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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여긴 거 같은데?’

        

       오후 1시 50분.

        

       늘 그렇듯이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아크는, 멋드러진 글씨로 ‘Café & Pub’이라 쓰여진 간판 앞에서 내부를 살짝 살폈다.

        

       놀라울 정도로 예쁘고, 세련된 카페였다.

        

       ‘다 집어치우고 당장 VR방에서 만나자고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카페도 좋아하는 걸까.

        

       아크는 어째선지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설렘보다는, 걱정으로 인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묘하고도 긴 인연이었다. 누군가 그녀의 방송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의 순위를 매기라고 했다면, 단연 세 손가락 안에 꼽혔으리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순위권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리 애증의 관계, 혹은 이해관계로 대했던 것도 벌써 옛날 얘기다. 최근엔 알게 모르게 내적으로 친밀감을 가지게 되었으니.

        

       내버려두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다 보니 모성애라도 생긴 걸까.

        

       얼굴 한 번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아크는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미소지었다.

        

       ‘얼굴을 보게 된다면, 당연히 장소는 경찰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얼굴이 궁금하기는 하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도 더욱 궁금하다. 조금 다른 의미에서지만.

        

       켜켜이 쌓인 인연의 얼굴을 확인하는 날.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탓에 더욱 두근거리는 가슴을 다스리며, 카페 문을 열었다.

        

       -짤랑

        

       맑은 종소리를 뒤로 한 채, 주변을 살짝 훑었다. 위치가 애매한 덕분일까. 제법 인기가 있을 법한 분위기임에도 손님이 너무 많지는 않았다.

        

       커플 손님이 셋. 혼자 온 손님이 다섯……아니, 여섯.

        

       그 중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서 살짝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별포크였다.

       

       캠 세팅으로 크게 숨기지 않는 걸까. 21살의 생기가 뿜어져나오는 듯한 맑은 얼굴은, 방송에서 보던 화면보다도 더욱 귀여운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가벼이 허리를 숙인 아크는,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별포크님이시죠?”

        

       “네, 아크님! 평소에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오늘 너무 반가워요 진짜!”

        

       생글생글 웃는 별포크는, 소리를 지르는 듯이 신난 톤이면서도 작은 목소리를 유지한 채 화답했다. 그 와중에 ‘아크’라는 단어는 안 들릴 정도로 속삭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혹시 누군가 이름을 듣고 알아보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

       

       ‘배려심이 많으시네.’

        

       신상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이예나가 곧 합류할 것이라는 점까지 고려한 조치이리라.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숙함이었다.

        

       “아따먹님은 아직 안 오신 것 같아요.”

        

       말을 하면서도, 기대된다는 듯이 고개를 위로 쭈욱 뻗어 주변을 휙휙 둘러보는 별포크. 미어캣을 연상시키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저는 커피 한 잔 사올게요. 별포크님 케이크 하나 같이 나눠 드실래요? 움직이기 전에 당 충전할 겸, 어때요?”

        

       “아! 완전 좋아요. 제가 살게요! 강의까지 해주러 오셨잖아요.”

        

       “학생한테 얻어먹는 선생님이 어딨어요. 와서 케이크 골라주기만 하세요.”

        

       그렇게 짧은 실랑이 끝에 케이크와 커피를 들고 돌아온 둘이,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한 번 연락해볼까요?”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덧 2시 5분이었다.

       

       평소라면 독촉할 정도로 늦은 건 아니라지만, 오늘은 일정이 타이트한 편이었다. 최소한, 확인을 해볼 필요는 있으리라.

        

       “네, 제가 할게요! 잠시만요.”

        

       [별포크: 저랑 아크님은 들어오시면 정면에 있는 테이블에 있어요! 오시면 연락 주세요!]

        

       흘긋, 별포크가 남긴 메시지를 확인한 아크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조작했다.

        

       “모바일 디코 안 하실 수도 있어서……제가 전화를 해볼게요.”

