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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아무튼, 나와 용사를 무시하고 서로 전쟁을 치르겠다면…. 그 전에 내가 짓밟아 주마.”

       

       

       나의 차분한 말에 엘프와 드워프의 대표들은 침음성을 흘렸다.

       

       대충 용의 무녀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였으니. 실제로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였으니.

       

       섣불리 나를 자극했다간 그대로 박살이 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런고로.

       

       

       “그러니 대표자를 다섯명 뽑아서 1대1의 대결을 5번 치르고, 3번 승리하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지.”

       

       

       5전3선승. 이거라면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겠지.

       

       

       “5번 싸워서 3번…?”

       

       “흠. 2번은 져도 괜찮다는 소리로구만. 5명의 대표 중에서도 실력의 차이나 상성 차이 같은 것은 있을테니, 결투 순서도 중요하겠어.”

       

       

       흐음. 역시 드워프가 머리는 잘 돌아가는구만. 벌써부터 5전3선승제의 전략을 이해하고 있다니.

       

       

       “세부적인 규칙은 조금 더 조율해야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겨루어서 상대방을 쓰러트리면 이기는 쪽으로 하게 될 것 같군. 단, 상대방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제약을 걸어두도록 하마.”

       

       “어째서 상대를 죽이면 안되는겁니까? 저런 조그마한 드워프들 따위 한순간에 죽어나갈텐데.”

       

       “호오, 해보자 이거냐? 멀대같이 길쭉하기만 한 엘프 주제에. 도끼에 찍혀서 넘어가는 나무마냥 쓰러지게 해줄까?”

       

       

       또다시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는 엘프와 드워프의 대표들. 정말이지…. 이그드라실과 사가르마타는 오히려 사이가 좋은 편인데, 그 둘을 신으로 모신다는 녀석들은 왜 이리 사이가 나쁜걸까?

       

       종족적인 차이가 너무 심한 탓이려나. 크흠.

       

       

       “벌써부터 기를 빼려 하지 말고, 제대로 붙을때를 대비해서 힘을 아끼거라. 그러면 준비에 시간이 좀 걸릴테니, 3일 후에 대결을 펼치도록 하지.”

       

       “3일 후. 알겠습니다.”

       

       “3일 후에 저 쓸데없이 높은 콧대를 뭉게줄 수 있겠구만!”

       

       “내 얼굴까지 손이 닿기는 하고?”

       

       

       또 그런다. 또.

       

       진짜 계속 으르렁거리네. 완전 물하고 기름이잖아.

       

       이런 녀석들이 편지로는 사이가 좋았다니….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만.

       

       아무튼, 그렇게 엘프와 드워프의 대표들이 떠나간 자리에서, 나는 멍하니 보고만 있는 용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그러면 다른 종족들이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알 수 있는 기회이니, 눈 크게 뜨고 잘 보거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용사가 다른 종족들의 전투 방식을 구경할 수 있는 보기드문 기회였으니까. 이 또한 교육의 기회로 삼아야지.

       

       그저 물리적으로 튼튼한 드워프와는 달리, 엘프의 정령술은 상당히 트릭키한 전술도 가능한 능력이었으니까.

       

       그런 두 종족의 싸움을 잘 지켜본다면, 용사도 좀 더 성장할 수 있을테지.

       

       

       “자, 그러면 결투를 진행할 장소를 만들도록 할까?”

       

       

       엘프가 활을 쓰니까 꽤 넓게 만들어야 할까?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드워프에게 너무 불리한데.

       

       음. 적당히 거리가 있지만, 드워프가 파고들기에는 적당한 거리는 어느정도려나. 너무 멀게 만들어서 엘프가 먼 거리에서 활만 쏘다가 끝나는 것은 원하지 않으니까.

       

       대충 100미터 정도의 정사각형으로 하도록 할까. 그정도라면 드워프도 어떻게든 버티면서 접근할 수 있을테니까.

       

       전체적인 상황은 드워프가 화살을 버티면서 접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접근한 이후의 정령술에 대처할 수 있을까? 같은 느낌으로 되려나.

