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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졌다.

         

       변명할 구석도 없는 완패가 아닐 수 없다.

         

       “그 아저씨, 겁나 세더라.”

       “……하하.”

         

       데릭은 헛웃음을 내며 침대에 누운 그를 보았다.

         

       어제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만신창이 몰골이 되어 침대에 누워 있다.

       대충 휘감은 붕대를 걷어내고 얼마나 경악했던가.

       너덜너덜해진 살을 얼마나 꿰매었는지 모를 것이다.

         

       …참고로 꿰매는 건 자신이 했다. ‘봉합’ 스킬이 큰 도움이 되더라.

         

       “치료한다고 고생했다.”

       “…고생은 마취도 없이 살을 꿰맨 교관님이 아닐까요? 관우도 안 이래요.”

       “그 양반처럼 뼈까지 긁어내면 모르겠는데, 난 그 정도는 아니었잖아?”

       “저, 전체적으로 보면 교관님이 더 심하거든요.”

         

       하아!

         

       데릭은 마취제를 쓰고 싶었으나, 저 양반은 [독 내성] 특성 탓인지 마취제가 잘 안 먹혔다.

       이 세상의 마취제 대부분은 독성분이 있기 때문이었고, 어쩔 수 없이 마취 없이 생살을 꿰매는 과감한 수단을 감행해야만 했던 데릭으로선 손이 다 떨릴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어떻게 아프단 소리 한 번 안 하시는지, 원.’

         

       7시간 가까운 수술 동안 그는 참아낼 뿐이었지만.

         

       ‘대단하신, 아니 강한 분이야, …정말로.’

         

       데릭으로선 새삼 이 사람이 말도 안 되게 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냥 무력으로 강하단 사람이란 뜻이 아니었다.

         

       ‘강해, 육체도 강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엄청나게 강해.’

         

       마냥 생살을 꿰매면서도 비명조차 안 지른 것 때문에 강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단순히 제 제자를, …타인에 불과한 소녀를 위해 이토록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단 점이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보였다.

         

       과연 자신이라면 이럴 수 있을까?

         

       ‘단순히 미래의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쳐들어간 게 아니라, 레비란 소녀가 상처 받지 않을 [가능성]을 만들고 온 거야. …이런 식으로 답을 낼 수도 있는 거였나?’

         

       …아니다.

         

       아마 이건 정답이 아닐 거다.

       애초에 후작가와 싸워 소녀의 행복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다.

       아무리 미친 개발진이라고 한들, 이토록 터무니없는 이스터 에그를 집어넣진 않을 테니까.

         

       ‘차라리 귀왕전을 한 번 더 하지, 트리스탄이랑 싸우는 건 진짜 아니지.’

         

       적혈수리 개개인의 레벨은 5에서 6이상.

       거기다 부단장 같은 경우는 그와 동등한 Lv.7이다.

       그런 이들이 백 명이 모였을 경우 그 레벨은 Lv.8에 맞먹거나 그 이상의 저력을 내는 바.

         

       거기다 추가적으로 후작의 경우는 아예 단독으로도….

         

       ‘8.5 레벨.’

         

       Lv.9는 아니지만, 그 직전 단계에 도달한 괴물.

       실상 Lv.9를 제외하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강자가 아닐 수 없다.

       한데 그런 이를 상대로 무사히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거대한 업적일지니.

         

       ‘기사단과 싸워 승리하고, Lv.9에 맞먹는 괴물에게서 살아남고…. 이 정도면 틀림없다.’

         

       -Lv.8의 영웅 클래스.

         

       데릭은 그가 이 세계관에서 진정으로 강자의 반열에 들어갔음을 확신했다.

         

       ‘…대단한 사람이야.’

         

       저 나이에 저 레벨이 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험난한 삶을 살았는지 증명한다.

       단순히 강하다고 해서, 기연이 있다고 해서 닿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님을 알기에 데릭은 감동마저 느꼈다.

       그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상하니 가슴마저 벅차올라.

         

       스킬만 쓸 수 있으면 당장 그의 능력치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데릭이었고, 그런 데릭이 나름 고양됨을 느낄 때.

         

       “사, 사부님….”

         

       전날과 비교하자면 초췌하기 이를 데 없어진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레비 폴트.

         

       소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다.

         

       “아….”

         

       데릭은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게 소녀는 몰랐었으니까.

         

       정작 자신이 문제의 장본인임에도 무력하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한데 그 무력함이 무색하다는 듯, 소녀의 대변인이 돼주어 후작가와 맞서고 온 스승이 있다.

         

       자신이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의 격정을 느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주르륵.

         

       소녀는 눈물을 쏟아내었다.

         

       기쁨과 걱정, 혹은 속상함과 미안함, 그리고 자기혐오 등.

