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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

         

         

         주인공의 파워업 이벤트를 단순히 구조화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던 중 급작스러운 급습.

        2.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밝혀지는 음모.

        3. 우정과 사랑 같은 긍정적인 관념을 통해 각성.

        4. 역경의 해결 이후 일련의 보상.

         

         이젠 고전적이라고 할만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사실 고전이 고전인 이유가 있는 법이다. 변주를 넣어도 저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한 발자국만 더 앞서 생각하면, 이반의 준비과정을 알 수 있다.

         

         주인공 파워업 이벤트를 강제로 시작하기 위해선, 음모를 깔아두고 주인공 파티를 급습한 후 역경을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나중에 보상을 던져주면 된다는 의미다.

         

         역경을 딛고 각성을 하느냐, 각성을 시키기 위해 역경을 던져주느냐의 사소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로 가나 서울로만 가면 그만.

         

         어쨌건 결과만 좋다면 상관없다. 훈련받은 요원은 결코 과정을 중시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과만 제대로 뽑아낼 수 있다면 그만이다.

         

         따라서, 이반은 보상을 준비하고, 적절한 수준의 난이도 상승곡선을 고려하여 역경을 배치하고, 그 사이에 ‘그럴싸한’ 음모를 꾸미기로 했다.

         

         

         “최소한 ‘주인공’들이 모두 신경가속과 사선감지 정도는 익힐 수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비기까지 하나 정도는 챙겼으면 좋겠군.”

         

         

         이반은 이곳저곳에 전술기호로 낙서가 빼곡히 들어찬 지도를 내려보며 생각했다.

         

         지금 그가 하는 행동은 일종의 게임 설계와 같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임으로 따졌을 때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이라면 주인공들이 해결해야 했을 ‘스테이지’들을 모조리 처리해버린 뒤였으므로.

         

         그러니까 이젠 그가 스테이지를 꾸려주어야 했다. 그리고 스테이지란 결국 플레이어의 체험과 성장 한계선을 정확히 계산하며 설계해야 한다.

         

         일종의 레벨 디자인이다. 이반은 지도를 내려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주인공 파티라.”

         

         

         이자벨, 엘피헤라, 에시디스, 오스칼은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넷은 확실히 주인공 파티였으니까.

         

         그러나 루시아. 엔리케의 제자. 그녀는 지금 엔리케와 함께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방첩사령부의 사령관을 역임하는 그조차도 알지 못하는, 왕녀가 직접 컨트롤하는 종류의 임무다.

         

         용사 파티의 일원이 필요한 수준의 임무라면 분명 가혹할 것이다. 그 사이에서 엔리케에게 직접 사사하는 루시아의 경우, 이반이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남은 ‘주인공’들은….

         

         

         “오스왈드, 유진, 유리.”

         

         

         빙의자 삼인방. 이 꼬마들은 다소 복잡하다. 각자 성장 포텐셜은 용사파티 자제들 못지 않지만, 이들에겐 각자의 서사가 안배되어 있을 터.

         

         가령 오스왈드는 ‘악역영애’와의 로맨스 판타지.

         

         유진은 ‘망나니 막내아들’의 아카데미물.

         

         유리는…. 어쨌건.

         

         그렇다면 이들의 성장에 직접 관여하여 억지로 ‘파워업 이벤트’를 짜넣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정작 이들만의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탓이다.

         

         이반은 테이블을 툭툭 치며 고민에 잠겼다.

         

         이 이야기의 끝을 고려할 때, 가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적자라 한다면 마왕 또는 전대 용사.

         

         최악의 경우 사라진 막시밀리앙, 수많은 ‘저주’를 홀로 품고 은거했다는 그 사내. 그 자를 직접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코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 이반은 도저히 막시밀리앙을 홀로 죽이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원래 타락한 용사는 본판보다 강한 것이 ‘상식’이다. 적이 된 아군은 온갖 보정을 떡칠해서 튀어나오는 법이니까.

         

         이반은 상식적인 사람이었으므로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는다. 그는 대신 지도를 내려보았다.

