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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97 – 나쁜 아이>

     

    “힝잉잉.”

    “울지 마, 티토소가!”

    “다들 나한테만 머라 구러구, 언니가 인기 있을 거라고 했던 조명대는 놀림만 당하구, 힝잉잉.”

     

    눈물을 뚝뚝 흘리는 티토소가는 보는 사람이 측은지심이 들 정도로 서럽게 울었다.

     

    “그건 쟤들이 바보라서 그래! 쟤들은 납치범이 범죄를 저질러놓고 돈을 제때 가져다주지 않았으니 네 잘못이라며 비난하는 것에 당해주는 바보들이야.”

    “교수님은 납치범이 아닌데.”

    “학점을 납치하고 순순히 돌려받고 싶으면 과제를 내놓으라고 하잖아.”

    “그룬가…?”

     

    티토소가가 드디어 울음을 그쳤다.

     

    “앞으로는 서럽다고 울고 그러면 안 돼. 그래가지고 이 험난한 아카데미에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훌쩍. 알았어. 강해지려고 노력해볼게.”

     

    우는 티토소가 달래기에 성공했다.

     

    “오크노디. 시간이 되면 이 뒤에…”

    “미안. 3교시는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가 있어서.”

    “4교시는?”

    “4교시도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가 있어.”

    “5교시는…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가 있지?”

    “응.”

     

    티토소가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을 바라보듯이 쳐다봤다.

    내 생각에도 월요일부터 강의를 줄줄이 듣는 학생은 이런 시선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오크노디. 나 실은 이번 주부터 5교시 강의는 안 들으려고 했어.”

    “정말?”

    “그래도 한 번만 더 용기를 내볼래. 오늘은 꼭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를 듣고 기절하지 않을 거야.”

    “…그 정도면 강의를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야! 꼭 들을 거야. 오크노디 혼자 그 무서운 강의를 듣게 놔둘 순 없어. 우린 친구잖아!”

     

    누가 누굴 걱정하나 싶지만 아무튼 티토소가는 용기를 내며 헤어졌다.

    자기가 힘든 것보다는 오크노디가 힘든 것을 돕는 것에서 더욱 힘을 내어 의지를 품는 고운 마음씨를 지닌 친구였다.

    성능충 플레이어였다면 티토소가가 따돌림을 당한 끝에 퇴학을 당해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고인물은 성능보다 마음이 내키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러니 티토소가를 도와줄 수밖에 없지!

     

    [당신은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불쌍한 티토소가를 위로하며 우정을 공고히 다졌습니다.]

    [화술 경험치+3]

    [착한아이 경험치+1]

     

    다음 강의를 들으러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 *

     

     

    [당신은 마나퍼즐을 수집하는 5가지 공식과 20가지 기초조합법을 완벽하게 숙지했습니다.]

    [보상으로 1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암기력 경험치+3]

    [마나술 경험치+3]

     

    가벼웠던 발걸음은 무거운 한숨으로 돌아왔다.

    위어드 교수님이 산더미처럼 과제를 냈기 때문이다.

     

    “20가지 공식은 전부 암기해오세요. 다음 강의시간에 쪽지시험을 볼 거예요. 각 공식이 사용된 사례도 5가지씩 분석해오고. 겸사겸사 공식이 적용된 실제물질을 하나씩 수집해오는 것도 괜찮겠네요.”

     

    도로시가 물었다.

     

    “교수님… 과제는 다음주 월요일까지 해오면 되는 거죠?”

    “다음 강의가 수요일에 있는데 뭐하러 제출기한을 뒤로 미룰 필요가 있죠?”

    “조금 양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얼마나 더 많은 과제를 낼 수 있는지 알게 된다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걸요.”

     

    교수의 섬뜩한 이야기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도로시가 입을 꾹 틀어막았다.

     

    ‘티토소가 2호기를 볼 뻔했네!’

     

    마음이 꺾인 도로시 대신 적색마탑의 견습마법사 로지니가 눈에 불을 켜고 항의하였다.

     

    “교수님. 저희는 이 강의만 듣는 게 아니라 다른 강의도 듣고 있어요. 그 과제를 전부 해결할 시간이 없는데요. 조금만 줄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누가 다른 강의 들으라고 했어요?”

    “네??”

    “마법은 자연마법이 최고에요. 학문도 자연학이 으뜸이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쓸모없는 다른 강의를 들으니까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죠.”

    “아니 학점이수를 안하면 2학년이 못 되잖아요.”

    “괜찮아요. 교수의 랩실에 들어온 연구생은 학년 안 올려도 상위학년 강의 들을 수 있어요. 추천서만 받으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미친 교수가 세 번째 강의 만에 본색을 드러냈다.

    이제 막 아카데미에 적응을 시작한 2주차의 신입생에게 미래고 뭐고 전부 교수에게 저당 잡힌 채, 노예의 삶을 살라고 강요하다니!

    로지니의 얼굴이 제 마탑의 색깔처럼 시뻘겋게 격노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사이, 이미 교수의 조교가 되어버린 황색마탑의 견습마법사 샌드쿠커가 말했다.

     

    “교수님… 설마 그런 의도로 저희를 조교로 뽑으신 건 아니죠?”

    “그러면 안 돼요?”

     

    학생들은 깨달았다.

    자연의 무자비함에 심취한 교수가 얼마나 잔혹하고 무자비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러나 샌드쿠커는 멘탈이 튼튼하기로 유명한 황색마탑의 견습마법사답게 마음이 꺾이지 않고 제 할 말을 명확하게 이어나갔다.

     

    “이미 들어버린 걸 어쩌겠습니까. 저희는 위어드 교수님의 뛰어난 강의를 듣기 전에 수강신청을 끝내버린걸요. 신입생의 미숙함이라 여기고 자비를 베풀어주시지요.”