         

       무수한 감정이 교차하며 제대로 말조차 내지 못하는 레비였고, 그런 소녀를 향해 교관은 다정한 시선을 던지며.

         

       “곰순아….”

       “사, 사부님 저는….”

       “-우는 건 나중에 울고 시녀님 좀 도와서 밥 좀 가지고 와라. 하루 종일 누워만 있으려니 배고프다.”

       “…….”

       “본 교관이 이렇게 노력했는데, 밥 주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

       “빨리.”

       “…네에.”

         

         

       ……아무래도 신파극을 찍기엔 그의 감성은 너무 메마른 게 아닌가 싶었다.

         

       * * *

         

       “…아무런 소문도 안 퍼졌다고?”

       “예에, 뜬소문조차 안 퍼졌답니다.”

       “……그게 가능한가?”

       “그러게요.”

         

       레이라와 레비가 만든 10인분을 훌쩍 넘는 소고기 스튜와 빵, 그리고 화덕에서 구워진 닭 세 마리를 먹어치운 후, 소심이 녀석이 전해준 정보를 들으며 이한은 눈을 끔뻑거렸다.

         

       그가 후작가를 습격했다는 소식이 왕도에 전혀 퍼지지 않았다는 얘기에.

         

       ‘그렇게 날뛰었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자신은 진짜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날뛰었다.

         

       비록 후작의 저택이 인적 드문 숲속이었다고 해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나 될까?

         

       “누군가 철저하게 통제하였다면 가능하죠. 다만 엄청난 권력자여야 하고, 상당히 능력이 뛰어나야 할 텐데, …교관님, 혹시 아시는 분 중 공작이라도 있으신지…?”

       “……으음.”

         

       공작은 알지만, 아마 그 공작이 나서진 않았으리라.

         

       ‘그 누님, 확실하게 날뛰게 해주네.’

         

       철저한 정보의 통제.

       이러한 일이 가능하게 하려면 마법사를 비롯한 무수한 행정관의 도움이 필요할 터였고, 이런 일이 가능한 사람은 자신이 아는 한 은발 머리의 왕태녀밖에 없었다.

         

       이한은 혀를 내둘렀다.

       왕이 되려면 이 정도 능력은 있어야 하는구나 싶어.

         

       “…아쉽지 않으세요? 잘만 하면 트리스탄을 이겼다는 명성을 얻을 수도 있을 텐데.”

       “넌 뜬금 또 뭔 헛소리야?”

       “그, 그냥, 기사들은 그런 명예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요.”

         

       소심이 녀석은 진정 알려지지 않은 게 아까워 보였다.

       혼자서 ‘아, 공적치랑 명성치 얻으면 새로운 특성 얻을 수 있을 텐데’ 중얼거렸고, 혼자 속삭인다고 속삭인 걸 테지만, 이한은 다 들었다.

       하여 웃고 만다.

         

       본인이 가질 것도 아니고, 타인이 가질 물건을 가지고 너무 아까워한다면서.

         

       그런 그에게.

         

       “그런 거짓 명성 필요 없다. 결국 난 진 거니까.”

       “…….”

       “내가 살아 돌아왔기 때문에 너는 내가 이겼다고 여기는 것 같지만, 난 실질적으로 진 거야. 오로지 후작과 기사단의 자비로 난 살아남은 것뿐이다. 그러니 괜한 생각하지 마라.”

       “으음….”

         

       이한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사단과, 백 명의 기사들을 이긴 것도 상대가 자신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었다.

       후작 또한 그를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지만, 살려서 보내준 것에 불과했다.

       하여 그는 승리했다는 느낌이 없다.

       단순히 얻어맞고 온 느낌이 들면 들었지.

         

       “그, 그래도 이긴 건, 이건 거죠, 뭐.”

       “글쎄, 결과만 중시하면 그렇지. 하지만 난 과정도 좋아해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 별 느낌이 없네.”

       “…교관님은, 생각한 것보다 더 고지식하네요.”

       “이 나이 되면 그래, 흐흐.”

       “…글쎄요, 아닌 것 같은데.”

         

       소심이는 의미심장하게 그를 보았고, 이놈이 건방진 생각을 한다며 이한이 타박하려는 순간.

         

       “…왜, 왜 그러셨어요?”

       “…….”

       “왜, 왜 이렇게까지 하셨어요? 제, 제가 뭐라고….”

       “그거 다시 묻는 거냐? 좀 넘어가지.”

       “그, 그럴 수 없잖아요! 어떻게 그래요! 이렇게 다치셨는데-!”

         

       숫제 울먹이는 듯한 외침.

       레비는 자신 때문에 그가 이토록 다친 것이 속상한지 여전히 울상이었다.

         

       울먹이는 레비의 동공은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이한은 그런 레비를 묵묵히 바라보며 침묵했다.

