

       객잔의 사람들은 혁기린의 마음씀씀이에 감동을 느꼈다. 사천낭인이 나서기 전까지 객잔의 사람들이 혁기린을 어떻게 대했던가.

         

       혁기린이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무언의 원망을 보내지 않았던가.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도 이해한다며 위로를 해 주다니!

         

        이 사람이 진정 선인이고 협객이구나!

         

       “옥룡신협은 진정한 대협이다!”

         

       “옳소!”

         

       “옥룡신협! 옥룡신협! 옥룡신협!”

       

       “혁기린! 혁기린!”

         

       이게 무슨 일이람. 혁기린은 감격한 얼굴로 자신의 별호와 이름을 연호하는 객잔 사람들을 멍하니 둘러보다가…지금 있는 이 사태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혁기린! 혁기린!”

         

       열정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원호하고 있는 호천안. 그야말로 온 몸으로 만족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에 혁기린은 허허 웃었다.

         

       정남산과 사천성 중간에 있는 어느 객잔에서는 계속해 혁기린의 이름과 별호를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중간이 없는 호천안.

    연재 시각을 꽤 넘겼네요. 정말 죄송합니닷! 그치만 양을 낭낭하게 가지고 왔으니 봐주세요!

    *[미공개]님이 [10코인]을 후원해 주셨네요.

    연속 후원!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트레니]님이 [200코인]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200코인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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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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