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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공원에 놀러 온 동네 주민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두 수인족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화목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사람들은 대화하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꼬꼬.”

       

       겨울이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닭 울음소리를 흉내 냈다.

       레비나스가 조금 고민하나 싶더니,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정답! 고양이!”

       

       “아냐, 이번에는 닭이었어.”

       

       “엥···?”

       

       분명 고양이였는데?

       어딜 봐도 고양이였는데?

       의아함에 레비나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왕아, 우리 왜 정답을 못 맞추냐?”

       

       “이거 놀이가 생각보다 어렵나 봐···”

       

       겨울은 억울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뿔토끼겠지 했던 게 벌써 네 번째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뿔토끼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머리로 찌르는 흉내를 내길래 뿔토낀줄 알았는데.’

       

       설마하니 ‘성격 나쁜 양’이라는 카드 일 줄이야.

       겨울은 너무 억울해서 저도 모르게 공원 바닥을 콩콩 내리밟고 말았다.

       

       “왕아, 우리 딴 거 하고 놀까?”

       

       “음··· 그럴까?”

       

       레비나스와 뭘 하면서 놀아줘야 할까.

       괜스레 주위를 둘러본 겨울이, 벤치에 앉아 있는 소피아와 한여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라.”

       

       언제부터 저기에 앉아 있었지.

       겨울과 레비나스가 경쟁이라도 하듯 벤치를 향해 달려갔다.

       

       “정답! 상어!”

       

       레비나스가 소피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피아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래, 상어다.”

       

       “와! 레비나스가 맞췄다!”

       

       자리에서 폴짝 뛰던 레비나스가, 한여름을 보며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어젯밤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동물 형사를 흉내 내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여름이는··· 캥거루!”

       

       “캥거루? 언니는 왜 캥거루야?”

       

       “레비나스를 잘 돌봐주거든!”

       

       그리 말한 레비나스가 한여름의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

       레비나스가 한여름의 상의 속으로 들어가더니, 목 부근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캥거루 주머니 속에서 얼굴만 내민 아기 캥거루 같았다.

       

       “왕아, 어때? 캥거루 같아?”

       

       “응. 진짜 캥거루 같다.”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순수한 행동에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쿡쿡, 조용히 지켜보던 시민들이 웃음을 터트릴 정도였다.

       

       “애기들 되게 귀엽지 않아?”

       

       “응. 진짜 힐링된다.”

       

       애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다.

       사람들이 레비나스를 예뻐해 줘서 다행이었다.

       

       ‘레비나스도 과거가 좋지 못했으니까.’

       

       이제부터라도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행복하게 지내줬으면 좋겠다.

       겨울이 속으로 레비나스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했다.

       

       “겨울아, 겨울이도 이거 해볼래?”

       

       “어떤 거요?”

       

       “이거 캥거루 놀이.”

       

       한여름이 제 옷 속에 들어간 레비나스를 가리켰다.

       그러나 겨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전, 괜찮아요.”

       

       “응.”

       

       아직 아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거겠지.

       그래도 이 정도면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거니까.

       한여름은 겨울의 머리나 쓰다듬기로 했다.

       

       “근데 무기는 왜 챙겼어요?”

       

       “언니 오늘 던전 가거든.”

       

       “던전이요?”

       

       “응. 육 단계 던전이야.”

       

       육 단계 던전.

       모험가를 시작한 겨울로선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저도 구경하면 안 돼요?”

       

       “던전을? 겨울이 한텐 되게 위험할 텐데?”

       

       “던전에 들어가고 싶은 게 아니라, 근처 분위기를 보고 싶어서요.”

       

       “아···”

       

       최상위 모험가들이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는지 보고 싶은 건가.

       확실히 겨울에게 공부가 될 것 같기는 했다.

       

       던전 안쪽으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딱히 위험할 일도 없었다.

       한여름은 겨울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좋아, 대신 언니 말 잘 들어야 한다?”

       

       “네에···”

       

       최상위 모험가들의 던전 준비 과정을 볼 수 있다니.

       엄청난 행운이다.

       겨울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

       

       

       나는 모두와 함께 차를 타고 던전을 향해 이동했다.

       12인승 자동차였는데,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짝을 지어서 앉았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우와! 여행이다!”

       

       모두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기뻤던 건지, 레비나스가 양손에 엔시아와 아르고의 꼬리를 움켜쥐었다.

       아르고의 꼬리 힘이 무척이나 강력해서 살짝만 움직여도 레비나스가 다칠 텐데.

       아르고도 이를 알고 있는지, 끙끙거리며 꼬리를 움직이지 않도록 집중하고 있었다.

       

       “레비나스, 우리 여행가는 거 아니야.”

       

       “아니야?”

       

       “응. 던전 견학 가는 거야.”

       

       “그게 여행 아니냐···?”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옆에 앉아 있는 한여름을 올려다보았다.

       대신 설명해 달라는 의미에서였다.

       

       “오늘은 공부하러 가는 거야. 노는 건 그다음에 하자?”

       

       “응! 알았다!”

       

       공부라는 단어에 반응한 건지, 레비나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의젓해 보이는 레비나스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아르고와 엔시아의 꼬리는 계속 잡고 있긴 했지만.

       

       “겨울이도 던전 근처는 위험하니까 언니 말 잘 들어야 한다?”

       

       “네. 저 말 잘 들을게요.”

       

       “헤헤, 그럼 아까 언니가 뭐라고 했는지 말해볼까?”