    “흥. 바보 같기는. 그래도 작년도 1학년들보다는 뭘 좀 아네요. 선심 썼어요. 공식이 적용된 실제물질을 수집하는 과제는 안 해도 돼요.”

     

    과제 하나가 줄었다.

    짝짝짝.

    휘이익!

    강의실에 진심어린 박수가 쏟아졌다.

    나도 박수를 쳤다.

    교수님께 맞서는 용기를 지닌 샌드쿠커가 진심으로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오고 싶은 학생은 해도 돼요.”

     

    학생들은 농담이라 생각하고 하하깔깔 웃었다.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것까지 하겠어?”

    “맞아. 기껏 안 해도 된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정말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크노디? 그런 추가과제 아무도 할 리가 없는데.”

     

    도로시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오크노디?!”

     

    미안, 도로시.

    포인트 가산점은 못 참아.

     

     

    * *

     

     

    비교적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끝난 자연마법에 대한 이해 강의와 달리, 월요일 4교시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의 끝은 <안목키우기> 강의와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참혹한 그 자체였다.

     

    “오늘은 호우주의보가 내린 관계로 실내강의로 대체하겠다.”

     

    실내에서 과녁을 놓고 각자 활쏘기나 비도 던지기, 총 쏘기 따위를 연습하는 학생들.

    강의 두 번째 시간부터 경주기록대결을 붙일 정도로 미친 듯이 진도를 빼던 이브닝슈터 교수님에게는 이 실내대체강의가 무척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오늘은 비교적 강의난이도가 쉬웠던 관계로 대신 과제를 내겠다. 모두 이 팔찌를 원거리 병기를 사용하는 쪽의 팔목에 차도록.”

    “교수님. 이게 뭐예요?”

    “아아. 이건 자동기록팔찌라는 것이다. 지정된 횟수의 사격과 투척을 벌인 뒤에야 손목에서 풀리는 것이지. 사용법은 간단하다. 교관. 시범을 보이도록.”

     

    숙련된 교관이 팔찌에 달린 버튼을 눌러 레이저를 벽에 조준했다.

    그리고 버튼을 다시 누르자 해당 위치에 가상과녁판이 생성되었다.

     

    “목표물을 조준하고 중앙에 가깝게 맞출수록 점수가 기록되는 가상과녁을 생성하고 명중시킨다. 이것을 50m, 100m, 150m, 200m 거리에서 각각 총점 1000점을 모아오면 된다.”

    “인명사고가 나지 않도록 생명체나 생명체 주변에는 작동하지 않으니 고장 났다고 징징거리지 않도록 잘 숙지하길 바란다. 이상.”

     

    표적지의 점수는 10점부터 0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최저로도 각각 100번, 최대로는 1000번 이상을 해도 끝마칠 수 없는 엄청난 횟수의 사격 혹은 투척을 요구하는 숙련도 연습과제!

    슬슬 학생들은 과로로 죽을 걱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오크노디. 이걸 다 깨려고 했다간 밤을 새더라도 시간이 부족할 거야. 뭔가 방법이 없을까?”

    “그래? 그럼 내가 방법을 알려줄게!”

    “정말? 날로 먹는 방법이 있어?”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아래로 과녁지를 생성하면 힘은 적게 들이면서도 많은 화살을 편하게 쏠 수 있어!”

    “오오. 정말 좋은 생각이야. 그래서 그런 장소가 어디에 있는데?”

    “산이랑 절벽?”

    “…바깥이 저렇게 됐는데?”

     

    얘도 참, 하급반 학생 아니랄까봐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네.

     

    “과제를 편하게 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저 폭우를 뚫고 자이언트크랩을 피해 도망 다니면서 산이나 절벽을 찾아가는 쪽이 훨씬 어려워 보이거든?!”

    “모브는 엄살이 너무 심해.”

    “으아아! 화가 난다. 너무 화가 나!”

     

    모브는 제 가슴을 손으로 두드리며 괴로워했다.

     

    [당신의 잔혹한 조언에 하급반 학생들이 두려움에 질렸습니다.]

    [협박 경험치+3]

    [나쁜아이 경험치+1]

     

    어째서?!

    난 친절하게 조언해줬을 뿐인데!!

     

     

    * *

     

     

    다사다난했던 강의들이 끝난 뒤.

    저녁시간이 되자 잔뜩 심통이 난 이사벨과 마주쳤다.

     

    “오크노디. 이 커다란 킹크랩을 두고 나만 홀로 남겨두고 가다니.”

    “미안해요. 히히. 그래도 티토소가를 혼자 둘 수는 없잖아요?”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가볍게 한숨을 쉰 이사벨이 내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주고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와서 다리 좀 뜯어. 집게발이 너무 단단해서 다리를 뜯는 사람이 더 필요해.”

     

    어떻게든 킹크랩의 속살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안목키우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찜통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다리와 껍질을 부수느라 다 같이 애를 먹고 있었다.

     

    “네에.”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좋은 말이지.

    콧노래를 부르며 손으로 또각또각 다리를 부수는데 옆에 앉아있던 2학년 선배의 입이 뜨악 하고 벌어졌다.

     

    “야…”

    “넹?”

    “다리 자르는데 쓸 강철가위는 아직 안 줬는데… 그게 맨손으로 잘려져…?”

     

    가위가 왜 필요하지?

     

    “힘으로 뜯으면 되잖아요.”

     

    [힘을 과시하는 당신에게 주변 학생들이 공포에 빠졌습니다.]

    [대담함 경험치+1]

    [나쁜아이 경험치+1]

     

    …뭐만 하면 자꾸 나쁜아이래.

    오늘따라 시스템 출력문구가 밉다.

    자꾸 이러면 나 삐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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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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