        

       -따르

        

       《네, 아크님.》

        

       전화벨이 한 번도 채 울리기 전에 연결된 통화.

        

       “아, 예나님! 혹시 도착하셨나 해서요.”

        

       《네, 전 도착했어요.》

        

       새어나오는 소리를 들은 걸까. 눈을 더욱 크게 뜬 별포크가,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며 통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았다.

        

       “아, 저흰 지금 정문 기준으로 왼쪽 구석자리에 앉아있어요. 들어오시면 바로 보일 거예요.”

        

       《아. 그러셨구나. 그 쪽으로 갈게요.》

        

       -드르륵.

        

       의자가 끌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카페에 순간적으로 정적이 찾아왔다. 

        

       구석에 앉아있던 여자였다. 벽을 바라보고 앉아있어서 눈에 띄지 않았던.

       

       대화소리가 멎은 공간에서, 잔잔하게 틀어져있던 음악만이 공기를 메웠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걸어오는 것만으로 카페에 있던 모두의 이목을 순간적으로 집중시킨 상황. 저리 생겼으면, 벽을 향한 채 얼굴을 숨기고 앉아있을 만도 했다. 얼굴을 본 사람마다 힐끔거리며 쳐다보기 바빴을 테니.

        

       멀리서도 뚜렷이 보이는 커다란 눈망울에, 노란 조명 아래에서조차 뽀얗게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흰 피부.

        

       굽 없는 운동화를 신고 있음에도 제법 커 보이는 키는, 비율 때문만은 아닌 듯싶었다.

        

       연예인을 현실에서 보면, 얼굴이 정말 주먹만하다더니- 따위의 생각을 하며, 아크는 자기도 모르게 잠깐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머리카락과 피부색이 대비되는 탓일까. 아니면, 매사가 지겹다는 듯한 표정 탓일까.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외모였다.

        

       손에 들려있는 500cc 맥주잔도 비현실적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는 걸음걸이는 고양이마냥 사뿐거렸다. 가벼이 쥔 잔에 담긴 맥주가 넘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 홀린 듯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크의 머리 한 구석에서, 간판에 ‘Café & Pub’이라 쓰여져 있었던 것 – 그러니까, 여기가 그냥 카페가 아니라 펍을 겸하는 가게라는 사실 – 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설마 그래서 고른 건 아니겠지만서도.

        

       ‘설마, 진짜 예나님……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우연히 가게에 들른 연예인 아닐까. 아이돌이거나. 그래, 그게 훨씬 말이 됐다. 저 사람이, ‘최고에요 도적도적’ 거리던, ‘시청자참여’라고 주장하며 저격을 하던, 챌린저를 달성하고는 오카리나를 불던, 시청자들에게 강제로 방송을 시키던, 첫 방송 컨텐츠로 그녀를 저격했던, 강퇴반사권을 움켜쥐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그 아따먹이라는 것보다야, 뭔들.

        

       셀 수 없이 떠오르는 기행을 벌여온 그녀의 얼굴을 멋대로 그려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얼굴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예쁜 애들 중에 또라이가 많으니, 조금 예쁘장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아따먹’의 뒤에 이런, 이런 외모가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이상적인 외모로 망상을 거듭하는 육수라고 해도, 양심상 이렇게까지 예쁠 거라고는 기대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 설마, 아니겠지.’

        

       그렇게 아크가 멍한 정신으로 온갖 잡다한 생각을 하면서도 약간의 의심은 버리지 못한 사이. 한 손에 맥주잔을 쥔 여자는 카페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을 끌며 아크의 테이블로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착각할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아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렇게 아크의 눈앞에 도달한 그녀는, 먼저 맥주잔을 살며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진희님.”

        

       속삭이는 듯이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

        

       헷갈릴 수가 없는 목소리였다. 정말로, 정말로 이 사람이 이예나였다. 본명을 알려주고, 편하게 부르라고 몇 차례나 얘기해도 굳건하게 ‘아크’라는 닉네임을 고집하던, 이예나. 아따먹.