         

       “소심아.”

       “…네에. 필요하시면 부르세요.”

         

       눈치가 없지 않은지, 그가 부르자마자 녀석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

         

       그와 레비.

       딱 둘만이 남은 공간.

         

       “…….”

       “흑, 흐윽….”

         

       속상함이 가득한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이한은 그저 조용히 소녀가 진정하길 기다려주고 싶었으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처해서 불행으로 걸어가려는 제자를 지켜주는 게 잘못된 일이냐?”

       “…!?”

         

       지금, 이 순간 물어봐야 할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이한은 입을 열었다.

         

       울먹이던 소녀가 굳으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고, 이한을 올려다보았다.

       이한은 소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레비 폴트란 생도는 똑똑하고 강인한 소녀다. 아무렴, 넌 불칸에서 그 힘든 훈련조차 버텨냈으며, 주문쟁이들이 펼쳐내는 마법에서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뿐이냐, 넌 놀의 대군 앞에서도 당당히 병력을 지휘하며 승리의 공헌한 일등공신이다. 너의 용맹함은 검술학부 80명 전원이 알고 있고, 내가 안다.”

       “가, 갑자기 무슨 말씀을….”

       “그런데!”

       “…흡.”

         

       그의 호통 어린 말 자르기에 소녀의 말문이 막혔다.

       지금만큼은 되물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런 똑똑한 애가, 용맹한 애가 왜 자꾸 바보처럼 구는 걸까? 왜 자꾸만 바보 같은 선택지를 고르는 걸까, 난 이게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다.”

       “…….”

       “네가 효녀라서? 가문을 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 넌 ‘착한 애’니까. 분명 효심 때문에 도망가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 부모를 이해할 수가 없더라.”

       “-!!”

         

       …이때, 소녀는 경악했다.

         

       그제야 깨달은 거다.

         

       그가, 이한이 ‘무언가’를 눈치챘음을.

         

       “폴트 가문, 네 말대로라면 그 가문은 이미 망해버린 가문이다. 하지만 망한 이유는 기사 가문으로서 당당히 재기하려다 실패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말이다. 비록 여자이긴 하지만, 마침내 기사의 재능을 타고난 널 버리는 게 과연 이치에 맞는 걸까? …그건, 너무 이상하지 않냐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아, 아아….”

       “차라리 네가 기사가 된다면 가문의 비원은 이루어지고, 폴트란 이름도 다시 부활할 텐데, 너희 부모란 작자는 왜 그러지 않는 걸까?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는 머저리라 그런 걸까? 아니면 네가 여자라서 무시를 하는 걸까? 흠, 나 같으면 너같이 ‘맹목적’으로 노력하는 애를 절대 그렇게 버리지 않았을 텐데,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아.”

       “사, 사부님….”

       “…뭘까, 뭐가 너를 그렇게 맹목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걸까?”

         

       이한은 떠올렸다.

       마치 그동안 주어진 힌트들을 연결하듯이.

         

       맹목적인 노력.

       레비 폴트를 상징하는 근원과 같았다.

         

       귀족 영애이면서도 검술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며, 형용할 수 없는 독기로 무장한 소녀.

         

       마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듯한 모양새였고. 무어가 소녀를 저토록 발버둥치게 했을지를 이한은 고심했다.

         

       “뭐가 그리 널 몰아붙이고 있는 걸까, 그리고 넌 왜 바보처럼 어떠한 반항도 없이 부모의 말을…, 아니, ‘명령’을 따르는 걸까?”

       “…….”

       “…네가 원한다면 뒷얘기는 꺼내지 않으마. 그냥, 이런 의심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도록 하마. 꼰대의 잔소리라고 생각하고 그냥 너도 털어버려라, 아니면, 기분이라도 풀 겸 따귀라도 한 대 때릴래?”

       “…….”

       “그래, 원한다면-.”

       “…맞아요.”

       “…….”

       “맞다고요. 사부님의 예상. 그거, 다 맞아요….”

       “…….”

         

       소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처량하기까지 한 미소를 머금으며.

         

       “사부님은 역시…. 생긴 거랑 다르게 눈치가 좋으시네…, 요.”

         

       말을 하는 것도 어려운지, 눈물을 멈추지 않는 소녀였고, 이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생긴 거랑 관계는 없다. 그저, 부모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가 없기에 생각했을 뿐이지.”

       “…그렇, 군요. 당연한, 도리네요.”

       “이제 말하지 않아도 좋다. 딱히 추궁하려고 물은 게 아니니까.”

       “…이미 다 추궁하셨으면…서.”

       “추궁이 아니라, 면담이다, 면담. 원래 제자의 속사정도 어느 정도 알아둬야 하니까.”