         

         쓸 수 있는 자원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용사파티의 자제들은 그가 쥐고 있는 가장 고품질의 자원이었으므로.

         

         원석은 깎아내야 가치를 가지는 법.

         

         이반은 작전 계획서를 쓰며 생각했다. 죽지 않을 정도의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하는 법이라고. 그 또한 그렇게 성장하지 않았던가.

         

         

        *

         

         

         기말고사는 당연하게도 수석. 장학금은 ‘노블리스 오블리주’. 그리켄코스 가문의 재물 앞에서 이런 학비 따위가 무슨 대수겠나.

         

         엘피헤라는 흥얼거리며 저택의 대문을 지나 걸었다. 여름날의 따사로운 햇살이 엘프 거주구를 활달하게 덥히고 있었다.

         

         

         “오, 왔느냐.”

         “코엔울프 경.”

         

         

         그녀의 기분이 급격이 곤두박질 쳤다. 정원 한 가운데에서 칼 끝으로 물구나무를 선 엘프를 마주한 직후였다.

         

         말 그대로, 에델플라트 코엔울프는 지금 칼 한자루를 거꾸로 박은 채로, 그 위에 물구나무를 서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이래서 칼잡이들이란.

         

         명상이란 것은 응당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고요 속에서 참오해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검사에게 명상이 왜 필요한가? 저건 다 마법사를 따라하고 싶어하는 저열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여간 칼잡이들은 좋아 보이는 건 모두 모방하려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좋아 보이는 것’은 마법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자명한 진리였다.

         

         

         “본국엔 대체 언제쯤 가세요?”

         “이런, 벌써 축객령이라니. 귀족답지 않은 언사로구나.”

         “귀족다운 언사로 돌려 말하니까 이해를 못하시던데.”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냐. 모두 이해하고 귀족답게 거절한 것이란다. 그리켄코스 가의 재물이 고작 겸손한 검사 한 사람을 식객으로 거두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진 않으니.”

         “죄송한데 코엔울프 경이 더 부자잖아요.”

         “집세를 내는 것은 너무 저열하지 않느냐.”

         

         

         에델플라트는 피식 웃으며 칼자루를 놓고 빙글 돌아 내려왔다.

         

         

         “겨울이 되기 전엔 떠날까 한다. 크라실로프의 겨울은 다시 겪고 싶지 않으니. 뭐, 혼자 갈지는 모르겠다만.”

         “…?”

         “후후, 그럴 일이 있다. 우편이 있던데, 가서 확인해보거라.”

         “네, 그럼 이따 뵈어요.”

         

         

         엘피헤라는 다시 수련을 시작한 에델에게 고개를 까딱여 인사하곤 자리를 벗어났다.

         

         우편? 본국에서 온 건가?

         

         이 대학에 입학한 뒤 반년 간, 엘피헤라가 받은 수많은 연애 편지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이루어졌다. 감히 엘프 거주구에 들어오려는 인간은 없었던 탓이다.

         

         그리고 엘프들은 결코 편지 따위로 마음을 전하지 않는다.

         

         그러니 집으로 온 편지란 것은 보통 높은 확률로 본국에서 보내온 것일 텐데…. 아버님은 수정구로 연락할 수 있으니 차치하고, 누구지?

         

         엘피헤라는 응접실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놓여 있는 편지봉투를 들어 올렸다.

         

         

         “엑?”

         

         

         [발신인 : 이반 페트로비치 예레모프]

         

         

         “아저씨?!”

         

         

         엘피헤라는 황급히 편지를 끌어안고 주위를 휙휙 살폈다. 당연하게도 그녀의 저택엔 최소한의 사용인을 제외한 타인이 없다. 그리고 편지를 숨길 필요도 없고.

         

         빛나는 지성으로 그 사실을 눈치챈 엘피헤라는 헛기침을 하며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우아하게 뻗은 다리를 꼬고, 응접실 다과에 준비된 홍차를 한 잔. 천천히 마시면서.