        

       살짝 허리를 굽힌 채 아크를 내려다보던 그녀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별포크를 향했다.

        

       이예나에 대해서는 별포크도 비슷한 감상이었던 걸까. 두 눈을 크게 뜬 별포크는, 누가 박제라도 한 듯이 얼어붙은 채 숨만 쌔액쌔액 내쉬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보던 이예나의 시선이 다시 아크를 향하고- 두 쌍의 눈이 마주친 순간.

        

       작게 앙다물어져있던 붉은 입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결국, 삼자대면으로 뵙네요. 경찰은 없지만.”

        

       구미호.

        

       설화에 나오는 구미호가, 이리 생기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하며, 아크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사진)]

        

       뜬금없이 날아온 디스코스 메시지. 대회 관련인가 하고 확인해보니, 별 말도 없이 사진만 첨부되어 있었다.

        

       [레반: ??? 뭐에요]

        

       로딩이 끝나고 떠오른 사진에는, 본 적 있는 얼굴이 둘 담겨 있었다.

        

       별포크와 아크. 이 조합이라면……무슨 취지의 모임인지는 이해가 됐다.

        

       왜 사진을 보내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레반: 아, 합방 전에 여자분들만 따로 모이셨어요?]

        

       기왕 보낼 거면, 같이 찍은 사진으로 보내지 않고. 그런 생각을 하며, 레반은 피식 웃었다.

        

       레반의 머릿속에서 이예나는 제법 선명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었다. 아마, 뭔가 투박하고……광기 어린 눈에, 왈가닥 같은 외모겠지.

        

       실물이 조금은 궁금했지만, 공개하지 않는 건 충분히 이해됐다. 나름의 각오가 필요한 일이니.

        

       얼굴을 드러내서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레반조차, 가끔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스트리머들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우리 제자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시는 광전사를 안 하겠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멘토 로테이션은 안 해도 되겠어요]

        

       ‘……저런 이모지도 있었나.’

        

       기울어진 모자도, 웃고 있는 눈도, 삐죽 튀어나온 입술도……여러가지로 묘하게 신경에 거슬리는 이모지였다. 레반의 머릿속에 그려진 이예나의 머리 – 어째서인지 곱슬곱슬한 단발이었다 – 위에 파티모자가 삐뚜름하게 씌워졌다.

        

       그래도, 멘토링 부담을 덜어준다면 나쁠 건 없었다. 언행은 둘째치고……도적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는, 그녀만한 적임자가 없을 테니.

        

       멘토가 확정된 직후에는, 오히려 혼자 세 명을 감당해야 할까봐 걱정하지 않았나.

        

       고마운 상황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레반: 네, 뭐 캐릭터야 본인 손에 맞는게 중요하니까요]

       [레반: 별포크님이 원하신다면야]

       [레반: 잘 됐네요. 저는 궁탁님 기사 강의에 집중할게요.]

        

       분명, 그랬는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태연한 척 하지마세요]

       

       [레반: 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우리 귀여운 제자를 더러운 광전사에 끌어들일 기회를 잃어버려서 울고 있으면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빨리 캠 켜서 삼분할로 울어요😠]

        

       ‘……이게 무슨.’

        

       헛웃음을 지은 레반이 바쁘게 키보드를 두들기자, 평소보다 조금 큰 타자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약간씩 격해지고 있었던 탓이리라.

        

       [레반: 아니]

       [레반: 혹시 술 드셨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거기서 혼자 패배 솔랭이나 돌려요 🤭]

        

       [레반: 아니 뭔 솔랭이야 좀 이따가 우리 6인큐 돌려보기로 했잖아요]

       [레반: 아따먹님??]

       

       [레반: 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Q. 연참인가요?
    A. 아니요, 토요일 연재분입니다. 대신 글자수를 조금 더 꾹꾹 눌러담아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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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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