       

       전체적으로 엘프에 유리한 싸움이 될 것 같지만…. 음. 어떻게 되려나?

       

       그래도 전쟁을 하겠다고 우르르 몰려나온 놈들이니, 나름 한가닥 하는 놈들이겠지?

       

       무력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좋겠네!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3일 후.

       

       

       “자! 마침내 벌어지는 두 종족의 명예를 걸고 이루어지는 결투! 전쟁을 대신해 벌어지는 5번의 혈투! 금지되는 것은 목숨을 빼앗는 것 뿐! 그 외에는 무엇을 해도 상관 없는 결전!!”

       

       

       나는 목소리를 크게 키워주는 마법을 걸고, 결투장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마치 시합 전에 분위기를 띄우는 MC 같은 느낌으로 말이지!

       

       가로세로 100미터짜리 정사각형의 결투장.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계단식의 관객석.

       

       그런 관객석에는 엘프와 드워프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지금 여기에서! 엘프와 드워프! 드워프와 엘프! 어느 쪽이 더 강한지가 결정된다! 자아! 결투를 목격할 준비는 되었는가!!!”

       

       

       내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엘프와 드워프. 양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쏟아진다.

       

       음. 이거 꽤 즐겁구만!

       

       

       “좋아! 그러면 각 종족의 명예를 결고 결투를 벌일 10명의 결투자들! 입장!!!”

       

       

       내 목소리와 함께 결투장의 양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5명의 엘프와 5명의 드워프가 결투장 위로 오른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무장을 하고 있는 엘프들. 그리고 그와 반대로 중무장에 커다란 방패까지 짊어진 드워프들.

       

       엘프는 모두 활과 화살을 메고 있었지만, 드워프들은 무기가 다 제각각이라는 점이 또 독특했다.

       

       커다란 망치나 도끼는 물론이고, 자기 키보다 길다란 양손검을 짊어진 드워프에 조금 작은 도끼를 잔뜩 매달고 있는 드워프.

       

       심지어 무기를 천으로 꽁꽁 감싼 드워프까지 있었…. 아니, 드워프 대표잖아.

       

       대표가 직접 결투자로 출전한건가…? 대단하구만.

       

       정작 엘프 대표는 결투장 근처에서 지켜보고만 있는데 말이지.

       

       대충 분위기로는 ‘이몸께서 이런 일을 할리가 없지 않나!’ 라는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오만하구만. 오만해.

       

       전체적으로 엘프가 유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래서는 모르겠구만.

       

       

       “결투장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패배. 상대방을 죽이지만 않으면 OK. 뭐, 죽이고 싶어도 죽이지 못할테지만 말이지.”

       

       

       결투장을 만들고서도 시간이 남아서, 마법을 하나 만들었거든!

       

       죽음으로 이어질만한 공격을 1번에 한해서 방어해주는 마법. 대충 기합의 머리띠와 비슷…. 이건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구만. 기합의 띠와 옹골참으로 묻혀버린 아이템이니.

       

       아무튼, 치명적인 공격에 한해 1번 막아주는 마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기절시키는 마법을 섞어서 걸어두면…. 죽을 것 같은 일격을 버티지만, 의식은 잃게 되는 마법의 완성!

       

       이런 결투에서 쓰기에 적합한 마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을 상황에서 1번 살아나게 하지만, 그 대신 기절하는 마법을 걸어둘테니, 마음껏 싸우도록. 단, 기절한 사람을 공격하거나 한다면 심판이 끼어들어서 멈출테니 유의해두게.”

       

       

       물론, 심판은 용사였다.

       

       기왕이면 가까운 곳에서 결투를 지켜보라는 배려라고 할까.

       

       그렇게, 엘프와 드워프의 명예를 건 대결이 시작되었다.

       

       

       – – – – – – – – – – – – – – – – – – – –

       

       

       물론 모든 대결을 다 설명하자면 한없이 길어질테니까, 간단하게 요약해서.