       

       던전 근처에서 지켜야 할 수칙을 말하는 건가.

       딱히 어렵지 않았기에 전부 다 외운 상태였다.

       

       “포탈에는 접근하면 안 돼요. 빨려 들어가면 큰일 나거든요.”

       

       “응. 그리고 또?”

       

       “무슨 일 생기면 주변 어른들한테 도와주세요라고 말해요.”

       

       “우와, 겨울이가 되게 똑똑하긴 하다. 그걸 다 외운 거야?”

       

       한여름이 상냥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별거 아닌 걸로 칭찬을 받는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웠다.

       나는 괜스레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저기, 근데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떤 거?”

       

       “던전은 왜 생기는 거예요?”

       

       던전의 생성 원리를 안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참 좋긴 할텐데,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금 있는 가족들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이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여러가지요?”

       

       “응. 이런 저러한 이유로 던전이 생성되거든. 마나가 뒤틀린다든가, 누군가의 감정에 반응한다든가···”

       

       “감정이요···?”

       

       고작 감정 따위에 던전이 생성된다고?

       그렇다면 세상이 던전으로 뒤덮여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의문을 품은 채 한여름을 올려다보았다.

       

       “대신 평범한 감정으로는 안돼. 원념 같은 게 한데 모여서 던전을 생성하는 거거든.”

       

       “그럼 안 좋은 감정을 품은 사람들은 던전을 마음대로 생성할 수 있는 거예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어지간한 원한으로는 던전이 생성되지도 않거든.”

       

       “음··· 예를 들어서요?”

       

       내 물음에 한여름이 조금 머뭇거렸다.

       어째선지 차 내부에 침묵이 맴돌았다.

       

       “···끔찍하게 고문을 당하고 죽은 사람이 네다섯 명은 있어야 일 단계 던전이 희박한 확률로 생길까 말까 하는 정도야.”

       

       한여름이 앞자리에 앉은 레비나스의 귀를 꾹 누르며 말했다.

       그녀가 왜 머뭇거렸는지 알 수 있는 답변이었다.

       

       “감정으로 던전이 생기는 게 굉장히 힘든 건가 보네요?”

       

       “응. 전쟁이 터져도 안 생기는 게 던전이니까.”

       

       “전쟁인데 안 생겨요?”

       

       “응. 전쟁은 원한보단 집단 광기 같은 거니까···”

       

       “아···”

       

       또 그런 감정으로는 안 생기는 건가.

       이 세계는 던전 때문에 전쟁이 안 터질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사람 사는 세계는 다 똑같았다.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아 창 밖을 내다보았다.

       

       ‘응···?’

       

       어쩐지 창 밖의 풍경이 익숙하다.

       과거에 한 번 온 적 있는 듯한 장소였다.

       

       여기가 대체 어디더라?

       고민하다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세계에 처음으로 왔을 때 보았던 풍경이라는 걸.

       

       “여기서부턴 걸어가야 돼. 던전이 산 깊숙한 곳에 있거든.”

       

       운전대를 잡은 최진혁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가 알았다며 답했지만, 나는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산속에 파묻혀 있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다.

       

       

       **

       

       

       가파른 산이다.

       겨울이는 산을 잘 타서 괜찮을 테고, 레비나스는 괜찮으려나?

       

       한여름이 아이들의 상태를 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순간, 겨울이 한여름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응?”

       

       옷자락을 붙잡은 겨울의 손이 덜덜 떨린다.

       안색이 창백한 게 겁에 질린 것만 같았다.

       

       뭐지?

       던전의 기세에 겁먹은 건가?

       워낙 민감한 아이인지라 그럴 수도 있었다.

       한여름은 겨울을 달래기 위해,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겨울아, 왜 그래?”

       

       “여, 여기, 제가, 제가···”

       

       “겨울아, 언니 있으니까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볼래?”

       

       한여름이 겨울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겨울이 움찔 몸을 떠나 싶더니, 큰 심호흡과 함께 입을 열었다.

       

       “제가 묻혀있던 곳이에요···”

       

       “···뭐?”

       

       겨울의 중얼거림에 산을 오르던 모두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최진혁의 등에 업혀 잠을 자던 레비나스를 제외하고.

       

       “제가 여기 땅속에 파묻혀 있었는데···”

       

       겨울의 상태가 좋지 않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유나야 겨울이 데리고 내려가 있을래? 나 던전 깨고 금방 돌아갈게.”

       

       “아··· 응.”

       

       한여름이 겁에 질려있는 겨울을 정유나의 품에 안겨주었다.

       그리고 최진혁의 등에 업혀 자는 레비나스도 함께 보내주었다.

       친구가 있다면 어느 정도 안심할 테니까.

       

       ‘뭐지.’

       

       한여름은 떠나가는 겨울의 뒷모습을 보며, 겨울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던전이 ‘누군가의 감정’에 반응해 생길 수도 있다는 그 대화를.

       

       “······.”

       

       겨울이 묻혀 있던 산.

       갑작스레 생긴 던전.

       과연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제발 우연이었으면 좋겠다.

       한여름은 믿지도 않는 신을 향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도 그럴 게 이번에 생긴 던전은 육 단계였으니까.

       

       네다섯명의 사람이 끔찍하게 고문 살해당한 현장에서 희박한 확률로 생기는 던전이 고작 일 단계였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과거가 밝혀질 수록 불쌍해지는 겨울이네요 ㅠ.ㅜ

    ───
    딩딩딩님 7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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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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