         

         흐흥. 콧소리를 한 차례.

         

         

         “이제야 눈치를 좀 챈 모양이지이?”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뛰쳐나가길래 아, 인간의 발정기란 이토록 맹목적이고 어리석구나. 어쩜 이런 가여운 생물이 다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 이제야 ‘기회’를 눈치챈 모양이지? 엘프와 이어질 수 있는 ‘기회’란, 참으로. 인간에겐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제와서 내게 꼬리를 흔들어 보시겠다?

         

         꼬리가 있었다면 맹렬히 흔들어 버렸을 기세로, 엘피헤라는 히죽히죽 웃으며 천천히 손가락을 뻗었다.

         

         툭, 편지의 봉인을 뜯어내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후우, 가슴에 손을 얹어 잠깐 심호흡. 그 뒤에, 활짝. 곱게 접힌 편지지를 펼치면.

         

         이제 절절한 사랑 고백이… 고백이….

         

         

         [피서지 초청.

         

         장소 : 이르티시 역

         시일 : 성 얀스크 대학 학기 종료일 1500시

         상세 : 성 바르바이 역 1번 플랫폼에서 1530에 출발하는 제 15 구간철도를 탑승할 것.

         참고1. 제 15 구간철도 편도 이용권 별첨.]

         

         

         고백… 이?

         

         

         “보통… 편지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은 학교 뒤뜰로 나오라는 식… 아니야?”

         

         

         이상하다. 분명 주위 애들은 다 그런 식으로 고백하고 고백 받고 사귀고 그러던데.

         

         이렇게 사무적인… 꼭 무슨 공문서 같은 것이 어울리지도 않게 ‘초청’이란 말까지 써가면서.

         

         그것도 일주일 뒤에 있을 기차편에 표까지 넣어놓고…?

         

         그보다, 뭐? 이르티시 역은 또 어디야.

         

         

         엘피헤라는 혼란에 휩싸였다.

         

         

        *

         

         

         “이건 신혼? 여행? 그런 거 맞죠? 삼촌, 삼촌도 그렇게 생각하죠?”

         “글쎄, 내 눈엔 무슨 군사훈련에 외국 귀족을 부르는 느낌이긴 한데.”

         “그건 삼촌 감수성이 다 죽어서 그래. 원래 이반 삼촌이랑 나는 이런 관계거든요. 알죠?”

         “그을…쎄? 네가 뭐 그 자식이랑 편지든… 대화든… 제대로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건 삼촌이 연애라는 걸 안 해봐서 그래. 원래 서로 마음이 통하면 말이나 그런 걸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래. 그냥 그런 걸로 하자.”

         

         

         모르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방방거리는 에시디스를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형님, 자식 농사는 망한 것 같습니다. 이제와서 말씀드리는 건데, 형님보다 형수를 좀 더 닮은 거 같아요. 그 왜, 안 좋은 쪽으로요.

         

         원래 딸은 아빠를 닮는다고 하던데 그거 다 거짓말입니다.

         

         하면서.

         

         

        *

         

         

         “예레모프 경이라.”

         

         

         오스칼은 이마에 맺힌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편지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연락과 갑작스러운 초청.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겠지만….

         

         

         “강한 분이시지.”

         

         

         지난 토너먼트는 그 또한 관람한 바. 이반의 무력은 이미 현장실습 습격 사건 당시부터 절절히 느끼고 있지 않던가.

         

         그는 이 나라가 숨기고 있는 무기다. 용사 파티의 아들로서도, 그는 이반의 이름을 이 나라에 오기 전까지 들었던 적조차 없었다.

         

         그런 사내가 엔리케,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였다는 점. 그 정도의 강자인 주제에 이 나라 시민들은 정작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는 점은 단 한가지를 시사한다.

         

         크라실로프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달리, 군사력을 요란하게 광고하는 군주는 누구보다 전쟁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틸레스가 질 베르를 호국경으로 추서하며 화려하게 축제를 열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질 베르의 장자인 오스칼은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크라실로프는, 겉으로 보기엔 내분으로 조각나있고, 드넓은 식민지 통제를 위해 군사력 대부분을 소모하고 있으며, 지난 전쟁의 영웅들 모두가 은퇴하거나 잠적했다.