       

       

       1경기.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경무장의 엘프와 작은 도끼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드워프의 대결.

       

       엘프는 먼거리에서 화살을 쏴서 드워프를 견제했지만, 드워프는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가리는 방패를 사용해서 우직하게 접근했다.

       

       하지만 커다란 방패 때문에 속도가 느렸고, 엘프는 민첩한 움직임을 살리며 옆으로 돌아 방패로 방어하지 못하는 측면을 노렸다.

       

       빈틈을 노리고 쏘아진 화살들을 오른손에 쥔 작은 도끼로 튕겨내는 드워프는 우직하게 나아가서 경기장의 중앙에 다다랐고.

       

       커다란 방패를 땅에 쿵! 소리가 나도록 박아넣은 후에 몸에 주렁주렁 걸고 있는 작은 도끼를 손에 쥐고서 엘프를 향해 마구 던져대기 시작했다.

       

       약 50미터의 거리를 넘어 엘프에게 날아드는 도끼. 엘프는 그런 도끼에 기겁을 하며 황급히 피했지만, 드워프는 온 몸에 걸고있는 도끼가 장식이 아니라는듯이 쉴새없이 던졌다.

       

       거기에 던져지는 도끼 중 일부는 도끼 2개가 쇠사슬로 연결된 것도 있어서, 공격을 피하는 엘프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으니.

       

       도끼를 피하면서 반격의 화살을 날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피해내지 못한 도끼에 머리를 맞아 쓰러지고 만 것이었다.

       

       음. 설마하니 활을 상대로 도끼던지기로 응수하다니. 굉장하다면 굉장하구만.

       

       결투장 중앙에서 엘프가 있는 곳까지 던질 수 있는 근력에, 정확하게 날아드는 명중률까지. 도끼를 하루이틀 던져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렇게, 드워프는 기분 좋은 1승을 거두고 앞서나갔다.

       

       

       이어지는 2경기. 양손검을 든 드워프와 역시 경장의 엘프.

       

       전체적인 양상은 1경기와 거의 동일했다.

       

       차이점이라면 드워프의 무기가 양손검이라…. 방패를 챙기지 못했다는 점일까.

       

       덕분에, 이게 드워프인지 고슴도치인지 알기 힘든 오브젝트가 완성되었다.

       

       화살 수십개를 맞았음에도 우직하게 나아가는 모습은 제법 굉장했지만…. 방패를 가지지 않고 엘프에게 닿으려 한 것은 조금 오만한게 아니었을까.

       

       그래도 화살 수십개가 박혔음에도 기절하지 않고 버틴건…. 그만큼 드워프의 갑옷이 튼튼하다는 증거이리라.

       

       그래도 결국 져버렸지만 말야!

       

       그렇게 각각 1승 1패를 가져가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음. 꽤 재밌네. 이거.

       

       역시 싸움 구경은 허접 싸움이 가장 재밌다더니, 정말이었잖아.

       

       다만, 이래서야 용사가 결투를 지켜보면서 성장할 여지가 없는데…. 음….

       

       화살의 수량에 페널티를 줄까? 아니, 그러면 2경기에서는 드워프가 이겼겠구만.

       

       방패도 없이 화살 수십개를 맞고도 버텼으니까. 화살 수량에 페널티를 주면 저 인간 전차 드워프들이 화살을 몸으로 다 받아내면서 들이닥칠테니까.

       

       음. 그냥 두자. 괜히 내가 밸런스 생각한다고 손대려 하다가 오히려 어느 한쪽을 편든다고 생각될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1경기를 드워프가 이겨버려서. 밸런스가 더욱 알기 힘들어졌으니까. 음.

       

       그냥 지켜보도록 할까.

       

       가능하면 용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엘프가 화려한 정령술도 써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지 않았다…!!! 세이프!!!

    이제 비축분을 준비해야겠군요. 어흒 마이깟.

    연말에 본가 귀향이 예정되었으니… 미리 2편 정도의 비축을 더 만들어야 하는…!!

    목숨을 불태워 쥐어짜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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