       “……그게 뭐야.”

         

       소녀는 우는 것과 달리 해맑게 웃었다.

       자신이 숨겨왔던, 아니 드러내는 것조차 절망스러웠던 ‘진실’을 가볍게 들춰낸 주제에, 그저 평소처럼 자신을 대하는 그가 고맙고도….

         

       “헤헤, 드디어 들켰다.”

         

       안도감이 들어서.

         

       평생을 숨겨야 하는지 알았다.

       들키는 순간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고 여겼고.

       한데 들키니 이토록 속이 시원할 수가 없다.

         

       하여 소녀는, 아니 이제 당당히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 성숙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가 제 이야기를.

         

       “…맞아요, 사부님 생각하신 대로, 저는요….”

         

       ─부모가 없어요.

         

       …서서히 입에 담았다.

         

       * * *

         

       화르륵!

         

       엉망이 된 불법 도박장.

         

       화마가 번지는 도박장을 지키는 번견들은 모두 쓰러진 지 오래요, 도박에 미친 이들은 모조리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기절하여 밖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바.

         

       한데 그런 도박장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유지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니, 일부러 정신을 놓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 타당하려나?

         

       콰지직!

         

       “으으, 대, 대체 왜 이러는 거요!”

         

       “…….”

         

       “나, 나한테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기에 이러는 거란 말이요!”

         

       “…….”

         

       “대답을 좀….”

         

       “-입 열지 마, 냄새 나니까.”

         

       “!!!?”

         

       파란 머리의 사내는 멱살이 잡혀 그대로 들어 올려졌다.

         

       단순히 멱살을 잡혔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남성을 덮쳤고,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였다.

       허나 멱살을 잡아 올린 흑발머리의 청년은 조금의 동정도 보이지 않으며 마냥 사내를 압박했다.

       조금의 배려도 해줄 가치를 찾지 못했다는 듯이.

         

       “레이놀 폴트, 지금부터 내가 하는 물음에 똑바로 답해야 할 거다. 입을 열지 못하겠다면 고개라도 끄덕여라, 고개도 끄덕일 수 없다면 눈이라도 깜빡여라, 한데 만약 조금이라도 답변이 늦거나 거짓말을 한다면, 너를…. 아니 네 가문 전체를 기필코 이 세상에서 없애주마!!”

         

       “!!?!!”

         

       레이놀 폴트.

       폴트 가의 당대 가주라 할 수 있는 사내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미치도록 머리를 흔들었다.

         

       참으로 볼품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동점심이라도 생길 법한 모습이 아닐 수 없지만, 흑발머리의 청년.

         

       ─로엔에겐 가증스럽고도 놀보다 끔찍한 생물로 보이게 할 따름이었다.

         

       빠드득!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던 그가 이토록 화를 드러내는 경우도 처음이었다.

         

       당장에라도 이 끔찍한 자의 숨통을 끊어놓고 싶은 욕망을 가까스로 참으며 로엔은.

         

       “레이놀 폴트, 올해 43세이며. 평민 출신 아내와 슬하에는 딸이 두 명 있다. 내 말이 맞나?”

         

       “!!”

         

       “그래, 맞다고?”

         

       “!!!”

         

       레이놀 폴트는 머리를 미치도록 흔들었다.

         

       맞다고.

         

       자신에게 아내와 딸이 있는 것이 맞-.

         

       “-아니던데, 딸은 두 명이 아니라 ‘한 명’이던데? 왜 거짓을 내뱉지?”

         

       “?!!”

         

       “둘이 아니라 하나이지 않나? 그리고 말이다. 설사 딸이 두 명이 맞더라도, 왜 한 사람에게 ‘복종의 각인’마저 새기며 그런 잔인한 명령을 내릴 수 있을까…!!”

         

       “……끄…끄으윽….”

         

       사장(死藏)된 각인.

       과거 고대의 비술로 전해지며, 주독(呪毒)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방식으론 절대 해주할 수 없는, 현대에 이르러 가축이나 마물에게나 할 법한 ‘절대복종의 각인.’

         

       이를 사람에게 새기는 것은 국법으로도 금지되어 있으며,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허나 지금 로엔은 국법의 지엄함을 논하지 않았다.

         

       그가 논하려는 건….

         

       “네깟 쓰레기가! 네깟 것이 뭔데 감히 한 사람의 인생을 농락해-!”

         

       이딴 쓰레기 때문에 인생이 농락당하고 끝내 서글픈 인생만 살았던 동료에 대한 안쓰러움.

         

       로엔은 오로지 그것만으로도 분노하였고, 그의 감정에 반응하여.

         

       [크르릉!]

         

       ‘검은 사자’가 포효했다.

         

       제 주인을 분노케 한 죄인을 갈가리 찢어발기기 위해…!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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