         

         그런 주제에 대내첩보망이 수상할 정도로 치밀하고, 내분으로 무너지기 직전이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도 테러 대응이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다.

         

         거기에 이반 페트로비치라는 병장기를 품고선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상할 정도로 꽁꽁 숨기고만 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크라실로프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열강이라면 드로안과 틸레스. 그리고 드로안의 국왕은 최근 프리첸카야에 잠입해 왕녀와 모종의 협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 중.

         

         그렇다면 당장 크라실로프가 군사를 일으켜 범할 수 있는 국가는 틸레스 하나로 좁혀진다. 틸레스의 기사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본국에 알려라. 내부 정보 취득을 위해 당분간 정기 보고가 뜸할 수 있다고.”

         

         

         이반 페트로비치 예르모프. 이 신비한 사내의 정체와 이 나라의 속셈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그의 곁에 붙어 있는 편이 낫겠지.

         

         

         용사 파티의 기사, 질 베르의 아들. 오스칼.

       

        크라실로프 입국 6개월차. 고정간첩 업무(본업) 개시!

         

         

        *

         

         

         “응. 이거 훈련이네.”

         

         

         이자벨은 편지를 탁 접으면서 깔끔하게 인정했다.

         

         과연 그 ‘아저씨’가 대뜸 여대생을 꼬시자고 잠깐 등산하자면서 추근덕거릴 사람일까?

         

         아무리 머릿속이 꽃밭인 나이라고 해도, 이자벨은 이반을 가장 가까이서,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 중 하나였다.

         

         당연히 편지를 본 순간 알아챌 수 밖에 없었다.

         

         대뜸 도시 밖으로 불러낸다? 그 아저씨가? 그럼 뭐, 결론은 하나지. 훈련 말고 있나.

         

         그래, 응. 건강은 하다 이 말씀이고.

         

         그럼 결론은, 건강하고 멀쩡하면서 무려 ‘야채 스튜’를 먹으러 오겠다는 약속을 며칠이나 무시하고 있단 말씀이시고.

         

         그런 주제에 훈련을 하자면서 나를 혼자 빼내려 한다고?

         

         응응, 이 도시엔 보는 눈이 많으니까.

         

         첩보 요원이라면 당연히 국가에서 관리하는 인재. 외국의 귀족 영애와 함께 ‘작전 외’ 시간을 보내는 건 부담스러울 테니까.

         

         훈련을 핑계로 혼자 따로 불러내서, 같이 기차 여행을 하자고 한다면.

         

         응응 알겠어.

         

         

         “이건 사랑이네.”

         

         

         하여간 이렇게 돌려 말하는 버릇도 참 나쁜 건데 말이지.

         

         이자벨은 히죽 웃으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

         

         

         “이상하다. 왜 이렇게 아는 얼굴이 많은 느낌일까. 그치?”

         “그러게요. 방학 시작하자마자 틸레스로 가세요? 하긴, 이 철도 타고 쭉 가면 틸레스로 가긴 하죠?”

         “나야 그렇다 쳐도, 드로안은 반대쪽 플랫폼을 타야 될텐데.”

         “오스칼은 분명 방학때도 프리첸카야에 남아 있을거라 하지 않았어?”

         “잠깐 볼일이 있어서요. 엘피헤라 양은요?”

         “말 걸지 말아줘. 인간이 너무 많아서 어지러우니까. 인간털 알러지가 있어서.”

         “쟤 저러면서 학교는 어떻게 다닌다니?”

         

         

        여름방학, 시작!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애편지는 두괄식으로 명료하게 전달하는 건 상식이잖아요?
    연애편지를 쓴적도 받아본적도 없다면 인정하십시오.
    이것은 (지옥에서 온) 연애편지다.
    *
    저도업음(기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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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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